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코토] 크리스마스 데이트 (完)

[카미코토] 크리스마스 데이트 : 프롤로그

크리스마스 당일의 이야기는 다음편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프롤로그부터 올려요!

미사카 미코토는 최대의 난제에 빠져있었다. 곧 있으면 토키와다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미코토의 앞에 그를 존경하고 사모하는 이들이 모여 자신들과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고 애원하고 있는 상황을 어찌하면 좋을지 몰랐다. 미코토는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에 곤란해하며 오늘따라 쿠로코가 보고 싶다고 속으로 울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이렇게 몰려오는 무리를 쿠로코가 막아주었을 테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만큼 안전에 유의하기 위해 저지먼트 일로 먼저 나가 있었기 때문에 미코토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애원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이러다간 주위에 민폐를 끼칠 거로 생각한 미코토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크리스마스엔 약속이 있어!”

크리스마스에 약속이 있다고 외치는 미코토에 귀엽게 애원하며 부탁하던 학생들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마치 쿠로코가 유인원이라고 칭하는 그 녀석을 보았을 때처럼 무섭게 보이는 이들에 미코토는 움찔했다.

감히 누구와? 어떤 약속을?

이런 느낌이 강한 눈빛이었지만, 미코토는 그런 눈빛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채 잘못하면 제게 달려들 듯한 그들의 모습에 어떤 조처를 하면 좋을지 고민됐다. 여기서 쿠로코와 보내기로 했다고 하면 손쉽게 포기해 줄 테지만, 이 이야기가 쿠로코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언니가 저와 크리스마스를..? 좋아요. 이 시라이 쿠로코, 언니와 함께 보낼 크리스마스 플랜을–!!」

눈을 빛내며 이상한 욕망을 품은 계획을 짜둘 게 분명했다. 상상만으로 소름이 돋은 미코토는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그들이 더는 들이댈 수 없는 말을 내뱉고 만다. 이후의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서 말이다.

미코토에겐 일단 이 무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

“데이트하기로 했어!!”

“데, 데이트—?!”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그들은 사그라지게 놀라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떨어져 주지 않을까 했지만, 데이트라는 단어에 그들은 당연하게 쿠로코와 하는 것으로 납득했는지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사라지지 않는 쿠로코의 이야기에 미코토는 확실하게 알려줘야겠다 싶어 그들을 향해 외쳤다.

“쿠로코랑 하는 거 아니니까!!”

쿠로코와 데이트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와 한다는 것인지, 미코토의 외침에 충격을 받던 무리는 혹시 소문의 남자 친구분이 아닐까요? 넌지시 의문을 제시하는 누군가의 말에 깨달음을 얻는다.

기숙사 앞에서 밀회를 가졌던 의문의 그 신사분?

그것은 작년 8월 마지막 날,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의 일이었다. 기숙사 앞에서 일어난 일은 기숙사 사감은 물론이고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이 봤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는데, 얼마 안 있어 그 신사분을 데리고 도망쳐버린 미코토에 더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흐지부지 끝나 의문의 신사분에 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없었는데 크리스마스에 신사분과 데이트를 한다니, 그들은 심각해진 얼굴로 수군거릴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수군거릴수록 아무리 거리를 뒀다고 해도 드문드문 단어나 문장이 들려올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합쳐보니 그들 사이에서 의문의 신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눈치챈 미코토는 잘못됐음을 느끼고 정리하려 입을 뗐지만,

“그 신사분과 데이트한다는 증거를 보여주세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외치는 한마디에 미코토의 사고는 정지됐다. 말하지 않으면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는 듯한 불타오르는 눈빛에 미코토는 흠칫하며 뒷걸음질하다가 나, 나중에―!! 하고 외치며 등을 돌렸다. 도망치려는 기세에 그들은 미코토를 붙잡으려 했지만 미코토가 신은 로퍼 뒷면이 폭발해 자전을 흩뿌렸고, 갑작스럽게 흩뿌려지는 자전으로 놀란 그들은 두 팔로 얼굴을 막아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미코토는 있는 힘껏 발을 내딛는 것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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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참 고생이 많다..”

그렇게 도망쳐온 미코토는 어느 공원에 도착했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던 미코토한테 다가온 것이 보충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인지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를 들고 있는 카미조였다.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은 카미조는 누구한테 쫓기고 있기라도 하냐며 장난스레 물었고, 미코토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쪽이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장난으로 물은 것인데 정말 쫓기고 있는 거라 말하는 미코토에 카미조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에 미코토는 심각한 건 아니라며 앞의 일을 설명했고, 카미조는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미코토를 토닥였다.

토키와다이에서 뭐라고 불리는지 몰랐던 때라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테지만, 지금은 토키와다이에서 미코토가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카미조는 진심으로 위안의 말을 건넸다. 카미조의 위안을 받던 미코토는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 카미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 크리스마스에 약속은?”

“아직 없지만….”

“그럼 나랑 데이트 해!”

“……뭐?”

“이야기 들어서 알잖아! 당신 때문에 괜한 오해를 샀으니까, 어울리라고!”

엄밀히 말하면 미코토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카미조의 탓이라곤 할 수 없는 일이니 카미조는 거절하려면 거절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카미조는 거절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솔직히 나쁜 제안은 아니었으니까.

예상컨대, 이번에도 크리스마스 솔로 파티에 끼워지며 서러워하는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 사이에 끼게 될 게 분명했다. 그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으니 데이트한다고 빠져나오면 오히려 제게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데이트란 건 연인끼리 하는 거 아닌가?’

미사카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미사카는 데이트할 상대가 정해져 있었으나 그들의 오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신과 데이트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주변의 오해를 사는 바람에 자신이 다른 사람을 대신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을 텐데…

이상하게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이 이야기를 거절하면 미사카는 원래부터 생각해 두었던 남자와 데이트할 것이고, 그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이상해져 쉽사리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 이상함의 이유를 헤아리기도 전에 카미조의 입이 멋대로 열리며 말을 내뱉었다.

“좋아, 나로 괜찮다면.”

“역시 안 되겠지.. 에? 방금 뭐라고…?”

“곤란한 거잖아? 그러니까….”

“저, 정말?!”

카미조가 바로 허락할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지 미코토는 놀란 얼굴로 카미조를 향해 몸을 내밀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미코토에 놀란 듯 카미조는 몸을 뒤로 내뺐다. 뒤로 몸을 내빼며 살짝 홍조까지 띤 카미조를 멀뚱히 쳐다만 보던 미코토는 뒤늦게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깨닫고 후다닥, 거리를 두며 일어섰다.

“자, 자세한 일정은 나중에 얘기할 테니까!”

“어, 어….”

“갈게!”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던 미코토는 얼굴을 숙인 채 등을 돌려 자리를 떴고, 카미조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긴장이 풀린 듯 몸을 벤치에 기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왜 그런 거지?’

미코토가 가고 남은 자리에서 카미조는 자기도 모르게 좋다고 답한 것에 의문을 가졌다. 물론 미사카가 곤란해하니까 도울 생각은 있었지만, 뭔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의도가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그 의도에 의아해하며 눈살을 찌푸리다가 괜히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건가 싶어 머리를 쥐어 싸맸다.

—한편,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온 미코토는 카미조와 단둘이서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한다는 것에 설레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카미조라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본인은 전혀 아니라 하지만) 그 수녀도 있어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받아준 카미조에 기뻐하던 미코토는 서글퍼진 얼굴로 몸을 축 늘어트리며 걸음을 멈췄다.

“내가 곤란하니까, 라….”

데이트를 받아준 이유가 자신이 곤란해하기 때문에 도우려는 것이라 그 녀석답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냥함에 다들 이끌린 거겠지…. 애달픈 미소를 머금은 미코토는 그런 마음으로라도 자신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기에 고개를 내젓는 것으로 우울한 기분을 떨쳐냈다. 카미조와 알찬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계획을 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미코토는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 :☆゚. ───

『미안! 저녁에 만나지 않을래?』

데이트 약속을 잡은 다음 날, 미코토에게서 전화가 왔다. 카미조는 상관없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고, 미코토는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대답하기 곤란했나 싶어 카미조는 말하기 그러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잠시 말이 없던 미코토는 가벼운 웃음을 터트리며 그런 게 아니라 어제저녁에 사감과 문제가 생겨서 그렇다고 답했다.

두근,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 웃음소리에 심장이 간지럽게 떨려왔다. 통화 중 잠깐 느껴진 두근거림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미코토가 말한 그 문제가 무엇일지에 관한 호기심이 더 강했던지라 카미조는 제 몸에서 느낀 이상한 증세를 그냥 넘겨버리곤 미코토에게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야기가 좀 길어지는데 괜찮아?』

짧게 끝날 거로 생각했던지라 옆에 있는 인덱스의 눈초리를 받으며 전화를 받고 있었던 카미조는 잠시만, 양해를 구하곤 핸드폰을 천천히 내렸다. 핸드폰을 내리는 카미조의 모습에 근처에서 스핑크스와 놀며 안 듣는 척하던 인덱스는 상당히 짜증 난다는 눈빛으로 카미조를 째려본다.

“이제 끝났을까~?”

“아, 그게, 조금 더 길어질 거 같아서―….”

뭐야?!

금방 끝날 줄만 알았던 통화가 길어진다는 소식에 인덱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분노를 표출해 냈고, 카미조는 이러다 물리겠다고 생각했는지 진땀을 흘리며 뒤로 몸을 빼다가 삑, 바닥에 널려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서 꺼져있던 텔레비전 전원을 켜버렸다.

텔레비전의 화면이 켜지며 익숙한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매지컬 파워드 카나밍, 인덱스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재방송하는 모양이었다. 인덱스는 눈을 빛내며 곧바로 텔레비전으로 관심을 바꿨고, 카미조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하나 챙겨 들고 복도로 나왔다.

철컥,

조용히 문을 열어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한 카미조는 문이 안전하게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들려?!』

귀에서 떨어트려 놓았던 핸드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카미조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핸드폰을 귀로 가져다 댔다. 카미조는 머쓱해하며 옆에 인덱스가 있는 채로 받는 바람에 다시 받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미안하다 사과했고, 미코토는 폰 너머로 어느 정도 들어서 상황은 이해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천사인가…?’

미코토로서는 갑작스럽게 전화한 자신이 나빴으니 기다려준 것인데 카미조로서는 방금까지 인덱스에게 물어뜯길 뻔했기 때문에 진한 감동을 했다. 항상 불행한 일만 가득했던 카미조인지라 작은 일이라도 감동을 쉽게 느끼게 된 것도 한몫하겠지만…. 감동에 젖어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채 멍하니 있던 카미조는 통화 괜찮은 거 맞냐고 묻는 미코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핸드폰을 놓칠 뻔한다.

“우와앗!”

『뭐, 뭐야?!』

“하하, 아니~ 폰을 떨어트릴 뻔해서..”

『정말, 사람 놀라게 하지 마.』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머쓱하게 사과를 건네던 카미조는 이러다간 혼나기만 할 거 같아 서둘러 화제를 돌린다. 그래서, 문제가 뭔데? 카미조의 물음에 미코토는 혼내려던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다시 한번 큰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생각해도 어제저녁에 겪은 일이 심상치 않았던 모양이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내던 미코토는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사감이 알아버렸어.』

“..뭐를?”

『너랑 데이트한다는 걸 알아버렸다고.』

“….카미조씨가 잘못한 게 있을까요?”

저녁에 데이트해야 하는 이유가 자신과 데이트한다는 것을 토키와다이 중학교 기숙사 사감이 알아버렸다는 것이라면 그 문제가 자신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토키와다이에서 전격 공주라고 불리는 아가씨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뭣 모르는 남고생이 데이트한다고 하면 토키와다이 쪽에서 문제를 제기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카미조는 식겁했다.

『아니야! 당신 문제가 아니니까!』

오히려 나한테 있을지도….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카미조는 너한테 있을 거라니? 의아해하며 물으면, 미코토는 길어질 얘기를 늘어놓았다.

때는 어제저녁쯤, 카미조와 대화를 마치고 감정을 추스른 뒤에야 기숙사로 돌아갔던 미코토는 자신을 반기는 사감의 모습에 흠칫한다. 통금 시간이 늦지 않았을 텐데 마중까지 나와 있는 모습에 놀라긴 했으나 곧 통금 시간에 늦을 학생들을 붙잡으려고 그런가보다, 웃는 얼굴로 몸을 숙여 인사를 하곤 지나치려는데 그런 미코토를 사감이 막아 세웠다.

“미사카, 크리스마스에 일정이 있다고 들었다만. 사실인가?”

반짝, 안경이 빛나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감의 포스에 미코토는 움츠러들며 그건 어디서 들으신 거냐고 물었다. 사감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 그 의문의 남자분과 미사카님이 데이트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안 들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고, 그것을 들은 미코토는 아차 싶었다.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자고 애원하는 무리에서 빠져나오는 데만 급급해 사감이 데이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떡할지에 대한 묘책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 녀석이랑 크리스마스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무리인가….’

미코토는 가라앉은 표정으로 입술을 꾹 물었다. 누가 봐도 슬퍼하는 분위기를 내뿜는 미코토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사감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 텐데 그것을 받아준다면 크리스마스 당일 데이트를 허락해 준다고 말했다. 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데이트하게 해준다는 것만으로 좋았기에 말만 해주시라며 자신 있게 외쳤다.

“그렇다면 미사카, 한나절 정도 학생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겠지?”

“–네?”

“마지막 중학교 생활인데 후배들과 크리스마스를 즐겨주는 게 선배의 도리가 아니겠나?”

“그, 그렇지만….”

“설마… 온종일 데이트하려던 생각이었던 건가, 미사카.”

한순간 사감의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혼기도 끝나가는데 지금까지 애인도 없는 노처녀의 개인적인 한이 서려 있는 듯했다. 미코토는 눈물을 글썽이며 절대 그럴 생각은 없었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고, 사감은 만족스럽다는 듯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세한 것은 시라이에게 전해줄 테니 올라가도록.”

“..네.”

『―그렇게 된 거야.』

크리스마스 당일 낮에는 토키와다이 전교생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게 돼서 결국 시간이 저녁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떨쳐내지 못한 그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니 자신과 데이트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어 의문을 제시하려던 카미조는 입을 열었지만,

‘–여기서 미사카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미사카가 굳이 자신과 데이트하려는 이유는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려던 무리를 떨쳐내기 위한 거짓말로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과 데이트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걸 알리면 미사카는 그렇겠네, 답하곤 원래 데이트하기로 생각했던 남자와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언짢아져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거라면.. 애들이랑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기대했단 말이야..

솔직하지 못한 미코토가 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 것을 모르는 카미조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다만, 핸드폰 너머일 뿐인데도 슬퍼하는 미사카의 모습이 그려져 몸을 푹 숙이고 생각에 잠겨있던 카미조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괜찮은.. 거지?”

“–응!”

괜찮은 거냐는 한 마디였을 뿐인데, 미코토는 카미조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답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울 거 같은 목소리였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톤이 높아진 미코토에 카미조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행복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공간 속은 얼마 안 있어 문을 끼이익, 무섭게 열며 토우마아—, 저녁은 아직–…? 차가운 눈빛으로 으르렁거리는 인덱스로 인해 깨지고 만다. 무서운 분위기를 내뿜는 인덱스에 놀란 카미조는 다급하게 핸드폰의 폴더를 닫아 전화를 끊어버렸고, 갑작스레 끊긴 전화에 미코토는 어리벙벙했지만, 조금이라도 카미조와 데이트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져 웃는 얼굴로 침대 위에 누워 뒹굴뒹굴했다. 그 반대로 카미조 쪽은 굶주림에 참지 못한 인덱스가 카미조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었고, 인덱스에게 물린 카미조의 불행하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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