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나
나의 사랑에게 네가 이 편지를 발견했다는 것은 내가 이미 죽었다는 소리가 되겠지. 너만 두고 간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래도 너라면 금방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 너는 항상 그랬으니까.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너와 지냈던 일들이 바로 전 일처럼 떠오르는 기분이야. 아직 너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너만 두고 가서 미안해
"난 처음이었는데. 책임져 줄 거죠?" 처음 만난 그 날 몸을 겹치고 일어나 내가 제일 먼저 했던 말이었다. 당돌하게 웃으면서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책임질 거란 생각은 단 1mm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새는 그런 목적으로만 만나는 사람이 있는 이들도 많다고 하고, 애초에 전 날 처음 만난 사람이 그렇게 말해봤자 누가 진심으로 들을까. "그래요.
어릴 적, 그 모든 것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또래와도 쉽게 어울리지 않던 내 눈에 들어온 너는 평생의 봄이었다. 주위의 바람에 치여 흔들거리는 것 같았으나 내게는 그저 여어쁘고 사랑스러운… 그런 봄을 알리는 꽃이었다. 너라면 꽃으로 비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너는 거센 바람에 흔들림에도 꿋꿋하게 뿌리를 내려박고 살고 있는
“우리 이제 그만해요.” 누가 먼저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그가 구해두었던 우리의 집에서 나는 짐을 챙겨들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일어난 일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은 단지 그 두 줄이 전부였다. 어느 때와 다름 없는 일상이었고, 그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렇게 지나기를 몇
청룡의 자리란, 특히나 다른 사신수들에 비해 감정이 자연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진심으로 기뻐할 때는 맑은 햇빛이 떠올랐고, 슬퍼할 때는 비가 천계 전역에 내리고는 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청룡은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직면해서는 아니되었다 자연의 힘을 받아 쓰는 그에게는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자연의
현재 천계의 살아있는 역사라 불리는 청룡의 어릴 적을 아는 이는 없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천계의 역사였고, 산증인이며, 또한 천계의 대들보였다. 그런 그녀가 뒷골목 출신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하물며 그 최측근까지도. 그녀는 태어나서부터 뒷골목에서 살았다. 알
거리에는 새하얀 눈이 내리고 곳곳에 트리처럼 꾸며둔 나무들이 줄지어 빛을 내고 있는 한밤중.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었다. 늦은 밤인데도 거리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으며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을 보내고 정각에 맞춰 크리스마스를 보내려 하는 연인들 역시 가득 차 있었다. 주변의 식당에는 이미 외식을 나온 연인과 가족들로 북적여 쉴 틈 없이 직원
언제부터인가 다투기 시작한 부모님에 이해할 수 없었으나 견딜 수 있었다. 나를 아껴주는 형이 있고, 그럼에도 사랑한다 해주시는 아버지가 계셨으니까. 분명 옛날처럼 셋이서 형이 하는 공연을 보러 가고 콩쿨도 보러 가고, 셋이서 내 시합을 보러 와줄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다정했고 아버지는 엄격했지만 친절한 분이었고 형은 나를 무척이나
창문조차 달리지 않은 좁은 방, 그 앞에 세워진 쇠창살. 빛이라고는 위에서 삐걱거리며 흔들리는 단열전구 하나. 그곳에 그는, 한 연은 갇혀 있었다. 아직까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이들만이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었고, 또한 이제 곧 죽을 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망할 히어로 새끼들. 작게 욕을 읊조리고는 숨을 깊게 내뱉었다. 양 손목은 벽에 연결
* 테라연 청게AU * 계연컾 100일 기념 "테라." 드륵, 소리를 내며 교실 문을 열었다. 네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섰다. 나란히 놓여있는 책상과 그 가운데에 홀로 누워 있는 너의 모습을 발견했다. 잠이라도 자나, 싶어 조용히 다가갔다. 근처에 갔을 때 자그마한 숨소리만이 들려왔고 그것으로 네가 지금 자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