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누군가에게 버려지는 건, 이제 싫어.
그럼에도 익숙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기에.
거짓말은, 이제 익숙했다. 거짓말을 당하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곳은 너무나도 그녀에게 좋지 않은 곳이었기에, 그녀의 정신체를 망가트리기에 충분했다. 물건처럼 쓰이고 버려지는 일은 더이상 겪고 싶지 않기에.
그래,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아파도 아프지 않아야해.
매일 같이 맞고 굴러도 넘어져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일어나야만 해.
힘들지 않아.
피가 목구멍에서 역류해도, 다시 삼켜버리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솔직히 모르겠다. 그저 그렇게 바랬다. 그 누구도 나를 버리지 않고, 나를 필요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 다짐 하나만으로 버텨왔다. 이제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니까. 하지만… 내 쓸모가 사라졌을 때, 그들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관심이 매말라 있었다. 관심이라는 강이 흐르는 사람들을 질투하고 부러워했으며, 그들을 따라하기 위해 여러번의 시도 끝에 여러 감정들을 습득했다. 이제 모르겠어, 네게 보이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나 정말…. 나….
나, 지금. 내가 맞는 걸까?
혼란이 왔다. 하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참으면 돼. 나는 나야. 달라지는 건 없어. 그래, 달라지는 건 없어….
그래, 달라지는 건 없어. 하지만… 하지만. 너무나도 불안해. 내가 빛을 내지 못하고 사그라졌을 때, 그래도 너는 여전히 나를 봐줄까? 더이상 빛을 내지 못해 죽어버린 별을, 네가 바라봐줄까? 모르겠어. 그래서 무서워. 어쩌면 겁쟁이는 나였을지도 몰라. 언제나 나를 다정하게 바라봐주며 나를 마주해던 네 얼굴을 더이상 볼 수 없는 걸 받아드려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도 봐봐. 내 목을 부여잡고 이토록 숨 쉬기 어렵게 만들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어떻게 너를 바라봐야 할까. 수많은 별들이 눈처럼 보인다. 나라는 별의 빛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처럼. 그럼에도 버텨왔다. 그래야만 해. 그래야, 네가 날 바라봐줄테니까. 그래서. 그게 너무….
그러니 웃었다. 네가 알아차리면 안돼서. 알아차리게 두고 싶지 않아서.
그것만이 날 살아가게 만들어줬으니까.
“정말~? 그거 뭔가 신기하네! 꿈에 내가 나왔다는 게 말이야. 꿈이란 건….”
“자신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나오는 거 잖아. 나 정말 책임져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어떤 꿈을 꾸었을까, 어떤 꿈이었을까. 궁금한 것은 가득했지만, 네가 나를 꿈에 등장 시켜줬다는 사실만이 너무나 기뻤다.
꿈은 허상이다. 자신의 기억과 소망, 욕망이. 가끔은 두려움이 섞여 괴이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는 가끔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또는 원하지 않는 형태로 등장하는 법이었다. 이런 꿈 속에서 등장했다는 것은, 나는 상당히 많이 너의 인생에 끼어들었을지도 몰라. 어쩌면, 네가 나 없이 살아온 세월보다, 내가 너와 함께 지내온 세월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노력할게.
책임질게.
흠칫.
거짓말쟁이.
네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붙잡혀지는 어깨가 조금 아려왔다. 격하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럼에도 너를 바라보는 표정은 똑같았다. 아니, 달랐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떨리는 눈동자는 덤으로 함께 했다.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정말 너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받아버렸어. 그게 날 살아가게 만들어주는데, 여기에서 더 욕심을 내면 어떡해? 나의 욕심은 항상 좋지 않은 일을 불러왔다. 내가 자유롭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이유 때문에, 그로 인해 죽은 아버지 처럼. 나는 욕망을 꿈 꾸어서 안되는 존재다.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그걸 받아드려야만 했다. 그러니, 넌 한심한 사람이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난… 난…..
믿고 싶어. 하지만, 이 믿음이 배반 당하면 어떡해? 그때처럼.
버림 받으면 어떡해?
무서워,
누군가에게 버림 받는 건, 이제 싫어.
푹 숙여진 고개, 떨려오는 손은 너의 팔을 잡았다. 어떡하지 진실을 말해도 넌 날 바라봐줄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때와 다르게, 너무나 두려워서. 진실을 알아버린 네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 라는 그 두려움 때문에.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목구멍으로 피가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말해야 해. 하지만 어떡해? 말해버리면? 그 이후는? 머리 속에 생각이 많아지기만 해. 평생 외면하던 것을 마주봐야만 하는데. 하지만, 그래서 너와 내 사이가 틀어지면?
떨리는 손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엇이 그리도 두려울까. 그것은 진정 믿음에 배신 당한 사람만이 알 수 있을테지. 넌, 이렇게 초라한 그녀를 마주볼 수 있겠어? 떨리는 호흡, 조금은 빠르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 사이 그 작은 입으로 나온 말은…. 너무나도 도움을 간절한 사람의 목소리.
괜,찮지 않...아.
떨려오는 목소리, 떨리는 손. 제대로 널 바라보지 못하는 얼굴.
아 어떡해, 이제 너는 날 싫어할 거야. 이제 바라봐주지 않을 거야.
초라해진 날, 바라봐주는 사람은….
이제 존재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싫어, 버림받고 싶지 않아.
날 바라봐줘. 한 눈 팔지마.
나…. 너무 힘들어.
아파.
….
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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