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시리즈)

[명헌태섭TS우성/우성태섭TS명헌] 영애와 기사 (2장)

* 리퀘스트 받은 태섭TS 연성 

TS연성입니다. 남캐인 태섭이 여캐로 나옵니다. 생물학적 여자로 나옵니다. 뇨타 뇨태섭 뇨섭 

TS 소재 불호인 분께는 열람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 이 사람은 TS 연성을 한 게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아이들의 이름은 각각 이명헌과 정우성이었다.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 하면, 전날 태섭이 아이들을 씻기기 위해 그들을 감싼 모포를 걷어내던 중 바닥으로 떨어진 종이조각에 둘의 이름이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름에 힘이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탓인지, 어째서인지 태섭은 누가 명헌이고 누가 우성인지 고민할 새도 없이 각자의 이름이 누구의 것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좀 더 짙은 눈썹에, 입술이 도톰하고 뭔가 맹해 보이는 쪽이 명헌, 명헌보다 얇은 눈썹에 예쁘장한 쪽이 우성이었다. 확인 차원에서 태섭이 이름표를 들고 이름을 부르자 태섭에게 눈을 맞춰오는 것이, 정답을 맞췄구나 하고 확신을 주었다.

뭔가 묘하게 닮은 듯, 아닌 듯 한 둘은 형제처럼 잘 엉켜 지냈다. 아직까지는 자고 있는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보다 길어서, 아이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태섭은 마차를 타고 학교를 가 수업을 듣고 훈련을 받았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쉬지 않고 가문에서 시행하는 훈련을 했다. 피곤할 법도 한데 가문 훈련까지 끝나고 씻고 나오면 깨어나는 아이들을 돌보기까지 해 태섭의 하루가 바삐 흘러갔다. 대대로 기사를 배출한 가문 답게 태섭 역시 체력이 어마무시한 것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훈련과 가문에서 따로 시행하는 훈련 역시 그의 체력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테다. 집사와 메이드들의 조언을 기꺼이 들으며 아이들을 챙겨주고 밤이 되면 천하의 태섭이라 할지라도 눈이 천근만근 내려앉았다. 아직 눈이 말똥한 아이들을 토닥이며 제 침대에 다같이 누워있으면 순식간에 잠이 든다. 아이들은 몸을 일으켜 앉아 곤히 잠든 태섭을 한참 내려다보다 그의 곁에 누워 다시 잠들곤 했다.


"으음……."

커다란 창문으로 비쳐오는 햇빛에 눈을 뜬 태섭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고 나서 아직 부어있는 눈을 비빈다. 하루 일과에 아이들을 케어하는 항목이 포함되어있어 피곤할 법도 하지만 잠을 잘 자는 덕인지 아직까지 피로가 더 심해지진 않았다. 태섭이 습관적으로 아이들의 자리를 손으로 짚었다. 도톰한 뺨이나, 따끈한 몸이 만져져야 하는데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아 태섭이 눈을 번쩍 떴다.

"어?"

아이들이 앉아서 태섭을 보고있었다.

"뿅."

"뿅?"

"태서비!"

"태서비?"

명헌이 먼저, 그리고 다음이 우성. 태섭이 눈을 끔벅거렸다. 아이들의 말을 멍하게 따라하다가, 정신이 번쩍 났다.

아이들을 만나고 한 달이 되서야 목소리를 들었으니까.


송 가문 사람 모두가 카오루의 방에 모였다. 태섭의 품에 안겨있던 아이들을 보던 카오루가 말했다.

"한 달만에 말을 했다고?"

태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고있는 아이들을 어르자, 검은 눈을 말똥하게 뜨고 있던 명헌이 입을 연다.

"뿅……."

"뿅?"

카오루가 명헌과 눈을 맞추고, 이내 우성을 본다. 우성은 태섭의 목을 꼭 끌어안고 작게 중얼거린다.

"태서비……."

"태서비?"

모녀 아니랄까봐 반응하는 말이 똑같다. 태섭은 모친에 대한 친근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을 숨기고 작게 웃었다.

카오루의 손짓에 아이들을 내려놓은 태섭이 자리에 앉았다. 카오루의 시선이 아이들을 향한다. 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고는, 집사를 향해 말했다.

"달재야."

"예, 주인어른."

"마법사에게 연락을 넣어주렴. 아이들을 한 번 보여야겠다."

태섭은 카오루의 말에서 아이들을 만난 초반 저주 관련하여 마법사를 언급했던 것을 기억했다. 태섭의 시선이 카오루를 향하고, 그 시선을 느낀 카오루가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이 곳에 오게 되기까지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니?"

맹하게 태섭을 보던 명헌도, 태섭의 다리를 꼭 안고 있던 우성도 카오루를 보았다. 아이들의 시선을 받아내는 카오루에게 고개를 저어보인다.

"기억나지 않아용."

"몰라요……."

태섭이 발견한 쪽지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째서 그 곳에 있었는지, 다른 가족들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했다. 카오루가 질문을 계속할수록 아이들이 태섭에게 달라붙었다. 태섭이 아이들의 등을 토닥였다. 아이들을 한참 보고 있던 카오루가 말했다.

"일단 마법사가 올 때까지 쉬는 게 좋겠구나."

종아리까지 올 법한 작은 아이들이 태섭에게 안겨들었다. 태섭이 아이들을 번쩍 안아들고 카오루에게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빠져나간다. 카오루가 그 모습을 보다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


"딱히 감지되는 저주의 마력은 없군요. 단지……."

"단지?"

카오루의 요청에 응한 마법사가 눈 앞에 선 아이들을 찬찬히 훑으며 말했다.

"내재되어있는 마력이 엄청납니다. 마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손해가 막대할 정도에요."

태섭이 주워온 아이들이라지만 기사, 그러니까 무인만 배출해온 기사 가문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마법사의 존재는 상당히 뜬금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모였다. 흥미로운 시선이 모인 와중에 마법사가 탐나는 시선을 던졌다. 아이들이 흠칫하며 태섭의 뒤로 숨는다. 태섭이 마법사를 흘겨보자 그가 헛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손해가 막대할 정도의 마력이라는데, 마법을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태섭이 생각했다. 아이들이 제 앞가림할 수 있도록 검술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마법사의 말대로라면 검 보다는 마법을 가르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마법사는 어딜가나 환영받는 존재다. 신성력을 우선시하는 신전에서야 썩 좋지 않게 보겠지만, 애초에 둘이 마주할 일이 어디 전쟁 터진 곳이라던가 마물을 토벌하는 대대적인 토벌단이 아니면 볼 일도 거의 없고. 괜찮지 않을까? 태섭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은 후 말했다.

"어때? 마법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원한다면 마법사를 고용해서 마법을 가르쳐줄 의향이 있어. 우리 가문에서 알려주면 더 좋겠지만, 우리 가문은 기사 가문이라 마법이랑은 거리가 멀어서."

아이들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한 태섭이 카오루를 올려다보았다. 카오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용돈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면야."

"앗."

태섭이 난처해 하자 낮게 웃은 카오루가 말했다.

"농담이야. 그렇게 난처해하는 걸 보니 용돈을 잘 모으는 편은 아닌가보구나."

카오루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태섭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얼굴에 부채질하며 열을 식힌 태섭이 다시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의 시선은 태섭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향해있었다. 태섭의 손이 검집을 향하자, 아이들이 태섭을 본다.

"검을 배우고 싶어?"

가만히 있던 명헌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성이 따라서 고개를 끄덕인다. 태섭이 둘의 동그랗고 감촉 좋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검을 배워도 좋지만 저기 마법사 말로는 너희에게 마력이 엄청나게 많이 있어서, 마법을 배우는 게 훨씬 좋다고 하는데? 마법을 배워볼 생각은 없니?"

"검 배우고 싶다 뿅."

"태서비랑 같이 검 배울래……."

아이들의 대답에 마법사가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쉰다. 카오루가 마법사를 보았다. 마법사가 아이들을 내려다보다 말했다.

"나중에라도 마법에 관심이 생긴다고 하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마법사가 카오루와 태섭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주 인사한 카오루가 마법사를 배웅하기 위해 집사와 메이드들을 동반하여 저택 밖으로 나가고, 태섭이 둘을 보며 말했다.

"저 마법사가 말한 것처럼 너희가 원하면 언제든 마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게. 지금은 검을 더 배우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가 학교 다녀오면 저택에서 하는 검술 훈련이랑 체력 훈련 같이 하자. 으음, 지금은 너희가 너무 어리니까 체력 훈련 간단한 것만 할 수 있겠네."

"내가 커지면 태섭이랑 같은 훈련 할 수 있는 건가용."

"응? 그렇지? 그치만 아직 너희는 어리니까~ 천천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돼."

"나도 태서비랑 같은 거 하고 싶은데!"

둘의 표정이 부루퉁한 것이 영 못마땅해 보인다. 태섭이 쿡쿡 웃었다.

"후후. 나도 혼자 훈련하는 것보다 다같이 훈련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네. 하지만 아까 얘기했듯이 너희는 아직 많이 어리니까 좀 더 크고 나면 같이 하자. 알겠지?"

명헌과 우성이 서로를 보았다.


으. 더워. 태섭이 눈썹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여름이 다가오긴 했지만 이불도 여름 것이고 베개도 여름 것이라 그렇게 더울 일이 없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더웠다. 잠옷도 한결 가벼운 걸로 입었는데도 덥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심지어 몸이 무거워 전날 훈련을 무리하게 했는지 되짚어보았으나 평소와 같은 루틴의 훈련이라 몸살이 나거나 할 일도 없었다. 전신이 묵직해 태섭이 눈을 몇 번 깜빡이다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딱히 오한이 든다거나 감기 증상도 없는데, 오늘은 훈련 강도를 조금 약하게 해야…….

태섭의 눈 앞에 길쭉한 팔이 툭 떨어졌다.

"……?"

하나도 아니고, 양쪽에서 겹쳐진 팔이 태섭의 위에 깔려있었다. 이 팔들… 때문에 내가 몸이 무거웠었나? 태섭은 멍하게 그것을 보았다. 하얀 살결을 가진 것에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따끈한 감각이 살아있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상황 파악을 할 수 없어 태섭이 멍하게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양쪽에서 뻗어온 팔을 고개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한 번씩 돌려 팔의 주인을 확인한다. 저택에서 한번씩 메이드들과 같이 자긴 했지만 메이드들 중에서 이런… 길쭉한 팔을 가진 이는 없었다. 아니, 그전에. 이 팔들, 맨…맨살…….

"……."

태섭의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갈색 눈이 달달 떨린다.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대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태섭이 이불을 슬쩍 내렸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네글리제가 이불과 팔 때문에 눌린 흔적 말고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다행?

다행??

침대에 외간 남자가 둘이나 있는데 이게 다행??????????????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태섭이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꺄악!!!!!!!!!!!!!!!!!!!!!!!!!!!!!!!!!!!!!!!!!!!!!!

"으? 뵤, 뿁?"

"으어? 으?"

찢어질 듯한 비명에 놀란 남자들이 잠이 덜 깬 상태로 정신없이 일어났다. 태섭이 비명을 지르고 얼마 되지 않아 우당탕탕 소리가 나며 레이피어를 쥔 집사와 호신용 무기를 든 메이드들이 태섭의 방 문을 부수고 뛰어들어왔다.

"아가씨!!!!"

"아가씨 무슨 일이세요!!!!"

얼굴이 새빨개진 송 가문 차녀가 놀란 얼굴로 양 옆을 돌아보았다.빡빡한 작고 귀여운 머리통을 연상케 하는 머리통 두 개가 익숙했다. 태섭이 어버버 하며 중얼거렸다.

"이명헌…이랑 정우성……?"

네??????????????????????

태섭의 방에 들이닥친 모두가 태섭과 같은 표정으로 태섭을 사이에 두고 여전히 잠이 덜 깬 얼굴의 두 사내를 보았다. 이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명헌과 우성이 태섭을 양쪽에서 끌어안고 눈도 뜨지 못한 채로 태섭의 곱슬한 머리카락에 뺨을 부빈다. 태섭이 멍하게 그들이 하는대로 흔들린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운명이 가리키는 길을 벗어나네

운명이 가리키는 길을 벗어나네


어린 아이들이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려 하네

어린 아이들이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려 하네


운명을 거부하면 그 사람이 찾아올텐데

운명을 거부하면 그 사람이 찾아올텐데


운명이 가리키는 길을 벗어나네

운명이 가리키는 길을 벗어나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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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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