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코토] 단편

안면마쿠라

트친 히나 씨의 카미코토 그림에 감명 받아 조각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픽시브에 히나씨의 멋진 일러스트를 같이 첨부하였습니다. (아래 링크 첨부)

“어떡하지….”

미코토는 난감하다는 듯 제 품에 안겨있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미코토는 그의 방에 있는 침대에 앉아있는데 꽤 난처한 상황에 부닥쳐있었다. 그것은 누가 왔는지도 모른 채 곤히 잠들어있는 카미조가 불편하게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에 미코토가 침대로 올라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앉아있지 말고 누워서 자라며 성큼성큼 시트에 손을 짚고서 다가간 미코토가 아무 생각 없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사건은 발생하였다.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살짝 힘을 주고 눌렀을 뿐이었는데, 그대로 제 쪽으로 몸이 기운 카미조에 미코토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까, 깜짝이야….”

운동신경이 있던 덕에 한쪽 팔로 바닥을 짚고 중심을 잡아낸 미코토는 제 위로 엎어져 있는 카미조를 살폈다. 살짝 눌렀을 뿐인데 그대로 제 쪽으로 쓰러져 잠에서 깨기는커녕 자신을 쿠션 같은 것으로 생각한 모양인지 제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허리에 두 팔을 두르고 끌어안아 자는 카미조가 황당하기도 하면서, 그만큼 피곤했나 싶어 미코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기울여 카미조의 얼굴을 살폈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뭘 하고 온 것인지, 눈 밑에는 피로감이 가득했고, 색색 숨을 내쉬며 긴장이 풀린 얼굴로 곤히 잠든 모습을 보자니 잘 자는 사람을 떼어내서 깨우기도 뭐해졌다.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을 의지해주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 미코토의 뺨이 발그레진다.

“이, 이건, 그거야! 피곤해 보이는 사람을 굳이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 거야!”

누구한테 해명하는 것인지, 그렇게 말로 내뱉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던 미코토는 어정쩡하게 앉아있는 저를 끌어안고 있는 그에게 흘낏 한 번 눈길을 주다가 곧바로 그를 외면했다. 뒤늦게 카미조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에 쑥스러움이 몰려왔는지 숨을 급히 내쉬며 손으로 뺨을 눌렀다.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열기에 미코토는 눈을 질끈 감으며 가라앉아, 가라앉아! 타오르는 거처럼 화끈거리는 뺨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으음...”
“–!”

움찔, 몸이 크게 튀어 올랐던 미코토는 입을 우물거리며 뭔가 작게 웅얼거리더니 다시 잠에 든 카미조에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제 품에서 편히 자는 카미조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천천히 뺨에 얹어놨던 손을 카미조의 등 쪽으로 옮겨 작게 토닥였다. 잘 자라는 듯, 엄마의 손길처럼 말이다.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작게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키던 카미조는 눈앞의 상황에 돌처럼 몸이 굳어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은 분명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 위로 올라와 잠깐만 자고 씻으러 들어가려 눈을 감았는데, 눈을 뜨니 제 아래에 깔려있는 미코토가 보이는 것에 아랫배가 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 미사카 씨가 누워있는 걸까요?!’

뺨, 턱,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분주한 시선으로 미코토의 모습을 살피던 카미조는 흐트러진 교복 차림에 목젖을 씰룩거린다. 막 뭔가 하려던 참이었던 걸까, 입고 있던 교복의 와이셔츠까지 밀어 올라가 그녀의 새하얀 뱃살이 보였고, 무방비한 상태로 팔을 뻗은 채 새근새근 자는 그녀를 보자니 카미조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불안감에 눈동자가 흔들리며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지기까지 했다.

‘옷이 흐트러져 있다는 건, 하기 직전에 멈췄다는 건가? 설마 억지로 안으려 했다거나…? 그래서 방어하려던 미코토가 나한테 전격을 쐈고, 거기에 당한 나는 미코토의 몸 위로 기절했다. 기절해 있는 나를 밀어낼 수 없어 미코토도 누워있었다는 전개인가…? 하필이면 미코토를 건들다니! 일어나면 무슨 말을 해야….’

책임, 책임, 책임.
기도하듯 중얼거리며 조바심을 내던 카미조는 우응, 하고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미코토에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다. 일어났어..? 깨어있는 카미조와 마주한 미코토는 아직 졸음이 가지 않은 모양인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더니 카미조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당신 말이야, 하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카미조에겐 미코토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카미조의 머릿속엔 온통 책임이라는 단어만이 가득 차 있었으니 말이다. 카미조에게 따지듯 말하던 미코토는 제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상태의 카미조에 어이, 여보세요? 카미조의 눈앞에 손을 흔든다. 흔들던 손이 시야에서 벗어나면 카미조는 거의 자포자기한 듯한 말투로 내뱉는다.

“결혼해 주세요.”
“후냐?!”

책임지는 발언을 내뱉은 카미조에 어째서인지 고양이 귀와 꼬리가 뿅 하고 튀어나와 빨개진 얼굴로 움찔하고 놀란 미코토다.


일러스트는 아래 픽시브 링크를 누르면 됩니다! 부디 멋진 일러스트도 같이 감상해주세요~!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