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의 코튼 캔디
스너글 초고농축 섬유유연제 허거블 코튼 본품 4L
팡, 팡.
햇볕에 잘 마른 이불이 펴지는 소리가 났다. 내일도 화창한 날씨가 오후 내내 지속되겠습니다. 어제 들었던 일기예보의 내용대로 햇볕이 따스해 기분 좋은 하루였다. 토오야는 포근한 햇살 냄새가 나는 이불을 접고 접어 집 안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자신의 어린 동생인 호노카가 티비를 보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12시 반. 점심도 잔뜩 먹였겠다. 한 숨 돌리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호노카를 재워야만 했다.
어린이 프로그램도 타이밍 좋게 끝맺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호노카는 눈을 깜빡이다가 한 번 크게 하품했다. 형아, 나 졸려. 크게 벌린 입 사이로 보이는 오밀조밀한 이들이 참 귀여웠다. 이가 막 나기 시작할 때는 입을 벌릴때마다 사진을 찍으려 그렇게 애를 썼었는데. 실없는 감상이 잠시 스쳐지나고 토오야는 유아용 의자에서 호노카를 들어 올렸다. 방금 걷어온 이불들이 각 방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호노카는 어느새 토오야의 품에 꼬옥 안겨 눈을 감고 칭얼거렸다. 간혹 잠을 자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날이 있었는데, 오늘은 아닌 듯 싶었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토오야는 자신의 방으로 호노카를 데려가 눕힌 후 그 옆에 누웠다. 아직 온기를 머금은 이불이 따뜻해 자기도 꿈뻑 잠에 드는가 싶었다. 토닥, 토닥. 밀려오는 졸음을 애써 무시한채 호노카를 천천히 토닥였다. 호노카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인형-처음 선물 받았을 때와는 몰라보게 헤져버린-을 품에 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대고 있었다.
“호노카, 잘 자.”
“나 아직 형아랑 더 놀고 싶은데…”
뒷말이 채 이어지지 못한채 잠꼬대로 변해간다. 언제봐도 베개맡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드는 동생의 모습은 신기했다. 아직 호노카에게는 ‘잠 못드는 밤’ 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자신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유년 시절. 보답받을 필요도 없는 공백이였으나 그를 보고 있자면 그 틈새가 메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를 돌보며 자신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추고, 토오야는 주방에 남아있을 설거지 거리의 처리와 조금 이른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호노카의 아버지, 쿠로다 씨는 토오야 쉬는 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을 미안해 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 누누히 말 했지만, 토오야는 이렇게 집안을 정돈해 나가는 일이 꽤 마음에 들었다. 평소 하는 일과는 다른, 누군가를 상처 줄 필요 없는 일이였기에 더욱 그랬다.
‘입 밖에 낸다면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왜냐하면 나는…’
… … 꾸욱. 미약하게 자신을 당기는 손 힘에 토오야는 순간 몸을 멈칫했다. 호노카가 잠에 들며 자신의 옷깃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았던 것이다. 토오야는 잡힌 옷깃과 동생을 번갈아 바라보다, 힘이 빠진 듯 웃어보였다. 암팡지게 쥔 손을 떼어낼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아무래도 설거지도, 저녁 준비도 전부 이후의 일이 될 듯 싶었다.
토오야는 일으키던 몸을 다시 눕혀, 맞은 편 동생의 동그란 뺨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이 눈을 뜨는 건, 아무래도 시침이 두 걸음 걷고 난 후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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