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코토] 크리스마스 데이트 (完)

[카미코토] 크리스마스 데이트 : 고양이 카페

드디어 두 번째 장소로 옮겨 데이트를 즐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쓰게 됐군요! 다음이 드디어 마무리되는 마지막 데이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여긴…….”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다양한 고양이가 있는 고양이 카페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미코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살짝 떨리는 두 손을 가슴뼈에 가져다 대며 주변을 구경하기 바빴다. 고양이와 고양이 관련 물건들로 가득한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좋아하는 미코토의 모습을 보며 카미조는 뿌듯해한다. 슬리퍼를 신고 들어와야 하는 공간이라 신발장에 벗은 운동화를 두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카미조는 코트와 들고 있는 케이크를 사물함에 보관하고 오겠다며 먼저 자리에 앉아있으라 일렀다. 이에 미코토는 자신의 코트도 부탁한다며 카미조에게 맡기곤 기대에 찬 얼굴로 서둘러 부츠를 벗어 슬리퍼로 갈아신곤 자리를 잡으러 들어갔다.

“미사카, 기다렸… 지?”

쿠웅—. 멀리서 봐도 우중충한 분위기다. 케이크를 맡기며 두 명분의 입장료를 내고 온 카미조는 축 처진 미코토의 모습에 당황한다. 그 짧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카미조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으면 미코토는 입꼬리가 밑으로 쳐져 있는 입에서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억양으로 답한다.

“도망쳐버려..”

“뭐가..?”

“내 전자파 때문에…”

처음엔 기쁜 마음으로 입장했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한 고양이에게 긴장하며 다가가니 자신의 전자파 때문에 날을 내세우며 도망쳤고, 그 고양이를 시작으로 제 곁에 있으려 하는 고양이는 어느샌가 사라진 뒤였다고 한다. 생각보다 큰 상실감에 평소와 정반대로 미코토 쪽이 불행하다고 중얼거리며 푹 꺼진 목선에 그렁그렁한 눈으로 울먹이자 카미조는 이럴 땐 참 어린애답다고 생각하며 웃음을 흘렸다.

“크리스마스니까 즐겨보라고.”

“어떻게?”

“이렇게.”

카미조는 미코토의 머리 위로 오른손을 퐁 올린다. 가볍게 올려진 손길이 느껴지자 맥 빠진 표정이었던 미코토의 얼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영문을 모르다가 제 머리 위에 얹어진 손이 카미조의 것임을 인지하자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커지며 턱이 파르르 떨려오고, 양쪽 뺨 위로 슬며시 홍조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몸이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린 미코토의 반응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카미조는 살포시 웃어 보였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기적을 바라도 좋은 날. 행복을 건네주고 싶은 날이기에 카미조는 이곳으로 오는 것을 선택했다.

카미조의 오른손은 닿은 모든 종류의 이능력을 가차 없이 소멸시켜 낸다. 그것은 미코토에게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전자파를 지워내는 일 또한 가능하다는 것. 즉, 동물들이 두려움을 갖지 않고 다가간다는 뜻이 된다.

냐아~

구석에 숨어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미코토에게 다가왔다. 방금까지 고양이들한테 내쳐져서일까, 미코토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서 겁먹은 얼굴로 다가오는 고양이를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주먹을 말아 쥐고서 긴장하고 있는 미코토를 알아차린 듯 카미조는 걱정하지 말라며 작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미조는 미사카 여동생을 통해서 들은 것이 있었다. 여동생과 매한가지로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몸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피해버리는 바람에 만지지도 못하고 먹이조차 주지 못해 슬퍼한다는 미코토의 모습을.

그것을 설명하며 카미조는 머쓱하게 웃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부족하겠지만 말이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려던 것은 목구멍까지 나오려다 말았다. 어쩐지 이 말을 꺼내기엔 낯간지럽기도 했고, 자신이 뭐라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싶어 삼켜냈다.

그런 카미조의 마음을 모르면서도, 미코토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부드럽고 친절해진 목소리로 카미조를 북돋아 주었다. 카미조가 오른손을 대준 덕에 어느새 제 곁으로 다가온 고양이가 미코토가 있는 자리로 껑충 올라와 미코토의 품에 파고 들자 미코토는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져 뺨이 발그레해진다. 행복감에 풀어진 얼굴로 고양이를 쓰다듬는 미코토를 보며 카미조는 멍해진다.

‘지금까지 미사카가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있었나?’

미코토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안온하고 잔잔한 맥박과 심장박동이 느껴지며 가슴 가득 퍼지는 온기에 카미조는 제 가슴팍에 손을 올린다. 이 기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자신의 감정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카미조를 눈치채지 못한 채, 미코토는 제게 살금살금 다가온 고양이가 제 손길을 받아주는 것만으로 느슨히 마음이 풀어지면서 기쁨이 느껴지는 웃음을 헤실헤실 흘렸다.

카미조 덕에 미코토는 제게 다가오는 고양이의 손길을 받아도 보고, 안아주기도 하고, 츄르도 먹여주기까지 하자 생기가 너울거리며 환히 빛나는 눈으로 만면에 그득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랬을 테지만, 한 가지 아쉬워하고 있는 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고 싶었는지 미코토는 부러워하는 눈초리로 고양이와 노는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고양이와 놀아주려면 격한 행동이 필요하니까 머리에 손을 얹은 상태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쉽지만, 지금만으로 만족스러워하자고 마음먹던 미코토였다.

“뭐, 뭐야?!”

“고양이랑 놀고 싶은 거지?”

옆에 있는 카미조가 그 모습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둔감한 카미조라도 고양이와 노는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눈치챌 수밖에.

카미조는 미코토의 머리에서 손을 떼더니 곧바로 미코토의 왼손을 잡아 보였다. 왼손이 잡히는 감각에 놀라 왼손과 이어져 있는 오른손에서부터 카미조를 올려다보니, 카미조는 고양이랑 놀고 싶은 게 아니냐고 묻는다. 솔직하지 못한 미코토는 눈 맞춤을 기피하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리고 있어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고, 카미조는 미코토가 지레 겁을 먹어서 못 나가는 것인가 싶어 넓은 자리로 가면 괜찮을 것이라며 미코토를 이끌었다.

“잠–!”

잠깐 기다리라 말하려 했지만, 잡혀있는 손에 의식이 간 미코토는 더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카미조에게 끌려 나갔다.

넓은 자리로 나와서야 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 혼자서 자리를 잡았으니 전자파 영향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해 구석으로 간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점이 조금 안쓰럽다고 생각해 씁쓸한 웃음을 짓던 카미조는 잡은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든든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내 오른손이랑 연결되어 있으면 마구잡이로 움직여 놀아도 문제없으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해.”

완전 산타의 선물이나 다름없어서, 감동한 듯 수정구슬처럼 눈이 반짝이던 미코토는 수줍은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떨리는 오른손을 가만히 있지 못하며 어떤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놀아줄지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어울려 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중학생의 그 나이대 모습을 보이는 미코토에 카미조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한동안 고양이와 즐거운 놀이에 빠져있던 미코토를 지켜보던 카미조는 고양이만 보고 달려가다 카미조를 못 보고 부딪혀 넘어진 여자아이에 놀라 미코토에게서 손을 놓쳐버리고 만다.

“-아.”

“괜찮아?”

왼손에서 빠져나간 온기에 허전함을 느끼며, 미코토는 쓸쓸한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내려뜨려 빈 왼손을 바라보는 한편, 카미조는 넘어진 여자아이의 상태를 봐가며 플래그를 세우고 있었다.

물론 카미조의 의지로 세운 것은 아니다.

멀리서 아이의 상황을 알아채고 달려온 보호자가 죄송하다며 사과한 후에 챙겨줘서 고맙다며 아이에겐 오빠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지? 아이의 등을 밀었다. 그러자 아이는 수줍어하며 카미조에게 다가가 꼬옥, 사과의 의미로 안아주곤 서둘러 자리를 떴고, 아이의 보호자 또한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너는 여기까지 와서도오–…!”

웃는 얼굴로 손짓하며 인사를 건네고 있으면 뒤쪽에서 파직파직, 앞머리에서부터 희푸른 불꽃을 튀기며 분노하는 미코토를 마주할 수 있었다.

‘왜 화났을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 좋게 고양이와 놀던 미코토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열을 올리고 있었다.

카미조만 모르는 이유지만….

미코토의 전기에 위협을 느낀 고양이들은 날을 세우며 자리를 뜨기 바빴고, 그러다 보니 고양이가 서둘러 가다 선반에 세워놓은 액자나 장식품을 발로 차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카미조는 진정하라며 뒷걸음질을 치던 중이었고, 고양이가 찬 액자는 카미조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위험해!”

분노에 주변이 보이지 않았던 미코토였지만, 전자파로 카미조의 머리 위로 액자가 떨어질 것을 알 수 있었다. …액자 한 개였다면 저렇게 다급하지도 않을 것이다. 카미조는 불행 체질이다. 신이 액자 한 개로 끝내줄 리가 없었다. 고양이가 찼던 액자는 다른 물건들을 치면서 도미노가 무너지듯 카미조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물건들을 능력으로 치워낼 수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이나 고양이가 다칠 것을 염려한 미코토는 카미조를 빼 오는 것이 제일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미코토는 카미조를 향해 손을 뻗어 진정하라고 뻗어왔던 카미조의 손을 붙잡아 그대로 제 쪽으로 당겨와선 혹시라도 머리에 부딪힐 가능성을 대비해 빈손으로 카미조의 머리를 부여잡아 안는 것으로 위험을 방지할 수 있었다.

“위험했다.. 괜찮아?”

“헤…?”

많은 것이 떨어지긴 했지만, 액자의 유리는 깨지지도 않았고, 대부분 고양이가 물고 간 장난감이었기 때문에 큰 사고는 없었다. ..주변에 한해서는, 말이다.

카미조와 미코토의 거리감이 문제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코토는 카미조의 손을 당겨 제 품에 안기게 된 듯한 자세로 있었다. 물건이 떨어진 곳을 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미코토는 안심하며 카미조의 상태를 물었고, 역할이 바뀐 듯한 상황에 카미조는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카미조의 상태를 의아하게 생각하던 미코토는 뒤늦게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자세가 이상한 것을 알아챘다.

미코토는 반동에 의해 엉덩방아를 찧은 듯 주저앉아있었고, 카미조는 갑작스럽게 잡아당겨진 힘으로 몸이 앞으로 기울여지는 것에 넘어지지 않으려 왼손으로 땅을 짚어 무릎을 꿇는 듯한 자세로 미코토와 마주하는 상황이었다. 진정하라며 내밀고 있었던 오른손은 미코토에게 잡혀있는 채 뻗고 있었고, 자신을 끌어안는 듯한 손길에 얼굴은 미코토의 가슴에 거의 묻을 듯한 거리에 멈춰있었다. 상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카미조는 숨을 삼키려 코를 들이쉬었다가 깊게 맡아지는 상큼한 감귤 향에 머리가 안 돌아가며 홍조를 띤다. 본능적으로 그 향이 미코토의 체향임을 알아차린 모양인데, 그런 카미조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거리감을 느낀 미코토는 흐엑! 하고 놀라며 뒤로 빠진다.

“미사카, 전기가 나온다고!”

뒤로 몸을 빼며 손을 내빼는 순간, 전기가 새어 나오는 미코토에 카미조는 빼내려는 손을 콱 움켜잡아 저도 모르게 제 쪽으로 당겨버리고 만다.

“후앗?!”

상황은 단숨에 역전되었다. 이번엔 반대가 된 것이다. 카미조가 미코토를 당겨오면서 몸을 일으켰고, 그 반동에 미코토는 카미조의 품에 폭 안겨버리게 되었다.

“미, 미안!”

이번엔 반대로 카미조의 가슴팍에 미코토가 묻힌다. 카미조가 사과하면서 전기가 나오려던 걸 막으려고 그랬던 거라고 해명하면, 미코토는 손을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후냐~ 하고 기절했을 테니까 그 점에 대해선 감사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꾹 입을 다물고 있던 미코토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 같은 제 표정에 숨을 급히 내쉬며 머리를 숙인다. 오히려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덕에 표정을 보이지 않아서 안심했다.

분명 이상해 보였을 테니까.

그런 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미코토는 잡혀있던 손을 팍, 내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충분히 놀았으니까 갈래!”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잔뜩 굽은 어깨로 미코토는 급히 자리를 떴다. 미코토에게 내쳐진 손을 멍하니 보고만 있던 카미조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머쓱하게 머리를 숙여대며 사과하곤 후다닥, 자리를 떠났다.

━━━━⊱🐱⊰━━━━

“…….”

카페를 나오고 나란히 서 있지만 말 한마디 없는 두 사람. 어색한 공기가 두 사람의 주위를 감돌고 있다. 미코토는 솔직한 마음을 내보이지 못한 자신에 화나 있었고, 카미조는 제 행동으로 기분이 나빴나 싶어 미코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그런 어색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긴 아쉽고, 이런 상태로 돌아가는 건 성미가 맞지 않았기에 어떡하지 싶을 때였다. 카미조는 화려한 LED 전구로 꾸며진 백화점 건물을 발견한다.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건물 모형에 따라 성 모양으로 LED 전구가 켜져 있었고, 창문틀 모양으로 켜져 있던 전구가 느리게 꺼졌다가 형형색색으로 켜지기도 했다. 백화점의 옥상에선 무슨 행사를 하는 모양인지 산타 모형의 애드벌룬이 공중에 떠 있기도 했다. 옥상에서 야경과 애드벌룬을 보여주면 미사카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던 카미조는 미코토를 붙잡는다.

“미사카!”

“..왜.”

“마지막으로 저기 가보지 않을래?”

백화점을 가리키며 긴장한 얼굴로 자신의 답변을 기다리는 카미조에 미코토는 조금 기분이 풀린 듯 미소를 머금는다. 자신도 이런 기분으로 헤어지긴 아쉽고, 카미조 쪽에서 먼저 권한 것이 나쁘지 않았으니까. 좋아진 기분을 숨기며 미코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가겠다고 받아들였다.

분명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야경과 애드벌룬을 구경하러 걸음을 옮겼던 두 사람인데, 아래에선 보이지 않았던 경치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생각보다 넓은 옥상은 따뜻하게 휴식을 취하라고 일시적으로 만들어둔 라운지(학원도시의 과학기술을 발휘한 모양인지 유리 온실을 라운지로 탈바꿈해서 세운 듯했다)와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낄 수 있게 꾸며진 옥상정원으로 나뉘어져 마련되고 있었다.

유리 온실(건물의 모양은 투명하고 깨끗한 유리 온실이었으나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고, 안쪽은 온전히 이 공간만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흑경으로 벽을 덮은 것인지 안의 모습만을 비춰주고 있다)의 야경을 구경하며 안으로 들어서면, 잔잔하게 울리는 캐럴이 귀를 즐겁게 해주고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입이 심심하지 않게 가볍게 먹으라고 나눠주는 핑거푸드를 집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공간에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나 싶었다. 학생 위주로 있는 공간인지 젊은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고, 그중엔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도 섞여 있었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커플도 포함해서.

크리스마스라고 학원도시에 오는 손님들을 생각하며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둔 모양인지 핑거푸드와 마실 것은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웬만하면 돈을 아끼는 게 좋은 카미조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잠깐 몸을 녹일 겸 있을 생각이기도 해서 스탠딩석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핑커푸드를 집어 먹으며 어색했던 분위기를 풀어갔다.

“이렇게 맛있는데 무료라니~.”

“..응.”

애써 만든 분위기가 좋아진 듯했는데, 일부러 들뜬 목소리로 답하는 카미조에 미코토는 한 박자 늦게 답했다. 아까부터 말수가 적어지더니 머리를 짚은 채 몸을 숙이고 있는 미코토의 모습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카미조는 조심스럽게 미코토의 어깨를 짚고는 괜찮냐며 몸을 숙이는 것으로 눈을 맞춰왔는데, 미코토와 시선을 마주하고 나서야 이상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사카, 취했어?”

흐리멍덩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눈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미코토를 본 카미조는 익숙한 눈빛에 움찔한다. 예전에도 본 적이 있지만, 그것은 술에 취해있던 그의 어머니, 미스즈와 만났을 때였다. 미코토는 아직 학생이고, 여기에서 술을 마셨을 리도 없었다. 도대체 뭐가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의아해하던 카미조는 핑거푸드에 눈이 간다.

‘설마…?’

어쩐지 출입제한을 학생들로 하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 단위는 양해를 구하며 들이지 않는 것에 의아했지만, 단순하게 클럽처럼 나이 제한을 한 거겠지 가볍게 넘긴 것이다. 들어가면서 스태프가 안내 사항을 말했던 것을 잊어버렸을 정도로.

사실 외부 음식은 금지라는 말에 포장한 케이크를 다른 스태프분한테 맡기는 데 정신이 팔려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크지만….

이곳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플람베라는 조리법으로 술을 넣었지만 알코올을 날렸고 학생들도 먹을 수 있게 제조한 음식이라 문제는 없을 거라며, 시험 삼아 만든 음식이니 나중에 시식 후 평가 부탁드린다며 소개했던 것을 기억해 낸 카미조는 아차, 하고 머리를 짚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 음식에 취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코토는 학원도시에서 단 7명만 존재하는 레벨 5, 퍼스널 리얼리티(자신만의 현실)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능력자다. 알코올이 날아갔다고 해도 들어갔다고 느낀 이상 무의식적으로 술을 먹게 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고, 결국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연장자인 자신이 챙겨줬어야 하는 일인데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 카미조는 서둘러 주위를 살피더니 1인석 자리로 미코토를 데려간다. 자리에 앉혀놓고 정신이 몽롱한 미코토의 어깨를 부여잡던 카미조는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있으라는 주의를 단단히 이르곤 물을 가지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더워….”

가만히 앉아있던 미코토는 어쩐지 열불이 나는 것만 같아서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 벗은 코트를 고이 접어 허벅지 위로 올려두고 숨을 고르며 정신을 잡아가고 있는 미코토를 눈여겨보던 남정네들이 다가선다. 평소와 같은 토키와다이 동복을 입고 있어도 눈에 띄었을 테지만, 카미조와 데이트한다고 한껏 꾸민 복장으로 온 데다가 말없이 앉아있으니 금상첨화라 더욱 눈이 가게 된 모양이었다.

턱,

제 어깨에 손을 올리는 존재에 카미조가 왔나 싶지만, 웬 같잖은 남자들이 제 양옆을 에워싸며 다가온 것에 미코토는 험상궂은 표정이 되어 찌푸린 얼굴을 한다. 눈을 찡그리고 싸늘한 시선을 던지며 기분 나쁘다는 듯 이 손 치우라는 의도로 뭐냐며 날을 세웠지만, 눈치가 없는 것인지 그들은 미코토에게 더 들러붙어 왔다.

“이렇게 기쁜 크리스마스인데 혼자 있으면 쓸쓸하잖아?”

“우리랑 같이 놀자고~ 좋지?”

좋기는 개뿔.

미코토는 골치 아프다는 듯 간간이 주먹을 꽉 쥐며 가늘게 뜬 눈으로 어쩌면 좋을지 생각에 잠겼다.

처음엔 분위기에 실려서 좋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신의 상태가 안 좋아지니까 걱정하던 카미조가 자리를 떠버린 것에 기분이 우중충해져 있었으니까. 좋은 날 컨디션 관리를 못 한 자신이 서글퍼져서, 무릎 위에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미코토는 그것에 대한 화풀이로 별거 아닌 놈들이니까 전기로 구워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사람들이 다치게 되니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이들을 떨쳐낼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내 일행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중, 그들의 어깨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미코토는 번쩍 고개를 들어 보인다. 물컵에 물을 받들고 온 카미조는 잔뜩 굳은 얼굴로 가늘게 뜬 눈을 찡그리더니 날카로운 억양에 퉁명스러운 말투로 미코토를 둘러싼 남자들을 쏘아붙였고, 거기에 움찔하던 남자들은 쳇, 애인이 있었으면 진작 말하던가. 꿍얼거리며 자리를 떴다.

‘애, 애인?!’

그들이 카미조를 자신의 애인이라고 생각한 것에 미코토의 얼굴에 열꽃이 피어올라 자꾸 화끈거려왔다. 미코토는 손으로 뺨을 누르며 그런 것이 아닌데 연인으로 오해받은 것이 좋아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내고 있어 미코토의 반응을 알 수 없었던 카미조는 혼자 있던 탓에 그들로 인해 무서웠던 것으로 생각한 모양인지 다급히 미코토에게 다가간다. 카미조는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하다며 여기서는 정신 차리기 힘드니까 밖에서 바람이라도 쐬자며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코트를 집어 들곤 미코토의 어깨에 팔을 걸쳐 내는 것으로 감싸 안아 데리고 나간다.

‘애인이라는 말, 못 들은 걸까?’

카미조의 손길에 이끌려가면서 미코토는 슬쩍 눈가를 가려냈던 손가락을 벌리는 것으로 카미조의 반응을 살폈다. 애인이라는 말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데 바빴던 모양새에 미코토는 아쉬움을 느끼며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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