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시리즈)

[명헌태섭TS우성/우성태섭TS명헌] 영애와 기사 (6장)

* 리퀘스트 받은 태섭TS 연성 

TS연성입니다. 남캐인 태섭이 여캐로 나옵니다생물학적 여자로 나옵니다. 뇨타 뇨태섭 뇨섭 

TS 소재 불호인 분께는 열람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 이 사람은 TS 연성을 한 게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참고하십시오


“블랙드래곤. 이들은 세상에 멸망을 가져오는 존재로,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세상에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넘치게 되면 견디다 못한 세계가 부르는 존재라고 합니다. 신화에 대한 기록에서 멸망과 같은 소재로 찾았을 때 공통적으로 ‘세계가 부서질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나 크고 검은, 날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나 땅 위에 선 모든 존재를 불태우고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렸다.’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태섭은 말없이 책을 내려다보았다. 손에 쥐어진 깃펜이 블랙드래곤Black dragon 이라는 이름 주위를 맴돌았다.

“이들은, 흉포한 성정을 가지고 있으며 부정적인 것들을 견디지 못한 세계가 부르는 존재인 만큼 잔혹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블랙드래곤이 나타날 때면 종족 불문하고 협력을 하여 그에 대항할 정도였다고 하죠. 블랙 드래곤이 세상에 강림할 때, 그들을 막는데 성공하면 세상을 지킬 수 있지만―.”

교사가 말을 멈추자, 귀족 학생들 몇이 숨을 멈추었다. 학생들을 보던 교사가 말을 이었다.

“막는데 실패한다면, 그대로 멸망이죠.”

“그럼 지금 세상은 지켜진 세상인가요, 멸망했다가 새로 재건된 세상인가요?”

어느 귀족 자제가 질문하자, 교사가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세워올리며 답했다.

“지금 세상은 지켜진 세상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블랙드래곤이 세계가 부르는 멸망의 존재라고 해서, 세상의 존재가 정말로 멸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곳곳에서 탄성과 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태섭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블랙드래곤을 막으면 세상을 지킬 수 있다고, 서적에는 나와있죠. 하지만 세계가 멸망을 위해 부르는 존재인 만큼, 세계가 원할 때면 언제든 블랙드래곤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종족이 머리를 모아 방법을 생각해냈죠.”

블랙드래곤에 대한 정보가 적힌 책 귀퉁이를 검게 칠하던 태섭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봉인’입니다.”

“…….”

“블랙드래곤의 강림으로 몇 차례 세상이 멸망하고, 그것을 반복하던 인류는 더이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자료를 남기고, 그것들이 멸망에도 파괴되지 않도록 특수한 마법을 걸었습니다. 그 자료들이 이후 반복되는 멸망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거지요. 자, 479페이지를 볼까요?”

일제히 책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태섭이 무심하게 책을 넘긴다. 인간의 형태를 가진 실루엣 속, 그의 가슴부근에 분홍색 하트 모양의 보석이 그려져있었다.

“단어로 ‘봉인’이라고 표현되어있지만, 사실상 ‘자물쇠’에 가까운 그것은 특수한 혈통을 가진 종족을 뜻합니다. 이들의 피에 ‘봉인’의 속성을 부여하여 블랙드래곤의 마력을 흡수, 그들의 힘을 약화시켜 물리치면 블랙드래곤은 죽지 않는 대신 하늘로 도망치고 세상은 멸망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부서지는 세계가 멸망에서 벗어난 것을 알면 계속해서 도망친 멸망을 부르기에, 블랙드래곤이라는 존재에게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힘을 ‘봉인’하여 약하게 만들고, 힘을 회복하여 다시 세계의 부름에 응해 멸망을 불러오는 순간까지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그럼 언젠가 블랙드래곤들이 다시 나타난다는 건가요?”

“세계가 멸망을 노래하면, 그렇죠.”

“그동안 발전한 시간이 얼만데, 지금 블랙드래곤이 나와도 뛰어난 기사와 마법사들이라면 죽일 수 있는 거 아니야?”

“블랙드래곤을 ‘봉인’한다는 그 종족은 어디에 있을까? 블랙드래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힘을 기르고 있지 않을까?”

귀족 자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이번에야말로 죽이면 된다며 큰소리 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태섭은 그런 귀족 자제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혼자 상상해본다.

부서져가는 세계가 멸망을 부르짖을 정도로 괴로워하는 건 어느 때일까.

블랙드래곤이 죽지 않는 존재라면 멸망을 가져올 때마다 세상이 달라져 있었을까.

세계가 멸망을 노래할 때, 블랙드래곤이 원하지 않는 때도 있을까.

점점 소란이 커지자 교사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교탁 위의 회중시계를 보다 자제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수업시간이 끝났군요. 오늘의 몬스터학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블랙드래곤에 대해 못 다한 수업을 마무리 하고, 다음 몬스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교사가 강의실을 나서고, 조용했던 자제들이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 되어 강의실 뒤편에 서있던 수행원들이 자신들의 귀족들을 찾아간다. 곳곳에서 티타임이 차려지고, 귀족 자제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태섭은 제 앞에 선 존재들을 삐딱한 눈썹을 한 채로 올려다본다.

“아가씨.”

“차는 뭘로 드릴까용.”

“…….”

기어이 카오루가 주시한 한 달을 무사히 보내고 당당히 귀족학교에 수행원이자 수행기사 신분으로 들어온 명헌과 우성이 태섭을 보며 웃고 있었다. 태섭의 앞에 선 커다란 두 존재로 인해 모두의 시선이 태섭에게 몰렸다. 태섭이 불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필요없어.”

그렇게 말하던 태섭이 위를 흘끗 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잔뜩 웃음을 머금은 기대한 표정이 순식간에 실망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뜬 태섭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름 끌츠르 브특흐…….”

“네!”

우성과 명헌이 밝아진 얼굴로 태섭의 테이블 위로 다기를 꺼내들었다. 작은 병에 담긴 꿀과 고소한 맛이 나는 쿠키를 꺼내 올린다. 정말 즐거워보이는 표정에 태섭은 그저 시선을 돌리며 쿠키를 이질적으로 씹을 뿐이었다.

“어머, 태섭 영애가 수행원을 데리고 올 때가 다 있네요?”

“어디서 이런 듬직하고 잘 생긴 수행원을 둘이나 데려왔을까?”

“…….”

아, 역시. 태섭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태섭에게 다가온 귀족 영애들은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우성과 명헌을 연신 흘끔거리기 바빴다. 용기낸 두어명의 영애의 모습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태섭쪽으로, 정확하게는 명헌과 우성쪽으로 몰려들었다. 갑자기 쏠린 관심에 명헌이 눈을 끔벅거리고, 우성이 예의 ‘수행원의 태도는 주인의 얼굴’이라는 말을 상기하며 살짝 웃어보였다.

“그간 혼자 모든 걸 해결해서 수행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송 가문은 수행원 보다는 수행기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태섭 영애는 아무래도 영애라고 하기엔… 격식과 거리가 좀 머니까 말이에요.”

어라, 이것봐라. 명헌과 우성이 태섭을 둘러싼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둘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그들의 분위기 변화를 먼저 파악한 태섭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입꼬리를 비틀어올렸다.

“가문에서 저를 오죽 걱정하셔서.”

“어머. 가문에서 영애를?”

“기사 수업시간에 모든 남학우들을 다 때려눕힐 정도로 거친 분인데, 가문에서 너무 영애를 과소평가하는 것 아닌가요?”

“아! 땀내나는 기사들만 있는 가문이니 아무래도 가문의 기준이겠죠?”

“사실은 저택으로 돌아갈 때마다 가주님께 졸랐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데리고 다니는 수행원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잘 생긴 수행원이 많으니까 샘이 난다고, 나도 저런 수행원 만들어달라고?”

깔깔 웃는 소리가 태섭 주위로 퍼져나갔다. 명헌도, 우성도 태섭과 함께 귀족학교에 갈 때까지만 해도 들떴는데 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태섭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명헌이 눈으로만 강의실을 훑었다. 이 공간에서, 태섭의 편은 없었다. 우성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려 하자, 명헌이 우성의 발을 살짝 밟았다. 우성이 움찔하며 웃는 낯을 유지했다. 수행원의 태도는 주인의 얼굴. 수행원의 태도는, 주인의 얼굴.

그때, 말없이 앉아있던 태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태섭을 향했다.

“가문에서, 나를. 걱정한 이유는.”

태섭이 제 정면에 서있던 영애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의 깊게 파여 드러난 가슴 위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태섭이 말했다.

“너같은 무례한 귀족 나부랭이에게 기분껏 손을 댔다가 돈이라도 물어주면 어떡하나 해서.”

“가, 감히 어디다 손을 대는 거에요!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요?!”

“어, 그거 내가 얘기해도 되나?”

태섭이 고개를 틀어 비웃듯 말했다.

“그러면 엄청 부끄러워질텐데. 그거, 우리 가문에서 세공된 보석을 흉내낸 모조품이잖아?”

“뭐, 뭐라고요?”

“내가 우리 가문에서 나오는 물품들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해? 드레이크의 눈을 세공해 만든 보석은 이딴 싸구려 모조품보다 훨씬 아름답거든. 저택에 돌아가면 진품인지 확인해보는 게 어때? 그걸 모르고 샀다면, 송 가문의 물품을 알아보는 눈이 없는거고…….”

태섭이 영애의 목걸이를 틀어쥐어 당겼다. 헉 소리를 내며 영애가 태섭의 코앞까지 이끌렸다. 태섭이 영애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알고도 샀다면, 나처럼 알아본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하라고 일부러 산 거겠지.”

“이… 이…!!”

영애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태섭을 팍 하고 밀치자 가볍게 두어걸음 밀려나준다. 태섭이 킥 웃으며 영애를 보았다.

“그러게 이기지도 못 할 거 뻔히 알면서 왜 시비를 거셨나요?”

명헌도, 우성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태섭이 명헌과 우성 사이에서 팔짱을 끼자, 명헌과 우성을 비롯해 곳곳에서 숨 참는 소리가 들렸다.

“수행원들을 데려온 이유가 궁금하면 그냥 평범하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 왜, 너희가 말한 것처럼 내가 데려온 수행원들이 너무 잘생기고, 잘나보여서 탐이라도 났나? 그렇다면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태섭이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얘들, 단순 수행원이 아닌 나와 함께 기사생활을 할 내 소중한 동생들이거든.”

…….

…….

……?

모두의 시선이 태섭에게서 명헌과, 우성으로 옮겨졌다. 다시 태섭을 본다. 우뚝 선 두 남자의 얼굴을 보던 무리가 태섭을 보며 처음으로 측은한 얼굴을 했다.

어딜 봐서 저 얼굴이 누나 보는 얼굴인데……?


“너희는 먼저 들어가. 난 어머니와 할 얘기가 있어서.”

“…….”

“…….”

카오루의 작업실로 향하는 태섭을 보는 명헌과 우성의 표정이 멍하다. 두근두근한 얼굴로, 들뜬 발걸음으로 태섭과 함께 마차에 올랐기에 걱정을 담고 다가온 집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래… 그랬구나…….”

“…? 어머니?”

귀족 자제들이 다니는 귀족 학교는 귀족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귀족 자제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부모에게 보고했고, 이는 태섭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귀족은 소문에 귀가 밝아야했다. 아랫사람을 움직여 정보를 수소문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영민함을 갖춰야했다. 일종의 정보전이었다. 부러 황가로 들어오라는 명을 거절한 송 가문에서는 특히나 중요했다.

평소처럼 금일 있었던 일에 대해 보고하던 태섭이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카오루가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태섭의 머리를 쓰다듬었기 때문이었다. 태섭의 시선에 표정을 갈무리한 카오루가 말했다.

“몬스터들의 부속품으로 만든 보석과 비슷한 모조품이 나온다는 소식은 내 일찍이 듣긴 들었지만,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할 눈조차 없다는 게 우려스럽구나. 조만간 조치를 취해야겠다. 오늘은 싸우지 않았니?”

“뺨을 올려붙였다면 싸웠겠지만… 스스로도 부끄러웠는지 그대로 도망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싸우지 않았어요.”

“…그래.”

또래 영애보다 탄탄한 팔을 어루만진 카오루가 말했다.

“항상 조심하렴. 너와 가문의 명예에 누가 될 행동은 하지 말되, 정당한 범위 내에서라면 반격해도 좋아. 도발에 넘어가지 말고, 상대의 약점을 먼저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렴. 보통의 영애와는 다른, 기사가 되고 싶어하는 나의 소중한 딸. 너를 음해하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네게 폭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용서없이 응징하렴.”

“용서없이 응징.”

모녀가 동시에 말했다. 이내 기분좋게 웃음을 터뜨린다. 태섭이 먼저 팔을 들어 카오루를 끌어안고, 카오루가 그를 마주 안았다. 오늘도 고생했다며 딸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이마에 입을 맞춘 카오루가 태섭을 방으로 내보냈다.

“…푸흐흐.”

태섭의 인기척이 사라지고 나서야 카오루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기사생활을 함께 할 소중한 동생들이라.”

그들의 앞에 서있었기 때문에 태섭은 그들의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카오루는 왠지 알 것 같았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동생취급 받았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카오루가 노을지는 창 너머를 보았다.

“사랑에 빠진 블랙드래곤이라니……. 정말… 그간 수없이 멸망을 겪어온 옛사람들이 알면 까무라치겠네.”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파란새를 작업실 안으로 들이며 카오루가 작게 중얼거렸다.

“부디 그게 좋은 징조여야만 할텐데 말이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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