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해석 타입 커미션 샘플

[와이트] 캐릭터 해석 타입 커미션 샘플

뮤지컬 <더픽션> 최호승 배우님 기반 와이트 캐릭터 해석

커미션 by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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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트 히스만은 강박과 완벽주의를 가진 기자로 보인다. 원고를 '완벽하게' 만들려는 강박, 무슨 짓을 하더라도 소설 연재를 계속하려는 집착, 하나하나 디테일에 집중하는 완벽주의를 극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성향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오히려 그가 기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다만 극에서 그는 냉철한 기자보다 한 작품의 열렬한 독자의 모습을 더욱 많이 보여준다. '작가님' 앞에서는 냉철한 어른보다 어린아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를 분석할 때는 <그림자 없는 남자>에 위로받은 어린아이와 능력 있는 완벽주의 기자의 모습을 함께 봐야 한다.

먼저 어린아이의 모습을 살펴보자. 와이트는 과거 가족을 잃고 큰 외로움을 느꼈다. 이후로 인간관계 등에서 회의를 느꼈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절망감에서 구원해 준 것이 <그림자 없는 남자>였으리라. 그는 자연히 외로움에서 허덕댈 때 찾아온 한 줄기 빛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소설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로 와이트는 소설(혹은 작가)과 자신을 동일선상에 두고,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자 했다. 아마도 (추측의 영역이라는 뜻) 소설을 읽고 위로받은 어린 와이트는 소설을 유명하게 만들어서 작가에게, 수많은 독자에게 자신을 인정받고 싶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서 신문사에 취직해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을 발휘해 마침내 작가 그레이와 마주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사회생활을 하며 어린아이였던 와이트는 냉철한 기자로 자랐고, 어쩌면 직장에서는 냉정하고 완벽한 동료로 유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빛이었던 그레이 앞에서 그는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소설이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완벽주의 기자의 모습을 한 와이트는 중간중간 관찰할 수 있다. 와이트가 소설을 편집할 때 디테일을 수정하는 부분, 마감일을 어기지 않고 꼬박꼬박 지키는 부분, 소설을 계속 연재하기 위해 자신이 소설을 쓰거나 시체를 이용해 살인사건을 벌이는 모습. 이런 편린을 통해 와이트가 그레이 앞에서 보이는 모습 외의 것들을 예상할 수 있다. 어쩌면 와이트는 신문사에서 무서운 선배, 믿음직한 동료, 무섭게 성장하는 후배였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런 와이트가 치밀하게 조작한 범죄자 살인사건은 어느새 진실이 됐다. 실제로 사람을 찔러 죽인 게 아니라고 해도 와이트에게 책임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가 소설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생각한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에, 그는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죗값을 치를 수도 있었다. 법을 어긴 죄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죄도 분명 언젠가 와이트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와이트는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주는 대상에게 집착했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레이가 죽은 이유이다. 와이트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레이를 위해서 살고자 했기 때문에, 그레이는 자신의 존재가 와이트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로의 유일한 이해자,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 보인 첫 번째 빛. 그런 상대를 위해서 '무엇이든'할 수 있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와이트는 살인사건을 만들었고, 그레이는 자신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레이의 이 행동을 통해 와이트는 '블랙'처럼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와중 멈출 수 있었다. 와이트, 그레이, 블랙. 작명부터 그레이는 중간자임을 알 수 있다. 와이트는 그레이를 통해 블랙을 만나고, 이해받고, 블랙이 되기 전 멈출 수 있었다. 그렇기에 와이트에게 그레이라는 이야기는 평생 행복한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그레이는 어땠을까? 그레이는 '와이트 덕분에 행복했다'고 직접 말한다. 와이트가 절망 속에서 유일한 이해자를 찾았듯, 그레이 또한 와이트라는 이해자를 찾았다. 그레이가 <그림자 없는 남자>를 통해 블랙을 세상에 내보이자 세상은 그를 외면했다. 그레이가 가족을 잃은 어린이를 위로하고 싶어 세상에 낸 책이 외면받았을 때 그 책에 위로받은 사람이 바로 와이트다. 와이트와 소설을 쓰면서 그는 와이트가 자신을 이해했음을 아주 잘 알게 됐을 것이다. 그가 소설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조차 모두 진심으로 자신과 자신의 소설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도 잘 알았으리라. 그러니 그레이가 와이트에게 '너에게 중독됐다'고 말한 것은 진심에 가까웠다. 와이트가 그 대답으로 '저도 작가님 소설에 중독됐다'고 말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진실이다. 그레이는 와이트 자체를, 와이트는 그레이와 그 소설을 함께 보고 있다. 그레이도 블랙도 와이트에게는 위로가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레이가 와이트와 블랙의 중간자이면서 절대 블랙이 되지 않는 것은, 와이트 같은 이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마지막까지 선을 넘지 않으며 와이트를 지키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선택은 수많은 어린아이 중 오로지 와이트만을 위한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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