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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2)

COSMOS by 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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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네, 좋아. 이대로만 가면 놈들의 근거지를 찾을 수 있을거야.”

“그런데 미행이 따라붙은 걸 알아채면 어쩌지?”

“들킬 일은 없을걸. 저녀석 우리에게 뒤를 밟히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모자라단 거니까.”

“아니, 구름도 없는 달 밝은 밤에 떡하니 날아다니는데… 그림자가 보이지 않겠냐고.”

유난히 달이 밝은 밤이었다. 능력에 집중한 설아가 말했다. 그녀의 긴 흑발이 바람에 흩날린다. 옆에서 얌전히 떠다니고 있는 태영이 끄덕였다. 그러나 어딘가 불편한 기색은 숨길 수 없었다.

“달이 밝아서 잘 보이긴 한데… 그러면 우리 그림자가 저 녀석한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들킬텐데….”

그 말에 설아가 미간을 찌푸린다. 일리있는 말이었다. 도중에 들켜버리면 전투상황이 벌어지거나 도망갈텐데. 설아의 능력은 아직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정도로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설아는 쫓아 날아가는 속도를 줄여 그림자가 늘어지는 것을 막았다.

“-뭐야, 왜 그래? 많이 힘들어?”

옥상을 뛰어다니며 측면에서 합류한 다울이 가까이 다가와 묻는다. 줄어든 속도에 능력을 쓰는 게 버거운지 걱정스럽다. 설아는 고개를 젓는다.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들킬 것 같아서. 어차피 저 녀석 빠른 속도가 아니니까 따라잡기 쉬울거야.”

“좋아. 신중한 게 좋겠지.”

자박. 자박. 자박….

긴 로브를 뒤집어 쓴 누군가가 길을 꺾어 들어간다. 어째서인지 그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미행하던 세 명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접근하기엔 이미 늦었다.

파앗 ㅡ

근처 골목을 훌쩍 뛰어오르며 방향을 바꾼 검은 로브와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설아는 최고속력으로 거리를 좁히려들지만, 빠르게 도망가는 능력이라도 있는지 그자와는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거기 서!!”

“또 코스모스 놈들이냐? 애새끼들이 끈질기게.”

그때, 옆에서 검날이 검은 로브를 쓴 자에게 파고들었다.

-아니, 그럴 뻔 했다. 가까스로 스치운 검날에 피가 점점히 묻어나온다. 잘려나간 천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며 날아갔다. 로브가 홱 틀어지며 다울에게서도 멀어진다. 다울이 자세를 고쳐 안정적으로 착지한다. 까득, 이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더 빨랐다면….

“너희는 우리의 위대한 이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너희는 세계의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해. 약육강식이 진리이자 먹이사슬의 원동력이란 말인데도!”

저리 빨리 달리는데도 숨 한 번 차지 않고 헛소리만 들어놓는 게 가능한 일이었던가.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들이 맞서야 하는 악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다.

ㅡ하지만 그건 다울, 설아, 그리고 태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혹독한 훈련과 차마 말하지 못하는 과거를 가진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강한 정의감과 복수심까지도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들 중 하나였다.

“헛소리 집어치워.”

설아가 손을 뻗어 염력으로 그를 붙잡았다. 미행은 수포로 돌아갔으니, 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뒤를 돌아 태영을 바라본다. 그 틈을 노려 검은 로브가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다울이 목에 칼을 들이민다.

“이번엔 정확히 베어버릴거야.”

“얘 꼬마야, 살인은 정서에 여러모로 안 좋아.”

꼼짝 못하는 상황에서도 로브의 입은 쉬질 않는다. 신경을 살살 긁는다고 해도 섣부르게 제거할수는 없으니 동료들의 의견을 살폈다.

태영과 설아는 이미 눈빛으로 소통을 끝냈다. 아직 죽이지 말자고, 태영의 유순한 표정이 말해주었다. 태영은 앞으로 나와 남자의 로브를 벗겼다. 정돈되지 않은 칠흑같은 머리칼에 초췌하고 창백한 안색, 그 사이로 뿜어져나오는 기분나쁜 보랏빛 눈이 드러났다.

“지금부터 간단한 심문을 하나 할 건데, 협조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거야.”

“어이쿠, 무서워라. 뭐든 말씀하십쇼.”

“일단 그딴 말 한 번만 더 하면 죽여버린다.”

다울이 검을 조금 누르자 검은로브가 눈동자를 크게 굴리더니 입술을 앙 다물어보였다. 벌써부터 힘들다. 어쩌다 뒤쫓을 타겟이 걸려도 이런 정신나간 사람이 걸렸는지.

“카오스 네놈들이 지금 하고있는 일에 대해 아는 것만큼 불어봐.”

“나도 너희가 아는 만큼만 알고있는데. 세계를 혼돈, 자연 그 자체로 되돌리는게 목표지. 약육강식이 모든 진리의 기둥이 되리라.”

“말이 쉽지. 너희가 원하는 그 난장판을 어떻게 만들 거냐고?”

“아직 기밀이라서 이걸 말하면 불리한데.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하지.”

“너따위한테 그런 권리 준 적 없는데. 정 말하기 싫으면 영원히 말하지 말던가.”

남자가 누가 봐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과장된 태도에 계속 농락당하는 기분이다.

‘지금으로써는 정보가 없으니 홧김에 처리할 수도 없고….’

불안해하는, 아니 그런 척 하며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던 남자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러곤 씩 웃어보이더니 소매춤에서 무언가를 던졌다.

“압박심문 전 소지품 검사는 필수!”

저 멀리 어딘가에서 얕은 비명과 함께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코스모스 셋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민간인 피해가 없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렇다고 다 잡은 것을 놓아줄 수도 없고.

“다울, 먼저 가서 살펴줘.”

ㅡ라고 태영이 말하는 와중에도, 남자는 단검을 던져댔다. 설아가 뒤로 뛰어 물러서며 정신이 흐트러진 틈을 타 그가 풀려났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가려던 다울이 뒤를 돌았지만 이미 그 자리에는 세 사람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젠장. 머저리같이.”

신기루마냥 사라진 카오스 잔당을 추적할 방법은 없었다. 그들은 분함을 억누르고 일제히 비명이 들렸던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으아악!!”

어디선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이로는 그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녹아내렸다.

‘또…, 또야?! 이 능력은 절대 사용 안 하기로 지금방금 다짐했는데!! 아, 일상에서 놀랐을 때 실수로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 독을 뿌린다고 생각해 봐. 정신 차려 이로….’

곧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녹아내린 금속 성분의 어떤 것을 앞에 두고 이로는 좌절감에 빠졌다. 누군가 보육원 옥상에 올라왔다가 이걸 보면 안된다. 기형적으로 녹아내린 무기로 추정되는 어떤 물체라니. 증거 인멸이 시급했다. 하지만 어떻게? 독을 더 부어?

그런 완벽범죄를 이행하려는데, 어디선가 사람 셋이 옥상으로 날아들었다. 대체 오늘은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거지? 아니, 왜 이쪽으로 온 거야? 이로가 당황해서 쇠붙이를 그대로 두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세 소년소녀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착지했다.

“비명 지른 게 너지? 괜찮니? 혹시 어디 다치진 않았어? 단검이 날아들었을 텐데….”

상당한 미모의 긴머리 소녀가 당황해서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이로의 부상이 있는지 심각하게 살폈다. 다른 짧은머리 소녀와 키 큰 소년은 단검을 찾기 시작했다.

‘그 단검, 이 사람들 거였나? 녹여버렸는데….’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로의 머릿속에선 단검을 던지고 옥상을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라 능력을 썼다는 죄의식이 먼저 기어올랐다. 소년이 바닥에 떨어져 달빛을 받고있는, ‘단검이였던 것‘ 을 발견하고는 놀라 살핀다.

“너… 코멧이구나.”

열다섯 소년 이로의 일반인 코스프레, 작심 3분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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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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