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medicine 1

말포이는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해리가 손목을 붙잡고 대화를 걸었다는 것부터 수상했다. 물론 자신에게 말 거는 게 맞는지 말포이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말포이와 해리, 둘뿐이었다. 얼굴을 찌푸린 채 말포이는 해리에게 되물었다.

"뭐라고? 너, 미쳤어?"

"아니, 대화를 하고 싶어서"

"뭐...?"

올곧은 초록빛 눈으로 말포이에게 이야기할 때 말포이는 자신도 모르게 알겠다고 대답할 뻔했다. 정신을 차린 말포이는 팔짱을 끼고 평소의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싫어. 너한테 허비할 시간 따위 없어"

"잠깐이면 돼! 제발..."

해리가 제발이란 단어를 자신에게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아 했다.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인가 궁금해했다. 말포이는 잠깐 동안 해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했다.

"... 무슨 일인데. 빨리 이야기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해리는 목을 가다듬었다. 말포이는 그저 빨리 이야기를 듣고 교실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단둘이 있는 것도 미치겠는데 포터는 말을 더듬거렸다.

"ㄴ, 널..."

"나 뭐, 답답하게 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

"드레이코"

"...!"

말포이는 자신이 제대로 듣고 있는지 판단하지 못했다. 해리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는 사실이 현실인지 구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물어보기도 전에 해리는 말포이의 어깨 양쪽을 두 손으로 붙잡고 몇 센티 되지 않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서로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말포이는 당황스러웠다.

"ㅁ, 뭔데... 왜 이렇게 가까ㅇ"

"널 좋아해"

"뭐?"

좋아한다는 말을 해리에게서 들을 줄은 전혀 몰랐던 말포이는 멍해 있었다.

"널 좋아하고 있어. 말포이"

해리는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포이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다.

"뭐... 아니, 포터. 장난도 정도껏 해"

소름이 돋은 말포이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뿌리쳐내진 손을 바라보며 해리는 마치 상처를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포이는 해리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해리는 갑자기 울상을 짓더니 말했다.

"지금 내가 그런 말을 믿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정말이야! 믿어줘. 널 좋아하고 있어!"

"ㄱ, 그럼 날 어떻게 좋아하게 된 건데"

"어?"

"날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해리도 자신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면서 멀어져야 했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러자 해리는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고개를 들고 이야기했다.

"ㅊ..."

"뭐라고? 좀 크게 이야기해"

"첫눈에 반했어"

첫눈에 반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듣자 말포이는 움직이려던 몸을 멈추고 해리를 쳐다봤다. 해리의 이상한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생각이 끝나자마자 말포이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네가 첫눈에 반했다고? 나를?"

"그래... 널 망토가게에서 만났을 때부터"

"포터. 이런 장난이 네 머리에서 나왔을 리는 없고, 위즐리지?"

"드레이코, 널 좋아하고 있어. 믿어줘"

"장난해? 어제까지만 해도 안이랬으면서 왜 이래?!"

어제까지만 해도 그레이트 홀에서 싸우던 사이에서 계속 좋아한다고 말하는 해리에 오히려 무서워질 정도였다. 말포이는 해리의 말을 계속 듣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안 믿을 거라는 거 알지만... 정말이야. 머릿속이 온통 네 생각뿐이야"

"... 너 뭐 잘 못 먹은 거 아니야? 지금 내가 널 걱정하는 것도 웃기지만... 병동으로 가자"

자신은 아픈 게 아니라고 말하는 해리를 말포이가 질질 끌어서 함께 병동으로 갔다. 병동에 도착한 둘은 나란히 폼프리 부인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건강해 보이는 해리를 보며 어디를 다쳤냐고 물어봤고, 말포이는 이상한 마법약을 먹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래. 포터, 오늘 이상한 약을 마셨니?"

"... 어제 색깔이 이상한 물을 마시긴 했어요. 하지만 기숙사 휴게실에 있던 거였어요"

"흠... 그래"

폼프리 부인은 말포이에게서 해리가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말하게 했다. 말포이의 말을 대충 들은 다음 폼프리 부인은 자신이 추정하는 약의 이름을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사랑의 묘약에서 변형된 버전인 것 같구나"

"사랑의 묘약이요? 하지만... 전 포터한테 준 적 없는 걸요"

"그래서 말했잖니, 변형된 것 같다고. 자세한 건 더 알아봐야겠다"

폼프리 부인은 서랍에서 이것저것을 찾더니 해리에게 병에 담긴 약 하나를 건넸다. 해리는 병에 담긴 약을 쳐다보다가 폼프리 부인에게 무슨 약인지 물었다.

"일단, 감정을 억제하는 약인데. 뭐... 그것만으로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마시라는 말포이에 해리는 병의 뚜껑을 열어 다 마셨다. 약을 마신 해리는 변한 건 없었지만 아까보다는 덜 짐승 같은 모습이었다. 다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해리를 대신해 물었다.

"그럼. 이제 교실로 돌아가도 괜찮은 건가요?"

"괜찮을 것 같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네가 포터의 옆에 있어주렴"

"네? 제가 왜요?"

"감정을 억제해준댔지, 완전히 없앤 건 아니니까. 포터는 계속 너한테 붙어 있으려고 하지 않겠어?"

"..."

"지금도 보렴. 약을 먹었는데도 겨우 혼자 앉아있을 정도야. 눈이랑 생각은 너에게 가 있잖니"

옆 의자에 앉아있는 해리는 확실히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말포이에게 달라붙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바라보는 녹색 눈은 말포이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해리의 눈을 피해 다시 폼프리 부인을 쳐다봤다.

"... 그러면 언제 정상적으로 돌아와요?"

"적어도 빨라야 2주, 느리면 한 달 내지는 갈 것 같네"

"네?! 한 달이나요?"

"보통의 마법 약은 빨리 사라지지만 많이 마신 만큼 효력이 오래가는 것뿐이란다"

폼프리 부인의 말을 들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리가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한 달이나 걸리고 그동안 해리는 말포이를 따라다니며 좋아한다고 떠들어댄다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해리와 말포이는 겹치는 수업도 몇 개나 되는 상황이었다. 같은 교실에 함께 있으면 해리 때문에 얼마나 수업에 집중을 못 할지 말포이는 예상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둘이 함께 붙어 다니는 걸 권장한단다"

"포터랑요? 싫어요"

"너를 보지 못할수록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더 증폭될 거고, 그러다 보면 네 주위에 있는 친구들을 질투하게 될지도 모르지"

"전... 잘 모르겠어요. 그게 왜 중요하죠?"

"저 친구가 무슨 마법을 쓰더라도 상관이 없다면 나도 괜찮단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을 보호해야 되고 너도 학생이니 선생님 말을 들어야지. 한 달간 같이 지내렴"

"...하지만!"

"자! 얼른 수업 들으러 가"

폼프리 부인 말대로 곧 수업이 시작할 시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해리와 말포이는 병동에서 나왔다. 말포이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해리 때문에 말포이는 더 짜증이 났다.

"... 처음에 어땠는데"

"어?"

말포이를 바라보던 해리가 갑자기 말을 걸자 멍한 채로 대답했다. 

"뭐라도 기억나는 거 없어? 그래야지 단서라도 찾지"

"잘 모르겠는데"

"위즐리 쌍둥이네가 그런 건 아니고? 걔네들은 항상 이상한 것만 만들잖아"

말포이의 말에 기억을 더듬는 해리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받아서 마신 적은 없는 것 같아"

해리의 말로 말포이는 해리가 어제 마신 이상한 물이 범인이라고 확정 지었다.

"그럼, 처음 느낌은 좀 어땠는데"

"... 맨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

"그래서? 갑자기 내가 좋아졌다고?"

"그냥, 수업을 들을 때나 다음 수업으로 이동할 때 네 생각밖에 안나. 지금도 네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하고 있어"

해리의 시선은 말포이의 손으로 옮겨져 있었고, 말포이는 황급히 손을 숨겼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해리는 더 보고 싶었는지 아쉬워했다.

해리를 무시하고 제 갈 길 가던 말포이는 다급하게 따라오는 발소리에 귀를 막고 싶어했다.

"드레이코"

"따라오지 마"

"따라가는 게 맞긴 한데... 우리 같은 수업이야"

"... 그럼 2m 떨어져서 걸어"

교실에 다다르자 말포이는 슬리데린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갔다. 본인의 기숙사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겠지 싶었던 말포이는 그제야 편히 마음을 내려놨다. 하지만 해리는 친구들로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말포이에게로 다가왔다. 말포이의 옆을 떠날 생각이 없는지 옆에 서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리가 말포이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을 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멈칫했다.

"해리! 거기서 뭐 하는 거야!"

"..."

시끄러운 목소리에 모두가 쳐다봤다. 위즐리가 이상한 걸 봤다는 표정으로 해리와 말포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해리는 자신의 친구가 부르는데도 대답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보고 있었다. 점점 주위로 사람들이 몰리더니 정신이 너무 없었다. 아침부터 어이없는 일에 휘말리고, 지금은 주위의 떠드는 소리에 두통이 생길 것 같아 말포이는 머리를 짚고 고개를 숙였다.

떠드는 소리가 살짝 멀어지자 눈을 떴다. 다행스럽게 말포이의 옆에는 해리가 없었다. 드디어 끝이 났다고 생각한 말포이는 책을 펼쳤다.

"말포이! 네가 좀 말려!"

"뭐?"

말포이의 행복한 생각도 잠시, 옆에서 어깨를 툭툭 치며 부르는 목소리에 앞을 바라봤다. 교실 중앙에는 다른 애들이 주위에 둘러싸인 채 론과 해리가 말싸움하고, 중간에서 그레인저가 둘을 말리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말포이는 누구인지도 기억 안 나는 조무래기 한 명을 붙잡아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봤다.

"뭐야, 저 녀석들끼리 왜 싸우는 거야"

"모르겠어"

"말포이, 네 이름이 나왔던 것 같은데..."

"맞아! 널 욕하지 말랬어"

다른 친구들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해리는 숨을 몰아쉬면서 론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론은 옷을 털어내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론과 해리는 곧 전투를 준비하는 자세를 취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보다 못한 헤르미온느가 재빠르게 주문을 외쳤고, 둘은 하늘 위로 떠올랐다. 둘은 버둥거리며 내려달라고 소리쳤다.

"헤르미온느! 내려줘!"

"내려줘! 저 녀석이 정신 차릴 때까지 때려줄 거야!"

"너희 화해할 때까지 안 내려줘! 곧 수업이라고!"

헤르미온느의 말을 듣고 씩씩대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둘의 모습이 보였다.

"해리!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친구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욕은 못 참아!"

"...!"

대화를 가만히 듣다가 깜짝 놀랐다. 해리가 이야기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말하는 것 같아 말포이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교실을 나가버리기도 전에 해리와 말포이는 눈이 마주쳤다. 몸이 굳어버린 말포이는 해리가 누군가를 위해서 나선 일은 많았지만, 그 당사자가 자신이 되어버리자 느낌이 매우 이상했다. 모두가 말포이를 쳐다보고 있었고, 말포이는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했다.

"뭐? 너 지금 뭐라 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 욕하지 말라고"

"해리, 제발 정신 좀 차려. 저 자신은... 말포이라고!"

헤르미온느는 친구들 사이에 있는 말포이를 쳐다봤다. 말포이는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움찔거렸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을 아래로 내려줬다. 내려진 해리는 갑자기 말포이에게 걸어가 손을 붙잡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해리가 손목을 너무 강하게 붙잡아서 말포이는 강아지 마냥 따라다니는 꼴이 되었다.

해리는 복도를 뛰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말포이는 한참을 달려서 막힌 숨을 몰아쉬고, 해리를 쳐다봤다.

"너...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진짜 약하나 마셨다고 이렇게 이상해져?"

"네 욕을 하는데, 어떻게 참아"

"참아! 참으려고 노력해. 난 너 안 좋아해"

해리는 말포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어깨를 붙잡고는 뽀뽀를 했다.

"으읍!!!"

해리는 입술을 떼어내고 활짝 미소를 짓고서 눈이 커다래진 말포이를 끌어안았다. 해리에게 안긴 말포이는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화를 냈다.

"포터, 이게 무슨 짓이야! 놔 줘!!"

"드레이코, 널 사랑해"

"... 그만해. 다 약 때문이라니까! 이거 놔"

해리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쳐내자 마침내 떨쳐냈다. 자신의 첫 뽀뽀가 해리라니 말포이는 믿을 수 없었다. 잔뜩 얼굴을 구긴 채 옷소매로 입술을 닦았다.

"... 널 사랑하고 있어. 믿어줘"

"..."

입술을 닦아내던 손을 멈추고 해리를 쳐다봤다. 한 달 동안 별 탈 없이 지내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포터"

"응!"

"그래. 알겠어. 네가 나를 ㅈ... 좋아하고 있다는 건"

"..."

"하지만 너랑 나는 사이가 좋지 않아. 알잖아, 너도"

"이제부터 좋아지면 되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쳐서 말포이는 눈이 커다래졌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는 네가 마법약을 마신 걸 아니까 넘어가지"

"...?"

"네 친구나 다른 사람들은 너를 미친 사람으로 볼 거라고!"

"왜 남들을 신경 쓰는 거야?"

"뭐?"

"남들은 신경 쓰지 마. 우리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왜 비밀로 해야 해"

"포터...! 정말... 난 널 안 좋아한다고!"

해리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구렁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 일단 알겠어. 내 말은 너도 노력해달라는 거잖아. 나도 네가 힘들어하니까 옆에 있어주는 것처럼"

"응... 알겠어. 고마워"

"그리고, 나한테... 뽀뽀 하지 마"

"..."

"포터!"

"ㅇ, 알겠어. 노력할게"

"나 말고 네가 마법약 마신 거 아는 사람 있어?"

"아니. 없어"

"그래. 일단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

"알겠어"

다행히도 첫날을 빼고는 조용히 뒤를 따라올 뿐 사고 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두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해리가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교실로 들어가자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론이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일단 그만해. 곧 교수님 오셔"

말포이가 교실 안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론에게 말했다. 말포이의 뒤에는 해리가 따라 들어왔다. 론은 말포이와 같이 있는 해리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넌 빠져. 난 해리랑 이야기하려는 거니까"

론이 드레이코를 밀치고 해리에게로 다가갔다. 그런 론의 태도를 보고 또다시 화가 났는지 해리는 말포이를 감싸 안고 보호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말포이 말이 맞아. 일단 그만해"

헤르미온느가 론을 끌고 자리로 돌아갔다. 말포이도 자신을 끌어안은 해리의 팔을 떼어냈다.

"너도. 네 자리로 가"

"하지만"

"약속했잖아"

머뭇거리던 해리는 단호한 말포이의 표정에 천천히 론과 헤르미온느 쪽으로 걸어갔다. 한숨을 내쉬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설명해주길 바라는 친구들의 얼굴이 보였지만 말포이는 설명해줄 힘이 남아나질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평화로운 점심에 말포이는 자신을 따라온 해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바닥에 천으로 된 돗자리를 깔아 나무 그늘 밑에 앉았다. 날씨도 좋아서 말포이의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해리는 피그닉 바구니를 열어 가져온 책을 말포이에게 줬다. 돗자리에 엎드려서 책을 펼친 말포이는 조용히 책을 읽었다.

어느새 말포이는 해리 사용법을 숙달했다. 말포이가 어떤 부탁을 해도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사 한ㅍ명이 늘어난 느낌을 받았다. 고일이나 크레이브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시끄러워서 제대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몰랐다.

"음료수 좀 줄래? 목이 말라서"

"어떤 거 줄까?"

"음..."

해리가 바구니에서 병에 담긴 오렌지 주스와 딸기주스를 꺼내 보여줬다. 말포이는 오렌지 주스를 골랐고, 해리는 오렌지 주스의 뚜껑을 열어 건네줬다.

"고마워"

"아니야. 또 필요한 거 있어?"

"없어"

"알겠어"

말포이가 책을 읽은 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해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쳐다봤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옆에 앉아 말포이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ㅁ... 뭐 하는 거야?"

"어? 내가 방해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만 보고 있길래"

"당연하지. 널 좋아하니까"

다행이라면서 다시 자리를 잡아 앉은 해리는 해맑게 웃으며 여전히 말포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 인식하고 나니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쓰였다. 말포이는 읽던 책을 덮고 해리를 쳐다봤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뭘 그렇게 쳐다봐"

"아니! 그냥 보고 싶어서 보고 있었어"

말포이는 본인이 보더라도 잘생겼다고 생각했지만 해리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우월감이 생기기보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포터?"

"응?"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어"

"뭐든 물어봐. 대답해줄게"

해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디까지 허락해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마법약으로 인해서 생긴 병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싶었다. 정확히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등등 말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게 있는데, 가져다줄 수 있어?"

"어떤 건데?"

"... 가져다줄 수 있는지 물었잖아"

"어! 줄 수 있어"

무엇을 가져달라고는 말하지 않으면서 대답을 바라는 말포이에 당황해 하며 해리는 다급하게 손을 붙잡고 말했다. 말포이는 붙잡힌 자신의 손을 살며시 빼냈다.

"그래? 그러면 내일 골든 스니치 가져다줘"

먼저 떠오르는 물건을 말했다. 골든 스니치를 꼭 갖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 우승을 빼앗겼던 걸 생각하면 괜찮은 생각이었다.

"골든 스니치?"

"응. 그게 갖고 싶어. 왜, 못 줘?"

"아니야, 당연히 줄 수 있지! 마법으로 가져올게!"

당장이라도 마법을 외쳐 골든 스니치를 가져올 것 만 같았다.

"포터, 진정해! 지금 피크닉 타임을 망치려는 건 아니겠지?"

"아아... 아니야"

"그래. 그럼, 난 마저 책을 읽을게"

"알겠어"

"넌 계속 내 얼굴 볼 거지?"

"응..."

"... 그렇게 해. 내 얼굴이나 보고 있어"

시무룩해진채 다시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책에 집중했다.

다음날, 기숙사 복으로 갈아입고 그레이트 홀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릇에 있는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들었다. 한입 베어 먹으려는 순간 해리가 달려오더니 말포이의 옆자리에 앉아서 냉큼 골든 스니치를 건넸다.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손을 내밀어 골든 스니치를 받았다. 골든 스니치는 말포이의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않고 날개를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해리에게서 빼앗고 싶던 골든 스니치를 막상 받으니 느낌이 묘했다.

"드레이코. 잘 잤어? 난 네 생각하면서 잤어. 그냥 네 방에서 자고 싶다"

"풉!!"

옆에 앉아있던 고일이 마시고 있던 물을 품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팬시는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왜 나한테 물을 뿜어!"

"ㅋ...커흑, 아니... ㄱ, 그게 지금 포터가 말포이한테 골든 스니치를 주잖아. 거기다가 말포이 방에서 자고 싶다고 말하고..."

고일 본인도 방금 상황을 말하면서 이상했던 것 같았는지 끝말을 흐렸다. 말포이눈 고일을 이해했다. 누구라도 해리의 말을 들으면 물을 뿜었을 것이다. 말포이는 본인이 물을 안 마시고 있던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레이코? 네가 갖고 싶던 스니치야"

"어... 그래. 근데 정말 가져다줄 줄은 몰랐지"

골든 스니치를 받았음에도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었다. 그저 모든 사람이 있는 그레이트 홀에서 주려고 할지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해리!!"

"아, 정말로..."

말포이는 곧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두 귀를 손으로 막았다. 손으로 귀를 막았음에도 론이 외치는 목소리는 미세하게 들렸다.

"너 정말! 야, 일로 와!"

론은 해리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어깨를 붙잡아 자신 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해리는 신경 쓰지 않고 말포이에게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드레이코, 미안해. 시끄럽지?"

"... 그냥. 네 기숙사 쪽으로 가줄래? 포터"

말포이는 제발 이번만큼은 해리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랐다. 받을 건 받았으니 큰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 알겠어. 수업 시간에 보자"

"... 그, 그래"

생각보다 해리는 순순히 일어나 그리핀도르 기숙사 쪽으로 갔다. 쉽게 가버리는 해리가 의심쩍었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한숨을 내쉬고 해리에게 받은 골든 스니치를 확인했다. 가짜가 아닌 진짜 골든 스니치였다.

골든 스니치를 보고 있는 말포이의 슬리데린 친구들은 하나같이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말포이...? 설명 좀 해줄래?"

"어제 소문 못 들었어?"

말포이는 최대한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핀도르가 앉아 있는 쪽이나 슬리데린 쪽이나 둘 다 난리가 났다.

"포터가 나한테 고백했어"

말포이는 정상인이 된 해리가 알아서 뒷 수습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자그마한 복수였다. 하지만 말포이가 바라는 대로 친구들은 한 번에 믿어주지 않았다.

"말포이, 지금 포터가 저렇게 미쳐있긴 하지만... 에이~"

"그래... 차라리 무슨 약을 마시게 했다는 게 믿기겠어"

"진짜야. 어제 골든 스니치 가져다 달라고 했어. 그래서 포터가 나한테 줬어"

어깨를 들썩이며 들고 있던 골든 스니치를 증거 삼아 보여줬다.

"저 자식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그러게... 어후, 저쪽도 난리 났다"

아침을 먹고 나서 수업을 들으러 갈 때 말포이는 골든 스니치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걸 기숙사 방에 놔두고 가는 것도 괜찮았지만 어째선지 말포이는 오늘 하루 동안은 들고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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