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매화

#청문매화 - 매화나무 사랑 열렸네.

청문매화 전체 서사.


매화나무에서 떨어진 매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청문이 화산에 입문하던 날에 이루어졌다.

화산에 올라가기 직전, 화음 바로 근처의 숲에서 까마득하게 높이 솟아있는 화산을 바라보고 있던 청문의 앞에 매화가 갑자기 나타나며 시작된 인연이었다. 그때 당시 매화는 잠시 화산을 빠져나와 화음 근처에 숲에서 신나게 논 뒤, 잠깐 쉬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 있던 차였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쉬던 차에 매화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화산을 바라보고 있던 청문이었다.

어렸을 적 매화는 지금의 다소 얌전하고 차분한 성격과는 달리, 꽤나 활발했고 청명 만큼은 아니었지만 장난 치기를 좋아했던 말괄량이였다. 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능숙하고 거침 없어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 어른들에게 말을 많이 듣던 아이였다.

그런, 당신의 매화는 “화산의 입문한 / 입문하려는 사람 = 가족, 가족 =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있어서, 청문이 화산에 입문하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자 마자 바로 호감도가 max 상태가 되었다. 그랬기에, 매화는 너무나도 좋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가만히 있던 청문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건만, 갑작스럽게 눈 앞에 나타난 매화로 인해 청문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내 매화의 옷에 있는 매화 문양을 보고 그녀가 화산의 사람이란 것을 깨달은 청문은 곧바로 경계를 푼 뒤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함께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화산에 함께 올랐다.

비록, 만난 지 얼마 되진 않았으나,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기도 했고, 생각보다도 더 죽이 잘 맞은 덕분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화 특유의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분위기 덕분에 두 사람은 그 짧은 사이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 두 사람의 관계가 그쳤더라면 두 사람은 그저 평범한 같은 문파의 사이 좋은 사형제 간이 되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기류의 시작은 청문이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에서 시작 되었다.

가파른 돌산인 화산을 올라가면서도, 두 사람은 계속 중간중간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때마다 청문은 매화의 매화색 눈동자에서 낯선 느낌을 받았다. 사실, 청문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매화의 눈동자가 어쩐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 느껴서, 쉽게 눈을 떼기가 힘들다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무심코 “눈동자가….”하며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청문은 그 순간, 자신이 소리 내어 생각을 내뱉었다는 것에 당황을 했다. 아무래도, 남들과는 다른 눈동자색을 가지고 있다보니 매화에겐 좋지 않은 뜻으로 들렸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청문은 다급히 매화에게 사과와 함께 설명을 하려 했지만, 의외로 매화에게서 나온 답은 청문의 그런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매화! 예쁜 매화색이죠?”

매화는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청문은 그런 매화를 보며 어쩐지 가슴 한 켠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고, 매화의 말에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무심코 보게 된 그 등이 너무나도 닿고 싶어서.

청문이 무사히 화산에 입문을 하고, 이틀 뒤.

매화는 평소처럼 청명을 돌보고 있었는데, 유독 그날 따라 청명이 별 다른 일 없이 얌전했었다. 게다가 그 뿐만 아니라, 청명이 낮잠까지 깊이 들어버리자 매화는 청문을 찾아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말이 단 둘만의 시간이지 그저 매화가 청문의 수련에 찾아간 것에 불과해서 두 사람은 따로 특별한 일은 하지 않고, 청문은 수련을 매화는 그런 청문의 수련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매화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수련에 몰두한 채 검을 휘두르는 청문의 등이었다.

당시, 청문은 화산에 입문한 지 고작 이틀밖엔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매화는 어째서인지 한창 검을 휘두르며 수련에 집중하고 있는 청문의 등이 다른 이들의 등보다 단단하고 크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도 그런 청문처럼 되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화는 그날. 청문의 수련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청문의 수련이 끝나자마자 곧장 장문인의 처소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그곳에서 장문인께 이제부터는 화산의 제자로서 화산에 있겠다며 자신의 뜻을 전했다.

매화나무 연리지.

매화 역시 화산의 제자로서 이름을 올리게 되고, 청문과 매화는 나란히 삼대 제자가 되면서 수련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냈다.

사실, 청문과 청명,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백오가 지내는 처소와 매화가 매화의 스승과 함께 쓰는 처소는 서로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지만, 세 사람은 그것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서로의 처소를 오가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청문에게 있어 매화는 화산에 들어오면서부터 함께 시간을 보낸 하나 뿐인 사매였고, 매화에게 있어 청문은 동경하는 사형이었기에 두 사람은 비단, 청명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자의로서도 함께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사이 좋은 사형제의 관계로서 나날들을 보낸 두 사람은 청명이 정식으로 화산의 제자로서 수련을 받게 되면서 더욱 그 사이가 깊어지게 되었다.

청명에게 있어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부모님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 어린 청명을 돌보았다. 청명이 웃을 때면 두 사람도 웃었고, 청명이 울 때면 두 사람도 울었다. 그리고 청명이 처음 매화를 피웠을 땐 두 사람이 그 누구보다도 더 기뻐했으며, 청명의 생일날에도 두 사람은 함께 축하해 주었다.

그렇다 보니, 세 사람은 언제나 한 세트처럼 함께 불려졌고 그만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몇 년이 흘러 청진이 들어오고 나서는 청진까지 합해서 네 사람이 함께 불리게 되었다.

사실, 아무리 도관의 도사라고 한들 혈기왕성한 남녀가 항상 붙어다니면서 육아까지 함께 한다면, 아무런 마음이 없던 사이라도 ‘어?’하는 게 한 번쯤은 생길 것이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의 경우, 원래부터 서로에게 가진 호감이 꽤나 남달랐었고,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 또한 더욱 깊어져만 갔으니 단순한 가족애에서 연정으로 발전하여 그 마음이 깊어지는 것은 그렇게 큰 무리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꽤나 일찍이 본인들의 마음을 자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이 자신들의 그 마음을 서로에게 직접 전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선 두 사람의 위치가 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청문은 대사형이자 미래의 장문인이 되어 화산을 이끌어갈 사람이었다. 하여, 청문은 모두에게 공평한 대우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 언제나 화산을 1순위로 두며 때로는 냉정하게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사랑이란 사적인 감정은 그 냉정함을 흐리게 할 수 있었으며,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예외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쉽게 곁에 둘 수가 없었다.

매화의 경우도 비슷했다. 매화는 이미 너무나도 어릴 적부터 화산의 살아있는 상징으로서, 화산의 매화로 불리며 자리를 잡았다. 그랬기에, 매화는 매화 그 자체의 한 사람이라기보단, 화산의 매화로서 살아가는 순간이 더 많았다. 그렇다 보니, 그런 매화는 사랑이란 감정으로 인해 누군가의 정인으로서 귀속되는 것이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미 서로의 마음이 같음을 눈치챘음에도, 두 사람은 그 마음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 감정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연정이라 생각하며 하루라도 빨리 없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그 감정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지고 커질 뿐 사그라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두 사람은 더욱 서로와 이어지고 싶다는 욕심을 꾹꾹 누른 채 ‘그저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자.’ / ‘계속 저 등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자.’ 라며 그 상태에서 계속 머무르기로 결심하였다.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되어도 계속 되었다.

청문은 매화가 이승을 떠난 후, 과거 자신의 결정을 크게 후회하며 남들 몰래 밤이면 밤마다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마교가 전쟁을 일으키고, 그들을 막기 위해 출정을 떠나기 직전. 청문은 자신의 처소에서 마지막으로 매화를 그리며 후인들에게 글귀를 하나 남겼다.

[ 후인에게 알린다.

혹여, 그대들이 길을 잃었을 때. 또는, 불안함에 잠식되었을 때나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일 때라면 언제나 청매를 찾아라.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화산을 사랑했던, 화산의 매화가 그대들을 돌볼 것이다. ]

그리고 이런 청문은, 십만대산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 매화를 그리며 눈을 감았다.

한편, 다시 환생하여 현 화산에 오게 된 매화의 경우, 종종 청명과 오검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며 청문을 그렸다. 매화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배 씨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평생동안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던 것을 이야기할 때도. 오히려 가벼운 어투로 언제나 청문에 대해 자신이 느끼고 봐 왔던 것을 이야기 했다.

“다들, 그 사람을 더 없이 어질고 현명한 도인이라며 대현검이라 칭했지만, 이 누이가 볼 땐 아니었어. 그저, 장문인이라는 직책 때문에 정 많고, 여린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던 안쓰러운 사람이었지…….”

“그냥, 그거면 된 거야. 모두가 잠들고 오직 달님만이 깨어있는 시각에, 함께 대작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거든.”

“단지, 누군가의 등을 곁에서 계속 지켜보고, 지키고 싶단 생각을 하며 있는 것을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 말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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