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데부
해피엔딩
기록장 by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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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지막 장면은
길다란 스크린을 빠져나가
마음껏 양껏 자유로울 수 있었던
그 길거리로 향하는 것이다
서울의 밤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
자정을 뒤집어 쓴 골목길
그 사이를 누비면서
각자의 꿈과 어제와 사랑을 속삭이던
두 번째 고향으로 향하는 것이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와 당신의 결말은 분명
영원에 가장 가까운 순간일 테니
더 이상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함께 뛰쳐나가자
좁디 좁은 플롯을 벗어나
과거의 자유를 찾아 떠나자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의 우연이 바스라질 때까지
나와 당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먼 훗날
언젠가 그 거리에 도달한다면
언젠가 마주할 엔딩롤 그 아래에
우리의 이름을 가지런히 붙박아두자
영원을 두 눈에 담아둘 수 있게
그러곤 묻는 것이다
나와 함께해서 행복했느냐고.
곧 터져버릴 것 같이 말하겠지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대답을
당신과 함께해 참 행복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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