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갈게.
오래 걸리지 않아.
네 말에 동의했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축복이나, 누군가에게는 끝을 의미하였다. 그것이 삶의 끝인지, 무엇의 끝인지는 오로지 자신만이 알 수 있었지. 그러니, 나는 어쩌면 네가 어느 쪽인지 예상할 수 없을 거야. 아니, 하지 않으려 들겠지. 애초에 우리에게는 그런 축복 따위, 필요 없을테니까. 너와 내가 앞으로 향할 미래에는 신이 내려준 그 어떤 축복도 받지 않은 채, 나 스스로가 만들어낼 미래에, 우리는 어쩌면 그 어떤 축복도, 그 어떤 끝도 하사받지 않은 정말 말 그대로 자유를 얻어냈을지도 몰라.
평온함을 무기로, 자신이 현재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지. 그것만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밖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내게 알려주는 유일한 정보였다. 그러니, 나는 그렇기에 길잡이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한다. 네가 원하는 방향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적어도 홀로 나아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것이 덜 외롭지 않겠어?
무대 위, 막이 오르고 다시 내가 내 역할을 충실 할때, 난 비로서 관객인 너와 제대로 마주할 거야.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로, 널 바라보며, 네 시선이 다른 누구에게 세어나가지 않도록, 그렇게 만들테지.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그 누구보다 뛰어난 존재감을 드러내며, 너의 체크리스트를 나로 가득차게 만들 거야.
그러니 단 한순간도 나를 놓치지마. 네가 눈을 돌리는 순간, 언제 내가 너로부터 멀어질지 모르잖아?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뭔가…. 이게 배우의 마음이라는 걸까. 나를 기다려주는 관객이 있다는 게. 이렇게 힘을 주는 것이 말이야.”
“응, 기다려줘. 반드시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보일게.”
오로지, 내 앞에서만 보이는 너의 모습을 내 눈에 아로새겼다. 이 기억은 내 기억 중 가장 오래 남을 것이며, 너의 기억력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음에도 절대로 잊지 않을 기억이라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오롯이 나아게만 보이는 너의 ‘진정한 모습’은 어린아이 같았음에도 그 모습 또한 한세 너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기에, 그렇기에 나는 말할 수 있었다. 그런 너도 좋아해줄 자신 있어.
마주하는 것, 어렵지 않아. 매일 해오던 일이니까.
마주볼게. 그 누구보다 멋진 배우가 되어,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너를 위해 계속해서 노래할 거야.
무대 위에 올라간 순간, 너를 마주보게 된다면. 어쩌면 나는 내 역을 잊어먹을지도 몰라. 그러나, 다시금 그 역할에 몰입하겠지. 그런 커다란 무대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 너만을 위한 대사를 읊고 움직이는 거야. 그때, 너와 마주 보았을 때. 어쩌면 내 심장은 지금처럼 평범한 사람처럼 두근거리겠지. 그런 높은 무대에서 연기를 마치고 내려온 나를 유일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유일무이하게 너 뿐일 거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를 유일하게 마주 볼 수 있는 것은 너뿐일테니. 그러니 어쩌면, 그런 나의 모습은 너만 아는 거야.
날 거부할 수 없는 널 알아.
그래야 비로소,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테니까.
그러니 얻을 것을 다 얻어도,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더욱 힘낼거야.
그러니, 날 바라봐.
난 너의 유일한 별이자, 너만의 에리카야.
예측할 수 있다면, 재미없는 법이잖아. 그러니 나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꺼낼 거야. 예측할 수 없음은 어쩌면 나의 미학일지도 모르지. 그런 미학을 너 또한 즐기고 있는 거잖아? 자그만하게 열린 창문 틈으로 손을 넣어보았다. 그 안에는, 내가 상상치 못할 어둠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어둠에도 스스로 빛을 내며 다가갔다. 그 어둠 속에 있는 널 발견하고서 나는 생각했다. 아, 어둠 속에 너무 오래 있어, 어둠 속에 희석되어버린 널 위해 내가 빛나 줘야 한다고. 그렇게 된다면 너에게 그림자가 생기며, 어둠 속에서도 형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는 여기에 있어. 널 위해 언제나 빛나줄테니까.
“…. 응. 이 이야기는 아무도 몰라.”
“내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카지노를 물려 맏은 건 현재로 너를 포함 딱 두명만 알고 있어. 아까 내가 네게 말해준 사실은, 너만 아는 거야.”
“아 혹시 몰라서 말해두는 건데 질투하면 안된다? 걔하고는 비즈니스, 사무적 관계니까. 너하고 맺은 관계보다 엄청 무미건조하다고?”
딜러와 고용주 단순히 그런 관계였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 사람과 네가 같이 있고, 그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너를 고를 것이다. 그 사람과 너는 나에게 있어 전혀 다른 존재들이었으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너와 내가 헤어지지 않는 이상, 나는 언제나 다른 이들이 있어도 너를 우선 시 할 것이다.
내 이야기를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었어. 그런 너는 이해하고 기억하겠지. 알고있어. 네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그 기억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고 하잖아. 그러니 물어봐도 좋았다. 네가 내게 물어보는 물음에는 악의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를 향한 수많은 물음 중, 유일하게 악의가 존재하지 않는 물음…. 그 물음을 너만이 해줘. 그러니 말하고 난 후 깨달아 꼴사납다는 말을 하며 자신을 깎아내리는 너를 바라보고도 나는 여전히 웃으며 대답해줄 수 있는 거야. 이제는 내 과거를 외면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내가 향할 곳에 불필요한 것을….
“한세, 나 위로해주는 거야?”
“누군가한테 위로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야. 나… 생각보다 많은 것이 처음이구나. 그래서, 정말 좋은 거 같아. 위로가 나쁘지 않다는 걸 네가 알려줘서. 정말 고맙다 생각하고 있어.”
도망가면 된다…. 라.
졸업 후 계속 집에 있을까…. 어떻게 할지 아직 정하진 않았다. 아마 카지노 운영으로 인해 몇번은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야겠지. 그렇기에 너의 말은 나에게 상당히 달콤하게 들려왔다. 그래서, 순간 흔들렸다. 도망치면 나갈 수 있어. 도망치면 더이상 가둬지지 않아도 돼. 하지만… 만약 들키면? 그때처럼 들켜버리면, 내 앞에서 죽어버린 아버지 처럼 너 또한 해를 입히게 되면 어떡해? 그때의 나는 과연 그 순간을 견딜 수 있을까? 나와 함께 한 너는…. 멀쩡할 수 있는 거야? 아니, 안돼. 네가 다치면 의미 없어.
하지만, 나갈 수 있는 걸.
이 생각이 끝날까지 3초, 3초 동안의 고요함. 이윽고 옅게 웃으며 너에게 말을 했다. 너와 함께 도망가기 위해, 그렇다면 나에게 달려있는 사슬부터 끊어야 한다. 네가 안전하고 나도 안전한 그런 미래를 위해서.
“도망이라…. 좋아. 하지만 졸업하고 바로는 안 될 거야. 미안, 너의 제안을 거절하는 거 같지만 그런 게 아니야. 난…. 네가 우리 아버지 처럼 될까봐 걱정되서 그래. 그래서 바로 막 도망치면 분명 날 다시 잡아가기 위해 너에게 어떤 짓이라고 할 거야.”
“내가 생각한 미래에 네가 다친다는 결과는 없으니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반드시, 모든 걸 없애버리고 너와 함께 도망갈테니까.”
널 그들로부터 지키고 싶어. 나만의 밤이 그들로 인해 망가지는 것은 바라지 않아. 그러니 지금은 안 돼. 그들의 날이 세워져 있는 지금. 이 순간 도망쳐버린다면 네가 다쳐버릴거야. 난 그것을 바라지 않아. 한세, 나의 행복, 나의 밤아.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반드시, 너와 함께할 순간을 도래해낼게.
“놀린 건 아니었어. 그냥…. 네 목소리로 들으면 좀 더 확실해질테니까.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힘을주니까.”
“나는… 불확실함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거든.”
그러니 너 또한, 나의 질문에 대답할 때는 불확실함은 담긴 거짓은 하지 않길 바래. 만약 해야한다면 다음에 대답해준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게 더 좋을지도 몰라. 불확실함에 아는 조금 불안함을 느끼니까. 그래도 두어번 정도는 참을 수 잇어. 네가 아무리 내게 수많은 거짓을 고했다고 한들, 네가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그렇게 때문에 짓궃게도 너에게 다시한번 물어봐 달라 했던 걸지도 몰라. 확신을 갇기 위해. 정말 네가 나를 파트너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야.
그래서 기뻤어.
너의 목소리로 제대로 나에게 파트너를 요청했을 때,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느낌을 주었기에. 그것을 깨달는 순간 그 황홀경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만큼, 그 순간만큼,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단언할 수 있어.
홀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를 갖은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놓아진 제 양손을 바라보다, 붕대가 금방이라고 풀어질 거 같았던 너의 손을 바라보았다. 감촉이 어땠더라. 조금은 부드러웠었나. 아니면 투박하다는 단어가 어울렸던 걸까. 한가지 확실한 건, 간절했다는 것. 그거 하나 뿐이었다. 제 손을 바라보며 두어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는 손을 내렸다. 네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렸기에 옅게 웃어버리는 나 또한, 어쩌면 네 짓궃음에 당해버렸네.
반지가 끼워져, 찰랑이며 움직이는 목걸이 체인소리.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바람에 살랑이며 움직이는 머리카락. 그리고 너에게 내밀어진 가느다란 손.
“한세, 나랑 손 잡지 않을래?”
드레스는 한번도 맞춰본 적 없어, 갖고 있는 게 없어. 애초에 가져오지도 않았고. 하지만 네가 파트너라면 조금 예쁘게 꾸미고 싶어질지도 몰라.
정장을 입은 너는 어떨까. 연미복도 충분히 잘 어울릴텐데.
오늘은 좀 바빠질지도 모르겠어.
드레스를 맞추고, 예쁘게 꾸며야 하니까.
제대로 입고 조금 수선해서 네 앞에 나타날게.
기다려줘.
나도 네 모습, 고대하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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