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4
"그만 돌아가자. 곧 취침 시간이야"
9시가 되어버린 시각에 해리는 빈 도시락통을 챙겨 일어났다. 말포이도 돗자리와 짐을 챙기고 일어나 해리의 뒷자리에 탔다.
"내 빗자루 떨어트리기만 해"
"알겠어. 너 챙기듯이 할게"
"... 마음대로 해라"
호그와트 성으로 돌아온 해리와 말포이는 함께 슬리데린 기숙사로 갔다. 촛불만 있는 복도를 지나 슬리데린 기숙사 문 앞까지 도착해서야 말포이는 멈춰 섰다.
"이제 가. 기숙사 암호 말해야 하니까"
"들어가는 거 보고"
"기숙사 암호 알고 싶은 거잖아!"
"음... 그건 아닌데. 알겠어"
"얼른 가"
해리는 말포이의 손목을 매만지다가 몸을 돌려 천천히 걸었다. 보다 못한 말포이가 해리의 등을 밀었다.
"내일 보자. 드레이코"
"그래"
기숙사 암호를 외치고 안으로 들어갔다.계단을 타고 내려가 휴게실에 도착했다. 휴게실에는 아직 잠들지 않고 체스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며 놀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ㅇ, 어... 말포이"
"와... 왔어"
"응"
다들 말포이가 안으로 들어오자 쳐다보고는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도 해리와 같이 다닌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는 순간부터 슬리데린 친구들은 말포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말포이를 건들지는 못해도 어딘지 떨떠름하게 쳐다보는 표정은 말포이도 알 수 있었다.
"하아..."
말포이는 얘들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며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 옆에 빗자루를 놓고, 양피지와 깃펜, 골든 스니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망토를 풀어 의자에 걸어두고 침대에 앉았다. 친했던 친구들조차 자신을 쳐다보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눈치채고는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은 걸'이라고 말했던 해리의 말이 떠올랐다. 말포이라는 성을 갖게 되어서 기뻤던 어렸을 때와는 달리 '말포이'가 아닌 '드레이코'로 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다음날, 일찍 일어난 친구들과 함께 그레이트 홀로 향했다. 그레이트 홀에 도착한 말포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해리가 아닌 헤르미온느가 뒤에서 말포이를 붙잡아 세웠다. 말포이의 눈치를 보던 슬리데린 친구들은 그레이트 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복도에는 아직 말포이와 헤르미온느 뿐이었다.
"... 뭔데?"
"없어..."
"뭘 말하는 거야. 확실히 말해"
헤르미온느의 손을 떨쳐내고 물었다. 그 모습에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해독약이 없어. 저절로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데!"
"그럼 정확한 지속 시간은? 그것도 모른데?"
"... 그냥 장난삼아 만든 거라서 모르겠데"
위즐리 쌍둥이가 할 법한 말이었다. 말포이는 해리에게 줄 해독약은 없다는 걸 듣자 한 부분으로는 싫었지만, 계속 같이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쁜 이상한 느낌을 느꼈다. 말포이는 헤르미온느와 더 할 이야기가 없었다. 둘은 해리에 대한 주제가 아니라면 원래 대화하던 사이도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말포이를 헤르미온느가 마지막 희망처럼 물었다.
"폼프리부인은...?"
"첫날에 갔었어"
"뭐라고 하셨는데? 치료약이나... 방법이라든지"
"폼프리부인도 억제하는 것 말고는 모르겠다고 하셨어. 그리고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은 갈 것 같다고"
"해리가 이상해진 게..."
"이제 6일 정도 지났으니 아직 한참 남은 거지"
고내에 빠진 헤르미온느는 말포이에게 말했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 그동안은 해리 좀... 부탁할게"
정말로 부탁하기 싫은 사람이 억지로 하는 모습이었다. 해리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손해인 건 오히려 해리 쪽이었다. 지금까지 해리와 다니며 불편했던 건 스킨쉽 뿐이었지 그 외의 것들은 오히려 말포이에게 잘 해주었다. 좋은 곳에도 데려다 주고 선물도 주려고 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할 때 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난 상관없어. 손해 보는 건 어디 까지나 해리포터 쪽이니까"
"네 마인드가 마음에 안 들긴 하는데... 그만 들어가자"
"그래"
말포이와 헤르미온느도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안에는 많은 학생이 있지 않았다. 7시 30분이 되려면 20분 정도 남아있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서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그레이트 홀 안에서 20분이 지날 때까지 친구와 대화를 할 뿐이었다.
"배고픈데 몇 분 남았냐"
"몰라. 그냥 먼저 먹을까"
기다리기 지친 몇몇 얘들은 배고프다며 다른 얘들이 빨리 오거나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랐다. 말포이도 일찍 일어나서 살짝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저번에 나시사가 만들어준 호박 페이스트리를 떠올리며 멍 때렸다.
곧 7시 30분이 되고 뒤늦게 도착한 얘들이 빠르게 자리로 가 앉았다.
"적어도 넥타이는 매지?"
"아, 깜빡해서. 아침 먹고 기숙사 가야겠네"
"어휴..."
멀리서 론과 해리가 자리에 앉으며 헤르미온느의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소문 들었어?”
“...? 무슨 소문”
“글세... 아무도 없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리거나 물건들의 위치가 바뀐데”
“에이, 기숙사 유령들이겠지”
“그래도 좀 섬뜩하지 않아?”
“난 별로”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말포이는 궁금하지 않았다. 해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헤르미온느와 진지하게 대화 중인 듯했다. 말포이가 추측하기엔 아마도 위즐리 쌍둥이에게서 들은 말을 하는 게 아닐까싶었다. 해독약이 없다는 사실을 들은 해리가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했다.
원래라면 그레이트 홀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에 숲으로 온 해리와 말포이였다. 집요정에게 부탁해서 받은 도시락을 챙겨 앉아있었다. 멍하니 호수만 보고 있던 말포이를 보고 걱정이 된 해리가 말포이의 어깨를 건드렸다.
"드레이코? 무슨 생각해?"
"음... 아침에 그레인저랑 무슨 대화한 거야"
"헤르미온느? 나도 너한테 물어 볼 거 있어"
"뭔데?"
"약에 대해서는 우리 둘의 비밀 아니었어?"
해리의 말에 말포이는 생각났다. 헤르미온느에게 마법약을 마셨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해리와 폼프리부인을 만나고 나서는 분명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헤르미온느가 알고 있으니 해리는 이상했을 게 분명했다.
"네가 이야기 했다며"
"어?"
"왜 말했어? 난 해독약 같은 거 안 원해"
"그게..."
"넌 내가 원래대로 돌아가길 원하는 거야?"
"..."
"난 원래대로 돌아가도 널 분명 좋아할 거야"
"그걸 어떻게 장담해"
"난 알아. 내 마음은 진심인 걸"
어째서 본인이 혼나고 있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약을 먹은 것도 해리의 잘못이고 왜 말포이가 해리의 상대가 된지도 의문이었다.
"어쨌든, 이제라도 난 우리 둘 이야기를 남한테 안 했으면 해"
"ㅇ, 아... 알겠어"
해리가 말포이의 턱을 붙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제대로 말해. 우리 이야기를 남한테 이야기 하지 않기로, 그리고 다른 애들이랑 뭘 하든 나한테는 말해줘"
"남한테 이야기 하지는 않을게. 근데 왜 내가 뭘 하든 너한테 말해야 하는 거야? 그건 우리 둘 이야기는 아니잖아!"
"네 행동 하나하나가 날 불안하게 만드니까"
"뭐? 네가 왜 불안해"
"네가 이렇게 방심 투성인데"
해리는 곧 바로 말포이의 입술에 키스했다. 서로의 입술이 닿고 말포이가 벗어나지 못하게 뒷목을 꾹 눌러 긴 키스를 하고 나서 놓아주었다.
"읏...!"
"안 불안하겠어?"
"ㄴ, 너... 너!"
"봐. 진짜 싫었으면 지팡이라도 꺼내 들어야지"
"...!"
말포이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해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내가 불안하다는 거야. 알겠지?"
"떠, 떨어져!"
놀리는 듯한 말투에 말포이가 해리를 떨쳐냈다. 소매를 입술을 닦아내며 소리쳤다.
"... 너 말고는 안 이러거든?!"
"그건 네 생각 아닐까? 나, 너를 좋아하면서 좀 시선이 달라지니까 널 쳐다보는 얘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
"날... 쳐다보는 얘들?"
"그래. 넌 신경 안 쓰니까 모르겠지만. 널 좋아하는 얘들이 꽤 있더라고"
헤르미온느에게 해리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보다 더 화나 보였다.
"그럴 때마다 정말 죽여 버리고 싶어"
"ㅁ... ㅁ, 뭐라고?"
"응?"
"너..."
어딘가 달라 보이는 해리의 모습에 말포이는 움찔했다. 하지만 또 금새 말포이를 쳐다보며 표정을 바꾸고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조심해줬으면 한다고"
"..."
"알겠지?"
"... ㅇ, 알겠어"
머리로는 해리를 제일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란 걸 생각했지만 해리에게 알겠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말포이의 대답에 만족한 해리는 일어났다.
"네가 조심하겠다고 해줬으니까 나도 너한테 신기한 걸 보여주고 싶어서"
"... 또? 뭘 보여주겠다는 거야"
"이번에도 네가 분명 흥미 있어 할 거야. 조금만 기다려. 이거는 가져와서 보여주고 싶어"
"ㅈ, 잠깐만!"
바로 빗자루를 타서 날아오르려는 해리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드레이코가 일어나 손을 뻗었을 땐 해리가 하늘 위로 올라 떠났다.
"ㅁ... 뭐 얼마나 대단한 걸 보여주겠다고 마법으로 가져오면 되는 걸 직접 가져온 데..."
완전 제멋대로인 것도 마법약 때문인 건지 아니면 본인 성격인 건지 생각했다.
"기다렸지!"
숲으로 돌아 온 해리가 이상한 망토 하나를 가져왔다. 하지만 호그와트 학생 망토가 아닌 다른 망토였다. 말포이는 망토를 두르지도 않고, 굳이 들고서 가져온 이유가 궁금했다. 손가락으로 망토를 가리키며 왜 망토를 가져 왔는지 물었다.
"망토는 왜 가져 온 건데?"
"투명망토"
"투명망토?"
"아버지가 나 주려고 했던 거래"
해리는 시범을 보여주듯 망토를 뒤집어썼다. 그 순간 해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포터...?"
주위를 둘러봐도 해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리가 있던 자리에 손을 뻗어 보았지만 닿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망토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어서 말포이는 물어 보고 싶었지만 그 대상은 망토를 쓰고 숨어있었다.
"앗!"
해리가 말포이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어때? 신기하지?"
"그러게... 근데 너 이걸로 나한테 눈 던진 거지"
"어?"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거든"
말포이는 뒤에 있는 해리를 흘겨봤다. 해리가 가져온 투명망토로 호그스미드에서 맞았던 눈덩이는 해리의 짓임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너네"
"..."
말포이가 미소를 지으며 해리에게서 떨어져 당황하는 해리를 쳐다봤다.
"그게... 말이지"
"포터. 일로 와"
"아니, 솔직히! 그때는 좀... 재수 없긴 했잖아...?"
"야!"
말포이가 해리를 때리려고 다가오자 해리는 뒤로 도망쳤다.
"여기로 오라고!!"
"드레이코! 이번엔 봐주라!"
"ㅈ, 잠깐만...! 읏..."
다가온 말포이를 해리가 맞지 않으려고 밀어버렸다. 말포이는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졌다. 해리가 말포이를 일으켜 옷에 묻은 흙을 떼어줬다. 눈썹을 찌푸리며 해리를 쳐다봤다.
"왜 밀어"
"그게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고... 네가 쫒아오니까"
"나와... 나 허리 아파"
"..."
넘어진 것에 집중을 하다 보니 둘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걸 해리를 밀어내려고 할 때서야 눈치 챘다.
"ㄴ, 너무 가까워..."
"아, 그러네"
발그래진 해리의 두 뺨은 말포이도 부끄럽게 만들었다. 해리는 말포이에게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미안. 넘어질 줄은 몰랐어"
"뭐... 됐어. 다친 것도 아니고"
해리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엉덩이와 등에 묻은 것들을 털어내고 나서 손을 놓아줬다.
"네 무기가 이거였구나?"
투명망토를 들췄다. 들춘 부분의 손이 보이지 않자 말포이는 신기하게 바라봤다.
"신기하긴 하다. 네가 학교를 돌아다닐 때 많이 섰겠는 걸...?"
"음... 그렇긴 하지"
"나 이거 줘"
"뭐?"
투명망토를 달라는 말포이에 해리는 곤란해 하며 쳐다봤다. 하지만 말포이는 완전히 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달라곤 안 해. 그렇게 정신머리 없는 놈은 아니거든?"
"ㄱ, 그렇게 생각 안 했어!"
"빌려 달라고. 다음에 한번 쓰고 돌아다니고 싶어"
해리에게서 투명망토를 벗겨 자신이 썼다. 잘 썼는지 확인하고 나서 해리를 쳐다봤다.
"어때? 보여? 아니면 너도 안 보이는 거야?"
"응?"
"네꺼니까. 남들은 써도 네 눈에는 보이는 건가 해서"
"아, 그런 건 아니야"
"흐응... 그렇구나"
망토를 벗어 해리에게 돌려줬다. 망토를 돌려 받은 해리는 망토를 개어 정리했다.
"다음에 같이 쓰고 놀러 가자"
"같이? 어디 가려고"
"밤에 다이애건 앨리에 갈래? 둘이서 간 적은 없잖아 "
"하지만... 들키면"
"걱정 마. 너도 봤잖아. 망토만 쓰면 아무한테도 안 보일 거야"
"..."
정말로 투명망토를 쓰면 안 보이기는 했지만, 숲이야 호그와트에서 너무 떨어져 있지 않아서 용케 들키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거리가 꽤 있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서 가야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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