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헌태섭TS우성/우성태섭TS명헌] 영애와 기사 (5장)
* 리퀘스트 받은 태섭TS 연성
TS연성입니다. 남캐인 태섭이 여캐로 나옵니다. 생물학적 여자로 나옵니다. 뇨타 뇨태섭 뇨섭
TS 소재 불호인 분께는 열람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 이 사람은 TS 연성을 한 게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참고하십시오
“학교에 같이 가고 싶다고?”
태섭의 물음에 명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장이 헛기침을 하자, 잠시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명헌이 두툼한 입술을 연다.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뿅.”
집사장이 이마를 짚었다. 아무리 고치려 해도 명헌의 말버릇은 도무지 고쳐지질 않았다. 명헌 자체도 고칠 의지가 없는 게 한몫 했지만.
“태섭…! 이 아니라 아가씨와 함께 학교에서도 수업 받고 싶어요! 학교에서도 같이 있고 싶어요!”
우성이 옆에서 덧붙인다. 태섭은 수업이 없는 주말,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오전 훈련을 마치고 산맥 입구에 주로 서식하는 마물들에 대해 적힌 책을 보고 있었다. 읽던 책을 덮고 책상 앞에 선 두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그 옆에 선 집사장을 보자 그가 흘리듯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교육이 되긴 했습니다.”
“그치만 내가 다니는 귀족학교는 입학 신분을 제한하고 있지 않아?”
“아앗, 그럼 아가씨랑 같이 학교에 갈 수 없는 건가요?”
우성이 울상지었다. 얕보일 수 있으니 항상 표정관리를 해야한다며 집사장이 넌지시 한마디 하자 입술을 꾹 깨물며 표정관리에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명헌도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같이 학교 다니면 나도 심심하진 않겠지만, 무슨 수로 같이 가? 얘들을 내 동생들로 작업을 하면 되려나?”
“…주인 어른이 재혼하신 게 아닌지라 무성한 소문에 휩싸이게 될 겁니다.”
“뿅…! 동생은 싫어영…용!”
“아! 맞아! 동생은 싫어요! 수행원이 좋아요!!”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하마터면 어머니를 곤란하게 할 뻔했네. 근데 쟤들은 왜 이렇게 싫어하지? 내가 자기들보다 더 작아서 그런가?
…열받네?
“아가씨. 아가씨도 이 아이들과 같은 생각이시라면 주인 어른께 조언을 구해보는 게 어떨까요?”
“어머니께?”
집사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품에서 꺼낸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지금쯤이면 기사단 관련 회의가 끝나셨을 거에요. 가보시겠어요?”
“이 아이들과 같이 학교를?”
“네. 근데 귀족들이 다니는 학교라 신분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얘들을 동생으로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가 어머니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조언으로 접었거든요.”
“아하…….”
카오루의 시선이 느릿하게 명헌과 우성을 향했다. 태섭의 말에 질겁을 하고 고개를 저어댄다. 품격을 지키라는 집사장의 말에 고개를 바로하지만 태섭을 향한 간절한 눈빛은 여전하다. 그 눈빛을 읽어낸 카오루가 생각했다.
저런 눈으로 보는데 동생이 되면 곤란하겠지…….
딸이 사랑받는 걸 생각하면 좋아할 일이었지만-그에게 신분제약은 의미가 없었으니- 상대가 좋지 않았다. 카오루의 집안에서 내려온 이야기를 생각했을 때, 이들의 존재는 저주받은 운명일 가능성이 높았다. 태섭에게 거둬져 그들의 성정대로 자라지 못했고, 그들이 타고난 재능을 터득하는 걸 거부함으로써 운명을 다소 어그러뜨렸지만… 거부한 운명을 바로잡는 자가 나타날 것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었다.
명헌과, 우성에게서 태섭을 향한 감정은
누가 봐도 사랑이었지만.
그 감정이 사실 그들을 완벽하게 해줄 제물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카오루는 알고있었다. 카오루의 집안이 타고난 운명이었으니까.
상하관계에 집중된, 태섭을 향한 충성과 복종에 대한 집사장의 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물을… 열쇠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맹목적인 애정이 어디까지 교육으로 묶어둘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한번씩 태섭을 향한 시선이 과하게 느껴질 때마다 어떻게든 더 자라기 전에, 더 강해지기 전에 숨통을 끊어놓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당장 옆에 있는 집사장부터 시작해 저택의 기사들을 동원해 무르익지 않은 연한 존재를 죽이는 상상을 얼마나 했는지. 싹을 자르고 싶은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차라리 그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태섭이 그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지만 않았다면.
귀족 영애 답지 않은 외형-딸이지만 인정해야할 건 해야했다. 귀엽긴 하지만 얌전하게 생긴 건 아니지 않나.-과 달리 태섭은 마음이 강하면서도 여렸다. 거둔 것에 책임을 질 줄 알았고 아랫것에게 온정을 베풀 줄 알았다. 태섭의 애정은 송 가문의 주인들이 그러했듯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태섭이 발견하고 거둬온 존재들이니 온정을 베풀지 않을 리 없었다.
…연애세포가 전혀 없는 탓에 저렇게 뜨겁게 쳐다봐도 하나도 알아채지 못 해서 그렇지…….
그러니 피가 섞이지 않아도 근친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꺼내서 질겁하는 두 존재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거겠지. 카오루가 태섭을 말없이 보았다. 태섭이 카오루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저 아이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고 싶니?”
“실제로는 저보다 어리지만 일단 키나 덩치를 생각하면 학교에 같이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정말로, 수행원취급하고 싶지 않지만 방법이 그것뿐이라면요…….”
“…달재야. 이 아이들의 교육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니?”
“귀족의 수행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예의범절에 대한 교육은 끝마친 상태입니다. 수행기사로서의 훈련은 진도가 빠른 상태로, 학교에 나가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가문에서 이루어지는 훈련 정도를 생각하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이 아이들에게 조금 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택에도 사람이 많지만 귀족들만 모인 곳은 처음이니 조금 걱정이 되긴 하네요. 아가씨에게 흠이 될만한 사고를 치면 안되니까요.”
“그래… 그렇구나.”
“말투를 좀 더 정숙하게 고쳤으면 했는데 도무지 이 부분은 진전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네가 많이 애썼다는 걸 알고있어. 너무 책망하지 마려무나.”
집사장과의 대화를 마친 카오루가 태섭을 보았다.
“귀족 신분은 만들 수 없지만, 귀족의 수행원 전형으로 입학은 가능해.”
“……!”
“그렇게 되면 너희 둘은 태섭이와 같은 수업일 때는 수행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다른 수업일 때는 따로 있어야 해. 지금처럼 태섭이가 없다고 해서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 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뜻이야. 그건 태섭이의 명예에 누를 끼치게 되는 거니까.”
“뭐야? 나 없어도 공부 열심히 한다며?”
명헌의 귀가 붉어지고 우성이 시선을 피했다. 태섭이 눈을 가늘게 떴다. 카오루가 둘을 보며 말을 이었다.
“수행원으로서 태섭이를 보필하고, 수행기사로서 수업을 게을리하면 안 돼. 너희의 학교 생활은 곧 태섭이의 이미지와 직결될 테고. 수행원의 품위와 태도는 귀족의 체면이나 다름없어. 너희가 저택에서 하는 것처럼 굴면,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뜻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니?”
카오루의 단호한 말에 명헌과 우성이 자세를 바로했다.
“너희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욕먹는 건 내 딸이 될 거야. 난 저택에서의 너희의 행태를 생각하면 학교에 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거든.”
“어머니…….”
“한 달.”
카오루의 말에 명헌과 우성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고개를 들어 카오루를 본다. 태섭이 당황한 얼굴로 카오루와 명헌, 그리고 우성을 보샀다. 무슨 말이 나올지도 모르면서, 각오를 다진 얼굴들을 내려다보며 카오루가 말을 이었다.
“한 달만 더 지켜볼게. 저택에는 수많은 눈과 귀가 있지. 너희가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어떤 수업을 듣고 어떤 훈련을 받는지. 태섭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까지 모두 내게 보고되고 있다는 걸을 잊지말렴. 나는 한 명이지만 학교에 가면 몇 백, 몇 천개의 시선이 따라붙을 거야. 999명의 너희를 좋게 봐도 단 한 명이 너희의 흠을 찾으면 999명의 호감은 물거품이 돼. 그리고 그건 고스란히 태섭이에게 돌아가겠지. 그렇기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잘 기억하렴.”
너희는 태섭이를 위한 수행원이자 수행기사고, 태섭이는 너희의 주인이라는 걸.
중간에 선 태섭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보였다. 카오루가 단단하게 대답하는 둘을 내려다보았다. 운명을 거스른 탓에 흉포함이 사라진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집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태섭에게 확실한 주종관계를 인식시켜야 했다.
그들이 태섭에게 갖는 감정을 어떻게할 수 없으니 최대한 뼛속 깊게 그들의 관계를 주입시키는 수 밖에 없었다.
빗나간 운명은 제자리를 찾기위해 안간힘을 쓸테다.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댓가는 무엇으로든 치루게 되어있었다. 그것을 완전히 끊어내기란 불가능이었다. 카오루의 집안 사람들이 끊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봉인하는 게 다였지 않나. 봉인을 걸어둔 덕에 카오루 세대까지 운명에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운명을 없애지 못했기에 봉인이 약해질 즈음 송 가문의 큰 어른, 카오루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그를 만나 이 먼 타대륙까지 도망쳐올 수 있었던 건데. 이렇게 멀리 도망치면 운명을 끊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딸에게 이어져내려온 것이 그를 분노케 했다.
카오루는 눈 앞의 두 존재들에게서 일렁이는 검은 기운을 보았다. 본인들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심지어 피를 물려받은 태섭에게도 보이지 않는 검은 기운.
카오루 일가이기에 보이는 기운은 그들이 높은 확률 따위가 아닌, 정말로 운명의 존재라는 걸 확신하게 했다. 카오루의 시선이 태섭이 하고있는 금빛 귀걸이로 향했다. 명헌과 우성에게서 넘실거리는 검은 기운이 태섭을 더듬어갈 때, 금빛 귀걸이가 반짝이며 그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줄어들고, 이내 사라진다. 검게 물들었던 보석은 잠시 후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
카오루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론 부족했다. 명백한 상하의, 주종관계의 인식과 검은 기운을 흡수하는 보호석으로는 부족했다. 보호석에 담긴 마력은 언젠가 고갈되게 되어있었다. 그때까지 명헌과, 우성의 본질적인 존재가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만큼 강해져야했다. 소중한 딸이 저주받은 운명의 길을 걷지 않도록 해야했다.
본질적인 존재가 태섭을 잡아먹고 원래의 성정으로 돌아오면 태섭 뿐만 아니라 세계가 끝이었다. 그들의 존재는 세계를 뒤집을 존재였으니까.
땅을 찢고 하늘에 불을 지르며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음으로 뒤덮을 때까지 날뛰는 존재.
멸망의 징조라 칭하는 블랙드래곤이니까.
그래서 카오루는 명헌과 우성에게 더욱 엄격해질 생각이었다. 딸을 생각하는 그 감정이, 존재를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열쇠이자 제물을 생각하는 감정이 아니라 온전한 사랑이길 바랐다. 세상을 멸하는 존재가 아니라 평범하게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랐다. 태섭이 그들을 내치는 게 아닌 한. 그러한 존재가 되길 바랐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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