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년타옥사

[오전 02:17] 널 버리는 날이 오긴 할까

life-long-lover by 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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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외로 목자를 던지는 타이밍엔 이런 진부하고 고루한 마을이 생의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결단에 당도하고 만다. 타지란 제삼의 하늘과 그 어떠한 생도 사멸하는 이방. 당기 영위하는 숨통이란 죄 신의 것. 가라사대 나를 짓누르는 이 힘의 존재를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자아가 살해당하는 듯한 연일에 하년하일 석식 메뉴 위로 상판대길 처박았다. 모친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재처 젖힌 면상 위로는 매시드 포테이토와 굴 소스 베이스의 양념장이 질금질금 절락하고 있었다. 방년 십 세의 남아치고는 가히 센세이셔널한 행태였다. 일순 붉어 뵈는 머리칼에 베이지와 브라운이 썩 그럴듯했음에도 불구하고.

열둘. 거룩하신 신의 회중서 그는 난행을 습득하며 그것은 등시 어떠한 낌새가 된다. 권위에 덤벼들 때마다 도파민으로 맥동이 달음박질쳤다. 키젤바흐의 통증에 비로소 살아 있다는 열약한 본능을 자각한다. 다망하신 신께선 저녁 식사와 식전 기도에만 성실하게 신실하다면 무섭도록 자비로우시므로 이 어린 양은 천국 직행 하이패스 옆 구덩이를 굴혈한다. 싸구려 심장을 가진 아둔한 작자들에게 가장 원초적인 계시를 내리길 택한다. 당신 그 교리에 내 이름을 적어. 취소선으로 나를 몇 번이나 낭자해도 좋아. 죄고에 엄사하고 싶어. 신에게 걸맞은 심장으로 부회하기까지 우리는 영속할 수 있는 것 아니야?

그렇게 그는 이 흡연하고 고매한 마을의 첫 번째 살인자가 되었다. 고장 난 보안등이 간간히 점멸하는 모야 서랭하는 주검의 복판 구역질을 했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석식과 함께 잔여물 같은 신의 축복이 난잡하고 역겨운 꼴로 어룽진다. 감히 읍도하길, 당신 내게 뒈졌으나 모쪼록 천국에 닿으시길. 이 하풍의 시취만이 배반한 신교의 거룩함 같으니. 창외서 스미는 섬휘에 꼭 광배를 걸친 듯하단 착각이 인다. 신에게 버려지고 싶다. 그게 쓸데없이 나를 살고 싶게 해.

존경하는 신님.

저 지금 당신 신도들을 훔쳐내고 있습니다. 독차지하시는 꼴이 고까워서요.

하지만 당신은 절 품고 가셔야만 하죠. 절 가지셔야만 해요.

(음. 제법 사랑 같군.)

석세희(17) m 090603 nct sion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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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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