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영역 下
人鱼,猫,人
온 몸이 아팠다. 땅바닥에서 구르기라도 한 것 같았다. 주카는 힘없이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제, 어제 몇 시에 잤더라. 분, 명…. 그 순간 플래시처럼 지난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푸른 빛. 종소리. 비. 다시 푸른빛. 육체적 피로는 뒤로하고 주카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달리듯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으나 문을 열자마자 앞에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주카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혼테일은 지금 당장 나가도 될 정도로 옷을 번듯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주카는 고개를 들어 올린 채 속눈썹으로 눈을 두 번 덮고 나서야 눈살을 찌푸렸다. 뒤로 물러서자 그제야 혼테일이 한 손에 컵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혼테일은 묵묵히 컵을 내밀며 목이 마를 것 같아서, 라는 말을 했으나 주카는 한 팔로 다른 팔을 부여잡은 채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아루루는요?”
순간 혼테일의 눈썹에 힘이 실렸지만 그는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날 것의 감정을 토해낼 것처럼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주카에 비하면 혼테일은 비교적 담담한 낯이었다. 혼테일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준비해. 갈 곳이 있어.”
“아니요, 그것부터 들어야겠어요. 설마, 당신.”
그를 죽였나요? 혼테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카를 쳐다보았다.
“죽였다고 하면?”
주카는 대답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혼테일을 노려보았다. 제 질문에 대답부터 하세요. 무겁게 가라앉은 말이 다시 떨어졌다.
“죽이지는 않았어. 다만, 앞으로 주카 네 행동에 달렸지.”
죽이지는 않았다는 말에 주카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그걸로 되었다, 라는 안도감과 정말 이걸로 되었나? 라는 불안감이 마음속에서 뒤섞였다. 몸에 힘을 풀고 똑바로 서자 그제야 혼테일이 다른 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평상시와 그가 들고 다니는 가방보다는 부피가 컸다. 방금 전의 준비하라고 말했던 것과 관련이 있나 싶었다.
“…준비라고 함은요?”
“어제는 비행기가 결항되어 돌아온 거야. 표는 끊어놨으니 바로 출발해야 해.”
“지금요? 저도 같이 가나요?”
“그래.”
혼테일은 아무래도 저를 아루루와 멀리 떨어뜨려 놓고 싶은 듯했다. 어딘지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끌려가듯 향하기는 싫었으나 가지 않는다면…. 아루루가 순순히 당할 성정이 아닌 건 주카도 알고 있었으나 이곳은 어디까지나 뭍이었다. 아루루가 살던 바다가 아닌.
“…알았어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 대신 약속해요. 저 몰래 아루루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그 말과 함께 주카는 몸을 돌렸다.
장장 12시간이 넘는 걸리는 비행이었으나 시차 때문에 도착한 곳은 아직 해가 쨍쨍했다. 비행기 안에서 한 숨도 자지 못한 주카는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했고 혼테일은 자연스레 주카의 곁에 섰다. 짐을 찾고 수속을 거친 후 호텔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주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몽롱한 시선으로 혼테일을 올려다보면 그는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낯에 주카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차창에 기댄 머리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피곤할 텐데 자.”
정신을 차라니 방 안이었다. 잠깐 차에서 졸았던 것 같았다. 그의 말대로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했기에 주카는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풀썩 누웠다. 바스락거리는 침구에 볼을 비비며 옆을 보면 손목에 찬 시계를 재차 확인하는 혼테일이 보였다. 급해 보이는 건 약속이 있어서 그런 거였나. 주카는 문득 그가 언제 돌아오는지 궁금해졌다. 이 일은 이런 식으로 넘겨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대화를 해야 했다. 그가 어디까지 생각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상정하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잠깐, 이야기를… 그러나 주카의 말이 끝나기 전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작아 차마 듣지 못한 채로 나간 것 같았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피했거나. 말도 섞기 싫다 이건가? 피차일반이었으나 주카는 굳게 닫힌 문을 쳐다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조금이라도 자둘 생각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너무 이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늦지도 않은 밤이었다. 혼테일은 바쁜지 아직 돌아오지 않아 어두운 방 안에는 주카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마침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잘 되었다 싶었다. 주카는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오자 상아빛 대리석을 깐 매끄러운 바닥이 주카를 반겼다. 제법 호화로운 호텔인 듯 화려한 샹들리에며 벽에 걸려 있는 명화가 시선을 어지럽혔다. 출구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시선 끝에 거대한 수조가 걸렸다. 안을 유영하는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함께하는 커다란 지느러미. 그 위에서 나부끼는 길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 인어였다.
주카는 투명한 유리 수조를 마주본 채 눈을 깜박였다. 인어는 소리 없이 물고기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잠시 물고기의 것과 동일한 꼬리지느러미부터 인간의 형상을 한 상반신까지 훑어보는 도중 목에 위치한 작은 흉터가 보였다. 성대를 제거한 듯했다. 말을 하는 장식품은 번거로우니까. 인어는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점 없는 눈 그리고 긴 머리카락과 함께 유영했다. 그 모습이 생명체보다는 죽은 박제에 가까워 보인다고 생각하며 주카는 머리를 떨구었다. 집에 홀로 남겨져 있을 인어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주카는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며 옷을 단단히 싸맨채 자리를 옮겼다.
뚜렷한 목적 없이 서성이다가 주카는 무작정 가장 가까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영어는 통했다. 특별히 배가 고프지는 않아 커피 한 잔만을 들고 주카는 홀로 창가 자리에 앉았다. 손으로 투명한 창문을 톡톡 두들기자 주카의 손짓을 따라 왼손 약자의 반지가 빛을 반사해 빛났다. 한참을 그 번쩍거리는 속박과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에 눈이 팔려 주카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다 못해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누구신가요?”
“아, 영어를 할 줄 아시는군요. 답이 없어서 알아듣지 못하나 싶었는데.”
처음 보는 사내는 빙글빙글 웃어 보였다. 따라 건네어지는 것은 혼자인 것 같은데 무엇을 하고 있느냐, 시간이 된다면 같이 놀러 갈까, 등의 속이 빈 대화였다. 주카는 오른손 검지로 반지를 가리켜 보였다. 저 결혼한 사람이에요. 그러나 남자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결혼해도 뭐, 요새는 즐길 거 다 즐기고 사는 세상 아닙니까.”
그 소리가 참을 수 없이 불쾌하게 다가온 탓에 주카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은연중에 이것이 일종의 자기혐오라는 사실이 스치자 참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말을 걸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일갈하며 주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남자는 주카의 거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자리를 피하지 않았고, 주카는 노기를 띤 눈으로 식탁보를 꽉 움켜잡았다. 저리 가요. 그렇지 않으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니 차라리 언성을 높이고자 숨을 크게 들이마시던 찰나였다. 누군가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와 주카의 손을 잡았다.
“…주카.”
주카의 손을 다 덮고도 남을 만큼 크고 하얀 손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익히 아는 것이었다. 주카는 굳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을 잡은 자를 확인하지 않았다. 앞의 남자는 움찔하더니 항복하듯 양 손을 들어올렸다. 같이 온 줄은 몰랐지. 좋은 시간 보내요. 혼테일은 그런 남자의 면전에다가 대고 으르렁거리듯 일갈했다. 꺼져.
“괜찮아?”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었어요.”
뛰어온 듯 혼테일의 어깨가 작게 들썩거리고 있었다. 주카는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얀 김을 내뿜던 커피는 이제 주카의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로 식어 있었다. 혼테일은 여전히 주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우선, 그 손부터. 그의 말에 자연스레 손을 내려다보자 주카의 손은 식탁보가 아닌 티스푼을 움켜쥐고 있었다. 조그마한 금속 수저를 역으로 움켜쥐고 있는 손은 새하얗게 질린 채 뼈마디가 솟아 있었다. 주카는 한숨을 내쉬며 조그맣게 고맙다는 말을 웅얼거렸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
“이제 가보아도 괜찮아요. 저 때문에 온 거니까.”
“그것도 있지만….”
혼테일도 주카를 따라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가자.”
“조금 더 앉아있고 싶어요.”
“내 말은… 위험하다는 뜻이야. 방금 전에도 그렇고.”
혼테일이 창문 너머로 밖을 내다보았다. 태양을 대신해 수많은 인공 조명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으나 그는 그조차 만족스럽지 않은 듯했다. 혼테일은 한 손으로 주카의 팔을 잡아끌었다.
“숙소를 옮기자. 치안이 별로 좋지 않아. 아는 다른 숙소가 있어.”
“괜찮아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아냐. 바로 체크아웃 후….”
“제가! …제가 피곤해서 그래요. 어디로 가는 건.”
주카가 소리치듯 외치고 나서야 혼테일은 멈추어 섰다. 살짝 미간을 좁히며 팔이 아프다는 소리를 하자 혼테일은 그제야 주카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러나 잡은 팔을 놓치는 못한 채였다.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평상시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혼테일은 이정도까지 성급한 사람은 아니었다. 집요한 면이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다정한 면도 있었던 자였다. 그러나 지금 혼테일은 아예 다른 사람 같았다. 꼭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그럼 그냥 들어가요. 밖에 있지 말고.”
주카가 제시한 타협안이었다. 혼테일도 이 정도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다시 어두운 방 안으로 돌아왔다. 수인의 피가 섞인 덕에 밤눈이 밝은 주카는 불도 켜지 않고 곧바로 안으로 향했다. 혼테일은 한 발 늦게 불을 켜고 주카를 따라 들어갔다. 얇은 겉옷을 벗고 편히 침대에 걸터앉은 주카와 다르게 혼테일은 앉지 않았다. 오히려 금방이라도 나갈 듯 옷매무새를 만지더니 다시 가방을 들었다. 일이 있어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혼테일은 등을 돌렸다. 명백한 무시였다. 순간 욱한 감정이 목구멍까지 치달았다.
“잠깐만요. 저랑 이야기를…!”
이야기를 해요. 뜨거운 것이 한가득 차오를 것 같아 주카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도 그리 떳떳한 편은 되지 못했지만 그도 자신에게 떳떳하지는 못할 터였다. 이렇게 나온다면 의도적으로 대화를 피하는 남편을 억지로라도 잡아 앉힐 생각이었다. 그 순간 혼테일이 계속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이혼은 안해.”
“네?”
“그것만큼은 물러설 수 없어. 차라리 내가 안 보는 곳에서, 아니…”
…젠장할. 낮은 욕설이 들렸다. 주카는 그 말에 토끼 눈을 뜨고 혼테일을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마지막 보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이라는 게. 그의 초조함의 근본이 이것이라니. 주카는 아래로 내리깐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알겠어요. 그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니, 우선은…. 앉아 봐요.”
주카는 침대에 누워 옆을 툭툭 두들겼다. 혼테일은 잠시 망설이다가 주카의 옆에 앉았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 지 몰라 주카는 잠시 시선을 굴렸다. 마침 눈에 베게가 들어왔기에 주카는 하얀 배게 하나를 품에 안았다. 시선을 마주하고 대화하기에는 어색했으니 주카는 혼테일에게서 등을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당신은 두려운 거죠.”
“…”
“제가 어디로 가 버릴까봐.”
혼테일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카는 베게가 본 네모난 형태를 잃고 찌그러질 때까지 꼭 껴안은 채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전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 일은….”
길게 늘어진 말꼬리가 끊겼다. 혼테일은 묵묵히 침대 곁에 걸터앉아서 주카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대화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이루어졌다.
“제가 오해의 소지를 보일만한 행동을 한 건 맞아요. 그리고 당신이 저에게, 아버지께 해준 것은 언제나 고맙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행동까지 정당화시키지는 않아요. 하물며 그런 것까지는.”
주카는 조금씩 옅어져 가는 목덜미의 울혈을 만지작거리다가 불현듯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절 사랑해요?”
“…사랑해.”
주카는 여전히 혼테일에게서 등을 돌린 채였다. 몸을 더욱 둥글게 말아 웅얼거리듯 말했음에도 방안은 고요해 듣기에 무리는 없었다.
“왜 저를 사랑하세요? 당신은…. 계기가 있었나요? 사랑하게 된 계기가.”
“그때, 처음 보았을 때. 닿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닿고 싶다. 이해하지 못할 소리는 아니었다. 닿고 싶다니. 자신도 꼭 아루루의 지느러미를 잡고 싶어 했으니까. 그에게 ‘닿는다’는 다른 의미라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감정은 사랑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주카는 의식적으로 들숨과 날숨을 내쉬었다. 그의 방식은 좋지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장식품이나, 그런 것이 아닌데…. 그 순간 박제처럼 수조 안에 장식되어 있던 인어가 떠올랐다. 어깨가 작게 오르락내릴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쉬었다가 내쉰 주카는 몸을 혼테일 쪽으로 돌렸다.
“사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는 건.”
“…”
“그런데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사랑이라는 그런 본능의 영역은. 알 것 같으면서도 한순간에 흩어질 것 같기도 하고.”
“…”
“당신도 그래서 두려운 건가요? 거품처럼 흩어질 것 같아서?”
… 당신의 닿고 싶다는 뭔가요? 질문이 끝나고 잠시 후 침묵 속에서 가벼운 침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에 닿는 손에 주카는 순간 몸을 흠칫 떨었으나 벗어나지는 않았다. 혼테일은 주카가 물러나지 않자 말 없이 조심스레 주카를 품에 그러안았다. 주카는 애써 떨리는 손을 꽉 쥐고 습관처럼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가까이 붙자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주카는 잠시 그 심장 소리를 듣다가 슬며시 혼테일을 밀어냈다. 혼테일은 순순히 밀려났으나 너무 멀어지지는 않았다.
“저, 아루루를 바다에 보내주려고요.”
“…잘 생각했어.”
“그 대신 제가 직접 배웅해주고 올게요.”
“그래. 같이 갈까?”
“아뇨. 당신은 바쁘잖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주카는 흐릿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아냐, 같이 가자. 혼테일이 무언가 불안한 예감에 주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자 주카는 피하지 않고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제가 할 수 있어요.”
“주카.”
“알아요. 당신이 왜 그러는지.”
주카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혼테일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입가에는 흐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
“앞으로 이 일에 대해 당신이 신경쓸 일은 없도록 할게요.”
혼테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카는 그것이 승낙임을 알고 눈을 감았다. 엷은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트리스를 타고 진동이 느껴졌다. 그도 자신의 옆에 누운 모양이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시야가 한층 더 검게 물들었다.
“대신.”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주카는 눈을 뜨지 않고 그저 귀만 쫑긋 세웠다. 고양이의 시야는 어둠 속에서도 제 기능을 했으니까. 그의 얼굴을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바로 돌아와야 해.”
해외 생활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일은 언제 끝나요? 그, 타지 생활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어서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에 혼테일은 이틀간 더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바삐 나다녔다. 그 결과 적어도 일주일간은 걸릴 거라는 일정과 달리 둘은 삼일만에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주카는 말이 없었다.
육지에 발을 딛자마자 한 일은 배를 한 척 구매하는 것이었다. 몸값이 몇 억을 상회하는 인어를 연안 부근에 놓아줄 수는 없었으니 주카는 깊은 바다로 향할 생각이었다. 배는 사람 몇과 인어 하나를 싣고 한참을 항해하다가 육지가 어렴풋이 보일 때가 되어서야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었다. 제법 덩치가 있는 자들이 인어를 방생하고자 물이 한가득 들어찬 수조를 배 끄트머리로 옮겼다. 주카는 그 모든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마지막 순간에 손을 들어 사람들을 제지했다.
“잠시 물러나 주시겠어요? 잠깐 단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그러면 뒤에서 기다리게 있겠다는 말과 함께 사람들이 멀어졌음에도 주카는 아루루가 아닌 저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미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남해 바다로 왔어. 저번에 누가 남해가 낚시하기에 가장 좋다고 했거든.”
“저기, 나 어망에 걸려서 잡힌 거거든.”
하하… 주카는 작게 웃다가 아루루를 슬쩍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아루루는 조금 수척해져 있었고 지느러미는 축 쳐져 있었다. 손에는 무언가를 꼭 쥐고 있었는데, 어렴풋이 보이는 금빛 실로 그 정체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너 다시 그물에 걸리면 안 된다?”
“안 걸려. 실수였어. 실수.”
“너무 사람 많은 곳은 가지 말고. 사냥이라도 배워 봐.”
“나도 사냥할 줄 알아. 그냥 그게 편해서 훔쳐 먹은 거고.”
“하여튼 말은 끝까지 안 지지.”
둘은 이별이 아닌 평상시처럼 실없는 대화를 나눴다. 다만 주카는 아루루를 쳐다보지 않았고 아루루도 주카가 아닌 저 아래 한없이 깊은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겠어?”
“주카 너는?”
침묵 속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유달리 높은 파도가 배를 쓸고 지나갔다.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나. 어쩌면 너를….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속엣말을 내뱉으면 정말로 그렇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그리고 자신에게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으니까. 아버지. 사업. 인간관계. 돈. 약속. 그런 것들이 주카의 왼손 약지에 무겁게 걸려 있었다.
“주카. 저번에 그런 말을 했잖아.”
“응?”
“네가 목걸이를 선물해 줬던 날.”
주카는 잠시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목걸이를 선물해 줬던 날. 아루루는 주카의 귓가에 대고 조심스레 속삭였었다. 나는 너와 같이 바다에 가고 싶어. 그때 그렇게 말해주어 정말로 기뻤었는데. 물론 언제든 바다로 보내줄 의향은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같이 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다. 평범하게 유리 수조가 아닌 바닷가에서 웃고 떠들고 싶었다. 다시금 떠오르는 기억에 주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루루를 내려다보았다.
어쨌든 같이 바다에 온 건 맞네. 이런 식으로 같이 오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아루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에 젖은 검은 눈동자에는 주카와 푸른 하늘이 동시에 비쳤다. 주카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냐고 물으려고 할 찰나 손이 내밀어졌다.
“같이 갈래?”
네가 수영을 못하는 건 알아. 그런데 나, 인간 하나쯤은 업고 헤엄칠 수 있고, 아는 무인도도 있거든. 지금 여기서 나랑 같이 뛰어내리면 그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를 찾기는 힘들걸. 바다는 내 영역이잖아. 아루루는 주카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장난스레 웃었다. 너만 좋다면 같이 도망치자. 아주 잠깐만 눈을 감고 숨을 참으면 될 거야. 내가 장담할게.
주카는 떨리는 눈으로 내밀어진 팔을 바라보았다. 도망. 생각하지 못한 선택지는 아니었다. 이대로 뛰어내려면, 확실히… 바다를 바라보는 주카의 눈에 미약한 열망이 실렸다.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잠시 후 주카는 몸을 뒤로 물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 바다는… 가끔 모든 걸 집어삼킬 수 있을 것 같지. 하지만 다 버리고 도망칠 수는 없어. 네가 싫다는 게 아니야. 알잖아. 너도.”
“그래. 알겠어.”
아루루는 의외로 담백하게 물러섰다. 뭐야, 한 번만 권유하고 마는 거야? 네가 싫다는데 어떡해 그럼. 다시 가벼워진 분위기를 파고들 손에 무언가가 쥐어졌다. 결국 목걸이는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주카의 손에 안착했다.
“이건 돌려줄게.”
“…응. 달리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네.”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멀쩡히 잘 살아가는 인어를 잡아 길들인 다음 다시 방생한다니, 이거 완전 동물농장 레퍼토리잖아.”
“…너 인간 문화에 너무 익숙해졌구나.”
마지막까지 실없는 농담을 하는 아루루에 주카는 간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뛰어내릴 수 있겠어? 이 정도쯤이야 뭘. 아루루는 상반신을 수조 밖으로 내밀고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 자세를 취했다. 그제야 이별이 체감이 되어 주카는 울지 않기 위해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아루루.”
“왜?”
“그 대신… 반드시 다시 올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 있어. 해야 하는 일도 있고. 그것들을 다 마치고 나면 다시 올 테니까,”
그때는 같이 바다로 가자. 주카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둘의 손가락이 얽히고, 아루루는 잠시 주카의 왼손 약지를 바라보다가 그럼 기다리겠다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200년 안에는 와야 해.”
“200년?”
“아, 아니 20년. 인간은 그렇게 오래 못 산다고 했지.”
“그래. 20년.”
주카는 후련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옅은 황금빛 지느러미가 푸른 물속으로 사라졌다. 흰 포말과 물방울이 아루루의 궤도를 따라 흔적을 남기다가 그마저도 족적을 감추었다. 인어 하나를 삼킨 바다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히 철썩였다. 주카는 한동안 인어가 사라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제 돌아가죠. 라는 말과 함께 등을 돌렸다. 아루루는 더 이상 수조가 아닌 바다에서 잘 살아갈 테니까. 그러니까 이걸로 된 거야. 주카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주카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최대한 서두른다고 했으나 이미 시간은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 집은 광원 하나 없이 깜깜했으므로 주카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보아 혼테일은 이미 자고 있는 듯했다. 살금살금 소리죽여 걷다가 왜인지 거실 쪽에서 못 보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주카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주한 한 쌍의 보랏빛 눈동자에 주카는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은 주카는 더듬더듬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자기도 모르게 넘어진 모양이었다.
“혼테일? 거기서 뭐해요?”
“…주카?”
혼테일은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을 했다. 자신이야 괜찮았지만 집은 인간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어두웠기 때문에 주카는 우선 일어나 불부터 켰다. 불이 환히 들어오자 혼테일은 빛순응을 하는지 손으로 눈가를 가리고 이마를 찌푸렸다. 눈 밑을 보아서는 한숨도 자지 않은 듯했다.
“주카?”
“네?”
주카. 혼테일은 세 번째로 주카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주카는 다시금 그의 물음 혹은 혼잣말에 대답해주며 자리에 앉았다. 혼테일은 멍한 눈으로 주카를 응시하다가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네가, 그 인어와 같이 떠났을 거라 생각했어.”
“정말요? …그런데 집에 왔잖아요.”
“왜?”
“알긴 아는군요?”
주카는 짧은 숨과 함께 웃음 비슷한 걸 지었다. 혼테일은 여전히 초조한 낯이었다. 현실과 착각을 혼동하는 듯 눈이 빠르게 깜박이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주카는 커튼 너머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미 해가 진지 한참을 넘은 시각이라 정작 보인 건 밖이 아닌 남녀 둘이었다. 주카는 느슨하게 팔짱을 꼈다.
“당신을 용서한 건 아니에요 그런 부류의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없죠. 맞아요. 모든 걸 버리고 바다에 몸을 맡기고 싶은 생각도 분명 있었어요. 하지만…. 글쎄요, 당신이라면 바다를 발칵 뒤집지 않을까 싶었고, 안 그래도 고혈압이 있는 아버지가 그만 뒷목을 잡고 쓰러져버리지 않을까도 싶었고.”
“…”
“순순히 내버려뒀을 거예요?”
“그건, 아닐 것 같아.”
“그렇겠죠. 당신을 아는데.”
주카는 뭉근하게 웃었다. 어쩌면 이 남자는 정말로 그랬을 것 같기도 했다. 놓는 것이 무서워 손에 꽉 틀어쥘 줄만 아는 사람. 공감은 가지 않지만 동정은 되었다. 어쩌면 대화를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다면.
“마냥 덮어두기로 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하고 싶은게 생겼거든요. 생각해 봤는데, 인어는 사육의 대상이 아니에요. 저 같은 수인도 멀쩡히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어라고 관상용으로 팔릴 일은 없잖아요. 그래서….”
말문이 잠시 막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스스로 내린 결단이다. 주카는 가라앉으려 하는 표정을 억지로 잡아 폈다. 괜스레 손톱을 세워 목을 긁었음에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도망치지 않고 여기 남기로 했어요. 인어가 그런 취급을 받지 않게 힘써보려고요. 제가 거기서 아루루랑 같이 가버렸다면 인어에 대한 나쁜 인식만 퍼졌을 테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바빠질 것 같아요. 이때까지는 계속 집안에만 있었지만, 아니 그거는 반쯤은 당신 탓도 있지만, 이제부터는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할 일이 정말 많거든요. 주카는 주절주절 생각해 둔 것을 늘어놓았다. 우선은…. 혼테일은 잠자코 앉아서 주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 주카도 말을 멈추고 혼테일을 마주 응시했다. 잠시 입꼬리를 올리다가 주카도 혼테일을 따라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해야 할 게 있죠.”
해결해야 할 것이 있었다. 마무리와 함께 딛고 넘어가야 할 것. 주카는 웃으며 습관처럼 옆을 툭툭 쳤다.
“우리 대화부터 해요.”
“제가 이 말을 몇 번째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주카는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말했다. 다짜고짜 찾아오시더니 계속 똑같은 소리만 하실 건가요? 이제 슬슬 지루해지려고 하는데요. 아니 그래도 이제껏 해온 관례라는 게. 에, 그리고…. 앞에 앉은 남자는 주카가 그랬듯 몇 차례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관례 따진다면 그쪽도 원래라면 내 앞에 앉아 있지도 못했어. 속으로 그런 생각을 삼킨 채로 주카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남자는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는지 돈이니 이해관계니 하는 복잡한 수치들을 줄줄 늘어놓았다. 아마 그런 거라면 눈앞의 여자가 이해하지 못한 채 한 발 물러서리라 생각한 것 같았다. 저희가 이쪽 사업에 투자한 금액이 정확히… 한없이 길어지는 설명에 주카는 무례함을 알면서도 손을 들어 상대방의 말을 잘랐다.
“그러면 결국 돈이 문제인가요?”
“그렇죠! 게다가….”
“그거라면 저희가 전부 매입할게요. 방금 그 금액, 다시 한 번 말해보세요. 다만 부풀렸다가는… 아시죠? 정확하게 말해야 할 거에요.”
은근한 협박이었다. 주카는 생글생글 웃으며 양 손을 교차해 턱 밑에 받혔다. 때로는 윽박지르는 것보다 웃는 얼굴이 더욱 압박감을 자아내니까. 저에게 그 정도 능력은 있거든요. 여기가 어딘지, 제가 누군지 알고 찾아오신 거 맞으시죠? 남자는 침을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 어, 그러니까. 그것이….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기에 주카는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시간이 흐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카.”
“아, 혼테일.”
집에 돌아온 제 남편에게 주카는 씩 웃어보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님이 있으니까. 혼테일은 남자에게는 시선도 두지 않은 채로 곧바로 다가와 주카의 등 뒤에 섰다.
“내 아내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혼테일은 주카와 달리 윽박지르는 것에 가까웠다. 아, 아닙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남자는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피했다. 주카는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작게 툴툴거렸다. 저사람, 당신이 오니까 바로 극존칭을 썼어요. 내가 만만해 보이나….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게 해줄까? 아뇨.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이 그러면 농담이 아닐 것 같으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주카는 생긋 미소를 지으며 뒤로 고개를 기댔다.
“돈과 권력이 좋긴 좋네요. 이런 것도 되고.”
“좋긴 좋지.”
혼테일도 주카를 따라 살짝 웃었다. 그로부터 벌써 5년이 지났다. 짧지만 사회적 합의가 일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주카는 몇 시민 단체를 찾아갔고, 개중 몇 단체의 후원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인어의 물화(物化)를 없애나가고자 애썼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돈은 주카가 직접 해결했지만, 그도 은근슬쩍 뒤에서 도와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덕에 일이 편해진 것도 있으므로 주카는 눈감아 주기로 했다. 적어도 이제 인어를 공공연히 사고팔지는 못했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혼테일. 혹시 우리 바다 보러 갈래요?”
“바다?”
“네. 바다. 당신도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혼테일도 - 물론 많은 시간과 대화가 필요했지만 - 좋아진 편이었다. 주카는 잠시 지난날의 대화를 떠올려 보았다. 제발 혼테일. 제가 작정하고 바람을 피울 거였으면 야반도주라도 했겠죠.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러니까 괜히 그렇게 굴지 마라니까요. 맞춰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으나 방금 집에 돌아왔는데 주카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성질을 내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나아진 셈이었다.
아닌가, 방금 전에는 성질을 낸 건가. 하지만 그건 그럴만 했으니 넘어가지 뭐. 주카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언제 시간 괜찮아요?”
“네가 되는 시간이면 언제든지.”
“바쁜 거 아니까 솔직하게 답해요. 다음 주에 미팅 있잖아요.”
“…이번 주 목요일.”
“네. 그러면 그 날 오후는 통째로 시간 비워 두세요.”
“바다에는 무슨 일로? 물에 닿는 건 싫어하지 않나.”
주카는 낮게 웃었다. 물은 싫어하지만 물고기는 좋아하니까요. 늘 그랬듯이.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 친구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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