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망했다면 바로 포기

인생이 망했다면 바로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5)

"나의 세계 정복 계획에 동참할 생각은 없니?"

 코마는 그 말에 대해서 아주 깊은 고민을 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켈로인의 잘못은 아닌 거 같았다. 켈로인은 아주 가끔 실수를 할 때는 있지만, 이런 중요한 일에는 뒷처리도 깔끔하게 하기 때문에 켈로인의 도청 방해는 완벽했을 것이다. 아님 말고.

"네?"

"자세한 건 플래그한테 듣지 않았니?"

 본부장은 빙빙 도는 듯한 대화에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말했다.

"아칼립스 4에 대해서 말이지. 플래그가 말한 건 다 사실이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어떻게?"

"아, 그 말을 하는거였구나. 그것쯤이야, 네 위치가 빌런들의 주거지로 나타났을 때 눈치챘지. 그리고 도청을 방해한 건 누가봐도 켈로인의 실력이더구나."

 플래그 조졌어, 세상을 지배할 빌런이 생각보다 똑똑해.

 코마는 속으로 그 말을 삼키며, 본부장을 향해 어색하게 웃었다. 요즘따라 왜 이렇게 가식적으로 웃는 일이 많은건지 모르겠다. 이게 다 활동 째고 우융이랑 발로란트 한 대가일까. 그런데 대가치고는 너무 심하지 않나.

"그래서 내 세계 정복 계획에 참여할 생각이 있나?"

 부드럽게 웃어보이는 본부장의 모습에 코마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제가 할 거 같아요? 안 할 거 같아요?"

 본부장은 재미있다는 눈으로 코마를 바라보았다.

 입으로도 재밌네, 라는 소리를 내었다. 전 전혀 재밌지 않는데요라고 대답하려던 코마는 농담은 그만하길 바라네라는 본부장의 말에 입을 닫고, 본부장의 대답에 답을 주었다.

"당연히 하죠!"

하하.

#

 행크와 옝은 코마의 절친한 친구다.

 가끔 연락할 때마다 학교는 자퇴한 거냐고, 인성 논란은 아직까지 터지지 않았냐고 대충 그런 장난을 치면서 놀았는데 요 며칠간 셋의 단톡방에는 1이 사라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둘은 자신들의 거지같지만, 소중한 친구의 안녕을 확인하기 위해서 히어로 본부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보인 것은 코마였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오자마자 정문 너머로 코마가 보였다. 코마 성격에 산책을 할 리는 없고, 무언가를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는 듯 했다. 히어로가 쉬운 일도 아니고, 그 생각 없는 코마라도 머릿속이 복잡할 때가 있나보다.

"코마!"

 우리의 목소리를 주황색 후드티를 지나가 코마의 귀에 닿았을 때, 코마는 우리를 향해 몸을 빠르게 돌리고 경계태세를 취했다가 우리의 얼굴을 보고 다시 몸의 힘을 풀었다. 순식간에 경계태세를 취하는 코마를 보니, 옛날에 게임에 집중하느라 옝이 오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옝한테 컴퓨터 전원을 끄게 놔두어버린 코마는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행크와 옝도 손을 흔들며 코마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코마는 웃었다. 어색하게.

 한적한 카페, 히어로 본부 옆에 히어로들을 위해 세워진 카페다.

 나도 이런 복지 받고 싶어. 행크는 코마가 가져온 아이스티를 먹으며 생각했다.

"여기는 무슨 일이야?"

"그냥, 너 요즘 연락이 없어서 뭐하고 사나 싶어서 왔어."

 코마의 컨디션은 좋지 않아 보였다. 물론, 히어로라는 게 고민이 많이 생기는 직업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 대단하신 우융도 가끔 심란한 표정을 짓고는 했으니까. 그래도 이건 뭔가...

"코마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너 얼굴이 그때의 혜민 보는 거 같아."

 행크는 일부러 농담조로 말을 건넸다. 참고로 그때의 혜민이라는 건, 혜비가 빌런이 된 일을 말하는 건데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는 해도 딱히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코마에게도 행크와 옝처럼 친한 친구가 있듯 한 때 히어로였던 혜비에게도 혜민이라는 친구가 있었을 뿐이었고, 혜비가 세계의 적이 되고나서 혜민이 슬퍼했을 뿐인 이야기였다.

 혜민은 잘 털어냈다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단 괜찮아졌다. 행크와 옝은 슬퍼했던 혜민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셋은 혜비와 코마처럼 히어로나 빌런이 아니었다. 흔히들 말하는 일반인이었지. 친한 친구가 빌런이 되든 세계의 모두에게 욕을 먹든 할 수 있는 건 시간에 의지해 이 감정들이 점점 흘러가서 희미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아무튼, 일단 감정의 희미해졌으니 행크가 이렇게 농담으로 그때의 혜민이라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이정도면 잘 해결 된거지. 행크는 그렇게 그날의 회상을 마무리하고, 코마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혜민한테.."

"응?"

"혜민한테, 혜비는 나쁜 애가 아니라고 전해줄 수 있어? 내가 요즘 바빠서 말이야."

 어색한 웃음이 아까 지었던 웃음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서 옝은 조심히 아이스티를 먹고 있던 입을 멈추었다.

"그런 거 전할 필요도 없을 텐데. 왜인지는 몰라도 혜민은 아직도 혜비를 친구로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도 그럴게 헤민의 입에는 종종 혜비의 이름이 올라오고 했다. 혜비와 어딘가로 놀러가고 싶다. 여기를 혜비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건 아직도 혜민이 혜비를 친구로써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행크는 왜 혜민이 혜비를 아직도 친구로 여기는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사실 옝은 알 거 같기도 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코마가 빌런이 된다면,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할 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왜 그런 선택을 한건지 궁금해 할 것이고, 슬퍼할 것이고. 그 다음에는 기다릴 것이다.

 혜민도 대충 비슷한 이유였겠지.

 "신기하네, 나는 바로 손절쳤다."

 ··· 자신이 빌런이 되면 바로 통수칠 거 같은 친구를 보는 옝은 방금 한 생각을 취소해야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얘기는 왜 해? 무슨 일 있는 건 확실한데.."

 행크의 허를 찌르는 질문에 코마는 몸이 덜컥거리려는 것을 애써 가만히 놔두었다.

"그냥 히어로를 하면 할수록 내 인생이 망해가는 기분이 들어서"

 코마의 머릿속은 복잡해보였다. 본래의 행크였다면, 거기서 더 망할 수가 있다고라며 장난스럽게 말했겠지만, 안타깝게도 행크의 친구는 적절한 조언이 필요한 거 같았다. 조언 따위는 무시해버리고 자기 쪼대로 살던 코마가 행크가 여기서 조언을 해준다고 해서 들어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안하는 것 보다는 났겠지.

"그럼 포기해."

"히어로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야, 솔직히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성인 되기 직전인 지금까지 히어로에다 내 인생을 갖다 받쳤는데 지금와서 포기하라고?"

 확실히 코마의 청춘은 히어로라는 것이 다 차지 해버리긴 했다. 10대는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나잇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중요한 시간은 맞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다른 시간들이 안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히어로 말고 다른 직업을 찾아 봐. 하고 싶은 걸 하다보면 어디론가는 가지 않겠냐."

 행크의 말에 옝이 조금 더 덧붙였다.

"글쎄다, 애초에 히어로말고는 다른 거에는 별로 흥미가 없고.. 게임? 그나마 흥미있긴한데 프로정도는 아니잖아. 솔직히 이제와서 진로를 고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들고.. 대학 가려면 공부도 다시해야하는데 솔직히 그건 내가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이 형님이 20살밖에 안되긴 했지만.. 그 뭐냐.."

 행크는 천천히 말을 골랐다. 코마는 조용히 기다리다가 곧 가봐야한다면서 빨리 말하기를 재촉했다.

나 간다? 코마가 자리에 일어나고 나서야 행크는 입을 열었다.

"세상에 포기하지 말아야할 건 인생밖에 없더라."

 그러니까, 인생말고는 못하겠으면 포기하고 다른 걸 도전해도 되고.. 뒷 말을 덧붙이기도 전에 행크의 바쁜 친구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옆에서 옝이 방금 말은 좀 오글거렸다고 말하고 나서야 행크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다 마신 음료만 마셨다.

 오글거리기 짝이 없는 인생 조언이었지만, 그래도 행크는 코마가 그 말을 들었길 바랐다.

#

 코마는 히어로다.

 코마는 그 사실이 평생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분명 아까 세계 정복 계획에 동참하긴 했지만, 그건 다 큰그림이었다는 말씀이다. 본부 지하실에 그런 병기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플래그는 목숨이 우선순위라고 시계를 먼저 풀기를 원했지만, 코마의 생각은 달랐다.

 시계를 풀든 말든 모든 히어로들의 능력을 복사한 그딴 병기가 세상에 나오면 다 개죽음이었다. 어떻게 아냐고 물어본다면 직접 봤으니까.

 그 거지같지만, 천재같은 로봇을 본 기억을 코마는 다시 생각했다.

 본부장은 동참하겠다고 당당히 대답한 코마를 보며 살짝 의심하긴 했다. 코마는 그런 본부장을 눈치채고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를 지배하고 꼴보기 싫은 애들은 다 제 아래에 두는 게 목표였다며 진심인 것 마냥 굴었다. 아주 살짝의 진심은 들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진심이 아니었다. 근데 솔직히 세계정복은 누구나 한 번 꿈꾸지 않나?

 코마의 진심 아닌 진심을 확인한 본부장은 코마를 본부의 비밀 지하실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본 것은 엎질러진 여러 자료들과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로봇이었다.

"오, 코마 그건 만지지 마."

 빨간색 클립으로 널부러진 자료들 속에서 정갈하게 정리된 자료를 코마가 만지려고 하자 본부장은 가볍게 경고했다. 코마는 대충 그 자료의 제목만 흘겨보고 본부장이 하는 말을 들었다. 아무튼 아칼립스 4인가 뭔가하는 이 로봇은 강하고, 강하고, 개쩔고, 히어로 따위는 못 이길 거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 강한 로봇을 우리가 어떻게 이겨!

하지만, 지금은 이길 수 있다. 코마가 아까 확인하려고 했던 자료의 제목은 [아칼립스 4의 결함]이라는 제목이었으므로 분명 로봇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그 미친 로봇이 완성되기 전에 지하실로 들어가서 깨부순다면? 손 쉽게 세상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폭탄은? 그 문제는 간단하다. 폭탄을 제어하는 건 빌이라는 이상한 연구원이 분명했다. 그 사람의 중요한 컴퓨터를 다 부순던지 아니면 그 본부장이 가지고 있던 기폭장치를 다 수거하든지, 히어로 본부를 태우든지 하면 되지 않을까? 코마는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설마 죽겠어.

#

 자 그럼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우융의 심정을 요약하시오.

 우융은 코마의 여태까지의 아슬아슬한 행보를 듣고 일단 한숨부터 내뱉었다.

"그러니까, 지금 세계를 구하는 걸 도와달라는 소리냐?"

"그치."

"자, 1번 지하실로 잠입한다. 2번 로봇을 부순다. 3번 본부를 태운다!"

 간단하고 쉽지? 그렇게 말하며 헤실헤실 웃는 코마에게 우융이 감히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코마의 계획은 여러모로 빈틈이 많았다. 애초에 지하실로 잠입을 어떻게 할 거지? 그리고 불에 타는 도중에 본부장이 다 죽자고 폭탄을 터트리면?

"진심이야? 그렇게 할거라고?"

"응"

"까딱하면 진짜 니가 죽는데?"

 바람은 불지 않는 우융의 숙소였음에도 코마의 갈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히어로니까, 히어로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말하는 코마에 결국 우융은 또 위험한 길에 코마를 놓아주게 되었다.

 

"근데 코마 그 히어로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증명하는 거 아직 안 끝났어. 세상 구하다가 죽지 말고 죽을 거 같으면 본부장이든 빌이라는 연구원이든 둘 중 하나한테 빌어서라도 살아남아."

 코마가 히어로인 것처럼 우융도 히어로였다. 히어로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고, 우융이 구해야하는 사람 중에 코마도 포함이었고, 우융 자신도 포함이었다. 자신들의 목숨을 불살라서 세상 모두를 구한다같은 트롤리의 기차같은 문제는 개나 주라지. 목숨의 수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눈 앞에 놓인 것부터 구할 수 있을만큼 구해야하는 거다.

 히어로니까, 히어로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지.

 우융은 코마가 한 말을 뇌 속에서 다시 중얼거렸다.

#

 코마는 자신의 세상 구하기 계획의 동료로 우융을 선택했다. 별 이유는 없고 그냥 본부장실과 가장 가까운 게 우융의 숙소였다. 플래그를 데려올까 고민하다가도 본부장이 코마의 배신을 아직도 의심하는 건지 본부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말라고 나가는 순간 배신으로 생각하고 시계를 터트려버리겠다며 협박한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나보다는 파이브가 쓸모 있지 않았겠냐?"

"어, 그러네."

"생각 좀 하고 살자."

그렇게 둘은 지나가던 파이브를 획득했다!

"아니,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거야."

 평화롭게 히어로 일만 하다가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알게된 파이브는 패닉에 빠져서 식은땀을 흘리며 계획에 참여했다. 너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거짓말이라고는 생각안해라는 신뢰가득한 파이브의 말에 둘은 잠깐 감동 먹고 본부장실로 향했다.

 공격형 능력인 파이브와 방어형 능력을 가진 우융 그리고 무쓸모 코마까지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셋은 일단 본부장실로 들어갔다.

 본부장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자리에 없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지하실로 들어갈건데?"

"어떻게 들어가긴."

코마는 허리를 숙여 본부장의 책상을 더듬거리더니 툭 튀어나온 부분의 무언가를 눌렀다. 그러자 옆 면의 벽의 한 중간이 자연스럽게 뒤로 들어갔다. 코마는 아까 지하실로 갈 때를 똑똑히 기억해둔 자신의 기억력을 칭찬했다.

"아니, 이건 너무 허술한 거 아냐?"

아동 만화 악당이나 쓸법한 비밀공간에 우융은 어이없어했다. 좁은 비밀 엘리베이터에 셋은 옹기종기 탑승했다.

내려가는 도중에 파이브는 남은 궁금증을 마저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청이 있다며? 이렇게 말하면 다 듣고 알아채는 거 아냐?"

"아, 그거 도청기를 달아두긴 했는데 혹시 몰라서 달아둔거지 매일 도청만 듣고 사는 건 아니더라고. 그래서 아마 지금도 안 듣고 있을거야. 본부장, 그 사람 오늘따라 바빠보였으니 더더욱 들을 리가 없지."

"불안한데.."

띵-

 엘리베이터가 지하실까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셋은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넓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넓지는 않아서 우융은 빠르게 지하실을 훑어봤다.

 그러다 우융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다른 애들을 불렀다.

"이게 시계를 제어하는 거 같은데?"

 중요해 보이는 컴퓨터에다 빌이나 본부장의 생일 또는 0000 그리고 아칼립스 4를 치면서 컴퓨터의 보안을 해제하기 시도했던 우융은 결국 아칼립스 4를 맞추고 말았다. 컴퓨터를 열고 나니 시계를 제어하는 거 같이 보이는 그런 화면이 나왔다.

 일단 우융은 아무거나 눌렀다.

"아니그런거함부로"

 파이브의 시계가 빛나기 시작하고, 화면에는 30초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야나죽어잠만이거어떻게해아니미친우융"

 우융에게서 마우스를 뺏은 파이브는 급하게 아무거나 더 누르기 시작하고, 어떤 버튼을 누르자 시계에서 달칵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전에는 무슨 짓을 해도 안 풀리던 시계가 풀렸다. 파이브를 제물로 시계를 푸는 방법을 알아낸 우융은 마저 모든 히어로들의 시계를 풀었다. 시계는 이 컴퓨터로만 다시 잠글 수 있는 거 같았으니 히어로들이 풀린 시계를 다시 착용할 일도 없었다. 이걸로 안전은 꽤 손쉽게 확보했다.

 우융은 안전이 확인되자마자 시원하게 자신의 앞에 있던 컴퓨터를 들어 바닥으로 내던졌다. 컴퓨터는 시원하게 부서졌다.

"이런 사람의 안전을 위험하는 건 세상에 존재하면 안되는거잖아?"

"저런 것도 나중에 기물파손으로 신고되냐?"

"안되지 않을까..?"

"속닥거리지 말고, 빨리 로봇 있는 곳으로 안내해. 부서야할 거 아니야."

코마는 자신의 뛰어난 기억력을 이용해 길을 한 3번정도 헤매고 나서야 로봇이 있는 곳을 찾았다. 파이브가 로봇이 들어있는 유리를 몇 번 쳐보더니, 조금만 기다리면 부술 수 있을 거 같은데? 라는 능력이 있는 자의 자신감을 뽐내고 둘은 파이브가 부수는 동안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보니.. 여기 그게 있었는데."

[아칼립스 4의 결함]을 찾던 코마는 로봇의 바로 옆에서 그것을 찾아냈다. 도대체 뭐가 적혀있길래 못 읽게 했는지 코마는 매우 궁금했다. 궁금증을 푸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야. 웃으며 책을 펼쳤다.

[아칼립스 4의 결함]

결함 발견

- 로봇은 모든 히어로의 능력을 받아내지 못함 한 번에 한 히어로의 능력만 쓸 수 있음이 확인됨.

   능력을 전환하는 시간도 너무 김.

   이 모든 결점을 고치려면 능력을 담아내는 데 최적화 되어있는 히어로의 심장 필요.

   ㄴ 가장 능력을 많이 받아낼 수 있는 심장을 가진 플래그를 사용

         ㄴ 설득 실패 아직 죽이면 안됨   << 동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음. 목숨으로 협박하면 쉽게 데려올 수 있음 곧 진행 예정.

            ㄴ 죽여도 됨. 곧 살해할 예정.

  ㄴ 코마의 능력이 모두 사라져야함에도 코마는 능력이 사라지지 않음. 플래그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심장을 보유한거같음실험대상.

      ㄴ 설득성공 내일 계획 실행이 가능할 거라고 예상됨.

- 완벽을 위해 여러 번 만들어야함. 재료 부족

   ㄴ 돈은 히어로가 벌어옴 ㄱㅊ

- 로봇임

 어려운 수학공식이 적힌 장에서 한글로 적힌 말들은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었다. 본부장이 코마에게 세계 지배 계획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 이유가 적혀있었다. 플래그도 나도 오늘 당장 지하실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죽었을 뻔 했다. 

 코마가 새로운 심장으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플래그가 가장 유력후보였으므로 플래그가 빌런이 되도 죽이지 않았던 거였나. 코마는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열심히 거짓말하고 다닌 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은 몰랐다.

 빌이라는 사람과 본부장의 필체가 번갈아 적혀져있었다. 이 계획은 둘의 합작이었나보다.

 파이브가 그 단단한 유리를 깨부순 다음이었다. 갑자기 귀가 떨어져 나갈 거 같은 경고음이 울렸다. 무슨 일인 건지 급하게 파이브를 바라보았지만, 파이브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거 같았다.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만나서는 안될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빌과 본부장이었다.

"이래서 보안을 단단히 해야하는건데."

 섬뜩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우융이 코마를 뒤로 보내고 경계태세를 취했다. 

 잠깐, 저게 뭐야? 빌과 본부장의 뒤에는 로봇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코마는 아까 본 책을 떠올렸다. '완벽을 위해 여러 번 만들어야함' 그렇다는 건 이 아칼립스 4가 마지막 로봇이라면 그 전에 이 아칼립스 4를 위해 만들어진 실패작들도 존재할 것이다.

 이 미친 로봇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강한 건 똑같은 로봇들이 몇 대나 더 있다고?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칼립스 4를 감싸고 있던 유리는 다시 새 걸로 교체되어있었다. 하하, 이거 완전 개고생 한 거잖아.

"정말 히어로라는 것들은 이해를 못하겠다니까. 갑자기 본부에 3명이나 안 보이더니 이런 곳에서 일을 벌일 줄이야."

로봇마다 쓸 수 있는 능력은 하나, 그런데 저렇게 많은 로봇들이면 하나가 아니라 그냥 다 쓰는 거나 다름이 없다. 어떡하지. 세상이 아동 만화 전개였다면 여기서 히어로들이 기지를 발휘해 깔끔하게 악당들을 처치할텐데 인생은 아동 만화가 아니었다.

"이제 어떡할거야 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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