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COSMOS (1)


10년 전, 지구에 거대한 혜성이 충돌했다.
궤도를 이탈한 고장난 인공위성에 가속도가 붙어 혜성의 궤도에 진입하여 충돌해 일어난 대참사였다.
남극의 중앙에 뿌리 박아 땅과 생명을 집어삼킨 이 혜성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예측하지 못할 변화를 가져왔다.
[ 코메트 ], 그것은 엄청난 파장으로 인간들에게 이능력을 부여한 것이었다.
인간들은 서둘러 초능력이 생긴 사람들과 일반인의 조화를 이루려 국제초능력관리기구 [코메트] 를 창설했다.
이능력자들은 코메트 능력자, 약칭 코멧으로 불리고 있으며 체계적이고 확실한 관리 하에 능력을 통제하고 있다.
미성년자인 코멧들은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코메트이능력전문학교로 모이게 되고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현재까지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코메트의 능력부여현상을 현존하는 과학기술로는 밝혀낼 수 없다고 판단된 상태이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 이 얘길 하는 이유는 네가 코멧이라는 거잖아.”
“-나, 코멧학교로 전학 가야하는 거야?”
가기 싫었다.
혜성이 불러온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2막을 열어주는 새로운 열쇠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에게는 일상을 파괴당하는 저주가 될 수 있었으니까.
일생의 절반을 보낸 보육원에서는 코멧을 위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낡았으니까. 게다가 보육원의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전에 이로보다 어린 아이가 이능력을 각성하여 코멧 기숙학교로 들어간 일이 있었다.
보육원은 날개달린 아이를 책임질 여력도 없었고 국가에서 미성년 코멧을 관리하는 권한을 민간인에게 내릴 일도 없었다. 그렇게, 날개를 각성한 어린 코멧은 평생을 지냈던 보육원을 떠나게 되었다. 아무런 지원도 준비도 없던 아이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적응을 잘 하게 되었을까,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허나 딱 봐도 답이 정해져있지 않는가….
“그래도 너는 날개가 돋았다거나 하는 건 없어보이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이능력은 아니야.”
“아, 다행이네!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나갈 수 있으니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다행인걸까. 갑자기 날개가 돋아나지 않은 것이 기회인걸까. 이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보육원에 남아도 괜찮은걸까? 순전히 욕심은 아닐까. 민간인과 코멧을 분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지난 평생을 가족처럼 지내온 보육원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닐까….
보육원 아이들이, 독을 뿜는 코멧 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가능할까.
[ ㅡ남극 코메트 연구 본부에 따르면, 이번 코메트의 파동이 강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파동으로 사상 최대의 코멧 각성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에 코메트 국제기구는 많은 연구와 코멧 시설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며 이로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번 파동 이후에는 더 많은 코멧이 생기겠지. 이 보육원에서도 코멧이 생길까? 그러면 다들 흩어져버리는 걸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당장 자신의 생활을 견뎌내는 것도 벅찼으니까.
이로가 얼굴에서 양 손을 떼서 달빛에 비춰보았다. 자신의 이능력은 독. 다시말해, 염독사였다.
“후우…”
처음 손끝에서 독이 맺혀 공책을 까맣게 태워내던 때의 공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새로운 축복의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이로의 일상은 틈을 내어줄 형편이 안 됐다. 나이가 다 차기도 전에 보육원에서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코멧 시설은 한 푼 없는 어린아이를 받아주기에 아량이 그리 넓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저 막막한 심정으로 달을 올려다본다. 밝기만 하다. 걸린 구름 없이, 한 점 티 없이 빛나는 달에 이끌리듯 바라만 본다. 그저 바라만…. 할 수 있는 것 없이 바라기만 한다, 내쫒기지 않기를. 자신에게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기를.
ㅡ휘익!
새하얀 달에 검은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미동조차 없던 밤하늘에 움직이는 것이 생겼다. 몇 초 뒤, 이로는 그것이 사람의 형체임을 알아챘다. 대체 어떤 사람이 달을 뛰어넘는 거지?
이어서 다른 형체 둘이 그 뒤를 따른다. 그래, 하늘을 날듯이 뛰어다니는 사람이 흔한가보다. 하늘을 부유하는 사람이 셋이나 된다니. 이로는 알 수 없는 세상에 연거푸 마른세수만 할 뿐이었다.
그는 평범한, 손에서 독이 나오는 어린아이이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은 없기에, 날아다니던 그림자들과 닿을 인연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댓글 6
적극적인 기러기
재밌네요 다음화 언제 나와요?
독창적인 나비
와!!짱이에요♡어쩔 수 없지 결혼하자.
전설의 까치
와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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