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프로젝트 시리즈/아사카 카린X엠마 베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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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4994941/

히아신스의 꽃말은 '마음의 기쁨'.


스쿨아이돌 페스티벌이 전부 끝났다. 짧은 듯 긴 시간이었다. 그들은 입가에 맴도는 감상을 내려놓고 내일을 기약했다. 사실, 지금 헤어지는 것은 꽤 아쉬웠다. 마음 같아선 누군가의 집에 모여 하루 정도 묵고 싶었다. ―집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학교 정문에 기대어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고, 아니면 동네 공원에 모이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시침이 몇 번이고 빙글빙글 도는 동안, 태양이 궤도를 바꾸면서 날이 점점 저물었다가 점점 밝아질 때까지,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기쁜 이야기를 나누기에 그들은 조금 지쳐 있었고, 무거운 졸음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만큼, 긴장과 피곤함이 순식간에 몰아친 것이다.

카린과 엠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학교 정문 앞에, 어쩌면 회포를 풀 장소였을지도 모를 그곳에서 오랜 시간 서 있었다. 크게 손을 흔들고, 몇 번인가 뒤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바이바이~!”라고 외치는 밝은 인사를 들으며, 입가엔 엷은 웃음을 머금고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어깨는 무거웠고, 다리엔 감각이 사라졌을 정도로 피곤한 하루였지만, 몇 번이고 나눈 인사를 반복하는 것과 손을 흔드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혹여라도 달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을까 봐, 신호등의 불빛이 강하여 묻혔을까 봐,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들이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까 봐―두 사람이 니지가사키 스쿨아이돌 동호회 내에서 키 순서로 일이 등을 나란히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어쩌면 이 대목에선 쉽게 바스러지는 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카린은 가슴께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고, 엠마는 그보다 조금 더 높은, 귀 정도의 높이에서 손을 흔들었다. 아이가 마지막까지 손을 크게 흔들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볍게 움직이던 손목을 멈추었다. 여덟 명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작게 울렸으나, 거리는 조용하기만 했다. 그럼 우리도 돌아갈까, 카린 쨩. 그럴까, 엠마. 짧은 말이 오가고, 걸음은 기숙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쉼 없이 걸음이 이어지는 동안, 그들의 대화도 끊이지 않았으나, 소리가 작았기 때문인지, 바람이 거세게 불었기 때문인지, 문장은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기숙사는 조용했다. 카린은 이제 막 씻고 나온 참이었고, 엠마는 책상에 앉아 말없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방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로 방에 들어가기 전,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눈 것이 대화의 마지막이었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끼리라도 오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방문 앞에 선 순간 그런 생각은 서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벌써 몇 번이나 말하지만, 오늘은 무척 즐거웠고, 또 그만큼 피곤했다.

 

꿈 같은 시간이 있다면, 이런 걸까. 모두와 눈을 마주치고, 응원하고 있다는 따뜻한 마음을 받아,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노래를 부르고, 하고 싶은 무대를 펼치며, 자신들만의 색으로 빛나는 이 장소가, 무대가, 꿈이라면 평생 깨지 않았으면 한다. 엠마는 페스티벌 내내 누군가 찍어준, 그리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며 저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안심일까. 처음 스쿨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느꼈던 그 날 느낀, 감정일까. 가슴 속 가득 차오른 다정한 무언가가 넘실거린다. 그것도 아니라면, 용기일까. 앞으로도 내가 되고 싶은 스쿨아이돌을 향해, 열심히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뭘까.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던 이 시간은, 정말로 꿈이 아닌 걸까. 무대 위에서, 모두와 눈을 마주치고, 힘껏 웃으면서 노래한 자신은, 아주 조금은 어렸을 때의 동경에 가까워졌을까. 앞으로도 스쿨아이돌, 힘내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단어가, 문장이 너무 소중해서, 아주 천천히 그 말을 읊조리던 그는 수많은 사진 중 괜찮은 몇 가지를 추려냈다. 그 중엔 자신이 담긴 것도 있었고, 그가 너무나 좋아하는 동호회의 모습, 그리고 꿈 같았던 시간이 담긴 것도 있었다. 다음에 스위스에 편지를 보낼 때……, 아니, 당장 내일 편지 세트를 사 오자. 그리고, 페스티벌에 관한 걸 모두에게 들려주는 거야. 어떤 이야기부터 할까. 그런 생각을 하는 그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빛을 하고 있었다. 만약 카린이 이런 그를 본다면 “엠마, 정말 행복해 보이네.”라며 다정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한편 카린은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즉석 사진기와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낸 오늘을 보기 시작했다. 예정대로라면, 그는 오늘의 사진을 조금 보고, 괜찮은 것을 몇 개 추렸다가 잠이 들 것이다. 한참 사진을 바라보던 카린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진은 번갈아 가며 찍었고, 그 중엔 아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부탁한 것도 몇 개 있었다. 모델 일을 하며 누군가 찍어준 사진은 숱하게 봤으나, 이건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모델 아사카 카린으로서 찍힌 것이 아닌, 스쿨아이돌 아사카 카린으로서 찍힌 것들. 사진 속의 자신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또 행복해 보였다. 톡, 톡, 톡. 사진은 꽤 많았으나, 가볍게 보며 넘기기엔 적당했다. 어쩌면, 오늘은 되돌아보기엔 부족할지도 몰랐다. 어라, 이 사진 꽤 잘 나왔잖아. 어머, 이렇게 보니까 이 각도 나쁘지 않네. 그 시간이 온전히 담긴 것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한 사진에서 손가락을 멈추었다. 마지막 무대를 앞서고, 의상을 체크할 겸 찍었던 셀카였다. 처음엔 이상한 걸 눈치채지 못했는데, 사진의 구석을 잘 확대하니 빵을 먹고 있는 엠마가 찍혀 있었다. 빵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고 있는 것이 꽤 햄스터 같아서, 카린은 그만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엠마는 정말 맛있게 먹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엠마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스쿨아이돌 동호회를 떠올리면, 누군가 마음속에 촛불을 켜둔 것 같았다. 라이벌이자 동료, 동료지만 라이벌. 이런 아이러니와 모순투성이 단어의 나열이 힘과 용기가 되다니. 모두가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할 수 있어, 모두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든든해. 하고 싶다는 마음을 꾹 참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있어 달라는 부탁을, 어떤 모습이어도 웃는 자신으로 있다면 괜찮다는 말에 용기를 내서 다행이었다.

동호회의 모두는 정말 다정한 사람뿐이었다. 이렇게 다르고, 개성 넘치는 동호회라니.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부스스 번졌다. 다행이다. 그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카린은, 아주 작게 한 번 더 소리 내 말했다. 방을 가득 채우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는, 행복과 벅참이 뒤섞여 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나. 스쿨아이돌을 시작해서.

 

만약 이 모습을 엠마가 봤다면 무어라고 했을까. 아마 그는, 작게 쿡쿡 웃었을 것이다. 그리곤 처음 봤을 때처럼 맑게 웃으면서, 누구보다 따뜻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겠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져서, 정말 다행이지? 카린 쨩.

 

불현듯, 카린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고 있을까. 아직 자고 있지 않다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몇 단어와 음절의 문장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피곤함과 졸음이 깊게 스며든 목소리로, 지금 말해야 할 것이 있었다. 사실, 당장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카린은, 엠마의 방으로 향했다. 아직 잠들지 않았길 바라면서.

 

똑똑똑.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누구냐는 물음과 함께 문이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 잠들지 않았던 것인지, 엠마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카린 쨩, 아직 안 잤어? 어서 들어와.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해야 할 이야기를 전하고, 바로 방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할 말이 있어서 잠시 들렸어.”

“나도 마침 카린 쨩에게 할 이야기가 있었어.”

“그래? 엠마 먼저 말해.”

“응, 고마워. 카린 쨩.”

“응, 엠마.”

“카린 쨩이, 스쿨아이돌이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모델 일을 하는 카린 쨩도 좋지만……, 스테이지 위의 카린 쨩도 정말 반짝반짝 빛나. 앞으로 스쿨아이돌 활동, 함께 힘내자.”

 

이런. 그는 튀어나오려던 감상을 급히 삼켜야 했다. 왠지 순서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작은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응, 스쿨아이돌 함께 힘내자.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눈앞의 사람이 라이벌이자 동료라면 힘낼 수 있었다. 눈꼬리를 접으며 환히 웃는 엠마의 모습을 보다가 카린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앞으로 몇 번이고 하게 될 말이지만, 앞으로 몇 번을 말해도 그 의미는 바뀌지 않을 터였다. 엠마. 두 음절의 이름을 부르며, 카린은 천천히 문장을 이어갔다. 설령 엠마가 졸음 때문이라든가 다른 생각을 하다가 듣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나에게 스쿨아이돌을 권유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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