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긴] 동침
그렇게 오냐오냐하면 버릇 나빠져요
또다.
두어 번 눈을 끔벅이자 암순응한 시야에 익숙한 전등이 들어왔다. 다다미 바닥부터 어슴푸레한 창밖 너머 달빛까지 이상한 것 하나 없는 풍경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는 자신의 집 한가운데에, 어쩔 수 없는 위화감이 덩그러니 옆구리에 붙어있었다. 아직 어린 주제에 어른인 척을 하려 드는 녀석이었다.
이상한 녀석.
오키타 소고는 늘 기가 막힌 타이밍에 현관문을 두들기곤 했다.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카구라가 신파치 네에서 잔다며 사다하루까지 끌고 나간 저녁이었다. 간만에 나가서 한잔 걸치려던 생각을 멎게 하는 데엔 노크 세 번이면 족했다.
“오키타 군, 매번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까나? 긴상 조금 무서운데.”
과반이 농담인 말에 어떤 대답이 돌아왔더라. 실없는 대꾸였던 것 같다. 사무실에 붙인 도청기를 아직도 못 찾았나 보네요, 따위의. 무지막지한 도 S나 할 법한 발언이지. 잠시 굳은 제 몰골을 보고 휘어지던 눈꼬리가 눈앞에서 아롱인다. 당연한 것처럼 긴장을 내려 두고 마주 앉아 느긋하게 술잔을 기울이던 손끝이, 시답잖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술 기운이 올라 발갛게 물들었던 뺨이.
쩍.
작은 타격음이 생각을 뜯어냈다. 얼얼한 이마가 이내 빨갛게 물들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상대는 소년과 성인의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녀석이었다. 나이를 헛먹었지, 아주. 자신을 향한 소리 없는 질타가 부피를 키웠다가 푹 꺼졌다. 심란한 새벽 한복판에서 홀로 평화를 만끽하는 앳된 얼굴로 정신이 옮겨간 탓이다. 결이 좋은 비단같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귀 뒤로 넘기자 곱게 닫힌 눈꺼풀이 시야를 메웠다. 미동도 않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한숨도 나오질 않았다. 그건 아마 허리에 둘러진 팔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어쩔 수 없지.
물 먹은 솜 같은 몸을 부드럽게 당겨 팔 한쪽을 내주자 어중간하게 걸쳐 있던 고개가 품에 폭 묻혔다. 턱 밑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은 분명 알코올의 그것일 테다. 그렇지 않고서야 숙취에 찌든 머리로 이런 생각이나 할 리 없으니까. 기나긴 고민 끝에 사내는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질 않았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