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뽀무] 그 선물은 반칙이에요, 아유무 씨!

미후네 시오리코 X 우에하라 아유무

...ing by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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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코쨩, 생일 축하해!"

"아.. 감사해요, 아유무 씨."

동호회 부실 문을 열자마자 아유무 씨가 곧바로 축하를 전해왔다. 아무래도 아직 부실에는 아유무 씨만 도착해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생일 선물 말인데.. 이거 립이야! 아, 학교에서 주는 건 좀 그런가?"

"...아유무 씨는 저를 너무 딱딱하게만 보는 경향이 있으신 것 같네요. 저도 외출할 때 가볍게 꾸미는 정도는 한다구요?"

"앗 미안해 시오리코쨩, 그런 의미가 아니라.."

"후훗, 농담이에요. 역시 변함없이 놀리는 보람이 있으시네요."

"아, 시오리코쨩 정말..! 농담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니까.."

"후후.. 감사히 쓸게요."

"과하지 않은 색이라 언제든 바르기 괜찮을 거야. 실은 나도 똑같은 걸 갖고 있거든~"

똑같은 걸 갖고 있거든-

똑같은 걸 갖고 있거든-

똑같은 걸 갖고 있거든-

그 잠깐의 순간에, 어쩐지 그 구절만이 반복되며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구나 아유무 씨가 같은 립을... 

같은... 

.....

..에, 같은?!

"네?!"

"으응, 사실 오늘도 바르고 왔어.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시오리코쨩한테는 조금 NG일까.."

그래도 생일선물로 줬으니 오늘 잔소리는 금지!

앞에 선 사람의 마음 속을 방금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모르고, 한 쪽 눈을 찡긋거리며 장난스레 웃는 이 사람이 사랑스럽고 또 원망스럽다. 동요와 두근거림은 덤. 침착하자, 미후네 시오리코. 이건 공장에서 몇백 몇천 개나 나오는 립 제품이고, 같은 걸 쓰는 사람도 그만큼, 그 이상으로 있을거다. 특별히 의미는 없어.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그래.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 순간이었다. 반짝거리는 그 입술에 시선이 빼앗기듯 머물러 버린 건.

"아."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게..아니지만.

그 말은 역시 꺼낼 수 없었다.

아아 정말, 의식해버리는 게 당연하잖아요. 아유무 씨.....

잃어버린 평정심을 애써 되찾아오려던 그 때, 아유무 씨가 무언가 깨달은 듯이 문 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해함도 잠시, 문을 열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동호회 멤버들. 아, 과연...

"정말~ 다들 왔으면 바로 들어오지 거기서 뭐하고 있던 거야?"

"아 아니... 아차~ 아이 씨도 축하하려던 참이었는데 타이밍을 못 맞췄달까..."

"...리나쨩 보드, '삐질'"

시옷티 생일 축하해-! 아이 씨를 시작으로 금세 소란해진 부실 덕에 오히려 조금은 마음의 동요를 다잡을 수 있었다. 아유무 씨가 잠깐 부실을 떠난 사이에 묘하게 다시 조용해진 분위기가 됐지만.

"아하하, 그나저나 내 소꿉친구지만 무자각이란 거 대단하네..."

"그걸 유우선배가 말하시나요?!"

"갑자기 시즈쿠쨩이 화냈어?!"

"시즈코도 유우선배도 다들 조용히 해봐요! 시오코만 더 심란해질 것 같으니까!"

"시오리코쨩~ 어이~ 돌아와~"

문득 헛, 하고 정신을 차렸다. 죄송해요. 멍하니 있어서... 하고 사과하니 아뇨 아뇨, 우리 소꿉친구가 실례가 많습니다~하고 옆에서 유우 씨가 넉살을 부린다. 이전이었다면 그 말에도 꼴사납게 질투심을 어딘가에 남겨둘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내 짝사랑이 어쩐지 (아유무 씨를 제외한) 동호회 멤버들의 공공연한 비밀이 된 이후로는 그럴 여력도 어쩐지 사라져버렸다. 다만 유우 씨가 나의 지원군을 자처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나는 아유무 씨가 마음에 둔 상대가 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버릴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유우 씨 본인이 부정한다 해도. 

*

어찌어찌 무사히 연습을 끝내고, 동호회 멤버분들 모두의 축하와 선물을 받고, 교복으로 다시 갈아입은 후에는 두고온 게 있다는 핑계로 학생회실에 나 홀로 방문. 항상 꼿꼿한 자세로 앉곤하던 학생회실 의자에 조금은 흐트러진 자세로 몸을 내맡기자니 조금은 죄책감이 든다만은... 나에게는 너무 과분하고 행복하지만, 어쩐지 긴 하루를 보낸 느낌에 솔직히 기진맥진해있었다. 

...역시 이거 때문에 오늘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것 같지. 아까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 선물을 주머니에서 꺼내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니, 자연스럽다던 색은 예상보다는 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 한번 발라보는 게 좋을까, 하던 찰나.

"앗, 학생회실에서 화장하는 불량학생회장이다-!"

"에?! 이건 그, 저... 가 아니라 아유무 씨?!"

"에헤헤, 복수 성공이네~"

혀를 살짝 내밀고 브이자를 그리며 다가오는 아유무 씨의 모습에 맥이 더 풀린 나는 더 의자에 늘어져버리고 말았다. 오, 자세가 흐트러진 시오리코쨩... 신선할지도. 살짝 동그랗게 뜬 눈에 이번엔 놀리는 의도가 없음을 알고나니 바람 빠진 웃음이 흘러나온다.

"정말, 저도 풀어질 때는 풀어진다구요? 농담 아니에요 이번엔."

"그런가... 역시 그렇지~ 하지만 시오리코쨩 항상 빠릿한 모습만 보여주니까."

아, 물론 그런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렇게 내가 모르던 시오리코쨩을 알아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

문장을 끝맺은 아유무 씨의 귀가 조금 물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쯤이었을까. 아 정말, 무슨 말이라도 해줘 시오리코쨩! 좀 부끄럽단 말야 지금...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제서야 말을 골랐다. 물론 형편없는 말을.

"영...영광입니다.."

"..아하핫, 뭐야 그게~"

"그치만 정말 한심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어서..."

"한심하다니 절대 안 그래! 시오리코쨩 늘 열심히 하는 걸 아니까, 오히려 이렇게 살짝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면 안심하게 되는 걸... 그리고,"

....줬음 하니까.

"아유무 씨? 방금 뭐라고.."

"안 알려줄래~"

"엣."

"그보다 방금 립 발라보려고 했지? 내가 해줄게."

오늘자로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는 멍청한 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을 때엔 이미 어느샌가 립을 꺼낸 아유무 씨가 조금 전 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시선이 조금 이리저리 흔들린다 싶더니 또 한 마디.

"..눈 감을래 시오리코쨩?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역시 조금 부끄러울지도..."

"아, 아앗. 네에!"

아 목소리 뒤집혔다. 눈을 겨우 겨우 감고 나서야 다시 거리가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언제나 아유무 씨에게서 나는 좋은 향. 아아... 지금 이 고동소리가 부디 바깥으로 들리지 않기를. 다 됐어~ 하는 아유무 씨의 말이 들리고 나서야 힘껏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역시 예쁘네 시오리코쨩은."

"...영광이에요......"

"아하핫, 또 그 말투!"

아, 그러고 보니... 립은 아까 내 교복 주머니에 넣어뒀었는데 어느 틈에 가져가셨던 거지, 하고 무심결에 손을 넣자 아까 넣어둔 그대로의 익숙한 물체가 만져졌다. 그리고 아유무 씨의 손에 여전히 들려있는 그것에 시선을 또 한번.

....어라?

"....저 아유무 씨, 혹시."

"아, 참고로 발라준 건 내가 쓰던 립이야."

내 선물은 시오리코 쨩이 다음에 직접 써줘! 그럼 나도 오늘은 따로 들릴 데가 있어서 먼저 가볼게! 아, 아유무 씨?! 뭐라 더 붙잡을 말을 고르기도 전에 그녀는 어느새 가방을 챙겨 학생회실을 나가버렸다. 그것도 청천벽력 같은 말을 남기고. 아아 정말,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오늘은 정말로 잘 수 없다고요,  아유무 씨........ 열이 오르는 얼굴을 숨기듯 학생회실 책상에 엎드리며, 나는 또 한번 한숨을 쉬었다.

*

학교 건물을 서둘러 나서면서 입술을 매만졌다.

....간접키스, 해버렸네.

나도 뭐 이런 대담하고 바보같은 행동을. 사실 들릴 곳 같은 건 없었다. 하아.. 내가 나에게 조금 질려하며 폰을 켜니 유우쨩의 놀리는 건지 응원하는 건지 모르겠는 라인 메시지-'그래서 천연천사무자각 아유무선배는 작전에 성공하셨는지요' '소꿉친구는 조금 걱정이야~'- 가 와 있어서 툴툴대는 스티커를 몇 개 보낸 뒤 액정을 껐다. 정작 그 시오리코쨩은 아마 내가 이 애를 좋아한다고 지금도 생각하는 것 같지만.... 확실히 유우쨩은 다른 멤버들과는 못할 이런 얘길 솔직하게 나눌 정도로 나에게 둘도 없는 소꿉친구다. 하지만 시오리코쨩의 어림짐작과는 많이 다를 거다. 

- 이렇게 귀여운 모습은 나에게만 보여줬음 하니까.

그야 내가 느끼는 그런 감정은 시오리코쨩 한정인걸...

일부러 흘리듯 말한 그 말을 언제 쯤 나는 직접 들려줄 수 있게 될까. 그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눈치채줬으면 하는 건 너무 심술을 부리는 걸까. 내가 실은 상냥한 선배같은 게 아니라 이런 성가신 여자애라는 걸 알면... 시오리코쨩은 그래도, 날 좋아해줄까.  언젠가는 간접키스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으아아, 더 이상 생각 금지!

열이 오른 볼을 양 손으로 한 번 가볍게 두드리고 나서야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으음, 오늘 밤은 역시 일찍 자긴 글렀을 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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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코 생일 기념으로 썼던 시오뽀무 글입니당

펜슬 가입한 김에 백업!

아유무가 준 선물은 스쿠페스2 네타입니다 공식입니다

정말 유죄라고 생각해요 아유무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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