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medicine 6

마침내 해리의 앞에 나타난 말포이는 다급하게 말했다. 해리는 갑작스러운 말포이의 등장에 당황하긴 했지만, 자신에게 말을 걸어줘서 금방 기쁜 표정으로 바라봤다. 말포이를 꽉 끌어 안았다가 놓았다.

"이제 화 풀린 거야?"

"기다려. 저 쪽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

"잠깐...!"

말포이가 해리의 손을 붙잡고 잡아 당겼다. 말포이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말했다.

"나 너무 두근거리는데. 이거 사랑의 도피 같은 거 맞지?"

"아니거든...?! 그냥 조용히 좀 하고 따라 와 줄래?"

"오... 알겠어"

놀란 눈으로 쳐다본 말포이가 지팡이를 꺼내 위협을 했다. 하지만 해리의 눈에는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포이의 요구대로 조용히 따라온 해리는 구석진 곳에 도착했다. 말포이는 침을 한번 삼키고 해리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마음을 단단히 먹은 채, 두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 한번만 이야기 할 거니까, 제대로 들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말포이의 말에 먹이를 기다리는 강아지 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널 좋아해"

말포이는 차마 해리의 표정을 보며 말할 수 없어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환호하는 소리가 들릴 줄 알았더니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꽉 쥐고 있던 손의 힘이 풀리며 말포이는 살며시 감았던 눈을 떴다.

말포이가 맞이한 건 경멸하는 해리가 아닌 활짝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에 말포이도 긴장이 싹 풀렸다. 

"근데... 네가 지금 약을 먹어서 나를 좋아하잖아"

뭐? 아니야! 이야기 했잖아.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 그래. 지금의 너는 그렇겠지"

해리의 말을 듣고는 몸에서 힘이 풀리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떨고 있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붙잡고 해리에게 물었다.

"지금의 너는... 나를 좋아하지...?"

"널 사랑해. 드레이코"

"얼마만큼, 얼마만큼 날 좋아해?"

물론 해리가 자신에게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불안정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해리의 대답이 몇 번이나 듣고 싶어서 자꾸만 물어보게 됐다. 해리는 말포이를 안으려 벌렸던 팔을 내리고 말포이를 바라봤다.

"날... 얼마나 좋아해줄 수 있어?"

"... 그게 무슨 뜻이야"

"마음은 확인 시켜줄 수도 없고 확인 할 수도 없어. 그렇지만... 네가 날 약 효과가 없어져도... 좋아할 거라고 말해줘"

해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해리를 바라본 채 눈물을 흘리면서도 희망을 바라는 모습은 가여웠다. 말포이의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끌어안았다. 등을 토닥이며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 드레이코, 물론이지. 널 좋아할게. 평생토록"

"부족해. 나한테는 부족하다고... 네가 날 평생 좋아한다는 믿음이 턱 없이 부족해, 해리"

"네가 만족할 때까지 말해줄게. 널 사랑한다고"

"... 더 말해줘. 더 듣고 싶어"

"드레이코, 널 사랑해. 그 누구보다 널 사랑하고 있어"

남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처음이었다. 부모님 앞에서도 잘 울지 않게 되었던 말포이였지만, 해리의 품에 안겨 엉엉 운 말포이는 애처럼 코를 찡그렸다.

"다 울었어? 이제 뽀뽀해도 되는 거지?"

"그걸 말하고 해?"

"한번 허락하면 만날 때마다 할 건데"

"...무드 없어. 해달라고 말하는 건데, 모르겠어?"

품안에서 고개를 들어 해리와 마주봤다. 서로 눈을 감고 짧은 키스를 나눴다. 곧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 말포이는 자신이 울었다는 게 부끄러워 해리 품에서 벗어났다.

"ㄱ... 그만 돌아가자. 아직 오후 수업 남았으니까"

"그래. 사랑해"

"... 나도 사랑해"

귀가 빨개진 말포이를 보고 살며시 웃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해리의 말에 작게 속삭이듯 대답한 말포이는 해리와 손을 잡고 돌아갔다.

말포이는 해리를 만날 때마다 같이 있는 시간은 길어졌다. 수업을 할 때도 항상 서로를 바라봤고, 그레이트 홀에서도 해리와 눈만은 마주보면서 밥을 먹었다.

"야, 눈 뚫어지겠다. 밥이나 먹어"

"신경 꺼"

"와... 이제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한 거는 생각 해봤냐"

"뭐"

베이시가 말포이의 어깨를 툭 쳤다.

"뭐긴. 전에 말했던 거"

"안 한다고. 그냥 조용히 밥이나 먹어라"

"네네, 무서워서 살겠나"

옆에서 듣고 있던 자비니와 다른 친구들이 비웃기 시작했다.

"베이시, 네가 우리의 영웅 ‘해리 포터’를 이길 수 있긴 해?"

"그래. 마법이나 더 공부하지 그러냐"

"뭐? 안 닥쳐?"

"워~ 그렇게 흥분했다가 또 스니치 놓칠라"

"...!"

괜히 베이시를 놀리기 위해 슬리데린 학생들은 해리를 높여 말했다. 베이시는 퀴디치 일까지 들먹이며 말하자 식탁을 주먹으로 쾅 치며 노려봤다. 같은 기숙사 임에도 서로 놀리고 비웃고 괴롭히는 건 여전했다. 이젠 유치해 보이는 놀림거리들에 한숨을 내뱉으며 음식을 다 먹지 않았지만, 말포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 일어나자 해리는 말포이를 바라보며 왜 일어났는 지 궁금해 했다. 말포이는 자신을 따라 나오기를 바라며 해리를 쳐다본 채 밖으로 나왔다.

옆 벽에 기대서 해리가 따라 나오기를 기다렸다. 신발 앞 끝으로 바닥을 몇 번 치자 해리가 뛰어 나왔다.

"왜 조금 밖에 안 먹었어. 오늘은 어제보다 더 적었어"

"그냥,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서. 입맛 없었어"

"안 그래도 말랐는데, 더 마르면 어떡해"

"네가 챙겨주던지"

"응?"

"그렇게 걱정이면 네가 챙겨달라고"

해리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어... 같이 살자는 거지? 동거 하자고 하는 거야?”

"ㅁ, 뭐?"

"집은 어떡하지. 마당 있는 집이 좋아? 난 2층 집에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거든"

해리의 망상에 말포이는 당황하며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게 아닌데. 그냥 ㅇ, 애인스러운 행동 해달란 거였다고..."

"아... 그랬구나. 그래도 나중에 같이 살 거니까. 미리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해리와 말포이는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숲으로 걸었다.

"드레이코! 이것 좀 먹어 봐"

바닥에 매트를 깔고 엎드려 있던 말포이의 입 안으로 딸기를 넣어줬다. 말포이는 입안에 퍼지는 새콤한 딸기 맛이 느껴졌다. 거기다 설탕을 한번 코팅 시켜서 달콤하기도 했다.

"으음, 맛있네. 근데 웬 딸기?"

말포이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잠깐 사라진 사이 해리가 딸기를 가져온 것이다. 해리는 점심을 적게 먹은 말포이가 걱정 되어 간단하게라도 무언가를 먹기를 원해 챙겨왔다. 혹시나 싫어하는 음식을 가져왔을까 싶어 해리는 물었다.

"안 좋아해?"

"아니... 뭐, 싫어하는 건 아니야"

"너 주려고 가져왔어. 특히 위에 코팅 돼있는 설탕은 사탕보다 더 달콤하게 만들어준데"

"그래?"

맛있는 과일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많이 먹어. 아까 적게 먹었잖아"

"나 원래 적게 먹어. 오늘이 유독 많이 적게 먹은 것뿐이야"

"그래도, 자 얼른 하나 더 먹어"

"우웁"

입에 딸기 하나를 들이밀었고 어쩔 수 없이 말포이는 받아먹었다.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 전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진 말포이는 행복에 빠질 겨를이 없었다. 해리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짧아야 2주, 길어야 한 달이기 때문에 2주가 지난 지금부터 어느날 갑자기 마법약의 효과가 풀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마법약의 효과가 사라지고 나서도 해리가 말포이를 그대로 좋아할지 아니면 그 동안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불안감에 갉아 먹히던 말포이는 매일 아침마다 해리가 그레이트 홀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는 걸 봐야지 안심이 되었다. 서로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아침시간마다 서로를 바라보며 음식을 먹었다. 그러지 않은 날에는 말포이가 해리를 찾아가 물었다.

"드레이코! 여기 있었구나"

"해리"

"안보여서 불안했어"

"... 나도, 불안했어. 왜... 왜 안 본 거야?"

"어?"

가쁜 숨을 내쉬며 해리의 어깨를 움켜쥔 말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날 왜 안 쳐다봤냐고. 매일 아침마다 날 보면서 밥 먹었잖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 하지 마"

"... 사실 있잖아"

해리는 머뭇거리며 말을 꺼려했다. 얼른 말하라는 듯 재촉하는 말포이의 표정에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결국 말했다.

"네가 너무 귀여워서 못 쳐다보겠어"

"... 그걸 믿으라고?"

"넌 수업을 중요시 여기고, 또 공부에 몰두하잖아? 널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그게 무슨 상관인데. 오늘 아침을 먹을 때 나를 쳐다보지 않은 거랑 무슨 관계인 거냐고"

"그거야... 널 계속 쳐다보면 계속 건드리고 싶어지는 걸"

말포이의 손을 붙잡아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매만졌다. 자신의 손과 해리의 손이 얽혀있는 걸 바라보던 말포이가 말했다.

"그렇게 해"

"응?"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나도 널 좋아해. 네가 날 만지는 거 나도 안 싫어 한다고"

해리의 뺨을 손으로 잡고 입술에 뽀뽀했다.

"알겠어. 난 정말 네가 싫어 할까봐 그랬던 거야. 불안해 하지 마"

말포이의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왔다.

"사실 나도 아까 질투 했어. 네 옆자리느 항상 베이시가 앉아 있잖아"

"잠깐만, 여기서 베이시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거야?"

같이 길을 걸으며 서로 질투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야 저번에도 네 어깨에 팔 올리고 귓속말 했잖아"

"너야말로 항상 같이 다니는 애 말고도 많잖아"

"난 전혀 관심 없는 걸. 간단한 대화 말고는 안 한다고"

"나도 거든? 너한테 했던 거처럼 하는 건 처음이라고..."

마주 잡았던 손을 놓고 말포이의 허리를 잡았다.

"어쨌든,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거니까. 기분 좋다"

해리와 말포이가 결국 커플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동시에 그 소문이 불편해진 건 다름아닌 헤르미온느였다. 마법약에 의해 말포이와 호그와트 공식 커플이 된 상황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웃으며 연애하고 있는 해리와 말포이 앞으로 헤르미온느가 다가왔다.

"잠깐 이야기 좀 해"

"헤르미온느? 무슨 이야기?"

해리가 헤르미온의 말에 대답했다. 말포이는 대답하지 않고 해리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살며리 빼냈다.

"해리, 너 말고 난 말포이랑 대화를 좀 해야겠어"

"네가 왜? 무슨 이야기 하려는 건데. 미안하지만 그건 될것 같아"

"해리!"

"또 저번처럼 데려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싫어"

자신의 인형을 빼앗기는 어린아이 마냥 싫다며 말포이를 끌어 안았다.

"... 중요한 이야기야. 말포이 너도 나랑 대화하고 싶을 걸?"

"..."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다가 해리의 팔을 약하게 밀어냈다.

"빨리 다녀 올게"

"드레이코"

"미안 해리"

헤르미온느를 따라 갔다. 해리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오자 헤르미온느는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물었다.

"너 정말 해리를 좋아하게 된 거야?"

"... 그래. 좋아해, 하지만 난 내 문제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아"

"그게 무슨 뜻이야. 해리한테도 잘못이 있다고 말하느 거야?"

"그러면? 해리한테는 잘못이 없다고?"

"당연하지! 해리는 그냥 마법약에 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뿐이야"

"마법약을 먹지 않았더라면...?"

헤르미온느가 멈칫했다. 말포이의 살짝 떨리는 목소리에 말포이의 진지함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나도... 해리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없었을 거야"

"그건..."

"내 문제만이... 아니라고"

헤르미온느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래. 네 마음도 잘 알겠어. 그런데 해리의 마법약 효과가 끝나고 나면 어쩌려고"

"..."

"너야 마법약 때문이 아니니 계속 좋아하겠지만, 해리는 아니야. 다른 학생들은 계속 둘이 커플이라고 생각할텐데, 해리는 네 감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할 거라고"

"나도 알아. 뻔하지, 본인 잘 못이라면서 책임지려고 할 거야"

"... 그래. 널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널 배려한답시고 좋아하는 척을 하거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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