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medicine 7

"우리끼리만 알기로 했던 거, 취소해야겠어. 마법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해. 그래야 해리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다들 이상하게 생각 안 하지"

말포이는 헤르미온느의 말에 뭐라 대답할 입장이 아니었다.

"너도, 해리가 효과가 풀리고 나서 어떤 선택을 하던 널 좋아하지 않으면 네 마음 정리 해. 원래 싫어했잖아"

"..."

"너도 마법약을 먹은 걸로 하자. 너도 피차일반이잖아"

"그래. 이해했어"

"좋아. 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내가 해결 할 거니까"

헤르미온느의 말에 말포이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헤르미온느가 말했던 행동을 벌써 실천으로 옮겼는지 호그와트 내는 말포이의 등장에 어수선해졌다. 다들 아침은 먹지 않고 말포이의 앞에 모였다. 학생들 때문에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학생들의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말포이, 그럼 너도 마법약에 미쳐있는 거야?"

"그러게. 둘이 같이 손잡았는데... 해리만 마법약 먹은 건 아닐 거잖아"

"근데 도대체 무슨 약을 먹으면 서로 사랑에 빠진 데...? 사랑의 묘약 같은 건가?"

"위즐리네가 만든 약이면 뭐..."

이제 모두가 그동안 해리는 미치지 않았고, 마법약에 의한 상태였다는 게 알려졌다. 해리와 드레이코의 팬은 몇몇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해리와 친했던 친구들은 역시 마법약 때문이었다며 말했다. 스스로들 납득하고 밥을 먹으러 간 학생들에 말포이는 겨우 자리에 앉았다.

"..."

"드레이코"

"...! 해리. 여기엔 왜 앉아!"

"왜? 앉으면 안 돼?"

흥분하지 않으려고 감정을 가라앉히고 있던 말포이 앞에 해리가 앉았다. 깜짝 놀란 말포이는 화제의 인물이 동시에 같이 있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건... 아니지. 그래, 같이 먹자"

"응. 오늘 맛있는 거 나오니까 많이 먹어"

밥은 너무나 맛이 있었지만, 말포이의 입 안으로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둘을 쳐다보는 시선들은 마치 예언자 일보의 기자가 같은 눈빛 때문이었다. 깨작거리며 먹고 있으니 해리는 포크를 내려놓고 물었다.

"왜 그래?"

"어?"

"아니, 안 먹고 있길래"

"아... 그냥. 오늘은 입맛이 없네"

말포이도 해리를 따라 포크를 내려놨다. 어제보다 더 줄은 말포이의 음식 양에 해리는 얼굴을 찌푸리고 바라봤다.

"계속 적게 먹으려는 건 아니지? 먹는 양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진짜 입맛이 없어서 그래. 너도 안 먹고 있잖아"

"..."

헤르미온느가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말한 걸 알게 됐지만,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같이 이야깃거리에 올라간 말포이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해리를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지만, 모두는 마법약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모두 동물원 속 원숭이를 보듯이 말포이를 대했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해리를 좋아서 하는 게 아닌 남에게 그렇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밥을 먹지 않고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자 해리가 말포이의 코앞에서 핑거 스냅을 해서 정신을 차리게 했다.

"드레이코"

"...?"

"네가 안 먹으면 나도 안 먹어"

"뭐?"

옆에서 대화를 주워 듣던 둘의 팬은 꺄악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들었어? 말포이가 안 먹으면 안 먹겠데"

"역시... 포터는 말포이를 사랑해"

"어떡해. 말포이가 포터 말 듣고는 먹을 지 고민하나 봐~"

말포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둘만 있을 공간도 거의 사라진 마당에 대놓고 쳐다보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

"나도 먹을 테니까, 너도 먹어. 이번엔 저번처럼 안 넘어가, 드레이코"

"ㅈ, 잠까ㄴ...!"

자신의 그릇에 있던 칠면조 다리의 살코기를 뜯어서 말포이의 입 안에 넣었다. 갑자기 들어온 음식을 억지로 삼켜 막힌 목을 손으로 감쌌다. 말포이는 해리를 노려보며 기침을 내뱉었다.

"ㅋ, 콜록!! 크헉"

"미안! 괜찮아? 여기 이것 좀 마셔"

해리가 건네 준 호박 주스를 급하게 마셨다. 한결 나아진 답답함에 숨을 뱉었다. 해리의 행동에 금세 주위의 시선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게 됐다. 해리가 말포이의 옆자리로 넘어와 등을 두드려줬다.

"이제 괜찮아졌어?"

"... 죽는 줄 알았거든?"

"난 조금이라도 더 먹인다는 게... 자, 이번엔 조금만 떴어"

자신에게 다시 내미는 숟가락에 먹어야 할지 망설인 말포이는 해리가 주는 대로 받아 먹었다. 오랜만에 배가 터질 정도로 먹은 말포이는 더 이상 먹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나서야 해리는 숟가락을 내려놨다.

늦은 저녁, 옷을 갈아입은 다음 평소와 같이 해리를 만나러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어서 고요한 호그와트는 교수님에게 몰래 나온게 들킬까봐 두근대는 말포이의 심장소리로 가둑 채웠다. 아직 오지 않은 해리에 근처 기둥에 몸을 기댔다. 원래라면 자신보다 더 일찍 와서 기다렸을 해리가 보이지 않아 조마조마했다.

"..."

그냥 방으로 돌아가야 할지 생각할 때 해리가 말포이를 향해 뛰어왔다. 달려온 해리는 말포이의 앞에 멈춰 서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많이 기다렸어? 금방 나온다는 게"

"많이 기다린 건 아닌데. 매일 밤 이렇게 나오는 건 쉽지 않지. 난 너처럼 투명 망토도 없다고"

"미안, 얼른 가자"

"오늘은 어디 가려는 데?"

"내 방에 가려고"

"뭐라고... 네 방?"

"왜? 오늘 날이 많이 추워서 방 안에서 놀려고"

"잠깐만, 지금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가자는 거 맞지? 그것도 네 방"

"응"

"미안한데. 그 방에 너 말고도 네 룸메이트가 있잖아"

말포이는 자신의 방에서 놀자는 말에 바로 해리의 룸메이트가 떠올랐다. 해리의 방에 놀러 간다면 분명 모두 싫어할게 뻔했다.

"어... 그렇긴 한데, 이해해줄 거야. 너랑 내가 사귄다는 건 다들 알게 됐잖아"

"그렇긴 하지"

"갈까?"

"... 네 마음대로 해. 문제 생기면 미래의 네가 해결해주겠지"

해리와 말포이는 손을 마주 잡고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향했다. 7층으로 올라온 해리와 말포이는 뚱보 여인의 초상화에 멈춰 섰다. 뚱보 여인은 다른 곳으로 놀러 갔는지 초상화 안에서 보이지 않았다.

"어디 놀러 갔나?"

"뭘 찾는 거야"

"아,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암호를 말해야 하거든"

"... 그리핀도르는 기숙사 한번 들어가기 힘드네"

"어... 음, 잠시만"

다른 초상화로 가서는 뚱보 여인을 찾아다녔다. 가만히 서서 해리가 해결하기를 기다리던 말포이는 뚱보 여인이 사라진 초상화를 들었다. 위아래로 흔들더니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드레이코...?"

머리 위로 들고 있던 초상화에 반응이 없자 그대로 바닥에 내려 던지려고 했다.

"안 나타나면 부숴버려요?"

"ㅈ, 잠깐만!!"

바닥에 초상화를 내려치기 전에 근처에 있던 초상화에서 튀어나온 뚱보 여인이 말포이를 말렸다.

"뭐 하는 거야!!"

"네? 저는 그냥 그림인 줄 알았죠. 대답이 없길래"

"... 호그와트에서 초상화를 부수려던 사람은 네가 유일할 거다"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으윽, 얼른 제자리에 돌려놔!"

말포이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뚱보 여인의 말에 싱긋 웃고 초상화를 제자리에 돌려놨다. 씩씩거리며 흥분해있는 뚱보 여인 앞으로 해리가 다가와 기숙사 암호를 말했다.

"요정의 불빛"

"... 들어가. 슬리데린 학생이 그리핀도르 휴게실이라니. 쯧쯧쯧"

암호를 들은 뚱보 여인은 문을 열었다.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는 말포이와 해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계속해서 툴툴거렸다. 말포이는 뚱보 여인을 향해 혀를 내밀어 약 올리고는 해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진짜로 부수려고 했어...?"

"아니. 부수는 척만 하려고 했어"

해리의 물음에 살짝 장난기가 섞인 미소를 짓고는 그리핀도르의 기숙사 휴게실을 둘러봤다. 전체적으로 슬리데린과는 다른 따뜻하고 조금 지저분한듯한 느낌의 기숙사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우리 기숙사랑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 조금 지저분... 하기도 하고"

"... 방에 들어가면 더 놀라겠네. 이 쪽이 우리 방"

방에 도착하자 해리가 문을 천천히 열었다. 방 안에는 이미 골아 떨어진 친구들의 코 고는 소리가 환영하고 있었다. 해리는 말포이의 손을 잡아 자신의 침대로 향했다. 먼저 침대 위에 올라가더니 가쪽으로 가서 말포이의 자리를 만들고 손바닥으로 자리를 두드렸다.

"앉아. 지저분해도... 봐줘"

해리의 옆에 앉은 말포이는 침을 삼켰다. 해리와는 늘 같이 있었지만, 침대 위같은 좁은 공간에 같이 붙어 앉은 적은 없었다.

"잠시만"

말포이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더니 침대 아래로 손을 뻗어 선물 상자를 꺼냈다. 빨간색 포장에 초록색 리본으로 묶인 상자를 말포이에게 건넸다.

"선물이야. 나 만나고 싶을 때마다 이거 쓰고 찾아와"

"이게 뭔데"

리본을 풀어서 상자 안에 든 것을 확인 했다. 상자 안에는 해리의 투명 망토가 가지런히 접혀있었다.

"이걸 준다고? 네 아버지가 주신 거라며"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준 것처럼 나도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 주고 싶어서"

"..."

"받아줄 거지?"

가만히 투명 망토를 바라봤다. 해리에게 어떤 의미가 담긴 선물인지 말포이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나야 당연히 받을 거지. 너나 후회 하지 마"

"그럼. 네가 잘 써주면 더 좋아. 자주 날 보러 오는 것도 좋고"

해리가 말포이를 쫓아다닌 지도 3주가 넘었다. 언제 원래대로 돌아 올지 불안했던 것도 잊고 해리와 붙어다니는 걸 계속 이어 나갔다.

무거운 몸에 아침부터 일어나기 힘들었던 말포이는 수업 내내 집중하기도 어려워했다. 오전 수업을 다 들었을 때는 머리가 지끈거리고 재채기도 나왔다. 점심을 먹기엔 너무 힘들어 말포이는 폼프리 부인을 찾아갔다. 코를 훌쩍이며 폼프리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했다.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그래? 어디 한번 상태가 어떤 지 말해보렴"

"몸도 으슬거리고 눈꺼풀도 무거워요. 잠시만 쉬다 갈래요"

"흠..."

폼프리 부인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고민하다가 코를 훌쩍이며 눈을 깜빡거리는 말포이를 보고는 잠시 쉬었다가는 걸 허락했다.

"하지만 오후 수업은 들어야 해"

"네. 점심때까지만 쉴게요"

폼프리 부인은 근처에 있던 침대를 가리켰다. 드레이코는 잘 쉬어지지 않는 숨을 들이마시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으음..."

얼마나 잤는지 땀 때문에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고, 셔츠가 등에 붙어 불편했다. 잠결에도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이부자리를 뒤척였다. 어깨까지 덮었던 이불을 내려 셔츠의 위 단추 몇 개를 풀고 다시 자려고 했다. 막상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니 땀이 바람에 닿으며 추웠고, 다시 덮으니 또 땀이 났다.

"... 으, 으으"

결국 눈을 뜬 말포이는 목에 난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몸을 일으켰다. 등까지 땀이 나버려서 에바네스코를 외치고 싶었지만 지팡이를 들 힘도 없었다. 폼프리 부인에게 후추를 잔뜩 뿌린 마법약이라도 달라고 할까 싶었다.

힘없이 눈을 깜빡이며 살짝 커튼을 걷었다. 폼프리 부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보이지 않자 말포이는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아직 오후 수업이 시작하기 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은 것 같았다. 다시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은 그 순간 누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말포이는 귀를 기울였다. 문이 쾅 열리고 말소리가 들렸다.

"누가 있나 본 데?"

"그게 중요해? 얼른 침대에 눕혀"

"조심해!"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누군가를 침대에 눕혀두고는 초조해하며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말포이는 누가 왔는지는 몰라도 얼른 여기서 나가길 바랬다.

"으으... 론?"

"해리! 괜찮아?"

"ㅇ, 어... 헤르미온느?"

세 명의 이름에 말포이의 눈은 번쩍 떠졌다. 아팠던 머리고 말끔해지듯이 해리가 누워있는 침대에 집중했다. 해리는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더니 흔들리는 눈빛으로 헤르미온느와 론을 바라봤다.

"근데 여기... 어디야?"

"병동이야. 네가 수업 듣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내가? 쓰러졌다고?"

"응. 기억 안 나?"

"... 안 나. 내가 왜 병동에 있는 거야? 그리고... 머리가 너무 아파"

자신이 보지 않은 사이에 해리가 쓰러졌다는 말에 말포이는 놀랐다. 얼른 커튼을 걷어 해리에게 가고 싶었다. 몸을 일으켜 커튼을 걷을 때 해리가 말했다.

"나, 무슨 마법약을 마셨던 것 같은데. 그러고는 기억이 안 나. 지금 며칠이야?"

"..."

말포이의 몸은 해리의 말에 바로 멈칫했다. 커튼을 걷던 손도 멈추고 놓았다. 직감적으로 해리가 원래대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손이 떨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며칠이냐고? 그날 말하는 거 맞지. 너 혼자 먼저 기숙사 돌아간 날"

"응. 헤르미온느는 도서관 간다고 했고, 너는 잠시 어디 들렸다가 온다며"

"... 그러면 말포이는"

"...? 말포이? 그 이름이 왜 나와?"

론이 해리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흥분한 채 물었다.

"네가 말포이 좋아한다며. 나한테 그 자식 욕도 하지 말라면서 그랬잖아!"

"ㄱ. 기억 안 나. 내가 그런 말을 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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