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시리즈)

[명헌태섭TS우성/우성태섭TS명헌] 영애와 기사 (4장)

* 리퀘스트 받은 태섭TS 연성 

TS연성입니다. 남캐인 태섭이 여캐로 나옵니다생물학적 여자로 나옵니다. 뇨타 뇨태섭 뇨섭 

TS 소재 불호인 분께는 열람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 이 사람은 TS 연성을 한 게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참고하십시오


태섭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 저택에서 온갖 교육을 듣는 명헌과 우성이 얼굴이 불평으로 불퉁하다. 책상 위로 책을 가득 쌓아올린 집사장이 그들을 보았다.

“왜 그러죠?”

“태섭이…,”

“아가씨.”

“…아가씨 언제 와요?”

“학교로 출발한지 1시간도 안 됐잖아요. 오후는 되야 돌아오시는 거 알면서.”

“태… 아가씨 보고싶은데.”

“삐뇻.”

집사장이 책상 위로 늘어진 명헌과 투덜거리는 우성을 보았다. 태섭과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극심한 존재들.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인간일 수 없는 무언가의 존재들. 집사장이 이들을 태섭의 아랫사람으로 교육시키고자 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었다.

태섭을 향한 맹목적인 애정. 무한한 충성.

태섭과 함께 있을 때는 강아지가 사람이 된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옆에 찰싹 붙어 온갖 애교를 떨어대는데 태섭이 없을 때면 이렇게 세상에 무관심한 무의욕의 끝을 달렸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교육이나 훈련의 목적에 태섭이 없다면 이들은 이 교육마저 협조되지 않았을 것이다. 집사장이 마물들의 정보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훑었다. 동물로 예를 들어본다면, 처음에는 알에서 태어난 짐승이 가장 처음 마주한 이를 부모로 인식하는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말을 하기 전까지, 성장을 하기 전까지 둘은 태섭만 졸졸 따라다녔다. 태섭이 안고다닌 날도 많았지만 땅을 딛고 걸으면 항상 태섭을 쫓아다니기 바빴던 그 때를 생각하면 태섭을 부모로 생각할 가능성도 염두해볼 수 있겠지만…….

“…….”

집사장은 태섭을 보는 둘의 시선에서 애정과 충성을 읽었다. 그것은 단순히 부모를 보는 자식의 시선이라고 할 수 없었다. 송 가문 저택이고, 모두가 태섭을 위한 존재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자신이나 메이드들이 태섭에게 다가갈 때 크게 변화를 보이진 않지만… 집사장은 최근 태섭과, 둘을 데리고 저택 뒤의 숲과 산맥의 경계에 마물을 소탕하기 위해 저택을 나섰던 순간을 떠올렸다.

바깥에서 인간이 아닌 것은 모두 태섭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라고 판단한 이후로 태섭에게 다가오는 ‘적’을 보는 시선이 아주 매서웠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부모를 보는 자식의 시선이 아니었다. 자신의 것에 위협을 가져오는 존재를 없애고자 하는, 살기. 맞아.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독점. 소유. 들끓는 욕심.

집사장은 둘에게서 그것을 느꼈다. 태섭은 그렇지 않은 척 했지만 다소 긴장한 상태였기에 명헌과 우성의 변화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으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집사장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태섭이 탐탁치 않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관계에 상하관계를 밀어넣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것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조할 것이라는 집사장의 예상이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태섭과 관련된 것들이기에 열심히 하긴 하지만 태섭이 없을 때는 자주 집중이 흐트러지는 부분까지는 예상하지 못 했지만.

대부분의 수업은 집사장이 직접 교육했다. 원래도 송 가문에 들어오는 하인들의 관리를 맡고 있기도 했고,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시선을 거두지 말라는 주인 어른의 명이 있기도 했다. 주인 어른은 명헌과 우성의 존재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했다. 집사장에게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주인 어른과 큰 어른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직접 얘기해주지 않아도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

이들은 분명 태섭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처음 태섭이 이들을 데려왔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지만, 마법사를 통해 이들이 엄청난 마력을 내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혹시 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마력에 이어 태섭과 함께 훈련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하루만에 태섭만큼 성장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태섭이 그 변화를 무서워하고 있었을 때, 우성이 ‘싸울까?’ 라고 말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둘은 그때도 태섭만을 보고 있었다. 태섭의 변화를 읽고, 그를 두렵게 한 것이 자신들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싸우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타고난 전사들이었다. 전사라고 칭하는 게 민망할 정도의 존재들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태섭을 향한 들끓는 독점욕과 소유욕이 지나쳐 집착이 되거나, 미쳐버리면 태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러니 그 전에 상하관계를 분명히 시켜야했다. 아직 어린 이 둘이, 이성을 잃는 날이 오기 전에. 뇌에 상하관계를 어떻게든 쑤셔넣어야했다. 어렸을 적부터 분명한 상하관계를 교육시키면 이성을 잃는다 하더라도 본능으로 공격해도 되는 자와 공격해선 안되는 자를 구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만들어야만 했다. 그것이 집사장의 임무였다. 여차하면 아직 덜 여물었을 때 태섭을 위협하는 순간이 오면, 이들의 숨통을 끊는 것까지가. 집사장의 임무였다. 과연 어느 순간까지 집사장의 힘으로 이들의 목숨을 끊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검술 훈련을 받을 수 있잖아요? 아가씨가 오시기 전까지 수업을 마치지 못하면 같이 훈련을 받을 수 없어요.”

“삐뇽!”

“그건 안 돼!”

집사장의 말에 치즈처럼 늘어져있던 명헌과 우성이 빠릿하게 상체를 세웠다. 눈에 힘을 주고 책을 편다. 집사장이 그 모습을 말없이 보았다.

주인 어른이 마법사에게 연락을 넣었으나 맡은 의뢰가 많은 탓에 근래에 찾아오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마법사가 저택을 방문할 때까지만이라도. 마법사가 오면 어떻게든 수가 생길 것이다. 그 때까지는.


“수업 잘 듣고 있었어?”

“뿅.”

“네!”

학교에서 돌아와 마차에서 내리는 태섭을 에스코트하는 손길이 제법 익숙해졌다. 태섭이 옆을 힐끔 보았다. 키를 빼앗아간 거 아니냐고 했던 말이 어지간히도 충격이긴 했는지 이후로 야금야금 크고 있는 명헌과 우성이 제법 사내다워졌다. 명헌은 만족할만큼 컸다고 생각했는지 성장을 멈추었고, 우성은 아가씨를 지키려면 더 커져야한다며 명헌보다 더 크고 있었다. 태섭의 손이 에스코트하는 우성의 손바닥 안에 겨우 찼다. 태섭의 가방을 받아든 명헌은 우성보다 키가 작은 대신 덩치가 커졌다. 우성도 키가 있으니 덩치가 있다고 느껴졌지만, 명헌은 뭐랄까. 위압적인 느낌으로 덩치가 커졌다고 해야할까. 집사복을 분명 몸에 맞춰서 제작했을텐데 옷이 딱 맞는 걸 넘어서 터질 것 같다. 옷 맞춘지 얼마 안 됐던 것 같은데.

“…열받아.”

“삐뇽?”

“네?”

“아무것도 아니야.”

태섭이 둘을 두고 저택까지 뛰어들어갔다. 아가씨! 하는 목소리가 다급하다. 저택의 문이 열리고, 태섭을 맞이하는 메이드를 보며 그가 말했다.

“얼른 씻자! 그러고 나면,”

길게 뻗은 두 다리로 뛰어오니 금방이다. 태섭이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팩 소리나게 앞을 보며 바로 옆의 메이드에게 속삭였다.

“나 얼마나 키 컸는지 봐줘야해.”

메이드가 당황한 얼굴로 달려오는 초보 수행원들과 토라진 아가씨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흐흥.”

태섭의 목욕 담당 메이드와 태섭만 아는 비밀. 태섭이 목욕하는 방 한쪽 벽에 위치한 조금씩 위로 솟아가는 작은 칼자국들. 목욕 메이드가 새로 칼자국을 내며 태섭을 보았다.

“그래도 키는 꾸준히 크고 계시네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쟤들이 인간이 아니라면, 내 키를 빼앗아간 게 맞는 것 같아.”

“후후.”

“비웃는 거야?”

“그럴리가요.”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씨.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를 빠져나온 태섭을 부드럽고 따뜻한 천을 감아주고, 같은 색의 타올로 화장대 앞 의자에 앉은 태섭의 갈색 곱슬머리를 말리는 메이드가 웃는다.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젓는다.

“아가씨는 더 크실 수 있을거에요.”

“진짜? 얼마나 더 클 수 있을 것 같아?”

목욕 메이드의 말에 반색한 태섭이 고개를 돌린다.

“아이 참. 아가씨. 머리카락을 먼저 말리셔야죠.”

“알았어.”

물기가 남지 않도록 꼼꼼히 닦아내고 향유를 발라 윤기를 낸다. 빗으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빗어내린다. 상냥한 손길에 태섭의 표정이 흐물해진다.

“주인 어른만큼은 크실 거라고 생각해요. 아가씨는 몸을 쓰는 훈련을 하시니까, 아무래도?”

“어머니보다도 더 컸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편식 하지 말고 골고루 잘 드셔야겠죠?”

“으, 하지만 브로콜리는 정말 싫은데.”

“브로콜리만큼 덜 자라시겠네요.”

“아! 안 돼!”

부들거리는 곱슬머리를 곱게 땋아 내린 메이드가 다 됐다며 뒤로 물러섰다. 저택에서 입는 편한 일상복 차림의 태섭이 메이드와 꺄르르 웃으며 욕조가 있는 방을 빠져나와 침실로 향했다.

“!”

“아가씨!”

여태 기다렸는지 명헌이 눈을 반짝이고 우성이 발을 동동 구른다.

“아가씨 앞에서 정숙하세요.”

“그치만, 그치만요!”

메이드의 한 마디에 자세를 바로 한 둘이 애타게 태섭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던 태섭이 푸핫, 웃는다.

“내가 아까 그렇게 가버린 게 신경쓰였어?”

“잘못한 게 있다면 알려줘요, 뿅.”

“우리가 잘못한 게 있어요?”

“음…….”

태섭이 팔짱을 끼며 둘을 보았다. 확실히 아가씨와 함께 있으면 표정이라던가 움직임이 풍부해진단 말이지. 메이드가 흥미로운 시선으로 셋을 보았다. 태섭이 눈썹을 삐딱하게 세운 채로 말했다.

“나 다 알아.”

태섭보다 배는 큰 초보 수행원들이 바짝 긴장한다. 메이드는 이 순간 웃음을 참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태섭이 검지를 들어 둘을 가리키며 외쳤다.

“너희가 밤마다 내 키 잡아먹고 있잖아!”

“삐뇽?!”

“네에?!”

“그렇지 않고서야, 너희만 이렇게 클 수가 있어? 내 키 내놔! 얼른!”

“앗, 아가씨!”

태섭이 손을 뻗자 자연스럽게 명헌과 우성이 상체를 숙인다. 제법 자란 까만 머리카락들이 태섭의 손에 감긴다. 머리를 벅벅 문지른다. 태섭에게서 웃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태섭을 만류하던 메이드 역시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리둥절하게 머리를 내주던 명헌과 우성이 서로를 본다. 둘의 머리를 엉망으로 만든 태섭이 손을 털었다. 메이드가 태섭의 옷매무새를 정돈해주었다.

“어휴, 속이 다 시원하네.”

“삐? 뿃?”

“이게, 대체…….”

“밥 먹으러 가자!”

“후후후.”

태섭이 둘 사이를 헤치고 메이드와 함께 방을 빠져나간다. 산발이 된 머리로 서로를 멀거니 보는 명헌과 우성에게 외친다.

“안 오고 뭐해!”

“뿅!”

“가, 가요!”


태섭은 곤히 잠들어있었다. 커다랗게 나있는 창문 틈으로 달빛이 비쳐들었다. 태섭에게 달빛이 닿아 깨지 않도록 명헌이 커튼을 친다. 우성이 잠든 태섭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명헌이 다가오자 우성이 그를 보다, 주인이 덮고 있는 이불을 조심스레 걷는다. 속이 희미하게 비치는 속옷은 둘의 시야를 잡아채지 못했다. 태섭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몸을 살핀다. 학교의 훈련과, 저택에서의 훈련으로 태섭의 몸 곳곳에 훈련의 흔적으로 멍이 들어있었다.

“…….”

“…….”

주인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가늘어진다. 왼쪽 손목 안쪽으로 멍이 들어있는 모습을 본다. 퍼진 양상의 멍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멍을 지나는 희미한 손자국을 읽어낸다.

저택 훈련에서도, 학교 훈련에서도 나올 수 없는 멍자국이었다.

운명을 거스른 댓가는 시작되었네

운명을 거스른 댓가는 시작되었네

그 댓가를 치루는 건,

누구?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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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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