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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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탔어.' 비너스는 치마 밑단이 바닥에 끌리지 않게 들어올리는 척 드레스 자락을 탈탈 흔들었다. 연분홍색 오간자에 얇은 천으로 지은 겹꽃 장식을 꿰매 붙인 드레스, 객관적으로 보아도 고운 옷이었으나 비너스의 마음은 가라앉아 있었다. 관극할 때 갖춰 입으려 막 결정한 의상이었다. 방에 들이닥친 인리언에게 둘러댄 설명은 물론 거짓말이었고. 하지만 다음
식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참이다. 크루즈 직원이 때맞춰 들어와 빈 식기를 치웠다. 깔끔해진 식탁에 디저트가 놓이는 동안 루모흐에게는 답변을 유예할 틈이 주어졌다. 반지 없이 빈 손가락을 본 것을 모른 척할 수 있게 침착한 태도를 취할 틈도. 넉넉한 시간이었다. 둘이 먹을 것 치고는 양이 많은 간식류가 양측의 앞에 가지런히 서빙되었다. 루모흐는 비너스가 메
"조금 늦을 거라고 하네요. 기다리는 거 괜찮으신가요?" "그럼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미 주문할 사람은 진작 룸서비스를 불렀을 시간으로, 음식이 오기는 온다는 건 VIP 객실의 특혜일 터였다. 비너스는 안심한 듯 가벼운 몸짓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루모흐가 의자를 뒤로 빼내어 주자 비너스는 잠깐 멈칫하다가, 눈웃음을 지으며 앉았다. "제
"방금 그 말 다시 해 봐." "내, 내가 틀린 말 했어?" 꼿꼿이 선 비너스가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쪽이 눈물을 그렁이며 외쳤다. "맞잖아! 몸 팔아서 배우 되려는 년!" "허." 구경꾼들이 고리를 이루고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공기가 후끈하다. 장미 냄새가 지독하다. 싸움판의 한가운데에 연분홍색 유리 조각들이 널려 있다.
"6일 뒤 마지막 축제 날, 그 여자가 가장 추한 모습으로 죽었으면 좋겠군. 모두의 앞에서!" 캥은 고의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과격한 언사를 썼다. 하지만 특별히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고 오히려 어느 삼류 연극의 배역 중 하나 같아 그의 발언조차 일종의 질 나쁜 농담 같았다. 캥은 따뜻한 실내에서 이미 실컷 거짓말을 하다 왔기 때문에, 이 어두운 창고
술이 확 깼다.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조용해서는 안 되었다. 기침 소리를 예상했는데 환청을 들었나 의심될 만큼 아무 반응이 없었다. 곧 눈이 어둠에 익어 형체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였는데, 아까의 천 소리는 넓은 옷소매에서 난 듯 했다.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지금은 팔을 살짝 내려 어정쩡한 자세였다. 루모흐다. "제가
*크루즈 소설의 설정을 차용한 비너스×루모흐 장편입니다. 세계관 주인: 박혁거세 *이 소설은 박혁거세 님의 소설 "생 아몬드서는 체리같은 향이 난다"의 스토리라인을 차용했으며, 일부 대사 및 표현을 인용했습니다. 재밌으니까 꼬옥 읽어주세요: https://gogogogogogogogogogogogo.postype.com/post/12764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