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른 (시리즈)

[명헌태섭TS우성 / 우성태섭TS명헌] 영애와 기사 (1장)

* 리퀘스트 받은 태섭TS 연성 

* 이 사람은 TS 연성을 한 게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참고

* 어째서인지 태섭TS 소재 생각하다보니 로판AU가 자꾸 나오길래 시작은 하는데

까먹기 방지용 썰풀다가 썰이 이미 분량이 초과가 되서 더는 모르겠고 일단 시작해봄…

근데 이거 한편에 못 끝낼 것 같다……


작은 영애는 작은 사내아이들을 만났네

작은 영애는 작은 사내아이들을 만났네

작은 영애는 작은 사내아이들을 거두었네

그들은 그렇게 만나게 되었네

운명을 만나게 되었네

운명을 만나게 되었네

국경을 분리하는 거대한 산맥을 뒤로 한 저택이 있다. 저택은 대대로 뛰어난 무인을 배출하는 가문이었고, 국가를 위협하는 국경 밖 국가로부터 나라를 지키거나 거대한 산맥에서 쏟아져나오는 마물이나 야생동물 따위를 주기적으로 소탕해 국방에 크게 이바지했다. 황도에서는 황가에 충성하나 권력욕이 없는 가문을 총애했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문은 황도에서 하사하는 물품들을 대부분 사양할 정도로 겸손을 보였으나 자신들이 사냥한 야생동물이나 마물의 부속품을 가공하여 되려 황도를 중심으로 국가 전역에 교역을 하여 자신들만의 부를 쌓았다.

국가별 전쟁으로 가문의 주인과 장남이 기사들과 함께 출정을 떠나고, 큰 공을 세우고 순직을 했을 때도 국가에서 내리는 하사품을 일정량만 받을 정도로 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황가에서 보았을 때 스스로를 고립시켜 하는 듯해 신경을 쓰려 했지만, 자리 지키기에 여념없는 중앙귀족들의 만류에 그마저도 관심을 뜸하게 가지게 되었다. 대신 가문의 자녀들의 교육만큼은 책임지고 싶다 하여 가문에서도 받아들이고 자녀를 귀족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여기, 저택을 둥글게 둘러싸는 정원을 지나 산맥의 입구인 숲으로 들어가려는 자가 있다. 황가의 총애를 받으며 황가에 충성을 맹세한- 산맥을 등진 송 가문 영애 송태섭이 귀족학교에 다니는 차녀 되시겠다.

"재미없는 학교 따위."

심드렁한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정원과 숲의 경계를 울렸다. 지금쯤 애타게 자신을 찾고 있을 집사와 메이드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가진 태섭이 경계를 넘어선다. 귀족 영애라면 당연하게 치장해야할 긴 드레스는 반을 잘라먹고 투박한 경갑옷을 그 위에 씌운 상태다. 무엇을 하든 참견하지 않겠지만 영애로서 긴머리는 유지해달라는 모친의 부탁 아닌 부탁에 높게 하나로 묶은 갈색의 곱슬머리가 햇빛을 받아 밝은 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밑머리는 시원하게 밀어버린 상태였는데, 어쨌든 긴머리를 고수하긴 했으니 이걸 말을 잘 들어야한다고 해야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친은 슬쩍 모른척 했다.

태섭이 신은 부츠 밑으로 풀이 밟히는 소리가 났다. 팔에 장착한 아대로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들을 밀어내며 조심히 숲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숲으로 갈 때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니 기사를 대동하라는 모친의 말이 있었지만 태섭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 아니었기에 이번에도 집사와 메이드를 뒤로 한 채 몰래 저택을 빠져나온 것이다.

태섭은 순순히 도움만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는 대대로 대단한 무인을 배출한 송씨 가문의 차녀였으며, 자상하고 장난기 있지만 전투에는 진지하고 강한 모습으로 일관한 아버지를 보고 자랐으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장난을 좋아하지만 가문을 지키기 위해 고된 훈련도 마다하지 않던 큰오빠와 함께 자라왔다. 아버지도, 큰오빠도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지금 저택의 주인이 된 모친을 위해서라도 태섭은 강해지고 싶었다. 가문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던 가족을 둘이나 잃은 지금 가문을 노리는 자가 분명 존재할 테니까. 저택에는 가문에 충성하는 기사들이 많지만 태섭은 방심하고 싶지 않았다. 동생인 아라는 많이 어렸다. 그러니 자신이 모친도, 동생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했다. 

귀족학교에서 검술 훈련을 받긴 하지만 기초 중에 기초 수업이었고, 실습 훈련도 거의 하지 않았다. 겉멋만 들은 귀족 자제들의 영애들을 꼬시기 위한 가벼운 정도의 실습 뿐이었다. 태섭은 그것에 신물이 났다. 도움되지 않은 학교는 그만둬야 마땅하나, 황가에서 교육만이라도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탓에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 모친의 말에 따르면 여태 황가에 충성한 만큼 많은 포상이 내려왔지만 대부분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이번만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태섭은 각이 다르게 위로 올라가는 눈썹을 매만지며 숲 안쪽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갔다.

야생동물이라던가 작은 크기의 마물은 이전부터 기사들과 함께 산맥 아래를 다니며 사냥해본 적 있어 태섭은 자신이 있었다. 산맥의 중심까지는 위험하니 갈 생각이 없기도 했고.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기에 태섭은 욕심 부리지 않았다. 자신이 다치기라도 하면 분명 모친이 슬퍼할 테니까. 가문의 아랫사람들도 슬퍼할 걸 알았으니까. 태섭은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상처받길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강해지는 것이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숲을 파고들수록 머리를 헤집는 상념을 털어내려 고개를 젓는데 희미하게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태섭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단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가며 숨을 죽였다. 수풀로 몸을 숙여 냄새와 기척을 최대한 죽였다. 야생동물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다. 작은 크기의 마물이라면 조금 벅차긴 해도 상대할 수 있다. 태섭이 마른침을 삼켰다. 동물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풀 사이를 살짝 헤치고 그 너머를 본다.

"…소동물 무리…?"

주로 초식생활을 하는 작은 동물들이 거대한 나무 밑에 모여있었다. 흔한 일이 아니기도 했고, 모여있는 동물들 중에서 태섭을 위협할만한 인자가 없어 몸을 숨기던 것을 일으켜 세운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동물들의 시선이 태섭으로 모여들었다. 경계를 하는듯 하지만 섣불리 공격하거나 도망가지도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의 작은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인간을 마주하면 도망부터 갈텐데.

태섭이 조심스레 나무로 다가갔다. 동물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러난 자리에 시선이 닿는다.

"아이…들?"

경계하던 태섭이 얼타는 소리를 내며 나무 밑까지 다가왔다. 소동물들이 자리를 물리고, 태섭이 쪼그려 앉았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하얀 피부의 아이 두 명이 서로 껴안은 채로 모포에 둘러싸여 잠들어 있었다. 태섭이 고개를 기울였다. 높게 묶은 긴 곱슬머리가 기울어졌다. 태섭의 갈색눈이 차근히 아이들을 훑어보았다. 깊게 잠든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주위를 살피는데 인기척이 느껴지는 게 없다. 이 숲은 국경을 나누는 산맥의 입구에 해당하는 곳이었고 산맥은 마물이 득시글해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심심하면 숲까지 내려와 저택에서 기사들이 주기적으로 소탕하는 곳인데 이런 곳에 애들을 두고 자리를 비울 리 없었다. 태섭이 눈을 가늘게 떴다. 소동물들이 이 곳에 모여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동물들은 대체적으로 위협을 가하지 않는 존재를 알아보니까. 이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아이들 주변으로 모여들어 온기를 나눠주고 있던 것이다. 아이들을 관찰하던 태섭이 몸을 일으켜 주변을 탐색했다. 누군가 숲으로 들어와 지나다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함정을 설치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택에서 설치한 것 외에는. 태섭이 난색을 표하며 나무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소동물들의 시선이 태섭을 향했다.

"이걸 어떡한담……."

감이 뛰어난 송씨 가문 사람들 특성상 태섭이 느낀 이 감으로 판단했을 때, 이 아이들은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위험한 숲에 버려진 게 맞을 것이다. 섣부른 판단은 안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태섭이 다시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열 아홉의 태섭도 작은 편인데-본인은 뒤에 가서 많이 클 거라 생각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그런 태섭보다도 훨씬 작았다. 못해도 넷, 아니면 다섯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태섭이 돌아다니면서 나는 소음에도 반응하지 않고, 동물들이 이렇게 가까이 와있는데도 인기척 조차 느끼지 못하는 걸 보니 잠든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로든 이 아이들을 그대로 두고 저택으로 돌아간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태섭이 팔짱을 끼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아이들을 안아올린다. 작은 체구의 태섭-뒤에 가서 큰다니까!-이 한 팔씩 안아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웠다. 태섭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택으로 돌아가면 모친과 하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골치가 아파왔다.


분명 숲으로 향한 게 분명한 태섭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안도한 것도 잠시, 양쪽 팔에 하나씩 어린 아이를 안고 온 것을 발견한 저택은 난리가 났다. 집사장은 급히 주인을 모시러 가고, 메이드들이 다가와 태섭에게서 아이들을 받아 안았다. 다른 메이드가 다가와 태섭의 상태를 확인한다.

"태섭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어머니."

태섭의 모친이자 송 가문의 주인, 카오루가 태섭을 안았다. 안은 팔을 풀고 메이드들이 안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 태섭은 카오루의 눈치를 살폈다. 카오루가 아이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일단 들어가자고 손짓한다. 가족들이 모이는 방으로 모두가 모였다. 아라를 담당하는 메이드가 어린 아라를 안고 나왔다. 태섭보다 반절 어린 아라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아이들을 보았다.

"동생……?"

카오루의 시선이 태섭에게 닿았다. 태섭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카오루가 침음을 삼킨다.

"정말 태섭이 네 말대로라면 아이들을 그 곳에 두고 나왔다는 게 좋은 뜻은 아닌 것 같구나."

태섭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이들은 여전히 잠들어있었다. 저택의 의사를 불러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아이들을 진찰한 의사가 말했다.

"사내아이들입니다. 건강에 이상은 없는 듯 합니다. 전염병이라던가 하는 것도 보이지 않고요. 상태를 보면 잠들어 있긴 한데… 진찰하는 동안에도 깨질 않는 걸 보면 어디 마법이라도 걸린 듯 합니다. 의학적인 부분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고마워요."

카오루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가 허리 숙여 인사하곤 방을 나섰다. 카오루와 태섭의 시선이 중간에서 마주쳤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

태섭이 여전히 잠들어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고개를 들어 카오루를 마주본다.

"다시 그 숲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요. 어떻게 된 건진 잘 모르겠지만 소동물들이 이 아이들에게 온기를 나눠주고 있었어요. 숲으로 돌아가면 분명 죽을 거에요."

학교에서 받은 수업과,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생존 수업의 지식을 떠올린 태섭이 단호하게 말했다. 카오루는 그런 태섭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태섭이 고민하다 말을 잇는다.

"제가 데려왔으니, 제가 책임지고 보살피겠습니다."

"동물도 아니고 사람인데 그 말이 가진 무게를 알고 얘기하는 건지 묻고 싶구나."

질책이 아니라 확신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태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호하게 지식을 어필하는 만큼 단호한 목소리가 카오루에게 전해진다.

"송 가문의 일원으로서 생명이 가진 무게를 모르지 않습니다. 제가 사전 상의 없이 데려온 만큼, 제가 책임질 수 있게 해주세요."

말없이 태섭을 보던 카오루가 작게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을 거둔 만큼 그 무게를 알길 바라. 가문에서는 의식주를 제외한 도움은 일절 주지 않을 셈이야. 태섭이 네가 거두고, 책임을 논한 만큼 지켜보마."

"…감사합니다."

열 아홉의 태섭에게는 다소 무거운 항목이었다. 동물을 키우는 것도 어려운데 남자아이를, 그것도 둘이나 키우게 됐다. 책임감이 무겁게 태섭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카오루의 말에 집사장을 비롯한 하인들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태섭의 눈치를 살핀다. 그 분위기를 빠르게 느낀 태섭이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정말 필요한 게 아니라면 먼저 도와달라 얘기하진 않을거야. 해볼게. 내가 데려왔으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카오루 역시 어린 태섭에게 모든 것을 위임할 정도로 냉정한 주인은 아니었다. 일단 아이들을 씻겨야겠다며 메이드들에게서 아이들을 받아안은 태섭이 제 방으로 향하자, 카오루가 눈짓으로 메이드들에게 따라가라 이른다. 옅게 미소지은 메이드가 따라가고, 카오루의 시선이 집사장을 향했다.

"달재야."

"예. 주인어른."

"태섭이가 아이들을 보살필 때 가급적이면 충분히 지켜보고, 많이 어려워하거나 곤란해하면 조금씩 도와주도록 밑의 아이들에게 일러주렴. 그 아이 성격에 모든 걸 떠맡기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에 조금 걱정은 되는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아이들을 앉힌 태섭이 진땀을 흘려가며 조심히 씻겼다. 메이드들이 태섭을 지켜보다 헤매는 모습을 보이면 조언하는 식으로 도왔다. 아이들은 씻겨지는 동안에도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메이드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저주라도 걸린 걸까요? 어떻게 지금까지 한 번을 안 깰 수가 있을까요?"

메이드의 말에 태섭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마법사도 불러야할 것 같아. 어머니께 얘기 좀 전해주지 않겠어?"

"예, 아가씨."

저주는 마법의 영역이라 일반적인 의술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태섭의 의견이 카오루에게 전해지고, 카오루로부터 마법사를 데려오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들을 모두 씻기고, 포근한 천으로 감싸 메이드들이 아이들의 체구에 맞는 옷을 지어오는 동안 제 방에 데려와 침대에 눕혔다. 아이들을 만난 시점부터 카오루의 허락을 받고, 아이들을 따뜻한 물에 씻기고 나서 땀에 젖은 몸을 한 번 더 씻었더니 몸이 노곤노곤했다. 아이들 사이에 자리잡은 태섭이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금새 잠든다.

태섭의 옷가지를 정리하고 돌아온 메이드가 손으로 입을 가리곤 살짝 웃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가씨. 고생하셨어요."

조심스레 아이들을 태섭의 어깨까지 올리고 푹신한 이불을 끌어와 그들 모두가 덮을 수 있도록 정리하고는 조용히 방을 나선다.

…….

여태 잠들어있던 아이들이 천천히 눈을 떴다. 오묘한 빛이 일렁이는 검은 눈이 느리게 꿈벅이다 고개를 들어 자신들 사이에 잠든 태섭을 본다. 찬찬히 그를 살피더니 태섭쪽으로 파고들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운명의 시작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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