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데부

미상

당신에게

기록장 by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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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순수한 여름밤을 닮았다.

한겨울 내음을 품고 있는 그리운 열대야

시린 밤의 끝 위를 우리 함께 걸을까?

아니면 달릴까. 어디 먼 데 향해 가버릴까.

사랑도 사람도 언젠가는 반드시

무뎌지고 마는 게 순리인 것을

어째서 나는 또 누군가를,

당신을 사랑하게 되고 마는 것인지.

당신이 펼쳐보인 푸른 하늘엔

아릿한 희망이 당연하다는 듯

제 반짝임을 전시하고 있어서

그 빛에 홀려 다시 한 번

헛된 꿈을 꾸는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얼마나 아름답게 비추어지는가

어리석음을 등에 이고 살아가는 난

기나긴 순간의 영원을 삼키니

날이 밝아오는 지점에서 차라리

흐릿한 당신의 품에서 사라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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