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medicine 2

모든 수업을 끝내고 말포이는 기숙사 휴게실로 왔다. 아직 다른 학생들은 오지 않았는지 기숙사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어 쇼파에 기대앉아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지 3분 정도 지났을 때 기숙사 문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말포이는 감았던 눈을 떴다.

"순수혈통"

기숙사 암호를 외치고 슬리데린 학생들이 들어왔다.

"말포이? 왜 여기 있어. 해리 포터랑 같이 안 있고?"

"그러게, 네 남친은 어디 간 거야?"

한껏 거만한 자세로 다가온 슬리데린 6학년 선배는 쇼파에 앉아있던 말포이 앞으로 걸어왔다. 혼자서 오는 것도 아니고 5명을 등지고 자신을 놀리려는 모습에 말포이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ㅅ..."

"말포이... 너 정말 포터한테서 고백받은 거야...?"

고일이 뒤에 있는 선배에 힘입어 말을 꺼내는 느낌이었다. 분명 그레이트 홀에서 있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묻는 듯했다. 말포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렇다니까? 왜 계속 물어봐? 안 그래도 포터 자식이 자꾸 따라다녀서 나도 귀찮다고!"

"뭐?!"

팬시가 말포이의 대답을 듣고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껏 눈썹을 치켜세우며 다가왔다.

"그럼 그만 쫓아 다니라고 말해! 나도 아침마다 그 꼴을 보면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알아!?"

아침마다 말포이에게 플러팅을 해대니 옆에 앉아있는 팬시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은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다.

"사실 나도..."

"부탁이니까. 그만 좀 우리 기숙사에서 얼쩡거리라 해. 오늘 쉬는 시간마다 우리 기숙사 문 앞에서 죽치고 너만 기다린단 말이야!"

팬시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해리가 기숙사 앞에 찾아올 정도일 줄은 말포이도 몰랐기 때문이다. 기세등등해진 선배와 친구들에 말포이도 한마디 했다.

"나라고 같이 다니고 싶은 줄 알아!? 그 자식이 약만 안 먹었음!!!"

말포이는 말을 내뱉고 나서야 후회했다.

"약?! 무슨 약 말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너, 딴 비밀 있는 거지. 그런 거지!"

"아니라고! 오... 아니면 다들 질투하는 거야?"

"ㅁ, 뭐라고?"

팬시, 고일 말고도 5학년 선배가 있는 자리에서 이 상황을 덮어버리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아니... 난 모두가 그렇게 해리 포터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지"

말포이는 미소를 지으며 팬시에게 말했다. 모두를 해리와 엮어 비꼬았다.

"모두 하나같이 해리 포터를 욕하더니 아니었던 거구나... 그래서야 슬리데린 학생이 맞는 거야?"

"ㅁ... ㅁ, 무슨 소리야!!"

"글쎄,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말포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잔뜩 성이 나 있던 친구와 선배를 내버려두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문도 잠가버린 뒤 침대에 누워 한숨을 내뱉었다. 답답한 망토를 벗어 옆에 놔두고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네가 그러는 거!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건 나야! 싫다면서 포터 자식한테 플러팅 당해도 가만히 있는 거 알아!? 너야말로 슬리데린 학생 자격이 없거든?!"

잠잠하나 싶더니 팬시가 방문을 발로 차며 외쳤다. 계속되는 팬시의 목소리에 두 귀를 막고 있던 말포이가 더는 참기 어려워 침대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꺼내 문쪽으로 갔다. 문을 열자 팬시는 살짝 놀랐다. 때를 놓치지 않고 말포이는 팬시를 향해 침묵마법을 걸었다.

"실렌시오! 1시간 뒤에 풀릴 거야!"

말포이는 할 말을 다하고 나서 다시 문을 쾅 닫아버렸다. 멍한 채 뒤에 남아있던 크레이브와 고일을 향해 말을 하려 했지만 팬시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음날, 오늘은 해리와는 다른 수업을 들었다. 수업시간 내내 해리를 보지 않았던 말포이는 내부 복도를 지나고 있을 때 해리를 발견했다. 해리는 안뜰에서 다른 그리핀도르 친구들과 대화 중이었다. 해리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저 가던 길 그대로 걸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해리는 뒤에서 걸어가고 있는 말포이를 발견하고는 기쁘듯 미소를 지었다.

"드레이코! 어디 가?"

말포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해리의 뒤에 있던 그리핀도르 친구들은 둘을 보고서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말포이는 듣지 않아도 그리핀도르 친구들이 어떤 대화를 하고 있을지 짐작되었다.

어제 팬시에게서 이런저런 말들을 들은 다음 해리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말포이였기 때문에 짧게 대화를 끝내려고 했다.

"도서관"

"도서관? 도서관에는 왜?"

"과제 하려고... 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 거야?"

"과제? 아! 나도 같이 가도 돼?"

"싫어"

해리는 왜 같이 가면 안 되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냥 싫어. 싫다고"

"조용히 과제만 하고 있을게. 진짜로 방해 안 해!"

"몰라. 알아서 해"

해리를 기다리지 않고 말포이는 빠른 걸음으로 도서관으로 걸었다. 해리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뛰어서 말포이를 따라 함께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다른 학생들도 있었다. 빈 곳으로 가서 앉은 다음 양피지와 깃 펜을 내려놓았다. 해리도 말포이를 마주 보고 앉았다. 말포이는 양피지를 펼쳐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과제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 자리로 돌아왔다. 책을 펼쳐서 깃 펜으로 써내려갔다. 말포이는 과제를 하고 있었지만, 해리는 숙제를 하기는커녕 말포이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을 정도였다. 참고 있던 말포이는 깃 펜을 내려놓고 앞에 앉아있는 해리를 쳐다봤다.

"너... 우리 기숙사 앞에 찾아온다며"

"응? 네가 안 보이니까. 기숙사로 돌아갔을까 해서"

"기숙사 앞으론 오지 마"

"기다리려고 했지..."

"... 어쨌든. 일일이 애들한테 설명하는 거 귀찮다고"

말포이의 말에 고민하던 해리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같은 기숙사였으면...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해리의 말에 말포이는 놀랐다. 물론 기숙사에 대해서 변경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긴 했지만 5학년이 되었음에도 자신의 기숙사를 변경하고 싶다는 학생은 없었기 때문이다.

"... 네가 무슨 말 하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

"응. 사실 나 슬리데린으로 갈 뻔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슬리데린은 절대로 싫다고 했거든"

처음 안 사실에 말포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그리핀도르의 학생인 해리가 슬리데린으로 갈 뻔했단 사실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처럼 다가왔다.

"그게 사실이야?"

"응... 근데 그러지 말걸 그랬어. 그러면 같은 기숙사 휴게실도 쓸 테고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네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

슬리데린은 절대로 싫다고 분류모자에게 말했던 걸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남은 신경 쓰지 않고 플러팅을 해대던 해리였기 때문에 말포이는 어이가 없었다.

"... 지금도 딱히 신경 안 쓰잖아"

"많이 참는 중이야. 아침에 준비되지 않은 네 모습도 보고 싶은데..."

"난 보여주고 싶지 않거든?"

말포이가 한숨을 내쉬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과제는 할 거야?"

"ㅎ, 할 거야"

"그렇다기엔 책도 안 가져왔잖아"

"꺼낼게"

"양피지 줘봐"

"그건 왜..."

"조용히 과제만 한다며. 얼른"

해리가 지팡이를 꺼내 양피지를 책상 위에 올렸다. 말포이는 양피지를 가져가 펼쳤다. 해리의 양피지는 절반 정도도 채워져 있지 않았다. 과제를 제출할 기한이 2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해리의 양피지를 보고는 말포이를 물었다.

"2일 남았는데. 절반도 안 채워져 있네"

"아..."

"얼른 책도 꺼내고 과제나 해"

"가끔 보면... 헤르미온느같아"

"뭐?!"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해리를 쳐다봤다.

"지금 장난해? 나랑 지금 머글 따위랑 비교하는 거야?"

"드레이코, 헤르미온느를 그렇게 말하지만. 너 못지않게 공부도 잘하고 마법도 잘 쓴다고"

"어쨌든! 나랑 그레인저랑 엮지 마"

책을 꺼낸 해리가 말포이의 눈치를 살피며 깃 펜을 따라 들고, 과제를 해나갔다.

해리와 말포이의 과제가 끝이 났을 때 호그와트 성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도서관 안에 있던 학생들도 현저하게 줄어 있었다. 말포이는 양피지를 말아 끈으로 묶으며 말했다.

"기숙사로 돌아가자"

"그래"

해리와 말포이는 책과 양피지를 챙겨 일어났다. 복도로 나와 기숙사로 가는 길, 이제는 해리와 말포이는 다른 길로 가야 했다. 망설임 없이 슬리데린 기숙사로 가는 말포이의 망토를 붙잡았다.

"뭐야?"

"그게, 잘 자라고 인사하려고"

"... 빨리해"

"드레이코, 잘 자. 내일 보자"

"..."

말포이는 대답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다음 해리가 붙잡은 망토를 빼냈다. 해리는 말포이의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더는 보이지 않고 나서야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향했다.

다음날, 수업 시작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 떠들고 있는 친구들을 지나쳐 혼자 교실 밖으로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어디 가?"

말포이는 깜짝 놀라며 뒤돌아 봤다. 언제 따라왔는지 해리가 뒤에 서 있었다. 설마 해리가 화장실까지 따라오려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말포이는 멈춰 서서 해리에게 물었다.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건, 아니겠지? 포터"

"아... 그럼. 안 따라가지"

누가 봐도 화장실까지 따라오려던 눈치였다. 해리의 손이 달달 떨리면서 다른 손은 자신의 허벅지를 붙잡는 모습이 불안증세처럼 보였다. 해리는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고, 말포이 또한 눈치챘다.

"빨리 갔다 올게"

"... 응!"

볼일을 마치고 나온 말포이는 세면대에서 물론 손을 씻은 다음 거울로 용모를 확인한 다음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말포이는 해리가 슬리데린 쪽에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 한숨을 내쉬며 해리의 옆으로 다가갔다.

"크레이브, 파키슨 제발 닥쳐 줄래"

말포이를 발견 못 한 해리는 짜증 난다는 듯이 슬리데린 친구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화장실을 다녀오기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아 보이더니 갑자기 화내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화내는 해리의 모습은 정말로 오랜만에 봐서인지 말포이는 살짝 놀랐다. 말포이의 앞에서는 4일째 웃는 모습으로만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포터"

"아! 드레이코"

말포이가 해리의 어깨를 치며 부르자 해리는 활짝 웃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빨리 해리를 쫓아내기를 바랬다. 하지만 말포이보다 한발 빨랐던 해리가 말포이의 손목을 붙잡고 끌어당기며 말했다.

"자. 얼른 앉아"

"..."

어차피 빈자리도 해리 옆자리뿐이었다. 해리의 옆자리에 앉으며 양피지와 깃펜 자리를 정리했다. 그런 와중에 해리는 팔을 괴고 턱을 손으로 받친 채로 말포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제는 네 옆에서 수업을 못 들어서 아쉬웠어. 겹치는 수업이 하나도 없었다니... 그래도 오늘은 수업이 2개나 겹쳐!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니... 너 며칠 전에도 옆에 앉았었거든?"

어제도 도서관에서 함께 과제를 했는데 이런 말을 하니 말포이는 해리가 사랑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집착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해리의 사랑의 방식은 집착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해리를 옆에 두고 수업을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실로 들어온 교수는 왜 슬리데린 자리에 앉아있냐며 묻지 않았고, 수업에 대해 질문을 하면 머뭇거리다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잘못된 대답을 해서 그리핀도르 점수가 많이 떨어졌다. 말포이는 해리가 왜 이렇게 멍청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핀도르 쪽을 쳐다보자 론이 해리와 말포이를 보고 있었다. 해리를 말리는 걸 포기했는지 말포이와 눈이 마주친 론은 그저 다시 고개를 돌려 수업을 들을 뿐이었다.

"드레이코?"

"... 왜"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는 해리에 말포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꾸 다른 데를 보니까"

"그럼 수업시간에 교수님을 보지, 너처럼 학생 얼굴을 보진 않아"

가뜩이나 초록색 중 빨간색은 눈에 띌 텐데 수업에 집중하기는커녕 해리의 책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있지도 않았다. 말포이가 책을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쳐서 페이지를 가리켰다.

"포터, 내 얼굴보다는 책이나 제대로 펴지그래? 지금 132페이지 거든?"

"고마워"

말포이는 좋아서 헤벌레 해하는 모습에 수업 때만큼은 해리의 옆에 앉기 싫어졌다.

"야"

"...?"

"설마 약초학 수업 때도 옆에 앉을 거야?"

당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해리에 말포이는 고개를 숙였다. 며칠 전만 해도 본인의 기숙사 자리로는 돌아갔던 해리였기에 무엇에 영향이 컸는지 알 수 없었다. 말포이는 그저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다시 수업에 집중할 뿐이었다.

수업이 끝이 나고 약초학 수업을 듣기 위해 온실로 향했다. 4번 온실에 도착하고 마법으로 겉옷도 바꾸었다.

"그 옷도 잘 어울린다"

해리 본인이 입은 겉옷과 똑같음에도 마치 새 복장을 한 모습을 보듯이 봤다. 말포이는 자신의 옷을 들춰보며 뭐가 다른지 살펴봤지만 없었다.

"네 옷이나 내 것이나 똑같은데"

오늘의 약초학 수업은 튀어 오르는 구근을 붙잡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온실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곧 교수님도 온실로 왔다.

오늘 약초학 수업내용은 끈에 묶여있는 구근을 풀어 다시 붙잡아 빈 화분에 심는 것이었다. 그냥 설명을 들으면 쉬워 보였지만 구근은 묶어두지 않는다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식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려웠다.

"으악!! 얼른 잡어!"

"꺄아악!!!"

해리와 말포이는 시작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소리를 질러댔다.

"우리도 시작할까?"

해리가 묶여있는 구근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래"

해리가 밧줄을 풀자마자 구근은 미친 듯이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튀어 오르는 수많은 구근들 중 구별하기 위해서는 번호표를 확인하고 빠르게 잡아야 했다.

"107번... 107번!"

말포이는 금방 107번 구근을 찾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순간 구근이 통통 튀어 오르더니 말포이를 향해 돌진했다. 깜짝 놀란 말포이는 구근을 피하지 못했다.

"으윽!"

두 팔로 얼굴을 막았다. 하지만 말포이의 팔에는 구근을 맞은 느낌이 없었다. 조심히 눈을 뜬 말포이는 자신의 앞을 막은 해리를 봤다.

"아, 아니. 막지 말고 마법을 쓰면 될 텐데..."

"괜찮아?"

"난 괜찮지..."

"빨리 잡을게"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구근을 빠르게 잡은 다음 해리는 화분을 들어 말포이에게 보여줬다. 다른 몇몇 학생들도 구근을 붙잡아 화분에 심었다.

약초학 수업이 끝나고 잠깐 해리가 없는 사이 말포이를 헤르미온느가 찾아왔다. 그것도 단단히 마음을 먹은듯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말포이"

"그레인저"

"할 이야기가 있어. 해리가 없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난 없는데"

"... 중요한 이야기야"

"글쎄, 누가 봐도 해리포터가 왜 저러는지 말해달라는 이야기 아니야?"

계속 장난식으로 말하는 말포이의 옆을 주먹으로 쳤다. 깜짝 놀란 말포이는 헤르미온느의 주먹을 쳐다봤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대답이나 해"

"..."

헤르미온느의 말에 말포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약이야"

"뭐?"

"사랑의 묘약에서 변형된 것 같데"

"네가 먹인 거야?"

억울했던 말포이는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설마! 내가 포터 자식한테 왜 그러겠어"

"... 그럼 누가"

"난 위즐리 쌍둥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위즐리 쌍둥이를 말했다. 그들은 장난감 가게도 열었고, 사랑의 묘약을 판매하는 이유가 가장 컸다. 헤르미온느도 말포이의 추측에 동감했다.

"그럼 당장 가서 해독제를 만들라고 해야지!"

말포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위즐리가랑은 대화하기 싫거든"

"... 허"

헤르미온느가 힘이 빠진 소리를 냈다.

"네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거든? 네가 싫다면 내가 물어보면 되지"

"그러던지"

"해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래. 빨리 해결해주길 바랄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포이와 헤르미온느는 헤어져 각자 수업을 들으러 갔다.

수업을 들을 때 해리를 무시하거나 단답으로 대답하며 최대한 해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을 먹을 때도 해리를 보지 않는 자리를 골라서 앉아 먹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 해리가 불러 세웠다.

"드레이코!"

저녁을 먹고 나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옷과 머리카락이 지저분해져 있었다. 해리는 빗자루를 들고 달려오면서 말포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포터?"

"내가 좋은 장소를 발견했어. 같이 가자!"

어디를 가기에는 곧 노을이 질 시간이었다.

"지금? 너무 늦었어. 난 피곤해"

"디키... 제발, 응?"

"ㄷ, 디키?"

"응. 귀엽잖아?"

눈썹을 찡그리고 걷는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며 해리에게 갔다.

"너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하지만 귀엽잖아... 아니야?"

"귀엽고 말고 할게 아니라 내가 듣기 싫다고"

"..."

단호한 말포이의 눈을 피하고 님부스 2000을 타고 자세를 잡더니 자신의 뒤에 앉으라고 말했다. 말포이는 팔짱을 끼고서 싫다고 말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기숙사로 돌아갈 거야"

"드레이코, 제발"

"포터. 억지 좀 그만 부려. 옆에 앉게 해주는 걸로 만족하라고 했잖아"

"물론... 늘 감사하고 있어. 하지만 너한테 보여주려고 열심히 찾아다닌 건데..."

해리는 빗자루를 내려놓고 말포이를 바라봤다. 분명 해리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던 말포이였지만 그의 초록색 눈을 보자 흔들리고 있었다. 망설이는 말포이의 모습에 해리는 말포이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이번 한 번만 같이 가주라. 응?"

"싫어"

"얼른! 곧 있으면 노을이 질 거야"

해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도망가려는 말포이를 억지로 붙잡아 빗자루에 앉혔다.

"윽! 뭐하는 거야!"

놀란 말포이가 급하게 지팡이를 꺼내려고 하자 해리는 빗자루로 말포이를 태운 채 하늘 위로 올랐다.

"드레이코! 꽉 붙잡아"

"내려줘!"

지팡이를 꺼내려던 손은 해리의 어깨를 붙잡아야 했고, 하늘에 익숙해지자 말포이가 해리의 다리를 발로 찼다. 그 순간 빗자루를 잡고 있던 해리는 흔들렸고, 떨어질 뻔 했다.

"으악! 제대로 비행 못해?!"

"미안해. 하지만 네가 때려서..."

조금 날다가 뒤를 돌아보자 호그와트가 상당히 멀어 보였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빨리 내려줘!"

"드레이코! 저기를 봐!"

갑작스런 해리의 목소리에 옆을 쳐다봤다.

"...!"

해리가 보여준 풍경은 정말 대단했다. 노을이 우물에 비치며 오묘한 색으로 빛을 내고 있는 하늘은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뭐야? 너 여긴 어떻게 안 거야?"

"너를 위해서 찾았어. 여기로 데이트 오고 싶었거든!"

하늘을 조금 날다가 곧 어느 숲에 내렸다. 그곳은 풀이 자라있고, 나비가 날고 있었다. 해리가 이런 장소에 말포이를 데려온 것도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와..."

님부스 2000에서 내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사실 호그와트에 다니는 동안 가끔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놀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밖에 놀러 가는 편도 아니고 아버지를 위해서도 그럴 수 없었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말포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드레이코,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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