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Lethe

OBKK

KKS Right by 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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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후 오비토 생존 If

Lethe

차라리 모든 것을 잊어버리면 행복할까. 카카시는 고민했다. 눈앞에는 살아남은 오비토가 있었다. 그 모든 죄를 범하고 끝내 살아남아버린 오비토가 있었다. 그를 처형해야 하는 제가 있었다. 카카시는 어디론가 영영 도망가고만 싶어진다. 신이 있다면 부디 제게 딱 한 번만 도망칠 기회를 주세요. 카카시는 소망했었다.

 

 

 

◇◈◇

 

 

 

모든 기억을 지워주는 술법이었다. 정확히는 모든 기억을 봉인하는 술법이었다. 이 술법이 오비토에게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는 미지수였지만, 카카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범죄자를 무참히 살해할 만큼, 현재의 닌자들은 강경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루토를 비롯하여 꽤나 많은 닌자들이 그의 무력을 활용하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카카시의 손에 작은 물병이 들려있었다. 물을 매개로 하는 술법은 사실 간단했다. 차크라를 흘려 넣은 물을 먹인 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봉인술을 사용하면 되었다. 다른 어떠한 술법 등을 봉인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기억을 봉인하기 때문에 체내로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카카시는 제 입에 물을 머금고 오비토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은 아니었다. 카무이에서도, 돌아오고 나서도 그와 몇 번 입을 맞춘 적은 있었다. 오비토는 카카시가 입으로 넘기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잘만 삼켰다. 오비토가 슬쩍 눈을 떴다.

 

“뭐야, 카카시….”

 

낮게 잠긴 목소리는 막 잠에서 깬 사람의 것이라. 카카시는 여느 때처럼 괜찮은 듯 웃어보였다. 이제 정말 괜찮아질 것이니까.

 

“그냥.”

 

오비토는 더 캐묻지 않는다. 더 자. 카카시의 말에 오비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더 졸렸다. 오비토는 제가 먹은 저녁에 권장 섭취량을 훌쩍 뛰어넘는 양의 수면제가 타져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인을 맺는 손이 조금 떨렸다. 그의 심장을 가를 때는 인을 맺을 때가 아니라 술법이 풀리고 나서야 손이 떨렸는데.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는 했다. 카카시는 늘 누군가를 지키는 것이 그리도 어려웠다. 그는 늘 지켜내고 싶어했는데.

 

“봉인술, 망각의 강.”

 

차크라의 흐름이 느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시는 분명하게 느꼈다. 봉인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사실 그는 봉인술에 그리 대단한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이 봉인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불확실한 술법에 운명을 맡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하타케 카카시는 결코 우치하 오비토의 사형을 반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

 

 

 

우치하 오비토가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다. 모든 방송사의 뉴스와 신문의 1면을 장악한 내용이었다. 대서특필된 사건은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말이 오갔다. 과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죄를 묻는 게 옳은가. 이에 대한 윤리적 이야기에 다시 한 번 뗄감을 넣어준 것은 우치하 오비토의 기억은 정확히 ‘13세 사륜안 개안 이전’으로 돌아가 있음에도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술법은 여전하다는 내용이었다.

 

고의적으로 정보를 흘린 카카시는 깨질 듯 아픈 머리를 무시한 채 눈앞의 오비토를 바라보았다. 다 자란 몸으로, 아직 다 자라지 못한 기억을 가진 오비토는 예전의 그처럼 감정이 명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그래.”

“린이 죽어서?”

“…응.”

 

말도 안 되잖아! 그럼 그동안 넌 뭘 하고 있었는데, 바카카시! 소리치는 목소리에 카카시는 잠시 오비토를 응망했다. 자신이 린을 죽였다는 것을 알려주면 이 오비토는 어떤 반응을 할까. 아직까지 제 왼 눈에 자리한 사륜안을 보여주면 이 오비토는 대체 무슨 말을 할까. 그때였다.

 

“호카게님, 시카마루입니다.”

“아, 왔니?”

“츠지카게 님으로부터 전언입니다.”

“응, 여기 책상 위에 둬.”

 

시카마루는 오비토를 한 번 훑어보았다. 생긴 것은 여전했으나, 확실히 표정에서 어린 티가 났다. 시카마루는 그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지 못한 닌자 중 하나였다. 눈앞의 남자가 제 아버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러나 눈앞의 남자는 아직 십수 년 전에 죽은 제 동료의 죽음도 받아들이지 못한 꼬맹이기도 했다. 시카마루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가보겠습니다.”

“가서 밥도 좀 먹고.”

“네.”

 

오비토는 다시 카카시를 바라보았다. 린은, 어디에 있어? 묻는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렸다. 카카시는 의자에 기대어있던 몸을 일으켰다. 호카게 하오리가 펄럭였다. 6대 호카게라고 적힌 등판의 글씨는 분명 오비토가 원하던 것이었다.

 

“따라와.”

 

오비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관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위령비까지 가는 길은 결코 고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거리를 한창 돌아다닐 시간이었으니 당연했다. 관저에서 위령비까지 가는 그 길 위에서, 오비토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누군가는 오비토에게 돌을 던졌고, 누군가는 침을 뱉으려 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신기하다는 듯 구경했다.

중간중간 돌 따위의 공격은 카카시가 막았지만, 들리는 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오비토는 제게로 닿는 신랄한 비난을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힘들었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러나 여기에서 걸음을 물릴 수는 없었다. 그는 린의 무덤을 확인해야만 했다.

 

 

 

“당신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감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당신한테 죽은 그 수많은 사람이 다 여기에 있는데! 소리치는 말은 절규와도 같았다. 카카시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제 체구보다 한참 큰 사내가 다가가는데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비토는 긴장했다. 카카시가 어떠한 말을 할지 모르겠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카카시는 꾸벅 고개숙여 인사했다. 그가 기억하던 카카시와는 딴판이었다. 오비토의 기억 속에서 카카시는 고고했고 오만했다. 결코 남에게 숙이지 않는 이였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고. 또래 중 가장 우수한 것을 넘어서, 성인 이상의 전략과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제가 용건이 있어 잠시 데려왔습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비토는 문득 생각한다. 저것은 카카시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는 늘 당당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에 고개 숙일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오비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비토는 묵묵히 카카시를 따라갈 뿐이다.

 

묘역은 넓다. 어쨌든 죽은 사람은 점점 늘어나니, 계속 넓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묘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죽은지 오래된 사람임을 뜻했다. 그리고 오비토는 안쪽으로 꽤 들어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묘비들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잊혀진 건지, 챙김받을 수 없어진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카시가 한 묘비 앞에 발을 세웠다. 오비토가 그 묘지를 보자 익숙한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노하라 린. 단정하게 쓰인 글자는 세월의 흔적은 있었어도 관리받지 못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옆에 놓인 흰 꽃도 갈아준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린, 린….”

 

오비토가 카카시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었다.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눈물방울들을, 카카시는 그저 바라만 보았다.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너라면, 너라면 린을 지킬 수 있는 거 아니었어?”

 

너라면 구할 수 있었을 거잖아. 너는 우리 또래 중에서 누구보다 강했으니까, 너라면.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왜 린이 죽은 거야. 어째서. 나는 대체 뭘 했지? 오비토의 중얼거림을 듣던 카카시가 부드럽게 웃는다.

 

“오비토,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야. 린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왔으니까.”

“그러면 왜 린이 죽은 건데. 왜! 내가 있고 네가 있었는데 대체 왜!”

“내가 린을 죽였어.”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는다. 오비토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카카시를 바라보았다. 카카시가 서클렛을 들어올린다. 감고 있던 왼 눈을 뜨면 핏빛의 사륜안이 형형하게 빛났다.

 

“네가 준 이 사륜안으로, 내가 린을 죽였다.”

 

그게 전부이고, 진실이야. 카카시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한치의 떨림도 없었다. 완벽한 발성과 완벽한 발음이었다. 오비토는 뒤로 천천히 물러선다.

 

“아냐, 아냐….”

 

그럴 리 없어…. 오비토의 발이 뒤에 있던 묘에 걸린다. 툭 넘어가는 몸의 균형을 잡을 생각도 못했다. 오비토는 꼴사납게 뒤로 넘어졌다. 온몸이 아플만도 했건만 그는 아픈 줄도 모르고 있었다.

 

“대체 왜….”

“왜는 없어, 오비토.”

 

닌자는 도구일 뿐이야. 할 일이 있으면 한다. 그뿐이었어. 카카시는 부드럽게 웃었다. 오비토의 눈이 붉게 번진다. 공기에 긴장감이 내려앉는다. 카카시는 여전히 웃는 채였다.

 

“린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도 해야겠거든 나를 죽여. 지금의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까.”

“…뭐?”

“기꺼이 죽어줄게. 린이 과연 그걸 바랄지는 모르겠지만.”

 

오비토가 입술을 짓씹었다. 닥쳐.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낮았다. 카카시가 오비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라는 듯이.

 

“…미친 새끼.”

 

오비토는 그 손을 쳐내고 혼자 일어났다. 그리고는 호카게 관저를 향해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대충 알겠네. 내가 왜 세상을 바꾸려고 했는지.”

 

카카시는 여전히 여유롭다. 그래? 답은 고작 그뿐이다.

 

“근데 두 번은 안 해. 아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 적도 없으니까, 그래. 그런 짓은 안 해.”

 

너 같은 쓰레기가 호카게라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그건 앞으로 바뀔 테니까. 이봐, 카카시.

 

“날 처벌할 거면 처벌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더라도, 그 사람들에게는 원망할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

 

대신 너는 고개 숙이지 마라. 평생 괴로워해. 죄책감에 물들어 살아가.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카카시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비토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그대로 그는 정신을 잃었다. 수많은 감정과 정보량이 더해져 봉인술이 흔들렸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 뒤로 수많은 닌자들이 나온다. 나뭇잎의 암부부터 시작해서 타국의 닌자들과 카게까지.

 

“이만하면 됐겠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뭐든 확실한 게 좋은 법이니까요.”

 

큼. 누군가가 헛기침을 뱉었다. 카카시는 짙은 피로를 느꼈으나, 여기에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칸나비를 겪지 않았고, 마다라를 만나지 않은 오비토는 조금 더 어렸고, 조금 더 세상을 위했다. 카카시의 예상대로였다. 오비토가 카카시의 예상대로 움직였으니, 이제 마무리만 지으면 됐다.

 

“이만하시면 각자 판단하시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회담은 내일이니 푹 쉬시길. 먼저 가보겠습니다.”

 

카카시는 엎어진 오비토를 어깨에 들쳐맸다. 그는 다시 지하 감옥에 가두어질 것이다. 그는 머릿속으로 내일의 판결을 가늠한다. 징역 십오 년. 해봐야 이 선에 그칠 것이다. 가슴 한구석이 아팠다. 카카시는 애써 통증을 무시했다.

 

 

 

◇◈◇

 

 

 

회담장을 향하는 걸음은 무거웠다. 그의 서클렛은 전투 중이 아님에도 똑바로 있는 채였다. 카카시는 영원히 그만 아는 죄를 지고 살아갈 것이다. 오비토가 말한 대로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고, 홀로 죄책감에 물들어 괴로워하며. 그렇게 스스로를 좀먹어가며 살아갈 것이다.

 

회담장의 문이 열렸다. 네 명의 카게들은 이미 앉아있었다. 카카시가 사람 좋게 웃는다. 회담을 시작할까요.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면 카카시가 서류를 펼쳤다.

 

“기억 상실을 앓는 전범 우치하 오비토의 형벌에 대한 안.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수많은 대화가 오간다. 시작은 사형이었지만 형은 점점 가벼워진다. 여러 감형 사유와 탄원서들이 더해져 우치하 오비토의 징역은 십삼 년으로 결정되었다. 공교롭게도 딱 현재의 오비토가 겪은 생의 기간이다. 카카시는 아무런 불만도 표하지 않는다. 애초에 불만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가리지 않은 사륜안을 감았다 떴다. 그는 회담 내내 사륜안을 뜨고 있었다. 이제 실존하지 않게 된, 전쟁을 저지른 오비토는 아무것도 모를 테지만, 그래도 이것은 카카시의 이기심이었다. 하타케 카카시가 우치하 오비토를 살려내는 수작의 공범으로 만든 것이다.

 

“그럼, 우치하 오비토의 형벌을 징역 13년, 이후 감시 체제 하에 석방으로 하는 것을 모두 동의하십니까?”

 

카카시가 묻는다. 모든 카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카시는 눈 앞의 종이에 도장을 찍었다. 이제 오비토는 십삼 년 뒤면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

 

 

 

우치하 오비토는 내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결국, 하타케 카카시는 그를 살리기 위해 홀로 지옥에 걸어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우치하 오비토는 하타케 카카시가 지옥을 살아가는 대가로 얻은 삶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삶이 참 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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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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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매력적인 토끼

    우치하 오비토의 사형에 찬성할 수가 없어서, 봉인술에 기댄 그런 불완전한 방식으로라도 네가 살아줬으면 해서... 수백 수천 번,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인을 맺어 왔을 손이 떨린다는 게... 그리고 그 모습이 카무이 속에서의 전투와 오버랩되는 것이 진짜 제 가슴에 쿠나이가 꽂힌 듯 합니다 어떻게 이러지... 오비토를 살리기 위해서 원망받고 스스로와 오비토마저 이용하고 만다는 게 진짜 닌자답고... 카카시답고 그러네요 하이남자진짜제발() 하... 그렇게 해서 결국 십삼 년으로 형을 줄인 게... 오비토도 카카시도 행복하지 않은 생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시는 네가 살아있으니 된 거야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얼큰하네요 제가 원래 매운 걸 이렇게 잘 먹는 사람이 아닌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몽 님이 그리시는 오비카카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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