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망했다면 바로 포기

인생이 망했다면 바로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4)

코마는 한 때는 히어로였던 빌런 다섯 명을 쳐다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묶어두지 않고 의자에만 앉혀둔 게 이상하긴 했지만, 코마는 별다른 반항은 하지 않았다. 왜냐면 순간이동이 없어서 도망가긴 글렀으니까!

"와,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오랜만이야!"

켈로인 시작해 줘. 코마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한 플래그가 말했다.

시작하긴 뭘 시작하는 건데.

사전 예고는 하고 뭘 하든지 말든지 해야 할 거 아니야. 코마가 불안함에 휩싸여도 코마 옆의 다섯 명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얘네 빌런 되니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거 같이 변했네.

우리 옛정이 있지 않니? 목숨 정도는 살려줘도 괜찮을 거 같은데.

켈로인이 잘 보이진 않지만 스페이스 바로 추정되는 것을 누르자 시계가 파지직하는 소리를 내더니 잠깐 꺼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코마는 손목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감각에 주먹을 꽉 쥐었다.

플래그의 표정이 아까 전보다 더 진지해졌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 지구 멸망이라도 일어날 거 같잖아. 

목뒤로 흐르는 식은땀이 차가웠다.

"코마, 잘 들어.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응?"

"너 능력이 사라졌지."

따끔한 감각이 이번에는 손목이 아니라, 온몸에 퍼진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일단 코마는 가장 먼저 플래그의 모습을 살폈다. 확신을 가진 듯한 표정과 목소리가 플래그는 이미 코마가 능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추측 따위가 아니란 소리다. 그래서 코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플래그가 한숨을 내뱉었다. 능력이 사라져서 심란한 건 내 쪽인데 왜 그쪽이 한숨을 쉬세요.

"네 능력이 사라진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누군가의 계획적인 짓이지."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어?"

"아니, 나 같은 천재가 능력이 사라질 일이 없으니까.."

당연한 거잖아요? 까지 덧붙이려고 했다가 말았다. 플래그의 시선을 보니 이대로 빌런에게 안타깝게 죽은 최초 사망자가 될 거 같아서였다.

"..."

쟤 그냥 헛소리 하는 거야.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쪼마니가 플래그를 재촉했다. 플래그는 긴 이야기가 될 거라는 소리를 했다. 긴 이야기는 지루해서 싫어라고 말했다가 지나가는 티푸한테 한 대 맞았다. 그리고 시간이 없으니까 긴 이야기는 하지 말고 짧은 이야기만 하라는 켈로인이 말이 이어지고 나서야 진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진짜 잡담하지 말고 빨리 얘기하라고."

혜비가 타박하고 나서야 진짜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이번엔 진짜로.

#

플래그가 빌런이 된 이유는 빌런이 멋있어 보여서 따위가 아니라, 생각보다 정상적이고 히어로 같은 이유였다. 이제서야 말하자면 아직 플래그는 히어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플래그의 능력은 비행으로, 플래그는 밤하늘이든 태양이 당당하게 자리 잡은 하늘이든 하늘이라 부르는 그 높은 곳을 누비는 자신의 비행이라는 능력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인간은 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 당연한 것을 무시하고 하늘과 가까이 있다는 것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째질 정도로 최고였다.

히어로라는 직업에는 여느 직업들처럼 단점이란 게 존재했다. 기자들 같은 물질적 존재들 때문에 생기는 단점 말고, 책임감과 불안감. 모든 히어로들은 그 두 가지를 무겁게 달고 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히어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히어로 같은 걸 왜 하지? 게임 시간 정도는 보장해 줘야 하는 거 아냐?"

"그럼 계약서 쓸 때 게임 시간 보장을 썼어야지 바보야~"

"그래도 히어로는 재밌지 않아?"

"아니, 뭐 그렇긴 한데.."

플래그의 이유는 재미이다.

원래 직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것을 할 때 행복한가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플래그는 무척 행복했다. 감히 다른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이.

그런 플래그가 멋지게 히어로 활동을 이어 나가던 도중에 플래그는 자신이 무언가 이상해졌음을 깨달았다. 비행 능력을 쓰던 도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져 버렸다. 그리 높지 않은 곳에서 떨어져서 다치진 않았지만, 그때 플래그는 자신이 능력을 잠깐 멈추는 실수를 한 줄 알고 굉장히 부끄러웠다.

그런데 이게, 능력이 더 이상 써지지 않았다. 겨우 하늘에서 지낸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전에는 일주일을 내리써도 괜찮았었는데.

플래그는 범상치 않은 이상증세에 빨리 본부장님을 찾아갔다.

"능력이 써지지 않는다니? 요즘 너무 무리한 건 아니고, 일단 조금 쉬는 게 어떠니?"

"그렇지만."

"요즘 좀 피곤한 거겠지. 능력은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플래그는 일단 넘어갔다. 어디까지고 자신의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었으니까.

며칠 쉬니 능력이 돌아와서 플래그도 역시 컨디션 난조였나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어째 전보다 능력이 더 약해진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더 약해졌다.

"어떡하지,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

"뭐래? 술 먹었냐?"

컨디션 난조라고들 하지만, 이건 컨디션 난조 따위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괴물 같은 거 잡아봤자, 까딱 실수라도 하면 시민들의 걱정도 살 거고 다른 애들도 이상하게 여길 것이 뻔했다. 

신기한 점은 휴식할 때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가끔 쉬기만 하긴 그래서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귀신같이 능력이 약해져 있었다.

활동할 때와 쉴 때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플래그는 이내 정답에 도달했다.

특수 제작 무기, 활동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플래그는 한 번 특수 제작 무기를 가지지 않고, 괴물을 죽여보았다. 결과는 역시 능력이 약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왜 모든 히어로가 특수 제작 무기를 쓰는데 플래그만 능력이 약해지는 것을 알아차렸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간단히 답할 수 있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플래그는 일주일 내리 비행을 사용하면서 하늘 위에 있으니, 남들보다 특수 제작 무기를 가지고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우토 말로는 체질 자체가 능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질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플래그가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아차린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가장 결정적으로 내가 천재인 것도 있고.

"제 능력이 약해지는 원인을 알았어요!"

플래그가 특수 제작 무기를 내밀었지만, 본부장님은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어.. 폐기하던가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본부장님도 이게 히어로들의 능력을 약하게 한다는 걸 모르셨겠지만.. 제가 원래 날 때부턴 천재긴 했죠."

어째서인지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환기하기 위해 플래그는 가벼운 말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본부장님은 아직도 무거운 공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싸함이란 건 사람이 살아오면서 쌓아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발동되는 것이라고 했나? 플래그의 온몸에 싸함이 퍼졌다.

본부장님이 책상 아래로 손을 내렸고, 플래그는 이유는 없지만, 싸함이라는 것에 반응한 몸이 손목시계를 바라보았고 여태까지 계속 회색이었던 손목시계 위에 있던 한 버튼이 빨갛게 빛났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손목시계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와 냄새를 플래그는 아주 잘 알았다.

폭탄?

당장 손목시계를 풀어서 공중에 내던졌다. 귀가 아픈 소리가 나고 나서 본부장실 구석에는 그을음이 생겼다. 여태까지 쉬는 시간에 틈틈이 한 게임으로 갈고 닦은 반응속도였다. 물론, 히어로여서 살았지 히어로보다 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일반인이었으면 게임을 아무리 해도 죽었을 게 분명했다. 페이커라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

플래그는 의자 위에 여유롭게 앉아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죽이기는 글렀네라는 섬뜩한 말이 들려오고 나서 플래그는 폭탄이 본부장의 짓인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본부장은 눈과 입을 닫으며 완벽한 미소를 그려냈다. 

"숨기기에도 글렀고, 안 그러니?"

"뭘요?"

"난 세계 정복을 꿈꾸고 있단다. 장차 퍴렀드아잇씀을 지배할 사람이지"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지금 파이브랑 소꿉놀이를 하는 건가?

지금 시대에 세계 정복이라니. 플래그는 본부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도 안 되는 말에 숨을 허, 하고 짧게 숨을 뱉었다.

"네 능력이 왜 사라질까? 생각해 봤니?"

본부장의 물음에 플래그는 특수 제작 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래, 모든 히어로들의 능력은 그 특수 제작된 무기에 흡수되어 가는 중이란다. 그다음 무기에 흡수되어 있는 능력을 내가 만든 로봇. 이름하여 아칼립스 4에 다시 흡수시킬 예정이지. 그러면 어떻게 되겠니?"

"로봇이요?"

"그 로봇은 네 능력뿐만 아니라, 흡수한 모든 능력을, 어쩌면 언젠가는 모든 히어로의 능력을 쓸 수 있겠지."

아칼립스 4가 뭐야, 4가. 나였으면 더 멋지게 지었을 텐데.

플래그는 엄청난 비밀을 들었지만 거슬리는 이름 때문에 당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 플래그!

본부장이 말한 건 말도 안 되는 계획이지만, 여태까지 본부장이 만든 것들을 보면 아예 말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장난을 칠 사람도 아니니까. 결론은 진실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이 로봇을 사용해 인류를 지배할 생각이란다."

그 모습이 완벽한 빌런의 느낌이라 플래그는 잠깐 멈칫했다. 지금 사회에도 짜증 나는 빌런들이 얼마나 많은데 인류 지배 계획을 세우고 있는 빌런의 등장은 환영할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아동 만화에나 나올 거 같은 빌런이냐.

입술을 짓씹고 있던 플래그는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다.

"잠깐, 근데 이걸 왜 저한테 말해주시는 거.. 여기서 당신을 제압하고, 지금 당장 달려 나가서 신고하면 되는데."

정말로 아동 만화에 나오는 빌런 같은 건가, 히어로한테 자기 계획 줄줄 설명해 주는 빌런인거야?

"정말로 그럴 거니?"

플래그는 본부장이 책상에 조심히 들어 올리는 붉은색 버튼을 바라보았다. 아래에는 작게 코마라고 적혀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폭탄 손목시계는 플래그만 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활동 아니면 게임이나 하고 있을 코마가 본능적인 감각으로 손목시계를 벗어버릴 일은 없을 터였다. 아마 본부장이 저 버튼을 누르면 입에 담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해도 된단다. 너는 나한테 빼앗길 수 있는 건 모두 빼앗기고 나서야 날 막을 수 있을 거란다."

그래, 이건 아동 만화 따위가 아니라 현실이었지. 플래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일단 그냥 도망쳤다. 본부장실에 갇혀서 탄내를 맡기보다는 하늘 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거 같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회피해버린 거지만, 지금 생각하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도망친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본부장이 제안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을 꺼냈던 걸로 기억하지만, 분명 플래그를 위험에 빠트리려는 함정이 분명했을 것이니 안 들어버린 게 다행이었다.

#

"지금 세상이 날 속이는 건가? 이게 뭔 소리야."

"혜비도 나랑 똑같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빠져나온 사람이지."

"그럼, 티푸랑 쪼마니 그리고 켈로인 너도?"

켈로인은 자신의 노트북을 보면서 건조하게 대답했다.

"아니, 우리는 강제로 쫓겨난 쪽이지."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본부장은 특수 제작 무기 때문에 능력이 다 흡수당한 히어로들은 해고해. 이제 필요 없으니 버린다는 소리지."

"잠깐, 그렇다는 말은 너희 능력이..."

갑작스럽게 해고당하는 히어로들도 설마, 전부 다 능력이 사라진 건가? 능력이 약해서 목숨이 위험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이제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거라고.

"그런데 쪼마니는 조금 전에도 능력을 썼잖아?"

"아, 그건 내가 아니라 나로 변장한 플래그."

"어쩐지 날아다니더라, 네 능력은 비행이 아니었는데. 나는 또 빌런되고 나서 암흑의 무언가에 손댄 줄. 근데 굳이 변장까지 해야 했냐?"

"조금 더 강해 보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갑자기 본부장이 마음이 바뀌었는지 자기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인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거든. 하지만, 우리가 강하면 본부장도 섣불리 공격할 순 없으니까."

생각보다 생각이 있었구나.

"와, 근데 다들 그런 미친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자기들끼리만 빠져나가셨겠다?"

빌런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었다. 히어로였던, 그 전에 친구라고 불리는 관계였던 사람들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어서 코마는 그저 믿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손목시계에 도청기가 있어. 만약 우리가 히어로들한테 본부장이 실체를 알려주는 순간 그 도청기로 듣고 나서 폭탄을 터트려버리면 그만이니까. 우리로서는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 알려줄 수도 없었."

"아니, 저희 말고 기자나 시민들한테 알리면 되잖아요. 지금 세상이 망하기 직전이라고."

"생각을 해봐, 지금 갑자기 빌런이 된 나랑 히어로 본부장이랑 누가 더 믿음직 하겠어?"

"히어로 본부장.. 알려도 빌런의 쓰레기 짓이라고 생각하겠네. 믿을 사람도 없겠고. 그러게, 이미지 관리 좀 잘하시지."

왜 여태껏 말하지 않았냐는 뜻을 가진 여러 질문에 답은 항상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코마는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건 꼭 물어보고 싶었다.

"근데 왜 하필 빌런이야?"

한 때 히어로였던 자들이 도대체 왜 빌런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타난 것인지. 본부장의 눈을 피해야 하는 사람들이 왜 더 화려하고 눈에 띄게 있는지 코마는 그 답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세계가 멸망하는 꼴을 지켜볼 수도 없으니까, 뭐라도 하긴 해야 할 거 같은데 테러리스트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티푸가 빌런은 어떠냐고 해서.."

"아니, 우리한테 히어로 본부를 탈출하고 세계를 어떻게 막을지 생각해야지 뭔 테러리스트야."

"멋있잖아."

빌런을 하자는 의견의 주인공인 티푸가 짧게 말했다. 세계가 멸망하는데 멋있는 게 문제냐고. 코마의 말에 아, 그랬어야 했구나라고 중얼거리는 쪼마니와 혜비의 모습이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없었다. 히어로를 하든 빌런을 하든 한결같은 모습에 코마는 무슨 감정을 가져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코마. 시계부터 풀어봐 폭탄에 터져 죽기 싫으면."

"..."

.

"손목시계가 이제 안 풀린다고?"

"아, 예 뭐 그렇게 됐어요."

"우리가 얘네들 구하려고 이렇게 활개 치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이상하긴 했지."

켈로인이 손목시계가 안 풀리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쯤이면 본부장이 눈치를 챌 거 같으니 더 이상 도청을 방해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말을 했다.

"그러면 코마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 그 아칼립스 4인가 뭔가 하는 로봇을 부수.. 사실 그건 너한테 무리고, 다른 히어로 애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해 줘. 일단 뭘 하든 너네 목숨이 우선이니까, 손목 시계부터 풀어. 분명 어딘가에 손목시계를 푸는 방법이 있을거야. 그다음이 로봇이야. 알았지?"

"도청 장치가 있는데, 애들한테 어떻게 알려줘요?"

"종이로 적어서 대화하면 되잖아."

"아."

그 말에 코마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켈로인의 노트북을 빼앗아 메모장을 킨 다음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그럼 도청 장치가 문제라면, 저희도 이렇게 대화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위치추적도 있어!"

"철저해라!"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었다. 최근까지 빌런과 히어로인 상태로 싸우기만 한 사이라서 오랜만에 이렇게 협력하니, 옛날 생각도 나니 좋았는데. 코마는 아쉬움에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플래그는 코마가 나오자마자 손목을 붙잡았다. 몸이 붕 떠오르더니 하늘을 날았다. 그러고 보니 플래그는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약해진 거라고 했지. 플래그의 도움으로 코마는 빠르게 히어로 본부로 근처로 도착했다. 플래그가 본부의 감시망에 안 잡히기 위해서 근처에 코마를 내려준 바람에 본부까지는 뛰어가 야했다.

분명, 빌이라는 사람한테 손목시계를 풀어야 하는 이유를 대면 손목시계를 풀어준다고 했지? 애들한테 이 이야기를 한 다음에 단체로 손목시계를 풀고 탈출해야겠다. 코마는 본부까지 뛰어가면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유를 어떤 걸로 하지? 조잡한 걸로는 안될 텐데. 모르겠다. 그런 건 다른 애들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본부 앞에 도착한 코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능력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현역으로 뛰어도 손색없을 정도였지. 나는 왜 능력이 약해지는 줄도 모르고 살다가 그냥 능력이 없어져 버렸지? 원래부터 약해서 그런가. 정말 재능 없는 사람은 서럽네.

무릎을 꿇어서 신발 끈을 고쳐 맸다.

히어로라면 응당 히어로의 일을 해야지 서러움 따위에 잠겨있을 시간은 없다.

코마가 누구인가? 퍴렀드아잇씀의 평화를 지키는 히어로다.

#

당당하게 본부의 문을 열었지만, 문 앞에 서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본부장이었다. 본부장은 할 얘기가 있으니 따라오라고 웃으며 얘기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던가? 코마는 손목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코마가 모른 척하면 본부장은 코마의 계획을 모를 것이다. 켈로인의 기계를 다루는 실력은 켈로인이 히어로가 되기 전이나 히어로가 되고 난 후나 뛰어났으니까. 도청기를 통해 대화 내용을 들었을 리는 없다.

"내 정체를 알았으니, 설명은 생략하고, 코마,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어떠니?"

"네?"

"나의 세계 정복 계획에 동참할 생각 없니?"

아세상님은또뭐가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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