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11
크리스마스 휴일이 시작되면서 호그와트 학생들 모두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에 가거나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크리스마스 연회를 즐기면 되었다. 원래라면 해리는 올해도 론의 집에서 휴일을 보냈겠지만, 말포이가 자신의 별장에서 함께 보내자고 말했다. 자신의 연인이 함께 휴일을 보내자는 데 거절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해리는 당연히 가능하다며 대답했다. 그렇게 휴일이 시작되는 날 가방에 짐을 챙기고 중앙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휴일 당일, 친구들이 각자의 집으로 떠나기 전에 인사하고 나서 기숙사로 가서 준비했던 가방을 챙겨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말포이에게 달려갔다. 중앙로비에 도착하자 말포이는 이미 가방을 들고 벽에 기댄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는 벅찬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말포이를 끌어안았다.
"드레이코!"
"깜짝아! 뭐야"
"그냥. 좋아서"
꽉 안았던 말포이를 놓아주고 미소를 지었다.
"... 짐은 다 챙긴 거 맞지?"
"응. 뭘 챙겨 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간단하게 챙겼는데 상관없지?"
"가끔 손님들을 별장에 데려가서 구경시켜주기도 하고 재워주기도 하니까 필요한 건 아마 다 있을 거야"
"아마?"
"그거야 내가 별장을 관리하는 게 아니니까 모르지"
"그럼 누가 관리하는데?"
"몰라? 별장 관리인이 따로 있는 것만 알아"
"별장 관리인??"
"응. 우리 가문이 갖고있는 별장이 한두 개가 아니야. 그걸 다 우리가 관리할 수는 없으니까"
"..."
"일단 얼른 가자.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순 없으니까"
말포이의 별장으로 가기 위해 호그스미드에서 플루가루를 이용하기로 했다. 호그스미드로 이동 중 해리는 말포이에게 별장에서 노는 것을 루시우스와 나시사가 허락을 해주었는지 물었다.
"그런데 너희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셨어?"
"친구들이랑 보낼 거라고 하니까. 그렇게 하라고 말하셨어"
"정말? 나 그냥 친구야?"
"... 그럼 뭐라 말해야 했는데"
"넌 위즐리네에 가려고 했다며"
"응. 원래는 론네 집에 가기로 했는데... 네가 나랑 같이 있고 싶다는 데 당연히 네 옆에 있어야지"
"왜?"
해리는 말포이가 자신에게 묻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 뭐라고?"
"위즐리보다... 내가 더 좋은 거지? 그렇지?"
"..."
자신을 더 좋아한다고 대답해주기를 바란 것 같지만, 해리는 친구와 자신의 애인을 비교하지 않고 동일하게 좋아한다. 하지만 옛날의 해리라면 비교하지 않고 둘 다 동일하게 소중하다고 말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분명 해리는 친구들보다 말포이가 더 좋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해리가 대답을 하지 않자 말포이는 눈썹을 찡그리고 쳐다봤다.
"왜 대답이 없어"
"당연히 널 더 좋아하지"
"대답이 늦었어"
"진짜야. 하지만, 음... 알잖아. 난 모두 평등하게 좋아한다고"
자신을 더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던 말포이는 금세 짜증을 냈다.
"야 그런 게 어디 있어!"
"너는? 너도 날 좋아하는 것만큼 가족이나 친구 좋아할 거 아니야"
"아니거든! 난 부모님 빼고 널 제일 좋아하거든?!"
씩씩거리며 크게 말한 말포이는 흠칫 놀랬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듣고 쳐다봤기 때문이다. 본인도 이런 말을 해야 할 장소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민망해져서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해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말포이에게 다가갔다. 말포이는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다시 말해줘"
"쪽팔리니까. 빨리 가자. 가방도 네가 들어!!"
"같이 가!"
이를 꽉 물고서 말하고서 말포이는 털모자를 푹 눌러쓴 채 뛰어가 버렸다. 해리는 말포이가 놓고 가버린 가방을 챙겨 말포이를 뒤따라갔다. 말포이와 해리는 함께 플루 네트워크가 있는 가게로 향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돈을 낸 다음 말포이와 해리는 플루가루를 이용해 별장으로 갔다. 여전히 익숙해지지는 않는 감각에 인상을 찌푸리며 해리가 벽난로에서 나왔다. 벽난로 안에서부터 연기가 폴폴 거리며 날리자 해리는 콜록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케... 켁"
"윽... 나도 별장에 오는 건 오랜만이라서"
"ㅇ, 우리 일단 저쪽으로 좀 가자"
해리는 말포이의 손을 붙잡아 벽난로에서 멀어졌다. 연기가 점점 옅어지고 방안이 자세히 보였다. 방안을 둘러보자 더즐리네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앤티크하고 빈티지한 가구들로 인테리어 되어있었다. 벽지는 어두운 녹색으로 방 전체에 차분한 느낌을 더했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경하고 있던 해리의 손등을 톡톡 건드렸다.
"...?"
"연기 다 사라졌어. 일단 짐 정리하게 방 밖으로 나가자"
"어, 그러자"
방 밖으로 나와 말포이가 안내하는 방으로 향했다. 말포이는 문앞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안에서 금색 열쇠를 꺼내 방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까 벽난로에서 나온 방보다 더 비싸 보이는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다. 큰 침대 하나에 침대 틀은 밤나무로 캐노피는 호두나무로 되어있었다. 캐노피 천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계속 만지고 싶게 하는 재질이었다. 말포이는 한쪽에 갖고 온 가방을 내려놓고 안에 있는 짐들을 꺼내 정리하고 있다가 캐노피 천을 계속 만지고 있는 해리를 발견했다.
"그건 왜 계속 만지고 있어?"
"부드러워서. 계속 만지게 되네"
"그래? 우리 집에는 더 부드러운 것도 있어"
"...?"
"아, 벨벳으로 된 잠옷도 있거든. 그건 내가 인정할 정도로 엄청 부드러워"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이어 말포이는 자신의 잠옷부터 해서 책 몇 권과 교과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해리도 간소한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나서 장갑과 목도리를 벗었다. 그때 말포이는 아직 벗지 말라며 밖으로 나갈 거라고 말했다.
"밖에?"
"응! 우리 별장엔 밖에 볼 것들이 더 많아"
"음..."
사실 그저 따뜻한 코코아를 들고서 말포이와 나란히 앉아 대화하거나 체스를 하는 상상을 했기 때문에 해리는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자신의 별장을 소개할 생각에 살짝 들떠있는 듯한 말포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벗었던 장갑과 목도리를 다시 입었다.
"별장 주인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지"
해리도 자신의 가방에 있던 잠옷과 잡다한 것들을 서랍에 정리하고 나서 말포이를 쳐다봤다.
"다 정리했어"
"그러면 이제 우리 별장 투어할 준비는 됐어?"
"투어? 투어를 할 정도라고?"
"당연하지! 우리 별장에 구경할 게 얼마나 많은데. 하루 종일 봐도 시간이 모자랄 거야"
반짝이는 눈빛으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대된다며 해리와 말포이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방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기 전, 말포이가 먼저 보여준 건 가족사진이었다. 중앙 계단 벽에 엄청 커다란 크기에 액자의 사진에 감탄했다. 말포이가 중간에 서 있고 그 옆을 루시우스와 나시사가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론의 집에서 보던 따뜻한 느낌의 가족사진은 아니었지만, 사진 속 말포이는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엄청 크지?"
"그러게. 이렇게 큰 사진은 호그와트에서만 본 것 같은데"
"아버지가 주문제작으로 만드신 거야"
주문제작이라는 말에 새삼 사진의 액자가 고급스럽게 보이긴 했다.
"정원으로 가자"
말포이는 해리의 손을 잡고 별장 입구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하늘에서 가랑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하늘 내리고 있는 눈에 새소리도 들리지 않아 둘만이 세상에 남은 느낌을 받았다.
"정원 왼쪽은 미로처럼 되어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분수가 있어"
"미로?"
"응. 내가 어릴 때 미로에 들어갔다가 출구를 찾아서 나오는 걸 좋아했거든. 그래서 매번 들어갈 때마다 출구가 다르게 만들어주셨어"
"그런 게 돼?"
"못 믿겠으면 그냥 따라와!"
말포이를 따라가자 정말 이야기한 대로 풀로 되어있는 미로가 있었다. 상당히 규모가 커서 해리가 상상했던 어린 말포이가 과연 탈출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말포이는 웃으며 해리에게 물었다.
"한번 내기할래?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좋아. 뭐든 들어주는 거야?"
"... 뭐든 들어주는 걸로"
말포이는 지팡이를 꺼내 미로에 갖다 댔다. 그 즉시 미로의 입구가 두 개로 만들어졌다.
"출구는 하나야. 누가 먼저 나오는지 해보자고"
결의를 다진 말포이와 동시에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둘이 안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풀의 높이는 날아서 봐야 할 정도로 높아졌다. 생각보다 진지하게 된 해리는 오른손 법칙을 써서 탈출하기로 했다. 덤불 미로의 벽을 손으로 짚은 다음 오른쪽 방향으로만 걸어갔다.
오른쪽으로 걷다 네 갈래 길이 나오자 잠시 멈칫했다. 움직이는 선택을 해야 할지 아니면 소신대로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놀래켜 줄까 하는 마음에 발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휙 돌자 말포이와 부딪혔다.
"악!!"
"괜찮아?"
"뭐야"
"미로 안에서 다른 사람이랑 만나는 것도 가능해?"
"나야 모르지. 나도 다른 사람이랑 같이 미로에 들어 온건 처음이라고"
말포이는 부딪힌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며 해리를 왼쪽으로 밀었다.
"넌 저리 가. 난 여기로 갈 거니까"
"뭐? 잠깐! 나 오른쪽으로만 가고 있었는데!"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나 먼저 간다"
"드레이코!"
빠르게 가버리는 말포이의 뒷모습에 해리는 붙잡지 못하고 결국 말포이가 밀어버린 쪽으로 갔다. 생각보다 미로 안은 체감상 넓었고, 출구를 찾기 힘들었다. 마침내 출구를 발견한 해리는 기쁜 마음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숨을 내뱉으며 나오자 말포이는 이미 팔짱을 끼고서 해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너무 늦은 거 아니야?"
"... 얼마나 기다렸는데?"
"5분은 된 것 같아. 내가 이 미로 안을 몇 번이나 돌아다닌 줄 알고 덥석 내기를 받은 거야"
"난 내가 잘할 줄 알았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아까 만났을 때 내가 가던 길로 계속 갔으면 내가 이겼다고"
"어쨌든 내가 이겼으니까. 소원권은 내꺼야"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해리를 바라봤다. 신이 나보이는 모습에 해리는 항복하듯이 두 손을 들었다.
"그래, 내가 졌어. 그래서 무슨 소원을 쓸건데?"
"지금은 안 쓰고 나중에, 정말 필요한 순간에 쓸 거야"
"그런 게 어디있어"
"여기 있지. 자, 얼른 분수로 가자"
"야! 잠깐. 소원 말하라니까?"
둘은 옆 분수가 있는 쪽으로 갔다. 하지만 미로처럼 신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청 비싸 보이지도 않는 평범한 분수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포이에게 물었다.
"분수는 호그와트에도 있잖아"
"그래. 평범한 분수라면 보여주려고 오지도 않았지"
"그러면 뭐가 특별하다는 건데?"
"잠깐 기다려 봐. 여길 이렇게 건드리면"
지팡이로 분수 중앙을 툭 치자 분수에서 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 초콜릿이 흘러나왔다.
"이것도 내가 좋아해서 이렇게 만들어주셨어"
"와! 초콜릿 분수라니. 그것도 개인용"
"... 너 약간 말투가 놀리는 것 같다?"
"전혀 아닌데"
초콜릿 분수를 자랑하려고 보여주는 모습이 아이 같으면서도 귀여워 보여서 해리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고 있었다. 말포이는 손을 떼어보라며 웃고 있는 거 맞지 않냐며 짜증 냈다.
"흥... 어쨌든. 이런 분수도 있고, 전에 말했던 공작새도 여기에 있었어"
"공작새? 아~ 하얀 공작새 말했었지"
"응. 근데 저번에 왔을 때는 안 보이더라고"
말포이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며 찾아봤다.
"찾아보려고? 못 찾을걸?"
"그래도 그렇게 계속 말할 공작새면 보고 싶긴 해서"
내친김에 더 안쪽으로 들어가 찾아봤다. 안 보일 거라며 포기하라는 말포이의 말과는 다르게 하얀 공작새는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뒤에 있는 작은 방 뒤편으로 가자 그곳에 거짓말처럼 공작새가 있었다.
"이 새 아니야?"
"뭐? 찾았어? 어디"
"여기!"
반대쪽에서 찾고 있던 말포이가 해리 쪽으로 왔다. 전에 별장에 왔을 때 못 찾았다던 말포이는 공작새를 보자 놀랬다.
"진짜네?! 전에 말했던 공작새야. 정말 깃털이 새하얗지?"
"그러게. 눈이 쌓인 것처럼 보여"
"만져 볼래? 순해서 괜찮아"
"정말?"
머뭇거리는 해리에 말포이는 보란 듯이 공작새를 향해 손을 뻗어 쓰다듬었다. 공작새는 말포이의 손길을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진짜네"
"안 믿은 거야?"
"살짝. 와... 엄청 부드럽네"
공작새를 쓰다듬자마자 캐노피와는 또 다른 촉감의 부드러움에 해리의 눈이 빤짝거렸다.
"... 부드러운 거 좋아해?"
"응? 아, 전에는 몰랐는데. 정말로 그런가 봐"
"..."
말포이는 입술을 짓이기며 눈을 굴리며 아주 작게 말했다.
"내... 머리카락도 부드러운데"
"...!"
"아니, 그렇다고... 그냥 좋아한다길래"
짐을 정리했던 방으로 돌아와 안에 입었던 터틀넥만 남겨 둔 채 두꺼운 옷을 벗어 한쪽에 걸어뒀다. 이후로 전시장처럼 무슨 보석이나 조각상 같은 것들을 줄 세워서 전시한 방이나 도서관처럼 책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곳도 있었다. 말포이의 말대로 별장엔 구경할게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배고파진 둘은 점심도 챙겨 먹은 다음 침대에 누워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서도 말포이와 헤어지지 않아도 괜찮고, 함께 같은 침대 위에 누울 수 있다는 사실이 해리에게 너무 행복했다. 론의 집에서 지낼 때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 같아 물론 행복했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과는 별개의 행복이었다. 말포이와 침대에서 말포이의 앨범을 보고 있었다. 사진 속 복숭아처럼 보이는 말포이를 보면서 어린 말포이가 얼마나 귀여웠을지 상상이 되었다. 한장 한장 넘기며 사진들을 봤다.
"근데 앨범이 왜 별장에 있어?"
"아, 집에서도 자주 보진 않으니까. 그리고 이 방은 내 비밀기지? 내가 좋아하는 물건 같은 건 다 여기다 두거든. 그래서 이 방 열쇠는 나한테만 있어"
말포이는 이 방으로 들어올 때 가방에서 꺼냈던 키를 들어 해리에게 보여줬다.
"그래? 그래도 필요한 게 별장에 있으면 왔다갔다 불편하지 않아?"
"응. 플루로 금방 왔다갔다하니까. 딱히 불편한 건 없어"
말포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앨범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 이건 언제 찍은 거야?"
"응? 어떤 사진"
"이거.
"아~ 아버지 따라갔다가 찍은 거야. 어딘지는 기억 안 나는데"
"흐음..."
이제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말포이는 자신이 먼저 씻겠다며 앨범을 계속 보고 있던지 아니면 별장을 돌아다녀도 좋다고 말했다. 해리는 말포이가 씻는 동안 별장을 돌아다니지 않고 앨범을 계속 봤다. 자신이 모르는, 호그와트 이전의 말포이는 어땠을 지 내심 궁금해졌다. 해리가 과거로 갈 수도 그렇다고 말포이가 다시 어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상상으로나마 해리는 어린 말포이를 만나면 무슨 대화를 나눌지 생각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앨범이 거의 끝장에 다다랐을 때 말포이가 어깨에 수건을 걸친 채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말포이의 머리카락이 다 젖어서 바닥에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해리는 침대에 앨범을 놔두고 일어났다.
"다 씻었어. 너도 씻어"
"바닥에 물 다 떨어지고 있잖아"
어깨에 걸친 수건을 가져가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냈다.
"어차피 마를 거잖아"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앉아. 닦아줄게"
"...? 마법으로 하면 되지"
"머글 세상에서는 엄마가 다 안 마른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닦아주거나 하거든"
"그래서 지금 네가 내 엄마고 내가 네 아들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아빠지. 여기로 와"
해리는 침대에 앉아 다리를 벌려 앉으라는 듯이 손으로 탁탁 쳤다. 말포이는 살풋이 웃으며 해리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네. 아빠 열심히 닦아줘 봐요"
"걱정 마. 어렸을 때부터 내가 손재주는 좋거든"
"못 닦기만 해"
목에 걸쳐있는 수건을 들어 말포이의 머리카락을 아래부터 천천히 닦아냈다. 해리의 손길에 기대며 점점 해리 쪽으로 힘이 실렸다. 거의 해리에게 기댄 자세가 되자 해리의 티셔츠가 점점 젖기 시작했다.
"드레이코, 들러붙는 건 좋은데. 나... 옷이 점점 젖어"
"뭐?"
"크흠..."
눈을 감고 있던 말포이가 해리에게서 몸을 일으켰다. 해리의 왼쪽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게 내가 마법으로 한다니까"
"아니, 내 티셔츠고. 어차피 갈아입을 거니까. 상관없는데"
장에서 일어난 말포이는 해리가 들고 있는 수건을 뺏어 가져갔다.
"나머진 내가 닦을게. 너도 씻으러 가"
"진짜 괜찮다니까... 알겠어. 금방 갖다 올게"
해리가 샤워실로 간 동안 말포이는 지팡이를 꺼내 머리를 뽀송하게 만들고 해리를 기다리며 침대에 앉아서 호그와트에서 읽다가 만 책을 꺼내 읽었다.
따뜻한 물로 씻고나온 해리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싼 채로 침대에 뛰어 누웠다. 책을 읽고 있던 말포이가 경악을 하며 침대에서 밀었다.
"으으! 완전 푹신하다"
"나한테는 물 떨어진다고 뭐라 하더니!"
"그래서 수건으로 머리 감싸서 누웠잖아"
"그럼 나도 그렇게 했으면 됐잖아. 왜 나는 닦아 줬는데?"
"그 거야 해 주고 싶었으니까, 그랬지"
말포이는 읽고 있던 책을 덮어 서랍장 위에 놓았다. 해리를 따라 누운 다음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해리를 바라봤다. 둘은 서로를 바라봤고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바라봤다 멍 때리며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었지만, 해리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호그와트에서는 모든 친구와 교수님들이 해리를 바라보는 이상적인 영웅적인 모습 때문에 이렇게 조용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오랜만에 이었다.
"드레이코, 좋다"
"... 뭐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랑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거"
해맑게 웃으며 말포이의 손을 잡았다. 이불로 얼굴이 가려져 있어 두 뺨은 볼 수 없었지만, 말포이의 붉어져 있는 귀 끝을 볼 수 있었다. 귀 끝이 붉어진 것마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너랑 평생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싶어"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 사랑해, 해리"
포근한 침대 위에서 둘은 이 순간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며 불을 끄고 함께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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