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랑] 썰 모음 5
진화랑뎁진 1개, 진화랑라스 1개, 진화랑 1개. 2023년 8월 27일 연성.
1. 판타지 세계의 마왕 데빌진이 철권 세계의 화랑을 낚아채가자 다시 되찾으려는 철권 세계의 진과 가운데서 새우 등 터지는 화랑... 의 인트로.
진짜 여긴 마왕성이냐. 그 말에 진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있는 화랑을 바라보았다. 팔걸이 부분에 다리를 올리고 보기만 해도 허리에 안좋은 것 같은 자세로 앉아 폰을 보던 화랑을 보던 진이 화랑, 허리. 라며 말을 건냈지만 그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한가롭게 거짓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여간에 정말이지. 이런 화랑의 행동이 모두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행동이라는걸 오래된 교제로 잘 아는 진이 서류를 내려놓고 일어나 화랑의 허리와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가볍게 안아올렸다. 윽, 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무시하고 폰만 보던 화랑은 대뜸 자신을 안아올리는 행동에 움찔하긴 했지만 진의 목에 팔을 두른다거나 몸을 기댄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게 화랑답다고 생각하기에 진은 서운하지 않았지만. 분명 키는 내가 1cm 더 큰데... 난 이렇게 못하겠지. 진에게 가볍게 들린게 내심 짜증난다는 속을 숨기는 화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이 안아 올린 자세 그대로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화랑이 제 폰 화면을 그대로 진에게 보여줬다. 다양한 고딕 건물들의 사진들이었다.
" 하여간에 진, 네 취향이 설마 고딕 취향일 줄이야. 딱 마왕성이잖아, 미시마 재벌 총수실은 "
그 말에 진이 총수실을 가볍게 훑었다. 진이 미시마 재벌의 총수가 되어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켰던 그때 1차로, 모든 것이 끝나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진이 미시마 재벌의 총수로 재취임하게 된 지금 2차로 완전 제 취향에 맞춰 꾸민 총수실을 본 화랑의 감상을 들은 진이 어깨를 으쓱 들어보였다.
" 이상한가? "
" 그때 봤을 때는 마왕성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완전 마왕성이야. 색이라도 좀 밝게 하던가 "
" 흐음... 근데 여기가 마왕성이면 난 마왕인가? "
" 그렇게 되나? 어라 그럼 난... 지금 마왕한테 잡힌 포지션이야? "
" 공주랑 거리는 멀지만 말이야 "
" 당연한거 아냐? 난 얌전히 잡혀서 구출되기를 기다리는 타입이 아니라고 "
" 공주 포지션 보단 용사 포지션인가? "
" 그럼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니야? 마왕과 용사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데 "
" 마왕이 용사에게 잡혀서 세상이 평화로운게 아닐까 "
" 내가 잡은건가? "
" 그럼 아니야? "
" 뭐, 그런 걸로 해둘까나. 그럼 그만 힘 자랑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
그 말에 내심 아쉽다는 듯 화랑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진이 그를 내려놓았다. 어째 가면 갈수록 표현이 과감해진단 말이지.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상황들이 해결되서인지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은 진은 그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화랑에게 제 마음을 표현했다. 싫은 건 아니지만 뭔가... 내가 적응이 안된단 말이야. 그런 화랑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이 또 다시 꺼낸 말에 화랑의 눈이 빛났다.
" 식사하고 몸풀기 겸 대련? "
" 먹은 거 다 토해도 후회하지마라 "
연인 사이가 되었어도 둘의 사이에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건 바로 싸울 때 만큼은 서로 봐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 진의 취향으로 - 정확하게는 화랑을 위해 - 총수실 옆에 마련된 대련실은 온전히 화랑과의 싸움을 즐기기 위해 만든 방이었다. 물론 가끔 라스나 리도 오는 곳이긴 하지만 주로 이용하는건 진과 화랑이었다. 몸풀기 라고는 하지만 서로 진심이 되어버린 탓에 2시간이나 하고 말았다. 후아, 너 그 괴물의 힘 너무 잘 이용하는거 아냐? 그 말에 진이 제 오른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데빌에게 휘둘리는 자신은 없다.
카즈야와는 다른 방식으로 데빌의 힘을 이용하게 된 진은 모든게 끝나고 이 저주 받은 데빌의 힘을 끊기 위해 스스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막은게 화랑이었다. 제 멱살을 잡고서는 누구 마음대로 사라져! 세상을 혼란으로 이끌었다는걸 알면 대가를 치뤄야지, 비겁하게 도망가지마! 그리고 약속 지켜, 이 자식아! 라고 외치던 화랑. 모든 게 다 끝난 후 자신과 승부를 내자는 약속. 그런 약속 하나 때문에 자신의 뒤를 끝까지 쫓아오는 화랑에 진은 결국 웃어버렸다. 물론 직후 뭘 잘했다고 웃어, 웃기는! 라는 타박이 돌아왔지만.
" 확실히 이제 더 이상 데빌이 잠식하려는 조짐은 없어. 내 안에 완전히 녹아든건지 아니면 힘만 남기고 사라진건지는 모르겠지만 "
" 뭐 어느 쪽이든 걱정할 일이 없어졌다는건 잘된거지. 후아, 그럼 이제 가야겠다 "
" 벌써? "
" 벌써라니. 바쁜 시기라고 안했어? 착실하게 일해주시지, 총수님? "
그 말에 어쩔수 없다는 듯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은 진이 데려다주겠다는 걸 바쁘다면서 자꾸 다른데로 빠지지 말라며 거절한 화랑이 미시마 재단 건물을 나가는 걸 총수실에서 바라보던 진이 창문에 기대며 작게 화랑의 이름을 불렀다.
미시마 재단에서 도장으로 돌아온 후 이제 어엿하게 사범의 위치에 있게 된 화랑이 도장의 일을 끝내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되고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어디보자, 내일은 일정이... 그러고보니 진, 그 녀석이 대회도 다시 연다고 했나? 개인적인 훈련도 해야겠고... 사범님한테 부탁이라도 해볼까? 이젠 자신도 사범의 위치면서도 여전히 백두산을 사범님이라 부르는 화랑이 가볍게 기지개를 펴는 순간. 드디어 찾았다.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 화랑의 시야에 들어온건 제 코 앞까지 다가온 커다란 손이었다. 어...? 그 손에 시선이 빼앗긴 것도 잠시 화랑은 갑자기 제 몸이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도 화랑은 공중, 아니 정정 달이 훤히 보이는 하늘로 말그대로 순간이동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둥둥 떠 있는 이 말도 안되는 현실에 화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뭐, 뭐야 이거...! "
" 아, 실례. 마음이 급해서 배려가 부족했네. 데리러 왔어, 화랑 "
" 너 누구...! "
또 다시 뒤에서 들린 목소리. 공중에 떠있는 이상한 감각 덕분에 어색하게 돌아본 화랑의 눈에 제가 잘아는, 더 이상 볼일이 없던 괴물의 모습의 붉은 눈을 한 진이 있었다. 진...? 너 그 괴물의 모습으로 변할 이유가 없잖아! 괴물의 자아는 없어졌다며!
" 그렇군. 이 세계의 나는 힘만 흡수해서 받아들인건가. 데빌 그 자체를 받아들인 나하고는 다르군 "
" ...너 누구야. 진은 어디있어! "
" 나 역시도 카자마 진이다. 다만 내 세계에서는 마왕 데빌진으로 불리고 있지만 "
" 자, 잠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거든? 마치 다른 사람인 것 처럼... 자기 자신을...! "
" 그 전에 잠깐 실례 "
자신을 마왕이라고 자처한 진이 화랑을 향해 다시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얼굴에 손을 얹었다. 마치 귀한 물건이라도 다루는 듯 한 움직임에 반응하기도 전에 화랑은 제 머리 속을 헤집는 뭔가에 윽, 신음을 내뱉었다. 나의 화랑, 너는 잘못 흘러 들어온거야. 나와 함께 원래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나의... 용사. 머리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앞 뒤를 알 수 없는 그 말에 화랑이 이를 악 물고 덥썩, 양 손으로 손목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다리를 들어 데빌진의 가슴을 걷어찼다. 맞는 소리 대신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화랑의 발차기를 실드로 막은 데빌진이 제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화랑의 강한 눈빛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렸다.
" 정신계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 까지 닮았나 "
" 마법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 설명했을텐데. 내 세계에서 난 마왕이라고. 그래, 그러고보니 이 세계는 마법이 없던가. 이런거다 "
데빌진이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뻗은 손에서 점점 검은 구체 같은 것이 모이고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CG 같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화랑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검은 구체의 크기가 손바닥 전체를 가릴 정도가 되었을 때 진한 미소를 지은 데빌진이 그 구체를, 제 시야에 들어온 먼 거리의 도시에 쏘려는 순간. 화랑의 손이 다시 한번 더 그 손을 잡아 자신에게로 향하게 했다. 그런 화랑의 행동에 데빌진이 황급히 손을 모아 검은 구체를 그대로 소멸시켰다. 분노한 화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상관없는 사람들 말려들게 하지마, 이 빌어먹을 자식아! "
" ...하하, 그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군. 하지만 이젠 상관없어. 인간들 따위 죽던 말던 "
" 진! "
" 강제로라도 내 세계로 끌고가겠어 "
" 읏, 웃기지마! 네가 진짜 다른 세계의 진이라면 그곳의 나는... "
" 없어 "
" 뭐? "
" 내 세계의 너는 같은 인간들에게 죽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마왕이 된 이유가 되었지. 인간을 지키는 용사가 마왕이 될지도 모르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 만으로 인간들은 분노했고 그에게 선택을 종용했다. 그는... 너는 날 죽이는 대신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걸 택했지. 나는 인간들도 너의 선택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데빌의 힘을 받아들여 마왕이 됐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마왕이 되어 너에게 그런 선택을 종용한 인간들을 다 죽이고 또 죽였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 세계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도 너는 내 곁에 없다는걸 "
" ...... "
" 필사적으로... 널 찾아다녔다. 세계가 무수히 많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어. 그 모든 세계를 다 뒤져서라도 너를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인간들이, 세계가 부셔지는건 내 알바 아니지. 난 마왕이니까. 무자비하고 모든 것을 죽이는 그런 존재니까. 날 이런 존재로 만든 건 모두 인간들이니 감당해야지, 나를 "
" 하, 궤변이야! 너의 세계가 그런 상황인건 알겠어.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무슨 죄가 있어! "
" 이미 나와 너에게 가해진 인간들의 행동 자체가 궤변이다! 난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았어! 너만 있었다면 데빌도 스스로 포기했을거다. 하지만 인간들은 내가 악이 될거라며 떠들어댔지! 그래서 소원대로 마왕이 되고 악이 됐다. 나는 기대에 부흥해 행동하고 있는 것 뿐이야 "
" 아, 그래...?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 역시 너한테 할말이 있지 "
" ...하지마 "
" 난 네가 찾던 화랑이 아냐! 똑같이 취급하지마, 기분 나쁘니까! "
그 말을 들은 데빌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화랑은 진심이었다. 자신을 마왕이라고 말하는 진의 세계의 상태 따위는 모른다. 문화도 분위기도 상황도 자신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었다면 자기 희생 따위가 아니라 어떻게든 둘이 사는 방법을 찾았을거다. 그 누구도 희생하게 하지 않았을거다. 그래, 내가 진이 스스로 사라지기 전에 막은 것 처럼. 자기 희생이라니, 그딴거 내가 용납할 것 같냐.
순간 데빌진이 화랑의 몸을 반투명한 공간에 가두었다. 갇혀버린 화랑이 주먹으로 벽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벽은 무너질 기미조차 없었다. 젠장, 당장 꺼내! 그 말을 무시한 데빌진이 제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포탈을 열었다. 네가 내 세계의 화랑이 아니여도 상관없어.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데빌진은 목표를 달성하고 꺼내 달라 소리치는 화랑과 함께 이 세계를 떠났다.
...화랑? 화랑이 데빌진에게 끌려 이 세계에서 사라진 순간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던 진은 갑자기 제 머리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다급한 그 목소리는 분명 화랑이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진의 내면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화랑을 빼앗겼다고.
2. 새 트레일러 영상 떴으면 써먹야지. 자세한 내용도 모르면서 진을 믿는 화랑과 그런 화랑이 신기하다 못해 관심이 생긴 라스로 진화랑라스. (진은 등장 안하지만)
카즈야의 농간으로 인해 서로 떨어지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건 양산형 잭들이었다. 떨어진 틈을 따 각개격파로 처리하겠다는건가. 문제는 없겠지만 이 수는 좀 귀찮겠군. 그리고 동시에 반대편에서 바이크의 굉음이 들리더니 양산형 잭들의 사이를 가르고 - 바이크에 부딪쳐 나가 떨어지는 잭들도 있었지만 - 자신을 조금 지나쳐 서는 바이크에 적인가 싶었던 라스는 그 바이크에 타고 있던 남자를 보고는 멈칫했다. 저 남자는... 레지스탕스의 리더? 이름이 분명... 멋지게 바이크를 세우고 내린 남자는 기가 찬 듯 한숨을 푹 쉬었다.
" 하아, 카자마 진 그 자식인 줄 알았더니... 또 엇갈렸나 "
" 진이라면 다른 쪽이다 "
" 다른 쪽이면 샤오유 쪽인가... 여하튼. 당신 카즈야 그 양반 편은 아닌가보네 "
" 그래 "
" 뭐, 좋아. 여러가지 듣고 싶은 것도 있고 진, 그 자식도 찾아야하니... 거들어주지 "
그 말을 끝으로 양산형 잭 무리들을 향해 뛰어드는 남자, 화랑을 보던 라스가 낮게 숨을 내쉬고는 자신도 양산형 잭 무리들에게 달려들었다. 무력으로는 손에 꼽히는 두 사람의 협동으로 잭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주변에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광경이 이질적이면서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이었다.
" 화랑이었나? 레지스탕스는 어쩌고 여기 있는거지? "
" 잠깐, 날 알아? "
" 그 레지스탕스의 리더니까. 자신의 조직이 얼마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지 모르나보군 "
" 관심없어. 애시당초 내가 레지스탕스의 리더를 맡게 된 건 사적으로 인력을 쓰기 위해서였으니까 "
" 사적이라고? "
" 그래, 카자마 진. 이 자식을 찾기 위한 인력이 필요했거든 "
" ...그럼 레지스탕스가 지금까지한 구조 활동 및 선행은 뭐지? "
" 진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딸려온 부산물 "
" ...멋지군 "
" 누군가에게 인정 받기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야. 살기 위해서, 그리고 내 목적을 위해서.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지 않았다고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물론 비난 받을 짓을 한 적도 없지만. 그나저나 당신 통성명부터 해 "
" ...라스 알렉산데르손이다 "
" 진이랑 관계는? "
"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손을 잡은 관계라고 하면 될까 "
" 좋아, 이해 완료 "
그 유명한 레지스탕스의 구조 활동 및 선행을 모조리진을 찾다보니 발생한 부산물이라 아무렇지 않게 딱 잘라 말하는 화랑에 라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말한 것과 달리 분명 사람을 구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거다. 가장 큰 목적이 그게 아니여서 문제지. 그나저나 진, 이 자식은 중동에서 기껏 도와줬더니 쥐도 새도 모르게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거지. 화랑의 중얼거림에 라스가 화랑을 바라봤다.
" 진을 중동에서 봤다고? "
" 괴물 상태로 돌아다니던걸 겨우 이겨서 원래대로 돌려놨더니 군인들이 수류탄 던지던데. 그 과정에서 진은 도망가고 난 눈을 다쳐서 한동안 안대행이었다고 "
실명이 안 된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화랑의 말에 라스는 그제서야 제 머리 속의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진이 데빌로 변해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라스가 그를 발견했을 땐 데빌의 모습이 아니었다. 데빌이 순순히 진에게 주도권을 넘겨줬을리 만무, 분명 중간에 돌발상황이 발생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데빌이 쓰러졌다는 초유의 사태였을 줄이야. 거짓말? 아니, 지나칠 정도로 숨길 줄 모르는 남자야. 거짓말은 아니야. 아군이 된다면분명 든든한 전력이다. 하지만.
" 진을 찾고 있다고 했지, 이유는? "
그 말에 대답없이 화랑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자 라스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아군이 된다면 든든한 전력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커다란 위협이다. 라스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말이 없던 화랑이 하아, 숨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그 자식 치고는 상당히 복잡한 일을 벌이네, 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두서없이 시작된 말.
" 전쟁이라니, 그 녀석이? 싶었는데 진짜 본격적으로 세계의 적이 되어서는 온 세상의 적의란 적의는 다 받고 있더라고. 솔직히 기가 막혀서 이야기라도 해볼려고 어떻게든 찾아갔더니 되돌아오는건 폭언이고. 그래서 생각했지. 일단 때려서 진정시키고 물어보기로. 그래서 찾는건데? "
" ...진심인가? "
" 진심인데? "
" ...진이 자신의 사적인 야망으로 전쟁을 일으켰을거라는 생각은? "
" 전혀. 카자마 진이잖아 "
" ...고작 그가 카자마 진이라는 이유로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그의 피를 알텐데 "
" 몇 번을 말하게 만들어. 그 녀석은 카자마 진이야. 미시마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괴물과도 관계없어. 그리고 그 녀석이 내 앞에서 카자마 진으로 있는다면 나 역시 카자마 진으로만 볼거야 "
가문이고 혈통이고 알게 뭐야. 이런 말하기 낯간지럽지만 난 그 녀석을 믿거든. 내가 아는 카자마 진은 너무 착해빠진 녀석이니까. 분명 뭔가 이유가 있겠지. 말을 안해주는게 좀 답답하긴 하지만 뭐... 다 끝나면 말해주겠지. 말을 끝내고 제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뭔가 궁시렁거리고 있는 화랑을 뒤로하고 라스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카자마 진을 가문이나 흐르고 있는 피와 관계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카자마 진 그 자체로만 보고있다는건가. 세상이 진을 역시 똑같이 미시마의 피가 흐르고 있는 악인으로 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는 그걸 다 배제하고 카자마 진 그 자체로만 보고 있다라... 심지어 진 안의 데빌을 알면서도. 꽤나... 재미있군. 나도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진을 어쩔 수 없는 미시마의 피가 흐르는 악인으로 봤는데...
" 이제 질의응답은 끝났나? 이제 아군이라는걸 믿겠어? "
" ...눈치챘나 "
" 갑자기 진을 왜 찾냐고 물어보면 뻔한게 아닐까. 여하튼 여기 정리는 끝난 것 같으니 빨리 그 자식을 찾자고 "
아, 바이크 놓고 가야되나. 부셔지면 아까운데.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진 이 자식한테 수리비 청구할까. 그렇게 시답지 않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앞장 서서 나아가는 화랑의 뒤를 따라가며 라스가 한가지 더 질문을 던졌다.
" 만약 이번에도 진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쩔거지? "
" 그럼 별 수 있나. 다 끝나면 승부 보자고 약속한 것도 있고 하니 "
화랑이 제 손바닥과 주먹을 소리나게 맞부딪치며 소리쳤다. 내가 이기고 나서 차근차근 물어보면 되겠지! 그 말에 라스가 작게 웃었다. 뭐야, 내가 그렇게 웃긴 소리를 했나? 아니아니... 좀 재미있어서 말이야. 흥, 댁 웃길 생각 1도 없거든. 이제 빨리 가자고. 속도를 올리는 화랑의 뒤를 따라가며 라스는 생각했다. 당분간 지켜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3. 인간과 공존하는 방향을 택하면서 수혈팩으로 연명하는 뱀파이어 진과 인간인 척 하는 천리안을 가진 어둠의 상인 화랑 (둘 다 인외, 화랑른에 가까운 진화랑)
뱀파이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공상, 가상의 존재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들은 실제로 존재하며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마늘, 십자가 등의 약점도 실제로는 치명적인 약점은 아니며 뱀파이어들의 치명적인 약점인 태양도 꾸준히 흡혈을 하고 건강하다면 태양 아래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흡혈을 하지 않고 태양에 자신의 몸을 불살라 자살하는 소수의 뱀파이어가 있었으니 이런 경우 사람들은 인체발화 현상이라며 도시전설 혹은 미스터리 현상으로 인식하곤 했다.
톡, 수혈팩에 빨대를 꽃아 입으로 가져간 진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후우, 빨대를 타고 올라간 혈액이 목으로 넘어가고 진은 피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이런 건 별로 마시고 싶지 않다, 라고 항상 생각하지만 자신이 뱀파이어인 이상 피에 대한 갈망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바로 수혈팩이었다. 그리고 그 수혈팩을 공급해주는 쪽이 바로.
" ...맛있나? "
" 맛으로 먹는 건 아니지만 "
" 그래도 맛 없는 것 보단 맛이 있는게 낫잖아? "
" ...그거야 그렇지 "
" 여하튼 이번에도 대금은 항상 하던 방법으로 송금 부탁해 "
" ...그래 "
진은 인간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온건파 뱀파이어였다. 어머니인 준의 영향으로 인간을 사육하거나 죽여서 피를 얻는 것이 아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피를 얻기 위해 진이 선택한 방법은 세계의 뒷면을 잘 알고 있는 상인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어둠의 상인, 일명 블러드 탈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겨우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낸 진이 처음으로 그를 찾아갔을 때 진은 악명 높은 블러드 탈론이 자신의 생각보다 어리다는 것에 적잖이 당황했다.
" 오, 손님? 여기까지 자력으로 오는 손님은 많지 않은데... 여하튼 내 가게에 잘 왔어 "
시선을 끄는 화려한 붉은 노을빛의 머리칼과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한 남자. 남의 이목을 확 끄는 두 가지 조합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가게로 들어온 진을 반겼다.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어둠의 상인의 외견에 순간 잘못 들어왔나 싶었던 진이었지만 이내 문을 닫고 조용히 그가 있는 데스크까지 다가갔다.
" 자, 여기까지 온 이유는? 뭘 사러온거야? "
" ...뭘 팔고 있지? "
" 내 주력 상품은 정보야. 물론 그것 말고도 다양한 걸 팔지만 내가 상품을 늘어놓고 설명하는 것보다 그쪽이 원하는 걸 말하는게 빠를걸? "
" ...혈액팩을 구하고 싶다, 정기적으로 "
" 흐응... 정기적으로 배달해주기를 원해, 아니면 직접 수령? "
그 말에 진은 고민했다. 집으로 직접 배달까지 해 준다면 자신은 편하지만 까딱 잘못해 내용물의 정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수습이 힘들어진다. 고민하는 진을 보던 남자가 작게 웃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 너무 걱정하지마. 배달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 하니까 안의 내용물에 대해 들킬 위험은 없어 "
" ...하나 더. 혈액팩은 어디서 공수해 오지? "
" 그건 선을 넘는 질문인데. 일단 병에 걸린 사람이나 누군가를 죽여서 가져오는 건 아니니까 안심해. 우리도 선이라는게 있거든 "
" ...어둠의 상인이라는 이명 치고는 꽤나 정직하군 "
" 어둠의 상인이라는 호칭은 뒷세계에서 활동하는 상인이라는 뜻이니까. 선을 넘어서 활동하는 녀석들은 보통 죽음의 상인이라고 부르지. 여하튼 어쩔거지, 손님? "
" ...직접 수령하지. 기간은 일주일에 한번 1팩이면 충분해 "
" 그거 가지고 배를 채우기에는 부족할텐데? "
배를 채운다. 그 말에 굳어버린 진이 남자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선 1도 말하지 않았음에도 뱀파이어라는 것을 들켜버렸다. 이 남자, 대체 정체가 뭐지...? 자신의 말에 진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남자가 또 작게 웃었다.
" 정말 알기 쉬운 반응이네. 손님은 적당히 거짓말을하는 방법도 알아야겠어. 너무 정직하면 남한테 들키기 딱 좋다고 "
" ...어떻게 알았지? "
" 불법 수술 같은 비합법적 목적이라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원하고 혈액형부터 이야기 했을테니까. 하지만 그 쪽은 정기적으로 혈액을 원한다고만 했어. 그런 경우는 딱 하나지. 먹기 위한 것. 뱀파이어구나, 손님 "
" ...그래 "
" 뒷세계에서 활동하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신기한 존재들이 공존하고 있다는걸 알았거든. 그리고 내 손님들은 그런 존재가 대부분이니까. 당신도 그렇지 않을까하고 떠본 것 뿐이야 "
방금도 말했지만 그런 반응이면 들키기 쉬우니까 거짓말을 하는 방법도 연습하라고? ...선처하지. 진의 말에 남자가 제 안대에 손을 올렸다. 1분 정도 지났을까, 손을 내린 남자가 폰을 들어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답장을 기다리며 남자가 진에게 다시 한번 더 질문을 던졌다.
" 근데 정말 1팩이면 되나? "
" 그거면 충분해. 흡혈 충동을 억누르는게 목적이니까 "
" 온건파 뱀파이어였나. 뭐, 건강해 보이니까 햇빛 아래에서 갑자기 죽지는 않겠지 "
" 그것도 알고 있나 "
" 우리가 알고 있는 미스터리의 대부분이 그런 존재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충격은 말도 못하거든. 아, 잠시만 "
원하던 답장이 왔는지 폰을 들고 확인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매주 일요일 날 수령하러 와. 시간은 상관없으니까. 처음 혈액팩을 건낼 때 대금을 지불하는 법도 알려줄게. 선입금이 아닌가? 선입금은 멋대로 의뢰를 취소할 때 손해를 막기 위해 쓰는 방법이지. 하지만 손님은 생존을 위해 찾아왔으니까. 취소할 리 없지. 그나저나 손님, 이름은?
" 카자마 진이다 "
" ...카자마? "
" 왜 그러지? "
" ...아니, 아무것도. 나는 화랑이야. 내 가게의 손님이 된 걸 환영해, 진 "
진이 돌아간 후 화랑이 제 안대 위에 손을 올렸다. 안대 너머의 광경을 바라본지 얼마나 지났을까. 화랑이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오늘따라 손님이 많네 중얼거리곤 안대에서 손을 내리고 인사를 건냈다. 아니, 건내려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이 사람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했겠지. 칫. 들어온 사람을 보고 혀를 찬 화랑이 손을 휙휙 마치 파리를 쫓는 것 같은 제스츄어를 취했다.
" 손님, 영업 끝났습니다. 그러니 꺼져주실래요? "
" 영업이 끝나든말든 그건 내 알바 아니지 "
" 아, 그러시겠지. 정말이지 볼때마다 짜증나는데 그만 좀 오지? 당신에게 팔 정보 따위는 없으니까, 카즈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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