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데부
미정
평생 전하지 않을 고백
기록장 by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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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지나온 길에는 그 해의 고백이 잔상처럼 남아있어
나는 그 길을 따라가면서 몇 번이고 아이의 고백을 읊었어
입안에서 맴도는 건 뒤엉킨 자음과 모음들 문장을 내뱉던 너의 목소리 그속에는 어느 날의 네가 있어
유리잔 같은 손가락으로 너는 조용히 나를 가리켜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있을 너의 미래겠지만
네가 사라진 길 위에 외로이 남겨진 이야기들
그것들은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별똥별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내릴까 그렇게 제 존재를 이어나갈까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뿌리를 내린 것처럼
해결 못할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아무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이 길을 걸어줄 테니까 네 고백을 들어줄 테니까 그 순간을 기억해 줄테니까 그렇게 네가 영원을 누리게 될 테니까 나는 그걸로도 족할 테니까
이 길 끝에 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는 더 이상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겠지만
나는 여전히 어린 채 너와 다른 시간에 떠밀려 흘러가고 있겠지만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너와 내 세상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거든
수십년간 이어져온 네 고백이 나의 고백으로 변모해 버렸듯
방향은 달라도 우린 같은 길을 걷고 있을 거야
너는 내 마지막이 되어줄 거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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