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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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바람이 칼처럼 휘날렸다. 주카는 하얀 옷을 입은 숨을 내쉬며 힘겹게 발목까지 쌓인 눈을 헤쳤다. 천으로 만들어진 신은 축축한 눈이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지 못했다. 최대한 두껍게 입었다지만 어디까지나 남부의 기준이었다.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에 눈조차 걷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아직 가을인 것이 다행이네. 겨울이었으면 북부에 발을 딛지도 못한 채 동
그건 예고도 없이 벌어진 사건이었다. 돌연 혼테일이 허리를 숙이고 기침을 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기침은 점차 세기를 키워나갔다. 걸음마저 멈추고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댄 채 쿨럭이는 혼테일에게 세 쌍의 시선이 쏠렸다. 쿨럭, 컥…. 급기야 기침 사이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섞였다. 급작스러운 마룡의 이상에 아무도 쉬이
온 몸이 아팠다. 땅바닥에서 구르기라도 한 것 같았다. 주카는 힘없이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제, 어제 몇 시에 잤더라. 분, 명…. 그 순간 플래시처럼 지난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푸른 빛. 종소리. 비. 다시 푸른빛. 육체적 피로는 뒤로하고 주카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달리듯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으나 문을 열자마자 앞에
“인어요? 최근 유행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주카는 벽을 통째로 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 열 명쯤은 거뜬히 들어갈 만한 거대한 유리 수조가 뒤에서 벽을 다시 채우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나왔다만 갑작스럽게 인어를 집에 들인다니. 주카는 설명이 필요한 얼굴로
뜻밖에 일어나는 불행(不幸)한 일. 쌀쌀하다 못해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싸는 10월 끝무렵의 한 목요일이었다. 계획된 일탈은 아니었다. 일어나서, 씻고, 교복을 입고, 간편식으로 밥을 때우고, 아무도 배웅하지 않는 집을 나서는 것까지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날씨는 적당히 서늘했고, 길은 출근 혹은 등교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해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