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닮았어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프로젝트 시리즈/아사카 카린X엠마 베르데

♪ 이전 포스타입에 올렸던 연성입니다 → https://posty.pe/qn7v3c

사월의 햇볕이란 참 짖궂었다. 평소라면 피어오르지 않았을 감정이, 봉오리를 터트려 흘러넘친다. 엠마 베르데는 어쩌면 그것은, 봄의 마법일지 모른다고 여겼다. 겨우내 숨어있던 것들이 계절의 찬란을 일으키는 계절. 그는 지금 사월의 중심에 있었다.

오랜 시간 감았던 눈을 뜨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푸른 하늘을 이불 삼아 깊게 잠든 카린의 모습이 시야에 담겼다. 느린 동작으로 몸을 일으켜 그의 옷자락을 정리했다. 조금 더 잘 수 있도록, 최대한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족이나 연인과 나온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잔잔하게 부는 바람에 잔디가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흔들렸다. 눈동자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들이 참 따스했고 부드러웠다.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정리하고 벚꽃잎이 흐드러진 것을 눈에 담았다.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흰 구름이 조각조각 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시원한 공기가 폐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이 기분 좋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색채를 띤 자연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잔디, 저들만의 색으로 피어나는 꽃, 그 위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와 벌 따위의 곤충들. 멀리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그것들에 귀를 기울이던 그는 천천히 몸을 눕혔다.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엠마는 문득, 이곳이 그리운 곳과 많이 닮았음을 떠올렸다. 하늘이 같은 빛을 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싱그러운 빛의 자연이 자신을 감싸고 있어서? 그런 생각이 길게 늘어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엠마. 언제 일어났어?”

“카린 쨩, 잘 잤어? 나도 방금 일…….”

 

자신의 모습을 올곧게 담고 있는 눈과 마주친 순간, 엠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깊은 바다와 미지의 우주를 뒤섞어 놓은 듯한 눈동자와 마주친다면 아마 누구라도 할 말을 잃을 것이다. 이 넓은 공간에서, 그 눈동자에, 오직 단 한 사람만 담기는 일은 기적이리라. 엠마는, 그는 어쩌면 자신은 애절함이라든가 설렌다는 감정을 뛰어넘는 기적을 겪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향의 풍경이, 우연히 들린 이 공원과 왜 그토록 닮게 느껴졌는지. 엠마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파란 하늘도, 선명한 녹음綠陰의 탓도 아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자신이 사랑한다고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머나먼 고향에도, 낯선 타국에도, 그가 사랑하는 존재가 있었다.

드넓은 초원 위, 부드러운 꽃이 쏟아져 내리는 나무 아래. 그들은 함께였다. 오직, 단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엠마는, 엠마 베르데는 천천히 손을 뻗어 카린의 손을 잡았다.

이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닮았다.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나. ……아니. 그건 아니야. 엠마는 그 문장 위에 두 줄을 그었다. 좋아하는 것을 닮아서가 아니다. 닮지 않아서 좋아한 것도 아니다. 그는 느린 동작으로 손깍지를 꼈다. 무슨 일인지 묻는 눈동자를 향해 작은 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좋아하는 것들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엠마는 천천히 입을 열어 카린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오기까지 삼 초. 그는 조금 더 느린 속도로, 작게 말을 내뱉었다. 봄바람을 닮은 따뜻한 목소리였다.

 

“……카린 쨩, 정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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