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Prometheus

OBKK

KKS Right by 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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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일부를 독자적으로 해석, 차용한 부분 존재.

4차 대전 이후 오비토가 살아남았음을 가정.

 

 

Prometheus

 

 

대전을 막아내고 오오츠츠키 카구야를 막아낸 뒤까지 살아남은 우치하 오비토에게 주어진 것은, 하고 많은 시간뿐이었다. 눈을 가리고, 손발을 구속해둔 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대사조차 필요 없는 이는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의 죽음이 닥쳐올 날만을 기다리며.

과연 죽을 수 있는가.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어쨌든 그에게 주어진 벌은 억겁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었고, 우치하 오비토는 그것을 그대로 이행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그렇게 오비토는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어떠한 계절이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채로.

 

 

 

“나 얼마전에 시위대 보고 왔어.”

“아, 네가 당번이었나?”

“어쩌다보니.”

 

오비토가 이곳에 들어오고 시간이 꽤 지난 후, 경비 인력들은 제각각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디 사는 누가 결혼을 했다던가, 아이를 낳았다던가 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누군가가 죽었다던지,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다던지. 그러한 이야기들을.

그 가운데에서 최근 오비토의 생각을 많아지게 만드는 주제는 단연코 ‘시위대’였다. 6대 호카게에 대한 시위대. 닌자와 민간인 할 것 없이 섞여서 매달 한 번 일어나는 시위. 그들의 사회를 바꾸지 말라는 외침. 오비토는 그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닌자가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 움직이는 6대 호카게와,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 오비토는 생각한다. 닌자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그랬다면 어떠한 세상이었을까. 이제와 무의미한 가정이었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막연히 떠올리는 것이다. 아무도 죽지 않은 세상을. 그 누구도 죽지 않아 행복할 세상을. 꼭 꿈처럼. 영원한 환상처럼. 오비토는 알았다. 카카시가 어떠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세상을 원하는지.

그의 생각을 깨는 것은 역시 새로운 소식이었다.

 

“이번에는 위험할뻔 했어.”

“왜?”

“호카게 관저 앞에서 시위를 해도 호카게님이 놔두시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글쎄 호카게님께 유리병을 던지잖아.”

 

이번에는 유리병으로 끝났다지만…. 이어지는 말은 걱정을 담고 있었다. 오비토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하기 위해 애썼다. 제가 듣고있는 티를 조금이라도 낸다면, 이야기는 끝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소식도 제게 들려오지 않겠지. 오비토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리고, 이번 시위에 ‘그쪽’ 사람들도 합류했거든.”

“그쪽?”

“그, 왜. 범죄자를 처형하라는….”

 

오비토는 그 범죄자가 누구인지 곧장 눈치챘다. 그것은 필히 우치하 오비토를 지칭하는 단어일 터였다. 호카게에게 나서서 처형해야한다고 말할 범죄자는 그밖에 없었으므로. 우치하 오비토 역시도 궁금했다. 제가 무엇이라고 카카시는 저를 이렇게까지 살려두는가. 이렇게 살려두는가.

 

“다음부터는 시위가 더 거세질 것 같다더라. 위에서 내려온 전달이니까 분명하겠지.”

“호카게님도 참. 그렇게 무리하게 하는 이유가 뭐람.”

 

이어지는 대화는 얼핏 들으면 카카시를 걱정하는 것도 같았다. 달리 들으면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말이었지만. 오비토는 이내 흥미를 버렸다. 이 이상 듣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타케 카카시는 그가 수감된 이래로 한 번도 이곳을 찾은 적 없었고, 우치하 오비토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므로.

 

 

 

시간은 흐른다.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는 교대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오비토는 여전히 한 번을 움직이지 않았다.

 

 

 

◇◈◇

 

 

 

“이봐! 호카게님으로부터 서신이다. 우치하 오비토를 호출하셨어!”

“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 나도! 호카게 인장이 찍혀있는 걸 어떡해!”

 

암부와 경비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스러운 것은 오비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수감 전 마지막으로 본 카카시가 그런 말을 했었다. ‘마을에 큰 위협이 생긴다면 네가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 아니던가. 애초에 나루토와 사스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카카시와 사쿠라가 있음에도 마을에 큰 위협이 생길 일이 무어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오비토의 생각은 무용했다. 암부는 곧 창살을 열고 들어와 오비토의 구속을 하나씩 풀어냈고, 이내 그에게 남은 구속이라고는 눈을 가린 특수 재질의 천밖에 없었다.

 

“범죄자 우치하 오비토를, 00년 9월 15일자로 임시 석방한다. 당신, 눈을 가리고도 나를 따라올 수 있나?”

“…있어.”

 

그나마 다행이로군. 그가 툭, 앞에 옷을 던져두었다. 손을 뻗어 만져보면 일전에 몇 번 본 적 있던 암부복인 듯 했다.

 

“갈아입고 가면 쓰고 나와.”

 

오비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물을 시간도, 그럴 수도 없었다. 오비토는 제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낼 뿐이다. 눈을 가리고도 헤메지 않고 옷을 꿰어입고, 가면을 써서 고정했다.

미리 맞춰놓은 듯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나면, 그는 그대로 앞의 암부를 따라 나가야만 했다. 암부의 걸음은 뒤를 따라오는 사람이 앞을 볼 수 있든 없든, 고요하고 신속했으나 오비토는 그를 따라가는 일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 정도쯤 되는 사람이라면 기척을 찾고 따라나서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

 

빛이 느껴졌다. 얼마만에 맞는 햇살인지 몰랐다. 어두컴컴한 지하에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회가 남다른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앞에서 달려나가기 시작한 암부를 따라나서면 그곳은 명백히 마을의 중심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명, 호카게 관저가 있을 터였다.

우치하 오비토는 눈치챈다. 아. 카카시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그것도 제가 불려나올 만큼 큰 일이 있었구나.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물을 수 없다. 어떤 참상이 그곳에 자리하든 그는 두 눈을 뜨도록 허락받고 무언가의 정보를 들을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발걸음이 멎는다. 호카게 관저 앞에 다다른 듯 했다. 그 앞은 시끌벅적했다.

 

 

 

오비토의 눈을 가린 안대가 풀어졌다. 그 앞에 자리한 광경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라. 오비토는 벌어지려는 입을 다물고자 노력해야만 했다.

요동치는 차크라의 흐름, 눈에 보이는 인술들과 몸싸움, 그리고 그것을 말리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몇몇 닌자들. 난장판 한가운데에 유유히 서서 그 모든 행위를 견디는 한 사내. 오비토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던 때에, 한 사람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오비토 씨.”

 

오비토가 돌아보자, 익숙한 낯의 남자가 서 있었다. 시카마루. 오비토가 나직이 그 이름을 중얼거리자 인상을 구긴 남자가 입술 위로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당신을 부른 건 접니다. 호카게님이 아니라.”

“… 무슨 일로?”

“일해야죠. 호카게님의 바람대로.”

 

시카마루가 카카시를 향해 턱짓했다. 한층 살이 내린 듯한 몸, 피곤이 짙은 안색을 띄운 사내는 눈 밑의 거뭇한 흔적을 채 지워내지도 못한 채 사람들을 말리고자 나온 듯 했다. 주위의 기척을 느껴보니 나루토와 사쿠라를 비롯한 그 동기들이 주위에 있음이 느껴졌다.

 

“…내가 이유를 물을 처지는 아니지만, 이런 시위를 막는 일이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될 텐데.”

“되면 했을 겁니다.”

 

진작에. 중얼거리는 말에는 체념이 묻어났다. 오비토는 차마 더 입을 열 수가 없어서. 그래서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일단 문제를 설명하면 간단합니다. 눈에 보이는 이 사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죠. 첫째, 당신을 처형하지 않은 것, 둘째, 닌자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자 한 것.”

“그래서, 내가 죽으면 된다는 건가?”

“꼬아듣지 마세요. 그리고, 그런 말 한 번만 더 했다가는….”

“…꼬아 한 이야기는 아니었어. 그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지.”

 

두 사람 모두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하아…. 긴 숨이 늘어지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시카마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뭐길래?”

“정적이 너무 많아요. 호카게님이 하려는 일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이 너무 큽니다.”

 

그들은 민간인이고 누구고 다 이용하려 하는데 저희는 그럴 수도, 생각도 없고요. 시카마루의 말에 오비토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한다는 거지?”

“쉬는 것도 질릴 때쯤 되지 않았습니까. 일하십시오. 뼈빠지게. 사람들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요.”

“어려운 건 아닌데.”

“아뇨, 어려울 겁니다. 우리가 여론전의 수단으로 택한 수단이에요, 당신은.”

 

카카시는? 문득 내뱉은 말이었다. 네? 되돌아오는 물음에 오비토는 저 역시도 놀란 낯이었다.

 

“카카시가 그렇게 하자고 했어?”

“동의는 하셨습니다.”

 

동의‘는’ 했다. 고. 오비토는 생각한다. 하타케 카카시는 저를 수단으로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요령 좋은 인간이 못 된다. 적어도 우치하 오비토에 한해서는 그랬다. 이것은 모두 그의 보좌관인 나라 시카마루의 두뇌에서 나온 것일 터였다.

오비토는 카카시를 힐끔 바라보았다. 사내의 앞에 선 군중은 제법 가라앉은 듯 했다. 상황은 소강 상태에 들어섰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되려나 보군. 시카마루가 중얼거렸다.

 

 

 

“본인이 닌자로서의 특혜는 다 누리고, 제 살길 폈으니 이제 남들은 죽든 말든 알 바 아니라는 거겠지!”

그 하타케 사쿠모의 아들다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순식간에 이목이 쏠렸으나, 사람들은 새삼 분노하지 않았다. 퉤엣. 누군가는 길에 침을 뱉고 사라졌고, 누군가는 카카시를 흘겨보며 돌아섰다. 그 가운데에서 카카시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관저에 돌아갔다.

 

그리고 우치하 오비토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이 마을 사람이라면 카카시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하타케 카카시에게만큼은 그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됐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를 언급해서는 안 됐다.

제 나이를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적에. 그때 카카시는 마을에 의해 아버지를 여의게 되었다. ‘닌자’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였다고 중상모략을 당하여. 그가 열두 살이 되었을 적에는 나뭇잎 마을에서 가장 어린 상급 닌자가 되어 팀을 이끌었고, 동료를 잃었다. 열세 살에도, 열네 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삶에는 ‘닌자’였기 때문에 겪은 상실로 가득했다.

 

우치하 오비토조차도 확신하지 못한다. 하타케 카카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닌자를 하려고 할지. 허나 우치하 오비토는 확신한다. 하타케 카카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닌자 따위를 하려고 든다 해도 우치하 오비토가 말릴 것임을. 차라리 알지 못하는 행복이나 불행따위를 겪을 지언정, 정해진 불행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길을 두 눈 뜨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수히 많은 카카시의 불행의 바깥에는 결국 마을이 있었다. 마을을 위해서. 마을의 사람들을 위해서. 아버지를 죽였고, 그와 그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자신보다 한없이 약한 이들을 끊임없이 고통 속으로 밀어넣은 존재들임에도, 그들의 평안을 위하여. 그것이 옳은 일이었으니까.

그 애는 원망하는 법이나 분노하는 법, 슬퍼하는 법도 모른 채 그렇게 어른이 됐다. 그네들 덕분에. 그네들의 그 평안한 삶을 위해서. 우치하 오비토는 쓰레기 같다, 하잘것없다 느낀 이들을 위해서. 그는 참고 인내하고 감정을 죽이는 닌자가 되었다. 본인을 하나의 도구로 만들었다. 날이 잘 들고 길이 잘 든 칼로.

 

그런 사람이 ‘자신이 닌자로서 평안했으니 미래 따위는 알 바 아니라고 내팽개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지금 자신과 같은 비극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의 제자들이 겪은 고통을 다시 겪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견뎌내고 있었다. 우치하 오비토만큼은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저들은 왜 그 사실을 모르는가. 필요할 때면 언제고 불러대고 찾아대며 유능한 닌자라는 칭찬을 입에 달고 살았음에도 어째서!

 

 

 

그의 분노를 잠재운 것은 시카마루의 부름이었다. 이봐요, 오비토 씨.

 

“어?”

“따라가자고요. 호카게님께 보고는 해야할 것 아닙니까.”

 

오비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카카시를 볼 생각을 하니 속이 복잡했다.

 

 

 

◇◈◇

 

 

 

“호카게님, 들어가겠습니다.”

 

간결한 노크 뒤로 이어진 말. 그리고 소음 없이 매끄럽게 열리는 문. 오비토는 시카마루를 따라 호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카카시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물었다.

 

“뭐…, 한다고는 말했지만 말야. 그게 오늘이라면 미리 언질 정도는 해주지 그랬니.”

“원래는 그럴 예정이었죠. 시위가 이렇게 갑자기 격해지지만 않았어도 그랬을 겁니다.”

 

호카게님 요즘 댁에도 잘 못 들르시잖아요. 사람들이 계속 따라붙으니까. 이어지는 말에 오비토가 시카마루를 보았다. 그 시선에도 시카마루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카카시를 보며 말했다.

 

“네 판단이니까 잘 한 선택이겠지. 그래서, 당장 투입할 곳은 생각해뒀어?”

“일단은 분쟁지역으로 보낼까 합니다. 최근 부상자가 꽤 늘어서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서류는 내가 준비할게. 다른 마을에 서신을 보내야 하니, 매를 준비해줘.”

“언제 보내시려고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당장이라는 소리였다. 시카마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비토를 힐끔 바라보았다. 한 걸음 물러난 남자는 오비토에게 카카시를 향해 턱짓했다.

 

“할 얘기 있으면 지금 하세요.”

 

그런 말을 남기고는 먼저 집무실에서 나가버렸다. 오비토는 어색하게 카카시를 바라보았다. 카카시는 여전히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창백한 낯은 척 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드러났다. 카카시. 오비토가 낮게 그를 불렀다.

 

“왜?”

“…괜찮아?”

“뭐가?”

 

그제야 카카시는 고개를 들고 오비토를 바라보았다. 두 눈이 마주치면 잠시 방에는 침묵이 감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카카시였다.

 

“괜찮지 않을 이유도 없지.”

“불필요한 이야기를 듣고 있잖아. 너에 대해서도, 네 아버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야.”

 

오비토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카카시에게 화를 쏟아낼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본인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감하다는 듯 구는 태도에 오비토는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후우…. 오비토가 긴 숨을 뱉었다.

 

“네가 그들에게 ‘닌자’로 평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이유도, 네가 특권을 누려서 남들은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이유도, 하다못해 사쿠모 씨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들을 이유도 없잖아.”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을 모두 잡아갈 수는 없지. 그건 탄압이야.”

“카카시!”

 

카카시가 피곤하다는 듯 오비토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엇이 문제냐는 듯. 그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오비토를 보고 있었다.

 

“왜 새삼스럽게 그래. 이 정도 반발은 예상했던 거야. 그래도 네가 바랐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하길 바란 건 아니였어.”

“희생 없이 쌓아올릴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야.”

 

하. 오비토는 조소가 새어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희생은 오비토의 것이어야 했다. 죄를 저지른 자의, 적어도 그것을 소망했던 자의 것이어야만 했다. 애꿎은 카카시가 뒤집어 쓸 것이 아니라.

 

“네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

 

결국 오비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카카시는 오비토를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오비토가 말을 이어갔다.

 

“네가 성인군자야? 아니면 네가…, 네가 뭐라도 되냐고.”

 

왜 그렇게 미련하게 굴어. 결국 뱉지 못한 말은 속에서 흩어지고 만다. 오비토는 어떤 신화를 생각하고야 말았다. 어릴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인간에게 불을, 지혜를 나누어주는 대가로 주신에게 거역하고 고통받은 신. 멍청하게 거룩한 희생자. 프로메테우스.

 

“네 말대로 나는 신도, 무엇도 아니야. 다만 해야할 일을 할 뿐이지. 닌자니까.”

 

그 빌어먹을 닌자! 오비토는 차마 소리치지 못하고 카카시를 바라보았다. 결국 귀결되는 것은 닌자였다. 빌어먹게도 저들이 특권이라고 소리쳐대는 불행의 원흉. 하타케 카카시를 어딘가 고장난 사람처럼 만들어버린 그것.

 

“분쟁지역에 있는 탈주닌자 무리는 무한 츠쿠요미 계획에 찬동한 쪽이기도 해. 네가 우치하 오비토라는 사실을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는 뜻이야.”

 

말을 돌린 카카시는 주어질 임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주의해야할 점이나, 함께 동행할 암부의 명단 등을 알려주며. 이외에도 돌발 상황 발생 시의 대처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 카카시는 오비토를 바라보았다.

 

“돌아오면 많은 게 변해 있을 거야.”

 

그리고 카카시는 오비토를 쫓아내었다. 축객령이 내려지고 오비토가 집무실에서 나가면, 바깥에서 기다리던 시카마루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불렀다. 

 

 

 

◇◈◇

 

 

 

 보급용 쿠나이나 병량환 등의 도구를 받고 나면, 곧장 출발이라는 듯 시카마루가 그를 데리고 이동하였다. 마을의 입구에서 오비토는 입을 열었다.

 

“카카시가, 돌아오면 많은 게 변해있을 거라던데. 무슨 뜻인지 알아?”

“글쎄요….”

 

시카마루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턱짓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다녀오세요.”

 

오비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오비토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친 사내,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인간과 신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불을 훔친 사내를. 지혜를 훔쳐서 인간을 구제하고, 대신 끊임없이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게 된 이를.

우치하 오비토는 하타케 카카시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하타케 카카시가 그리 되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처럼 미움받아 영원히 고통받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자리잡지 않을 수 있게. 하타케 카카시는 신도, 참아내야만 하는 존재도 아니다. 그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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