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글맞짱_펜슬로따라와

살아있는 시체는 좀비 양의 꿈을 꾸는가

TXT by D
10
0
0

카타가와 호리는 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반쯤 죽어 있다는 말은 즉 나머지 반, 살아 있다는 사실이 혼재함 또한 의미했다. 장례식장에서 하면 안 되는 일 1위는 부활이라더니, 이 세상이 거대한 식장이라면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베어 가르는 날이, 꿰뚫는 총탄이 그리도 공포스러웠다. 썩지 않은 핏줄기를 내뿜고 만다. 죽지 못했음을 실감하고 만다. 불타오른 날에 눈 감는 법을 잊은 죄로 살아있는 시체가 된 몸은 재로 변하지 못한 화염을, 영안실의 한기를 내뿜는 신세로 전락했다. 영면을 용서받을 때까지 잠조차 잘 수 없었다. 죽은 혼이 들러붙은 몸뚱이는 그조차 원치 않는다는 듯 자유롭게만 움직였다. 인간이기에 성립된 인외의 저주였다.

-그런 꿈에서, 카타가와 호리는 막 깨어났다. …지금 호리 씨 존 거에용? 진짜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잣말을 중얼이던 호리는 지부의 단체 라인을 켜고 이렇게 보냈다: [ 호리 씨 악몽 꿨어용(*/ω\*) ] - 오후 3:07. 곧 위로 한두 개와 매도 한두 개 - 호리는 여전히 테이요의 생각을 잘 맞추지 못했다 - 가 도착할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천하의 호리 씨가 낮잠이라니! 관짝도 아니고 의자에서! 내일은 대폭설 아닐까용? 3월 말의 관동에서 그럴 리가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너스레를 한참 떤 뒤에 호리는 어슬렁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어디 보자, 오늘도 길거리 버스킹하기 좋은 날이네용. 옷은 뭐가 좋을까아. 개인실 한 켠의 옷장에는 검은 정장이 가득했다. 아잇 참, 호리 씨 이제 이거 입으면 혼난단 말이에용. 투덜거리며 옷걸이들을 휘휘 저어 구석으로 쫓아낸 호리는 한구석에서 겨우 흰 후드를 한 장 찾아냈다. 이거에용, 이거. 즐거운 어투와 함께 눈꼬리가 휘어졌다.

저주와 후회의 노래. 그런 이름을 짊어졌을 적에 가레온 시의 지부장은 그 곡조로 손을 붙잡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곰팡이 옮아용, 하는 농담에는 유머보다 자학에 치중한 속내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파발의 신이 축복하는 지금에 와서 더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이제 이 등에 지운 사명이란 전하고 잇는 일이 아니던가. Nothing really matters to me, Any way the wind blows. 오래도록 좋아한 노래의, 개중에서도 최근에 마음에 든 구절을 흥얼이며 호리는 거울을 봤다. 매무새를 다듬고, 머리카락을…. 아. 흰 머리다. 경박한 말투도 잊고 멍하니 중얼인 목소리에는 건조되다 만 감정이 깃들었다. 잠들고, 깨어나고, 늙어가고, 그 다음에 올 말은……. 지잉. 답을 내뱉기 전에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 ㅇㅉ ] - 오후 3:12. 아항항, 이건 아이빙이네용. 퍽 유쾌하게 웃은 호리는 옷에서 먼지를 툭툭 털고서 방에서 나섰다. 개운한 표정이 지부의 유리 문에 비쳤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