도검난무 단편집

인연

어울릴 생각은 없지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도록 가만히 있을 생각도 없다.

*주의사항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와 오오쿠리카라 중점

창작 사니와가 등장합니다

자체 설정도 있습니다.

심각한 부상을 입는 묘사가 있습니다.

검이였을 때를 되짚어보면 나는 이별을 겪었을 뿐이였다.

전 주인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같이 있던 검들을 떠나보내거나

오랫동안 머물었던 곳을 떠나거나...

분명 많은 이별만큼 많은 인연도 있었단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이별들을 겪으며 내가 느낀건 인연이 괴롭기만 하다는 사실 뿐이였다.

그런 인연같은 무의미하고 하찮은 것에 괴로워해야만 하는게 너무나도 싫었다.

그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고, 그 누구도 나와 가까워질 여지를 주지 않으면 괴롭지는 않겠지

어차피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하찮은 것에 괴로워 하지 않기 위해 그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도록 교류를 철저히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울릴 생각은 없다'를 말버릇이 될 정도로 말하면서...

"아무리 방어해도 소용없어!"

"하다못해 우아하게 지거라!"

"...거기구나"

이 곳은 서력 1747년의 에도성 아래(정확히는 에도성으로 가는 길목)

역사의 수정을 목표로 하는 '역사 수정 주의자 세력'이 시간 역행군을 통솔해 과거를 향한 공격을 개시했기에, 이에 맞서 역사를 지키는 사명을 지니고 현현해 육체를 얻은 츠쿠모가미 '도검남사'들이 시간 역행군과 맞서싸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후후...카센씨 쇼쿠다이키리씨 사요 세 사람 역시나 굉장한걸. 실력을 말하는 거란다?"

힘으로 적들을 잘 압도하는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정찰 능력이 뛰어난 닛카리 아오에

오랫동안 같이 다테가에 있던 사이여서 그런지 호흡이 잘 맞는 오오쿠리카라와 타이코가네 사다무네

마찬가지로 호흡이 잘 맞는 카센 카네사다와 사요 사온지

현재 출진한 도검남사는 이 여섯 자루. 부대장은 쇼쿠다이키리였다.

"농담을 말할 여유 있으면 집중해라."

오오쿠리카라가 한마디 하긴 했지만

현현한 이래 출진 경험이 많은 자들을 중점으로 편성한 부대답게 

닛카리가 다른 부대원들의 활약을 보며 농담스럽게 한마디 하는것과 동시에 적들을 상대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아직까지는 여유로웠다.

"뒤의 적들은 내게 처치할게 밋쨩!"

정찰을 제법 잘하는 닛카리의 지휘로 적들의 위치 탐색, 그리고 쇼쿠다이키리, 오오쿠리카라, 카센 이 셋이 전면에서 적들과 격전을 펼치며 사요와 타이코가네가 적들을 교란시키는 방식으로 다들 제법 호흡을 잘 맞춰 싸워가며 적들의 수를 착실하게 줄여나갔다.

"오오쿠리카라 네놈...내가 항상 정성 들여 관리하고 있는 옷에 흙이 튀었지 않느냐!"

"내 알 바 아니다."

"뭐라고...? 무례한 놈이...!" 

...풍류와 우아함을 추구하는 카센과 아름다움에는 전혀 흥미 없으며 타인과의 교류는 일절 거부하는 오오쿠리카라의 성격이 상극인지라 다소 충돌은 있긴 했지만..

"저 둘, 저대로 괜찮겠어?"

"걱정마, 더 싸우면 그에 맞는 적.절.한 처분을 내리면 되니까."

닛카리의 질문에 쇼쿠다이키리가 명랑하게 대답하자마자 싸우던 오오쿠리카라와 카센은 그동안 싸우다가 벌 받은 전적이 꽤나 있어 둘이 동시에 움찔했다.

마구간의 말들에게 맨날 핥아지며 말 당번을 한다거나 매일 흙 투성이가 되어 밭 당번을 하는건 싫은듯 했다.(지금 목숨걸고 싸우고 있는 중 이란건 잠시 넘어가자)

'정말이지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 두 검이라니깐...'

각양각색의 성격이나 성향을 지닌 남사들이 모였다 보니 종종 싸우기도 하지만 '저 정도로 성격이 상극일수도 있구나' 라는 사실을 처음 실감한 쇼쿠다이키리였다.

"...우리쪽의 카센이 화를 잘 내는 성격이다 보니 죄송합니다.."

"사요쨩이 잘못한것도 아닌걸. 신경쓰지마."

카센과 오오쿠리카라 둘이 싸우기 일보직전 이였던 것과는 별개로 다리를 건너기 이전의 적들은 쉽게 쓰러트렸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아무런 문제없이 순조롭게 계속 승리하는게 걸리는걸."

"쇼쿠다이키리씨도 느꼈나보네, 그래...적들은 아직 뭔가를 감추고 있는 모양이야."

이들이 충분히 이상하게 생각할 법 한게, 역사 수정 주의자 세력은 역사를 바꾸려고 많이 시도를 했지만 도검남사들이 저지하기 시작한 이래로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로인해 역사 수정 주의자 세력은 성공적으로 역사 수정을 달성하기 위해 늦은 밤에 활동을 하거나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 나타나 도검남사들이 민간인의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불리점을 안기기도 하는등 지능적인 수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 지능적인 수법을 써오던 적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리 없어...'

닛카리는 적들의 기척을 신경쓰면서 상대했는데 그러다가 적들이 노리는 바를 눈치채고 경악했다.

"잠깐, 지금 다들 너무 떨어져 있지 않아?"

"이런...!"

처음에 적들을 상대할때는 최대한 진형을 유지했지만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적들을 쫒다보니 타이코가네 처럼 지붕위에 올라간 대원도 있고 서로간의 거리가 상당히 생긴것과 동시에 진형도 흐트러졌다.

인명피해를 제일 주의해야 하는지라 그 쪽에만 신경이 쏠려있다 보니 이제서야 눈치챈 것이다.

눈치챘다고 한들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큭...!"

방금 전 까지 상대하고 있던 적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한 시간 역행군이 나타났고, 쇼쿠다이키리의 부대 전원은 급하게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냈다.

"저 창을 든 주제에 빠른 녀석 진짜 지긋지긋 하다고...!"

무거운 창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며, 게다가 단단해서 처치하기 힘든 식별명 고속창의 위협

차라리 적이 한명이면 즉각적으로 작전을 세워 처치했겠지만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은 적이 수십 정도는 되는지라 순식간에 부상자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위기상황이 되었다.

다들 막아내기 급급할 뿐...

'빨리 적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저 민첩한 적에 의해 다치고 말아...어떻게 해야하지?'

초조해하는 모습 따위는 전혀 멋지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이 생각나지 않았기에 쇼쿠다이키리는 분할 따름이였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쇠를 박살내는 소리를 비롯해 심상치않은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자 오오쿠리카라가 적들을 걷어차고 밟는등 난폭하게 싸우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오오쿠리카라를 잘 보니 왼팔의 용 문신이 사라졌으며 눈은 아무리봐도 용의 눈과 똑같은 이질적인 형태로 바뀌었고 왼쪽 목덜미 부근은 용의 비늘처럼 변형되었다.

"저런 수가 있었을줄은 몰랐는걸?"

"카라쨩의 최후의 카드인지라 좀처럼 볼 수 있는건 아니거든."

오오쿠리카라의 왼팔에 문신으로 있던 쿠리카라용은 사실 단순한 문신이 아니라 부동명왕의 화신인 쿠리카라용 그 자체

오오쿠리카라는 그 쿠리카라용을 받아들여 자신의 신체를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 쿠리카라용을 지닌 오오쿠리카라 이기에 발동할 수 있는 능력 '용린(竜 鱗 )' 

다만

"전혀 우아하지 못한게 문제로군."

'문제점이 그 부분...?'

풍류와 우아함을 좋아하는 카센의 평은 가차없었다(...)

"일단 카라쨩이 나머지 적들을 맡고 있으니까 나머지는 고속창을 맡아줘!"

"후후, 알았어."

쇼쿠다이키리는 주위를 둘러본뒤 지시를 내렸고 나머지 부대 인원들은 고속창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갔다.

"쇼쿠다이키리는 오오쿠리카라를 지원하러 간건가...?"

"역시 혼자서 나머지를 다 상대하게 하는건 위험하니까 지원하러 간 거겠지."

카센과 닛카리는 자신들에게 지시를 내린뒤 오오쿠리카라를 향해 달려가는 쇼쿠다이키리를 봤고 대기시킨 총병들을 뒤로하며 건물 지붕에서 내려온 타이코가네와 사요를 선두로 고속창과 대치를 시작했다.

한편

'카라쨩 혼자서 다 상대하게 놔두기엔 위험해.'

쇼쿠다이키리는 오오쿠리카라가 여러 적들을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는곳으로 달려갔다.

혼자서 상대하기엔 적들의 수가 위험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

용린을 발동하여 신체를 강화시킨 부작용이 결코 가볍지 않아 주의가 필요했던 것

아니나 다를까, 오오쿠리카라는 적이 얼마 안 남아서 호흡을 가다듬고 적의 빈틈을 탐색하려 하자마자 온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윽....!"

적들은 오오쿠리카라가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빈틈이 생긴걸 놓치지 않고 바로 발로 찼고, 오오쿠리카라는 걷어차이며 검을 놓쳐버렸다.

"카라쨩....!"

쇼쿠다이키리는 필사적으로 가로막는 적들을 뿌리치며 오오쿠리카라에게 다가가 바로 적을 베어 오오쿠리카라를 지켰다.

"나머지 적들은 내가 상대할게, 카라쨩은 결합을 해제하고 대기해줘."

"...알겠다."

오오쿠리카라의 왼팔에 다시 용 문신이 생기고 눈도 평소와 같이 돌아온걸 확인한 뒤 쇼쿠다이키리는 바로

"일도양단(一刀両断)"

검을 크게 휘둘러 남은 다섯 적들을 검과 같이 전부 한꺼번에 베었다.

영력을 담아 휘둘러 검과 같이 적들을 다 베어버리는 일격...쇼쿠다이키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기술이였다.

"내가 지금까지 이 기술을 안 쓰고 너희 시간 소행군을 살려두고 있던건 잘못하다가 벽까지 베어 버리니까 조심하고 있던거였어."

미츠타다는 이렇게 말하며 검을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한편, 고속창을 상대하고 있던 나머지 부대 인원들은...

"스피드 승부, 바라는대로 화려하게 해볼까!"

타이코가네와 사요가 빠른 움직임으로 고속창과 응전하며 움직임을 봉쇄한 뒤 처리하는 작전을 시행하고 있었다.

"어이쿠, 적은 넷이라고 시한소행군 씨?"

"드디어 벌을 줄 수 있겠군...목을 내놓거라!"

제법 연계를 잘 했기에 넷은 고속창을 완전히 처리할 수 있었다.

"다들 멋진연계인걸? 수고했어."

이걸로 임무가 끝났기에 다들 한숨 돌리고 있었다.

아니, 임무가 끝난...줄로만 알았다.

그 순간

".....! 이런!"

모든 적들을 다 쓰러트린 줄 알았건만, 오오쿠리카라의 근처에 있던 마치 거미와 같은 다리를 지닌 이질적인 형태를 한 적 '와키자시'가 갑자기 나타나 오오쿠리카라를 찌르려 했다.

오오쿠리카라는 지쳐서 피하거나 막을 여력도 없었으며 가까이에 있던 쇼쿠다이키리 이외에는 어찌할 도리도 없을 정도로 찰나의 순간...

갑자기 밀쳐져서 땅을 짚다가 다시 앞을 본 오오쿠리카라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자신을 감싸며 검으로 적의 공격을 전부 다 막지못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쇼쿠다이키리의 모습이였다.

"...미츠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라는 것도 잠시 쇼쿠다이키리가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치명상을 입은걸 보자마자 오오쿠리카라는 바로 냉정을 되찾아 지친 상태인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지켜보던 부대원들이 다 흠칫 놀랄 정도의 살기를 띈 눈으로 먼저 와키자시가 쇼쿠다이키리를 찌른 부분을 베어낸 다음 와키자시의 몸을 여러번 베고 쿠리카라용을 다시 실체화 시켜 불을 내뿜어 태우도록 하는등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게 처리했다.

"쇼쿠다이키리, 괜찮은겐가!" "밋쨩!"

이로써 적은 다 처치했지만 오오쿠리카라는 지친 상태에서 무리하게 검을 휘두른 대가로인해 걷는것도 힘든 상태에 쇼쿠다이키리는 출혈도 심각하며 호흡도 힘들정도의 치명상이라 제대로 말 한마디 하는것조차 무리였다.

게다가 역사대로라면 호소카와 무네타카가 이곳을 지나가기에 빨리 뒷수습을 해야하는 상황...

'상처가 심하군, 서둘러야 해...!'

"난 쇼쿠다이키리를 부축하고 먼저 돌아가마. 오오쿠리카라는 닛카리가 부축하고 사요와 타이코가네 둘은 뒷처리를 부탁해."

카센은 의상이 피로 범벅이 되는건 정말 원치 않았지만 제법 체격이 큰 쇼쿠다이키리를 무난히 부축할 수 있는건 자신뿐이란 판단에 재빨리 쇼쿠다이키리를 부축하며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 혼마루로 돌아가기위해 사니와에게 연락을 넣은뒤 사니와가 차원의 틈을 열어주기로 한 가까운 곳을 향해 갔다.

'쇼쿠다이키리, 부디 혼마루로 돌아갈 때 까지 견뎌다오...!'

그렇게 카센은 차원의 틈으로 들어가 시간을 다시 거슬러서 자신을 비롯한 도검남사들이 머물고 있는, 2205년의 혼마루에 돌아왔다.

잘 꾸며진 정원과 내부구조가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면서도 기계문명이 적절하게 잘 조합된 곳...

평소 같았으면 변함없이 풍류가 있으면서 우아한 곳이라고 감상을 남겼겠지만 지금 카센은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착각이길 바라며 급히 마중나온 이 혼마루의 사니와 '이자나미 히미코'와 같이 쇼쿠다이키리를 치료하기 위해 치료실로 달려갔다.

"자원과 도움패 다 준비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콘노스케씨!"

쇼쿠다이키리를 조심스럽게 눕힌뒤 카센의 참관하에 쇼쿠다이키리의 치료가 실시되었다.

곧이어 온 오오쿠리카라, 닛카리, 타이코가네, 사요 넷은 밖에서 결과를 기다릴 뿐...

"......"

"뭔가 문제가 있는거니?"

쇼쿠다이키리가 확실히 치료가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자나미의 표정이 어둡기에 카센은 조용히 이유를 물었다.

자신이 혼마루로 돌아온 순간 느낀것이 착각이기를 바라며...

"치료는 문제가 없는데 의식이 없어요, 혼의 일부가 빠져버린거라 되찾아오지 않는 이상 아무리 완치되어도 미츠타다씨가 깨어날 일은..."

"어쩐지 혼마루에 돌아왔을때 쇼쿠다이키리의 상태에 위화감이 느껴져서 내 예감이 틀리길 바랬는데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되었구나..."

도검남사들은 사니와의 힘으로 구현된 혼이 육체에 주입되어 있기에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는 존재

혼이 온전히 있어야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결여된 부분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쇼쿠다이키리의 경우엔 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인 상태였기 때문에 혼의 유지가 불안정해져 혼의 일부인 의식이 제대로 공간을 뛰어넘어 혼마루까지 오지못한채 떨어져나가 버린 것

닛카리가 눈에 혼을 담을 수 있어 의식 또한 그대로 담을 수 있지만 이미 지금의 상황은 예상도 못한채 혼마루로 돌아왔으며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이 언제 떨어져나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 의미없을 뿐

의식을 다시 되찾지않는 이상 쇼쿠다이키리는 영원히 죽은 것 처럼 잠들어 있겠지...

"미츠타다씨의 의식은 소재를 금방 파악할 수 있을테니 카센씨는 모두에게 긴급 소집 명령을 전달해주세요."

"알겠어."

이렇게 쇼쿠다이키리의 치료가 끝난 후, 잠시 뒤 의식이 없는 쇼쿠다이키리를 제외한 나머지 남사 전원이 긴급히 이자나미의 앞에 모였다.

쇼쿠다이키리는 평소에 타이코가네, 오오쿠리카라, 츠루마루와 같이 지내던 방에 누워 언제 깰지 모를 잠을 자고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지는 모두에게 전달했으니 서론은 생략 하겠습니다. 시급히 에도원년(1603)의 에도로 재출진 해서 역사 수정 주의자들이 먼저 습득하기 전에 미츠타다씨의 의식을 되찾아와야 합니다."

"밋쨩의 의식, 시대는 다르지만 그대로 에도에 있었구나..."

혼마루까지 오는 도중 공간의 틈에서 의식이 떨어져나가 아까 쇼쿠다이키리를 비롯한 부대원들이 있던 1747년의 에도보다 더 과거의 시대로 가버린 듯 하다. 그나마 소재를 파악한게 불행중 다행이겠지

하지만 파악한건 적들도 마찬가지. 에도를 떠돌고 있는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을 자신들이 먼저 손에 넣어 어떤용도로 이용할 생각인건지 시공의 틈을 열려는 시도가 감지되었기에 한시가 급했다. 

"역사 수정 주의자 측에서 시공의 틈을 열려는게 감지되니

이시키리마루, 닛카리 아오에, 하카타 토시로, 고토 토시로, 오오쿠리카라, 그리고 부대장 헤시키리 하세베 여섯분도 서둘러 출진해주세요. 임무는 물론, 쇼쿠다이키리씨의 의식을 무사히 가져오는것 입니다." 

민첩해서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을 빠르게 손에 넣는데 적합한 하카타, 고토, 헤시키리 

그리고 쇼쿠다이키리의 의식과 적들의 위치를 탐색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혼령을 담을 수 있는 눈을 지녀 미츠타다의 의식 또한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는 닛카리와 

민첩성은 떨어지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전투능력을 보유한 이시키리마루와 오오쿠리카라

이 여섯으로 부대가 구성되었다.

"잠깐, 카라 도령과 닛카리는 출진해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괜찮은..."

츠루마루는 아까 출진해서 돌아온 둘을 걱정해 말을 건내려 했는데

오오쿠리카라와 닛카리는 피로도 다 회복되고 기운이 넘치는지 피부가 아주 매끈하게 빛나고 있었다.

"피부가 매끈해서 거울처럼 비칠꺼 같잖아, 이거 놀라운데?!"

피로를 회복하는 당고! 효과는 굉장했다!

"잡담은 이쯤하고 출진하겠다. 다들 부대장인 이 헤시키리 하세베의 명을 따르도록!"

'간만에 부대장으로 출진해 내심 기쁘긴 한거같네'

헤시키리는 속으로는 기뻐서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부대원들에게 기합을 넣었고 이자나미에게 시공의 틈을 여는데 필요한 만월경(満月鏡)과 부적 여섯개를 받은 뒤 출발했다.

"그럼 다녀올게 대장!"

"무사히 임무를 성공할테니께 안심혀!"

'출진 전에 기도를 하고 싶었는데...'

출진을 위해 호명된 여섯 도검남사들은 혼마루 본성의 근처에 있는 성소로 향했다.

바닥부터 조각상까지 전부 돌을 아름답게 깎아 꾸몄으며, 조금 드는 햇빛을 양분삼아 자란 덩굴이 벽을 휘감고 있는 마치 신전같은 느낌이 드는 장소...이곳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 과거로 가기 위해 도검남사들이 오는 곳인 성소

"다들 부적을 가져가서 달아라. 주인에게 하사받은 거니 목숨과도 같이 여기도록."

헤시키리가 모든 부대원들에게 부적을 나눠준 다음 모두 둥글게 모였고 헤시키리는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이 떠돌고 있는 1747년의 에도로 시공의 틈이 열리도록 조치를 해둔 만월경을 조각상에 난 홈에 넣었다.

그러자 만월경이 빛나며 이들이 서 있는 곳의 중간에 세로로 긴 타원의 형태로 차원의 틈이 생겼다.

"......"

"오오쿠리카라씨, 분명 무사히 그의 의식을 되찾아올수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마."

다들 차례차례 차원의 틈으로 들어가고, 이시키리마루는 내색은 안 했지만 자신 때문에 쇼쿠다이키리가 언제 깨어날지 모를 깊은 잠을 자게 된 죄책감과 의식이 적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 상황에 마음이 무거운 오오쿠리카라를 격려하며 그렇게 모두 차원의 틈을 넘어갔다.

그렇게 1603년의 에도(시로카네다이)...

"쇼쿠다이키리의 의식과 적들의 위치를 탐색해라."

"알았어 알았어"

탐색을 잘하는 닛카리가 이번에도 탐색을 주도하게 되었고 닛카리는 적들의 위치를 빠르게 찾아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쇼쿠다이키리의 의식 또한 금세 찾아냈다.

문제는 적이 미츠타다의 의식을 습득해 도주하고 있었다는 것

"적들의 위치는 이자나미의 도움을 받아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할게. 적들이 쇼쿠다이키리씨의 의식을 습득해서 도주중이니까 하카타 군, 고토 군 둘이 먼저 적들을 따라잡아 발을 묶어줘. 

"이걸로 공간의 틈을 열면 나를 포함한 나머지가 바로 가세할거야."

민첩한 하카타와 고토가 먼저 적들을 따라잡아 적들이 도망 못가도록 묶은 다음 바로 공간부로 공간을 이어 바로 나머지 부대원들이 가세해 처리하는 작전

이를 위해 이시키리마루가 부적에 영력을 담아 공간부(空間札)라고 적었으며 이걸 고토에게 줬다.

"그럼, 당장 저 녀석들 쫓아갈게!"

"갔다오겠으야!"

부적을 받자마자 하카타와 고토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갔으며 나머지 부대원들도 적들을 포위하기 위해 움직였다.

적들 또한 '미츠타다의 의식을 가지고 자신들의 본거지로 간다'는 목적이 있기에 도검남사들을 따돌리는 것에 필사적이였다.

하지만 고토와 하카타가 이미 적들중에 여인의 형상을 한 자가 미츠타다의 의식을 가지고 도망치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으며 도주로 예측도 들어맞아 금방 따라잡았다.

"어이쿠, 어딜 갈려는겨?"

곧바로 하카타가 소환한 총병들이 총을 발사했고 빨리 적들이 퇴각하려 했지만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다!"

고토가 공간부로 공간을 이어 헤시키리 하세베를 선두로 나머지 부대원이 모두 합류해 적들을 포위했다.

적들이 검을 겨눠 전투태세에 임하는건 예정된 수순

"어울릴 생각은 없지만 소중한 걸 빼앗기도록 방관할 생각도 없어. 미츠타다의 의식을 내놔!"

그리고 오오쿠리카라가 검을 휘두르는걸 시작으로 칼날이 춤췄다.

'미츠타다...'

그 칼날에 담긴 것은 분명 소중한 인연을 지키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

한편, 쇼쿠다이키리는 악몽속에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듯한 공허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

자신의 곁에 있는건 불꽃뿐

시간이 얼마나 지나도 주위의 풍경과 자신을 감싼 불길이 변함이 없는 것에서 이것이 현실이 아닌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불꽃의 열기는 끊임없이 자신의 온몸을 태우는 고통을 주었으며

자신이 태워졌어도 이 세상에 남아있는 것에 대한 질투섞인 저주와 원망의 목소리도 그칠 기미가 없었으며

벗어나려 해도 자신이 움직이려 할 때마다 자신을 붙잡는 알수없는 기괴한 검은 무언가는 견디기 힘들만큼 끔찍해 쇼쿠다이키리의 마음을 무참이 꺾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다시 한편, 에도(시로카네다이)로 출진했던 부대원들은...

"쇼쿠다이키리씨의 의식을 찾아왔어."

무사히 임무가 완수되어 자신들을 맞이하러 온 다른 도검남사들, 그리고 사니와 모두가 쇼쿠다이키리가 자고있는 방으로 모였고 닛카리가 오른쪽 눈에 담고있던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을 꺼냈다.

하지만 적들이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을 습득하여 도주하는 과정에서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을 미리 오염시켜둔 상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지만 그 상태는 가히 심각했다.

"꺼내진 의식을 한번도 본적 없는 내가 봐도 놀라울 정도로 심각한걸..."

"정화할 수 있나요?"

츠루마루와 히라노, 마에다를 비롯 많은 도검남사들이 출진한 부대를 맞이하러 왔는데 히라노의 질문에 이시키리마루는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쇼쿠다이키리씨의 의식을 얻은 뒤 바로 정화를 시도 해 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 누군가 쇼쿠다이키리씨의 의식과 연결해 그의 의식 내부로 들어가 거부반응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 만이 유일한 방법이야"

의식이 아무런 반응이 없어 정화할 수 없는것은 마치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과 같이 누가 가까이에서 불러도 반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란걸 의미한다.

오랜 세월동안 신검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많은 부정을 정화해온 이시키리마루가 이렇게 말한 이상 다른 방법이 없는건 사실

혹시나 해서 다른 신검들도 정화를 시도해 봤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두 의식을 연결하면 이후 분리를 못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쇼쿠다이키리를 무사히 깨우려면 다른 누군가와 의식을 연결해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의식을 분리시키지 못할경우 그 누군가는 영영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되어 깨어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사니와인 이자나미를 비롯해 모두가 다른 방법을 검토하려 할때

"그럴 필요는 없어, 내 의식을 미츠타다와 연결시켜라."

오오쿠리카라가 선뜻 나섰다.

"....! 의식을 분리하지 못해 영영 못 깨어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신 거에요...?"

"상관없다. 애초에 미츠타다가 저렇게 된건 나 때문이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겠지."

"그렇다고 해도 오오쿠리카라씨가 잘못되는건 바라지 않아요. 미츠타다씨도 소중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선 오오쿠리카라씨 당신도 소중하니까..게다가 책임을 따지자면 제가 출진을 시킨게 잘못이니까 차라리 제가...!"

"당신은 혼마루를 책임져야하는 사니와니까 돌아오지 못해선 곤란하다. 그리고, 당신은 의무대로 출진시켰을 뿐이니까 잘못없어."

목숨을 걸고서라도 미츠타다가 다시 깨어나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그 누구도 그 의지를 꺾을수는 없었다.

"알겠어요. 의식을 연결시킬게요. 그 대신, 반드시 잘 해결해서 미츠타다씨와 같이 돌아와주세요"

"당연히 그럴 생각이다."

오오쿠리카라는 쇼쿠다이키리의 의식을 들은뒤 눈을 감았고 이자나미는 바닥에 진을 그려 사니와의 권능인 혼령을 다루는 주술을 썻다.

그러자 오오쿠리카라의 안에서 고동색에 가까울 정도로 어두운 색으로 빛나는 의식이 나와 쇼쿠다이키리의 의식 그 내부로 들어갔고 의식이 비어버린 오오쿠리카라의 몸이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는걸 헤시키리가 부축했으며 연결된 의식은 이자나미가 받았다.

'이건...'

쇼쿠다이키리의 의식 내부로 들어간 오오쿠리카라의 앞에 보인건 화염에 휩싸인 창고(아마 미토 도쿠가와 소유로 추정)

그리고 모든것을 다 포기한것만 같은 눈을 한 쇼쿠다이키리와

그런 쇼쿠다이키리에게 손길을 내미는 이 곳에 있을리가 없는 자신과 쇼쿠다이키리의 전 주인인 다테 마사무네의 모습

"미츠타다!"

크게 외쳐도 닿지 않는 목소리...

쇼쿠다이키리에게 다가가려 해도 기괴하고 검은 무언가가 막아 오오쿠리카라는 어떻게 해야 쇼쿠다이키리에게 닿을 수 있을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

그러다 기묘하게 허공에 눈 하나가 떠 있는걸 발견했고 아무리 보아도 없애야 할 것이라 판단한 오오쿠리카라는 당장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을 구현해 내어 허공에 떠 있는 눈에게 겨눴다.

그러자 다테 마사무네의 모습을 한 누군가가 바로 오오쿠리카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바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흉측한 본모습을 드러내어 달려들었다.

"역시 미츠타다를 회유하기 위해 마사무네공의 모습으로 위장한거였군. 우리의 전 주인을 모독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오오쿠리카라의 검격으로 허공에 떠 있는 눈과 흉측한 무언가가 사라지는건 한순간 이였다.

"...카라..쨩?"

"나 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된 거니까 책임지기 위해 왔다."

주위를 뒤덮은 화염은 다 사라지고 공허해진 공간

오오쿠리카라가 쇼쿠다이키리에게 다가가 끌어안자 다행히 쇼쿠다이키리는 반응했다.

"괜찮아...난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카라쨩이 이렇게 와줘서 정말 기뻐..."

"그렇다기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오오쿠리카라의 말에 쇼쿠다이키리는 놀라더니 곧이어 자신의 감정을 더이상 억 누를 수 없다는걸 느꼈다.

"지금은 울어도 괜찮다. 못본걸로 할 테니까."

"으흑...너무 끔찍하고 괴로웠어..뜨거워서 벗어나려고 해도 나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하마터면 있을리가 없는 마사무네 공을 보고 넘어갈뻔한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져서..."

눈물과 함께 넘쳐흐르는 쇼쿠다이키리의 감정

오오쿠리카라는 한동안 그런 쇼쿠다이키리의 감정을 조용히 받아주었다.

한 편...

"...어?"

"이시키리마루씨, 정화 시작하신 건가요?"

"아니, 난 보고 정화를 해도 될 것 같다 판단되면 할 생각이였어."

합쳐진 의식을 지켜보던 이자나미와 도검남사들은 갑자기 합쳐진 의식이 정화가 되기 시작해 깜짝놀랐다.

"그렇단건, 카라가 생각보다 잘 해결했단 의미인거야?"

"마침 의식이 분리되려 하니 확인해보면 될거야."

이시키리마루는 분리되려는 두 의식을 조심스럽게 다루었고 다행히 무사히 분리된걸 확인한 후 두 의식에 하나의 오염도 없는지 꼼꼼히 살핀 뒤 오오쿠리카라와 쇼쿠다이키리 둘에게 의식을 넣었다.

그리고 상황을 잠시 지켜보던 찰나

"으음..."

쇼쿠다이키리가 눈이 부신지 감은 눈을 더 질끈 감은걸 시작으로 깨어났고

오오쿠리카라는 마치 그냥 눈을 감았기만 한 것 처럼 얌전히 눈을 뜨며 깨어났다.

"어라, 여긴 나와 카라쨩, 사다쨩, 츠루상이 쓰던 방이잖아?"

"밋쨩...!"

"엣, 사다쨩?"

쇼쿠다이키리는 혼마루로 돌아온 기억이 없어 의아해 했지만 이런 쇼쿠다이키리의 반응은 상관없이 타이코가네는 그가 무사히 깨어난걸 확인하자 마자 바로 달려들어 꼬옥 안겼다.

"나...밋쨩이 영영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걸까 불안했어.."

'....! 그러고보니 나, 분명 심각한 치명상을 입었었지...'

쇼쿠다이키리는 울먹이는 타이코가네를 보며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짐작 했는데, 이후 이자나미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반나절을 잠들어 있었구나..."

"오오쿠리카라씨가 누구보다도 쇼쿠다이키리씨의 의식을 되찾아 다시 깨우는데에 진심이였어. '어울릴 생각은 없지만 소중한 걸 빼앗기도록 방관할 생각도 없어. 미츠타다의 의식을 내놔!'라고 할때 정말 멋지던걸? 후후..."

"평소엔 '어울릴 생각은 없다.'를 귀에 딱지가 않도록 말하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썼는데 말이지~"

닛카리와 카슈가 놀리든 말든 오오쿠리카라는 어느새 구석에 앉아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시끄럽다."

"그런 것 치곤 얼굴이 붉어졌는데, 카라 도령~?"

"...제길"

오오쿠리카라는 말과는 달리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할 뿐...

'역시 카라쨩에겐 솔직함이 부족하단 말이지.'

"그래도 덕분에 내가 이렇게 다시 깨어날 수 있었지. 카라쨩, 고마워."

"...난 그저 내 책임을 다했을 뿐이야."

어울릴 생각은 없다를 말버릇이 되도록 말하면서 인연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인연은 늘 생겨났으며 

끊어진 줄 알았던 인연도 어느새 다시 이어지기도 했다.

인연이란 괴로운 것에 불가하다고 여겼건만 인연은 늘 내가 고독하게 있는걸 가만히 놔두지 않았고

그런 인연들과 계속 이어지며 어느새 인연은 내게 있어 삶의 의미, 그리고 소중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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