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해석 타입 커미션 샘플

[중림] 캐릭터 해석 타입 커미션 샘플

뮤지컬 <멸화군> 조성윤 배우님 기반 중림 캐릭터 해석

커미션 by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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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이라는 인물은 그의 죽음을 통해 그의 삶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 그는 위기의 순간 죽음을 '선택'했다. 자신을 지탱하던 줄을 놔버린 것이다. 그 줄은 중림이 지고 있던 짐과 연결된 줄로 보이기도 한다. 모두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누군가를 지키 못한 죄책감처럼 자신이 자처해서 진 모든 짐들과 연결된 줄. 중림은 멸화군 대장으로서 자신이 그 짐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종류의 짐은 한 사람이 지기에 매 무겁고, 과한 짐이므로 사람이 짐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의 목숨을 지고 살던 중림은 분명 자기 인생의 불행을 제거할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는 짓눌리는 감각에 익숙했고, 또 자신이 그렇게 해야만 살 수 있음을 알았다. 중림은 원래 텅 빈 인간 속에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는 사명을 박박 긁어모아 채워놓은 것 같은 인물이다. 그렇기에 자진해서 무거운 짐을 졌고, 그 짐의 무게로 인해 세상에 발 붙이고 설 수 있었다. 이미 옛날에 죽었는데 멸화군 대장이라는 껍질을 주워 입고 그 직책의 무게로 세상에 붙들린 혼령처럼. 중림이 죽기 직전까지도 천수에게 기대지 못한 이유는 중림 스스로가 자신이 진 짐을 나눠야 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무게는 어떤 인간에게든 버겁지만, 그 버거운 만큼 그를 움직이게 한 동기기도 했다. 그것들의 무게가 버겁고,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중림은 이를 내려놓고자 하지 않는다. 그저 그것이 자신의 삶에 있어 당연하기 때문이다. 중림에게 있어 삶이란 그가 짊어진 책임이자 죄책감이었다. 그러니 그가 위기의 순간 죽음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림이라는 인물은 극 내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진 짐 때문에 적극적으로 죽기 위해 행동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극적인 순간 소중하거나 중요한 인물을 대신해서라면 기꺼이 죽음을 선택할 것만 같이 행동했다. 그리고 중림은 자기 죽음으로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그 순간, 죽을 자리를 찾았기에 줄을 놓았다. 중림이 그곳에서 물리적으로 살아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는 죽는 것이 더 나았을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남은 인생을 내내 그 불 속에서 견디는 것처럼 자신을 깎아 갔으리라 생각한다.

중림이 특히 독특해 보이는 것은 방화를 결심한 순간이다. 사실 중림이라는 인물은 정체성이 멸화군 대장 하나만 있는, 친구도 가족도 모두 멸화군 대장으로서 만난 멸화군 대원들인 인물이다. 그리고 이 멸화군 대장이라는 정체성으로서 바라는 유일한 이상은 모두의 안전이다. 사실 불을 진압해야 하는 멸화군이, 심지어 화재 현장에 있는 모든 민간인이 죽거나 다치지 않길 바라는 것은 이뤄질 수 없는 이상이다. 누구나 이런 일을 바라지만, 이뤄질 수 없는 일이 이뤄지지 않을 때 자신이 부정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림은 오로지 멸화군 대장이라는 직책으로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기에 이상에서 거절당하는 매 순간 절망한다. 그리고 이상에게 버려진 모든 순간을 자신의 짐으로 얹어간다. 그렇기에 중림이 방화를 결정할 때는 의외로 갈등이 덜 드러난다. 불을 멸하는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훨씬 고통스러워하며 결정할 만도 한데, 방화를 결정한 뒤로는 단호함만이 보일 뿐이다. 이는 천수를 지키기 위해 신념을 내버린 것이 아니고, 그저 자기를 버리기로 결심해서 그렇다. 구하지 못한 백성, 구하지 못한 가족을 모두 짊어지고 짓눌린 채 책임감의 무게를 중력 삼아 버티던 중림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신념을 배신해야 했다. 그는 그 결정을 내린 시점부터 자기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다. 화재 현장에서 죽지 못했다면 방화를 저지른 죄로 사형이라도 청하지 않았을까? '보호'의 책임과 '멸화'의 책임이 부딪힌 순간 중림은 '보호'를 택함과 동시에 다른 한 가지 책임을 외면한 자신을 버렸다. 그의 인생은 매 순간 어떤 잔인한 선택이 존재했을 것이다. 극의 초반부에서 어디를 먼저 갈지 결정했던 것처럼. 그리고 그 선택만큼 자신을 버리고 책임과 죄책감을 짊어졌으리라. 그렇게 자신에게 잔인한 선택을 해오던 중림이 마지막 순간 자신의 삶을 지탱하던 줄을 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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