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medicine 5

해리와 함께 다이애건 앨리로 놀러 가기로 약속을 하고 나서 방으로 돌아왔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잘 준비를 마쳤다.

"녹스"

불을 끈 다음 안대를 쓰고 침대에 누웠다. 피곤했던 만큼 졸음은 빨리 왔고, 금방 잠에 빠질 뻔했다.

말포이를 깨운 건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였다. 잠깐 들린 노크 소리에 일어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리다가 무시하기로 했다. 잠들기로 한 말포이는 이불을 뒤척였다. 역시 장난이었는지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들리는 노크소리에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열었지만, 방문 앞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말포이는 눈썹을 찡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다.

"드레이코!"

그 순간 해리가 투명망토를 벗으며 닫히던 문을 막아섰다.

"...! 놀랐잖아!"

"헤헤..."

갑자기 등장한 모습에 말포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란 순간도 잠시 방금 인사를 하며 헤어졌던 해리가 왜 앞에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네가 여기엔 왜...? 아까 기숙사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보고 싶어져서"

"아니... 그것보다 기숙사 안으로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너는 안 보고 싶었어?"

해리가 말포이의 귀를 만지며 문을 붙잡던 손을 말포이의 허리로 옮겼다. 소름이 쫙 돋은 말포이는 해리의 손을 때렸다.

"뭐하는 거야!"

말포이가 휴게실 쪽을 살피며 다른 친구는 없는지 조마조마했다. 해리가 슬리데린의 기숙사에 있는 것도 본인과 시시덕거리는 모습이 들키는 거나하면 큰일이었다. 불안해 보이는 모습에 해리는 진정시키며 말포이의 얼굴을 붙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걱정 마, 휴게실에 아무도 없더라. 다들 자러 갔나 봐"

"그걸 어떻게 알아. 갑자기 일어나서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오히려 들키는 쪽이 더 좋긴 한데..."

"... 일단 들어와"

해리의 옷을 잡아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문을 닫은 다음 말포이가 이야기했다.

"네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왜 여기 있는 거야?"

"..."

"아까 잘 자라고 인사도 했잖아"

해리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우리 기숙사 방이랑은 조금 다르네"

방을 둘러보면서 말을 돌리는 모습에 말포이는 살짝 짜증 나기 시작했다.

"그야 우리는 너희 그리핀도르처럼 득실득실 모여 잠들지 않거든!"

"음... 반박하고 싶지만, 너랑 보내는 시간을 화내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해리의 말대로 당연히 말포이의 말에 반박하거나 조금 정도는 화낼 거로 생각했지만, 해리는 그러지 않았다.

"..."

"근데 별건 없네? 난 좀 더 이것저것 많을 줄 알았어"

"이것저것이라니? 어떤 걸 말하는 거야"

"말 그대로 이것저것? 선물 받은 거라든지"

해리는 말포이의 침대에 앉으며 아직 옷장 앞에 서 있는 말포이를 바라봤다. 자신의 이불을 손으로 매만지는 해리의 모습에 말포이는 당혹스러웠다.

"ㅁ, 뭐하는 거야! 이불은 왜 만지는 거야"

"무슨 재질인가 해서"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게"

"같은 걸로 사고 싶어"

"벨벳이야! 벨벳. 이제 됐지, 일어나"

해리의 팔을 붙잡아 당겼다.

"뭐해... 일어나라고"

"아직 11시도 안 됐어. 조금만 더 있다가"

"그만해. 이렇게 다른 기숙사에 들어오는 것도 큰일이라고"

"... 드레이코, 넌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 지"

"ㅁ... 뭐라고"

"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아무도 너를 못 쳐다보게 해버리고 싶어"

돌아버린 듯한 해리의 눈빛에 주춤하며 말포이는 말했다

"농담이지...? 네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냐고"

"알아... 네 잠옷 모습은 처음이네"

"포터! 돌아가"

돌아가라는 말포이의 말을 들은 해리는 오히려 말포이의 침대에 누워버렸다.

"음... 뽀뽀해주면?"

"뭐? 내가 왜?! 내 방에서는 내 말을 들어야지. 얼른 일어나!"

해리의 팔을 붙잡고 일으키려고 했지만, 해리는 고개를 저으며 얼른 해달라고 얼굴을 들이밀며 떼를 썼다. 해리와 이대로 잠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말포이는 뽀뽀를 기다리는 해리에게 다가갔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해리의 뺨을 손으로 잡아 뽀뽀했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말포이의 입술이 떨어졌다. 뽀뽀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지만, 그 뒤에 난 소리가 말포이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자, 이제 됐지? 돌아가"

"... 정말 해줄 줄은 몰랐어"

"ㄴ, 네가 해달라며!"

"난 그냥 안 해주고 같이 잘 줄 알았지"

"얼른 나가!"

말포이의 힘에 이끌러 쉽게 방 밖으로 쫓겨난 해리는 자신의 뺨을 손으로 감싸고 반짝이는 눈으로 말포이를 바라봤다. 눈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며 드디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드레이코... 나 너무 기뻐"

자신을 끌어안으려고 다가오는 해리를 피했다.

"이제 약속한 데로 돌아가"

"알겠어... 잘자. 내 꿈꾸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던 해리는 방문을 닫고 나갔다. 긴장이 탁 풀리며 말포이는 침대에 누웠다. 자려고 했던 시간이 10시였지만 벌써 11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다시 안대를 쓰고 잠이 들었다.

오전 수업이 끝이 나고 점심시간, 그레이트 홀에는 이미 많은 학생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말포이도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던 베이시가 어깨에 팔을 얹었다.

"웁! 뭐하는 거야?!"

음식을 먹 고있던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잔뜩 얼굴을 찡그린 차 베이시를 쳐다봤다. 베이시는 거들먹거리며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을 해봤어"

"무슨 생각"

"슬리데린 학생이 그리핀도르 학생이랑 사귀게 된다면~"

"된다면...?"

베이시는 숨을 한번 들이마시더니 흥분한 채로 이어 말했다.

"그거야말로 그리핀도를 이길 방법이라는 생각 안 해봤어?!"

"뭐?"

"슬리데린 학생이 왜 슬리데린인지 보여주자고"

베이시는 씩 웃으며 해리 쪽을 쳐다봤다.

"생각해봐. 말 잘 듣는 장기 말 하나가 생긴 거잖아. 안 그래도 요새 혼혈 자식들이 눈에 거슬렸는데"

"뭐 어떻게 하자는 건데. 구체적으로 말을 하던가"

"그거야... 네가 계획해야지. 그런 건 똑똑한 사람이 하는 거잖아"

"그게 무슨... 하, 너랑 대화한 게 문제다. 밥이나 처먹어"

 베이시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다.

"ㅇ으윽! 진지하다고"

"응. 너무 진지해서 눈물이 날 정도다"

"진짠데"

"건들지 마!!"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해리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겨누었다. 안에 있던 모든 학생이 행동을 멈추었다. 해리에게 쏠린 시선들은 곧 해리가 겨눈 말포이와 말포이의 어깨에 팔을 두른 베이시에게 갔다.

"ㅎ, 해리"

"건들지 말라고. 그 손 안 놔?"

그레이트 홀 안은 얘들이 떠드는 소리로 시끌시끌해졌다. 말포이는 입술을 깨물고 해리의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곧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치채지 못한 베이시는 여전히 말포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해리를 도발했다.

"내가 말포이랑 같이 있는 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야, 그만해라"

말포이는 눈썹을 찡그리고 어깨를 털었다. 말포이가 베이시를 밀어내도 베이시는 더 끌어당길 뿐이었다.

"뭐... 네가 말포이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나도 말포이를 좋아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야!!"

베이시를 확실히 떨쳐낸 말포이는 노려봤다.

"적당히 해. 나는 기숙사 점수 떨구고 싶지 않거든?"

"기다려 봐. 거의 다 됐으니까"

속닥거리는 둘의 모습에 더 화가 난 해리가 공격마법을 외치려고 했다.

"해리! 그만해"

"해리"

그리핀도 학생들이 해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물론 헤르미온느와 론도 있었다.

"말포이, 일로 와"

"..."

헤르미온느가 말포이에게 말했다.

"... 부탁이니까. 해리한테로 와"

"아... 알겠어"

긴장 상태로 천천히 해리 쪽으로 갔다. 여전히 지팡이를 든 채로 말포이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기 전까지 베이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해리의 옆으로 다가오자 지팡이를 든 팔을 내리고 말포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한 번만 더 끌어안으면 죽여버릴 거야"

베이시를 향해 적대심을 강하게 들어낸 해리가 말포이를 안은 채 자리를 벗어났다.

이런 일도 벌써 2번 이상이 되어버린 말포이는 이제 친구랑 있는 걸로도 질투를 하는 건가 싶었다.

"야, 포터"

"..."

"내가 다가갔어? 그 자식이 먼저 다가온 거거든?"

"충분히 피할 수 있었잖아"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은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힘이 가해졌다. 말포이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네가 마법약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매번 이렇게 끌려다니는 건 싫거든?"

"하지만...! 너도 그렇잖아! 갖고 싶은 건 꼭 가져야 하는 성격이면서!!"

"난 승리에서만 그런거거든? 어쨌든 이제부턴 네가 그런 감정을 갖던지 말든지 신경 안 쓸래. 너도 나한테 피해 안 줄 정도로만 좋아하라고"

"... 그게 무슨 소리야. 피해 안 줄 정도로만 좋아하라니... 고문도 아니고"

고문이라는 말을 하면서 시무룩해지자 말포이는 당황스러웠다. 손목을 붙잡은 손의 힘이 느른해지자 말포이는 빼내 자신의 손목을 매만졌다.

"당연한 거지!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지어"

"난 너랑 있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데... 넌 아니야?"

"..."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나서 한동안 신나게 놀면서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했던 건 확실히 해리와 놀던 시간이었다.

"그래, 인정할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랑 나의 입장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지"

"너랑 내 입장?"

"그래! 넌... 마법약이라는 핑계가 있잖아. 안 그래?"

"핑계라니"

"너도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대화하잖아. 아니야?"

"그렇지만, 너랑은 달라. 넌 존재 자체가 아름답잖아. 아까처럼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내 껀데"

"ㄴ, 내꺼?"

해리가 말포이의 얼굴로 바짝 다가왔다.

"내 이름이라도 적어두고 싶어. 남들이 쳐다보지도 못하게"

"너..."

"그러면 네가 싫어하겠지?"

살짝 울먹이는 미소를 지으며 해리는 말포이에게 베이비 키스를 했다.

"이걸로 참을게. 나도 네가 싫어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해리가 자신에게 키스를 했을 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해 준다는 게 부모님 이외로는 처음이었기에 말포이도 빠져들었다.

"말포이... 너 오늘 하루 종일 웃고 있는 거 알지?"

"내가?"

말포이가 웃고 다녔다는 말을 들을만했다. 말포이는 수업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얼른 해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 스스로 드디어 미쳤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핀도르인 해리와 다니다 보니 자신도 물들어버린 거로 생각했다.

"... 미쳤나 봐"

"그러니까. 내가 볼 때 너나 포터나 둘 다 미친 게 분명해!"

"그러게. 내가 왜 이러는 거지..."

모든 건 해리에게 책임이 있다. 해리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애인처럼 대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말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너 수업 중에도 집중 못 하던데. 진짜로 해리 고백받아준 거야?"

"뭐??"

"해리만 널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너도 좋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누가, 누가 그딴 소문을 내는 거야?!"

"... 그거야 나도 모르지"

어깨를 들썩이며 자신도 모른다고 하자 말포이는 다른 사람들 눈에도 서로가 좋아하는 사이처럼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드레이코?"

"..."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해리를 이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해리를 설마, 만약 좋아하게 돼버린다면 그것은 말포이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해리 포터의 라이벌인 말포이가 해리가문 자식을 좋아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냐, 난 정상이야. 모든 건 다 포터, 네가 문제라고!"

"드레이코, 왜 그래"

해리에게 익숙해진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럴 수 있는 일인 거니까, 하지만 말포이가 해리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큰 문제였다. 왜냐하면, 말포이는 마법약을 마신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해리가 마법약에서 벗어나게 되면 말포이의 짝사랑은 그 순간 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해리는 말포이를 좋아하고 있지만, 원래의 해리는 그렇지 않았다.

"드레이코!"

"따라오지 마!"

"하지만...!"

"따라오지 말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해리를 피해 빠른 걸음으로 뛰었다. 자신과 말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자 해리가 소리쳤다.

"어제까지만 해도 좋았잖아!"

드라마의 신파극을 보는 듯한 해리의 대사에 말포이는 진저리를 쳤다.

"그래. 네 기준에서는 좋았겠지!"

"드레이코!!"

뒤돌아 해리에게 한소리 한 다음 기숙사 휴게실로 들어갔다. 자신의 방문을 쾅 닫고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흥분을 가라앉히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해리에게 이끌려다니게 된 것도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도 말포이에겐 이제 지긋지긋했다. 처음부터 자신이 해리를 돌봐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해리는 말포이와 마주치자 손을 들어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커녕 쳐다도 보지 않고 해리의 옆을 지나쳤다. 해리는 말포이의 반응에 굳어서 멀어져가는 뒷모습만 바라 볼뿐이었다.

"이제 질린 거야?"

어떻게 또 둘의 모습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베이시가 말포이의 어깨를 툭 치면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거야. 네 남자친구 말하는 거지"

"...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뭔데. 잘만 같이 다니더니 이제 와서 사귀는 건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니지?"

"처음부터 안 사겼거든?!"

"그래...?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

모두가 해리와 말포이가 사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 했다. 말포이는 몰라도 해리 쪽에서는 아예 티를 내며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리가 너 찾던데?"

"해리! 말포이, 여기 있어~"

"말포이, 해리가 찾아"

다른 기숙사 학생들도 말포이의 이름을 외울 정도로 해리가 찾아다녔다. 이젠 해리를 보면 자동적으로 주위를 살펴 말포이가 어디 있는 지 찾는 걸 도와주는 얘들도 있었다.

이젠 해리와 말포이의 관계를 즐기는 친구도 팬도 생겨났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말포이의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잠깐 이야기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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