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medicine 8

"기억 안 난다고?"

"응. 그냥... 머리가 좀 아픈데"

"딱 이상해지기 전날까지 기억하는 거 보면... 약효과가 끝났나 봐"

"원래의 해리로 돌아온 거라고?! 와우!! 이제 더 이상 꼴값 떠는 모습 안 봐도 된다!!!"

 

론은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그 모습에 론이 왜 환호를 하는 지 모르겠던 해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병동 안에 자신들 말고도 한 명의 친구가 더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던 헤르미온느는 론의 등을 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해. 여기에 우리 말고도 아픈 애 한 명 있는 데. 그리고 해리도 가뜩이나 머리 아파하는 데. 시끄럽게 하지 마"

"미안, 근데 너무 기쁘잖아! 하아... 이제 자유다"

"... 내가 그 동안 어떻게 지냈길래 론이 저러는 거야?"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며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이 깨어났을 때 론이 저렇게 기뻐하는 지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었다. 해리가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듣게 된다면 분명 경악할 것이다. 헤르미온느는 머리도 다친 애한테 지금 당장 이야기 해줘야 할지 아니면 몸이 좀 괜찮아진 다음에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왜? 말하기 어려운 거야?"

"그게... 일단 지금 말고,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 다들 네가 마법약 먹어서 이상해졌단 거는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말에 일단 고개는 끄덕였지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의문투성이어서 해리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았다. 호기심 가득한 해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이야기 했다.

"해리. 충분히 네가 궁금해 한다는 거 알지만, 나중에. 너 좀 더 쉬다가 괜찮아지면 말해 줄게"

"... 응"

"얼른 누워. 어차피 곧 수업 시작이니까, 그때까지 만이라도 누워 있다가 와"

"알겠어. 나중에 보자"

 

해리는 침대에 도로 누우며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와 해리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말포이는 이불을 코 끝까지 덮고는 질끈 눈을 감았다. 벌써 해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사랑을 약속하고 함께 밤 구경을 하러 나갔는데 그런 나날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걸 알고 싶지 않았다. 말포이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이 듣고 있었던 대화가 사실이 아니길 빌며 다시 잠들었다.

 

폼프리 부인이 흔드는 힘에 깨어난 말포이는 결국 후추를 잔뜩 뿌린 마법약을 받아 마시고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갔다. 터덜터덜 걷는 발걸음에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그리핀도르쪽 자리에 눈길이 갔다. 말포이 보다 먼저 돌아간 해리가 자시느이 친구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헤르미온느가 사실대로 말하는 건 아닐지 아니면 아직 마법약의 효과가 사라진 건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말포이는 자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배를 부여잡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듯했다. 수업이 끝나고 그 다음 수업을 듣기 전에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고 해리와 마주칠까 봐 짐들을 빨리 챙긴 다음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에 돌아갔다. 기숙사에 도착한 말포이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놔두고 자신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호박파이를 챙겨 숲으로 갔다. 처음으로 혼자 온 숲은 해리와 갔을 때보다 더 넓어 보였고,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풀밭 위에 앉은 말포이는 호박파이를 한입 먹으며 해리를 생각했다. 오후 수업을 들었을 때 이미 해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수업 시간 내내 자신을 어떻게든 보려고 하던 행동은 온데간데없을뿐더러 론을 비롯한 친구들과 웃고 떠들거나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 뿐이었다. 애정이 서렸던 행동들이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말포이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말포이는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려고 바지에 묻은 풀들을 떼어내고 있었다. 그 순간 빗자루를 들고서 나무 쪽으로 걸어오던 해리와 마주했다.

"ㅁ, 말포이?"

"아..."

바람이 불었던 이유도 근처에 빗자루를 타고 온 해리가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해리가 자신만 알던 숲의 나무 앞에 말포이가 있어서 놀란 듯했다. 놀란 건 말포이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간에 해리가 올 줄은 더더욱 몰랐던 말포이는 멈칫 했다.

"뭐야? 네가 여기엔 왜,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

"여길 너도 알고 있었던 거야?"

말포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해리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해리와 사귀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대화를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점점 가빠지는 숨에 말포이는 해리를 피했다. 뒷걸음질 치며 빗자루를 들고 달아나려고 했다. 빗자루를 타려는 말포이의 모습에 당황한 해리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뻗었다. 그러나 말포이를 붙잡기도 전에 말포이는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해리의 키보다 더 높이 날아 올랐다. 해리는 날아 오른 말포이를향해 손을 뻗으며 내려오라며 소리쳤다.

"잠깐...! 내려와!"

말포이를 따라 다급하게 빗자루를 타려는 해리를 기다리지 않고 말포이는 빠른 속도로 호그와트를 향해 날아갔다. 호그와트 성에 도착한 말포이는 빠른 속도로 자신을 따라오는 해리의 모습이 하늘에 보였다. 빗자루에서 다급하게 내려 슬리데린 기숙사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아직은 많은 학생이 돌아다니는 호그와트 성 내에서 남의 기숙사에 들어가는 헛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슬리데린 기숙사에 다다른 말포이는 암호를 외치고는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슬아슬하게 해리가 도착하기 전 기숙사의 문은 닫혔고 해리의 근처에 있던 친구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슬리데린 기숙사 앞에 서 있는 해리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모두 수업을 들을 때마다 해리가 말포이의 옆자리에 앉아 듣는 게 익숙해져 버린 슬리데린 학생들은 말포이의 옆자리를 비워뒀지만, 해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와서는 그리핀도르쪽으로 가는 모습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몇 군데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제 정신 차린 거야?"

"...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역시 약 효과였던 건가 보네"

"아~ 드디어 끝난 거야?"

"안 그래도 어제 슬리데린 기숙사 앞에 서있던데"

"또 말포이가 장난친거야? 그래서 화난 건가?"

 

해리의 주변에서 떠들어 대는 모습이 구역질나게 했다. 말포이는 애써 해리를 쳐다보지 않고 책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해리와 자신에 관한 말들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지랖 넓은 베이시가 급하게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끼어들었다.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

 

말포이는 베이시의 물음에 침묵으로 답했다. 그러자 답답했던 베이시가 말포이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계속 물었다.

 

"이야기 좀 해봐. 다들 이유는 모르던데"

"그래. 장본인이 좀 이야기 해봐~"

"맞아! 넌 당사자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거 아니야. 진짜로 다 약 때문에 벌어진 일인 거야?"

 

베이시의 말에 친구들은 장단을 맞추며 말포이를 재촉했다. 말포이는 책을 꾹 붙잡은 채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자기들 멋대로 떠들라 그래. 내가 미쳐있을 때도 다 헛소리만 짓거렸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하지"

"너도 제~발 신경 좀 끄고 숙제나 마무리하지? 마법약 과제는 끝내긴 했어?"

"다했거든! 말하기 싫음 말하기 싫다 그래. 괜히 숙제 이야기나 하고"

"네가 짜증나게 했잖아,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 알겠어, 알겠다고"

 

흥하고 승질을 내며 베이시는 책을 책상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 말포이는 입술을 짓이기며 인상을 썼다.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주변에서는 베이시 같은 반응만 보이니 말포이도 미칠 노릇이었다. 해리를 보면 계속 좋아하던 감정이 떠오를 테고 아무런 반응 없는 해리를 보고는 속상해 할 사람은 자신뿐이니 괜히 해리랑 마주하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랐다.

 

헤르미온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를 들었는지 가끔 말포이를 힐끔 쳐다볼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쳐다만 볼 뿐 말포이에게 말을 걸거나 그 동안 왜 그런일이 생긴거냐며 묻는 일 따위는 없었다. 결국 말포이가 원했던 대로 해리와 대화를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 말포이도 차츰 현실을 받아드리려고 할 때 해리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말포이를 멈춰 세웠다. 해리를 무시하고 그냥 가야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일주일 만에 듣는 목소리에 그냥 지나쳐 갈 수가 없었다. 해리의 목소리에 자리에 멈춰 서고는 뒤돌아 해리를 쳐다봤다. 해리는 어째서인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는 바라보고 있었다. 또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화가 잔뜩 난 채로 자신의 앞에 왔는지 말포이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 왜. 뭐 때문에 멈춰 세운 건데"

"내가 널 따라다녔다고 들었어"

"그랬지.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음... 그동안 내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만약에 내가 폐를 끼쳤다면 사과할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는 싫지만, 억지로 하는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해리가 기억을 잃지 않고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거라고 망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말포이는 그런 일말의 기대조차 저버리게 만드는 해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과는 받아줄게. 그 대신 네가 줬던 건 못 돌려주겠다"

"내가 줬던 거?"

"응"

"뭘 말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뭘 줬는데"

 

해리는 얼굴을 찌푸리고 말포이에게 어떤 걸 줬었는지 떠올리려고 하는 듯했다. 그런 해리에게 한마디 했다.

 

"어차피 모를 거야. 기억 안 난다며"

"넌 어떻게 기억하는 거야? 너도 나랑 같은 약을 먹었다던데... 그러면 너도 나처럼 기억을 잃었을 거 아니야"

"... 방에 모르는 물건이 있었어. 네 거겠지"

"아..."

 

말포이의 말에 그런가 싶어 해리는 납득했다.

 

"그럼, 내가 너한테 뭘 줬는지 알려줘"

"싫어. 네가 기억하는 거 아니면 알려주기 싫어"

"뭐?"

"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데? 알려주면 도로 가져갈 거 아니야"

"원래 내 거였잖아...! 너도 네 방에 내 물건이 있으면 별로 좋지 않을 거 아니야 "

 

흥분하는 해리에 말포이는 당황했다. 어차피 자신에게 무엇을 줬을지 모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이 말해주지 않아도 투명 망토를 사용하려고 할 때 없어진 걸 알아채고 말포이에게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심술이 난 말포이는 혀를 내밀어 약올리고는 이어 말했다.

 

"싫어! 이미 나한테 줬는걸. 네가 뺏어가지 않는 이상 안 줄래. 설마 상냥하고 정의로운 우리 해리 포터님이 뺏어가지는 않으시겠죠? 네?"

"..."

"먼저 간다"

"잠깐!"

 

말포이는 손을 뻗으며 자신을 붙잡으려는 해리에게 붙잡히고도 싶었지만,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오후 수업을 다 끝낸 말포이는 기숙사에 와서 해리가 줬던 상자를 꺼냈다. 받았던 그대로 다시 포장한 채로 놔뒀던 투명 망토를 꺼내서 확인했다. 기억도 못하는 선물을 자신이 가지려고 했지만, 역시 부모님이 남긴 물건이니 만큼 본인에게 돌려줘야 할지 고민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다고 해도 이미 선물한 사람의 기억은 사라졌고 그렇다면 선물의 의미는 다 사라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다시 고이 접어 상자 안에 넣은 말포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뒤, 한동안 해리의 강렬한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수업 시간에 틈만 나면 쳐다보더니 말포이가 눈치 채서 눈이 마주치면 언제 봤냐는 듯이 눈을 피했다. 그 모습을 다 보고 있던 론이 해리의 어깨를 툭 치면서 물었다.

 

"해리, 너 또 약 마신 거야?"

"ㅇ, 어?"

"아니. 말포이 쳐다보길래, 또 이상한 마법약 마셨나 했지"

"아니야! 그... 말포이를 쳐다본 게 아니라"

"아니라..?"

"... 멍 때린 거였어. 수업에 집중이 안 돼서"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리가 있는 쪽으로 귀가 기울어졌다. 해리가 자신을 왜 보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한번 인식하고 나니 신경이 쓰이긴 했다. 자세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해리를 너무 의식한 게 티가 나지는 않는지 말이다. 그런 노력도 물거품처럼 만들게 바로 수업이 끝나자마자 해리가 말포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천천히 일어나려던 말포이는 해리를 발견하고 다급하게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말포이를 보고 다가오던 해리가 잠깐 멈칫했다. 둘의 눈이 마주보게 됐고 말포이는 깜짝 놀라 눈을 피하곤 자리를 벗어났다. 빠른 걸음으로 다른 친구들을 지나쳐 교실을 나왔다. 왜 자신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는지 몰라도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다.

 

좋아했던 마음도 해리와 함께 있었던 추억들도 모두 잊어버리고 싶었다. 해리에 대한 이런 감정도 사라진다면 온종일 해리를 생각하지 않으며 밥을 먹으면서도 해리가 좋아했던 음식이라며 생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포이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내려치며 절대로 해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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