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잔 하나

2024.07.26.

보통 깨진 도자기는 다시 붙여놓을 수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한 번 깨진 도자기는 다시 붙일 수 있다.

다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처럼 깔끔하고 고운 자태로 돌아가지 못할 뿐.

얼기설기 붙여놓는다면 가벼운 손짓에도 바스라질 것이고,

공을 들여 붙여놓는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조심스럽고, 꼼꼼하고, 정성스럽고 또 수고롭게.

깨진 조각들을 그러모아 모양을 잡고,

이음새마다 옻칠을 하며 본모습을 떠올리고,

조각들을 이어붙인 뒤 금을 입혀놓으면.

그러면 형태는 닮았으나 색다른 모습의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망가졌던 흔적을 고스란히 내비치지만, 그로 인해 한층 더 고와진 도자기.

사랑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또 사랑은 혼자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조심스럽고, 꼼꼼하고, 정성스럽고 또 수고롭게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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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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