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글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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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무서웠어. 잠수를 좋아하는 형이 물이 너무 좋은 나머지, 아니면 더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 나머지 숨을 못 쉬게 돼서 영영 나를 떠날까 봐. 난 형이 바다로 가자고 할 때마다 불안했고 가기 싫었어. 근데 형이 어린 아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내가 마냥 싫다고 할 수 없으니 않겠다며 억지웃음을 보였지. 바닷가로 가는 동안에도, 물장난을 하는 동안에도 난 가슴을 졸이며 조마조마했어. 형이 예고 없이, 인사도 없이 날 떠날까 봐.

한번은 형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 물이 왜 좋냐고. 그럴 때마다 형은 언제나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해줬어. 들어가면 조용해서 좋고, 고민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 좋다고, 다른 건 신경 안 써도 돼서 좋다고. 나는 행복해하는 형의 얼굴이 좋았지만 그 대답이 어딘가 쓸쓸했어.

나는 그날이 아직도 생각 나. 형이 바쁜 나 없이 혼자 바닷가에 간 날. 나는 그때 너무 힘들다는 핑계로 형과 함께 바다에 가지 못했어.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었지. 다음 날이 되도 돌아오지 않는 형이 갑자기 걱정됐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차라리 날 죽여주면 안 되는 걸까. 문득 본 뉴스에 형이 간다고 했던 바닷가가 나왔어. 젊은 20대 남성이 잠수를 하다가 호흡 부족으로 사망했대.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형은 죽는 순간에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프지는 않았을까, 날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형이 좋아하던 물에서 죽어서 조금은 안 아팠을까.

형의 장례식은 2주 정도 뒤에 진행됐어. 형의 가족이며 친구며 지인이며 모두가 왔어.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데 나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어. 형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았나 봐. 어쩌면 우리의 관계는 너무나도 위태로운 관계였는데 나 혼자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고. 난 오히려 형의 가족이 다 간 다음에야 소리 내 울었던 것 같아. 항상 옆에 있어 주던 형이 없으니까 많이 허전해서, 이렇게 울면 날 달래주던 형이 없어서 울음이 나왔어. 영정사진 속에서 환히 웃고 있는 형의 웃음을 다시는 못 본다는 사실에 울음이 나왔고, 날 위로해주던 형의 목소리를 못 듣는다는 사실에 두려워졌어.

아직도 궁금해, 형은 나보다 바다를 더 사랑했던 건 아닐까. 어쩌면 형의 잠수로 인한 죽음은 계획된 건 아니었을까. 난 아직도 형이 생각나. 다른 사람과는 사랑할 수 없는 것 같아. 사람을 오랫동안 못 보면 희미해져 간다는데 나는 아닌 것 같아. 오히려 형 없이 시간을 보낼 수록 형이 더욱 뚜렷해져 가. 형,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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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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