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드림
유료

고양이 목에 이름 달기

콜 오브 듀티 KorTac 드림

부대의 꽃, 그것은 바로 짬 타이거.

1. 호랑이

"호랑이!"

이름을 외치자 멀리서 '왜애애애앵!'하고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습경보로 착각할 수준의 목청이다. 놈은 꼬리를 바짝 세운 채 잽싼 발걸음으로 달려오더니 발 앞에서 발라당 드러누웠다.

후후, 귀여운 짜식. 나물 무치듯 털을 쓱쓱 비벼주자 흙바닥 위에서 좋다고 데구르르 굴렀다.

처음 만났을 때는 경계하는 모양새를 보이더니만, 간식 몇 번 먹이며 안면을 트자 나를 무슨 십년지기처럼 대했다. 이런 성격 하며, 우렁찬 목청 하며. 거기에 오렌지색 털을 가진 놈의 이름을 나는 금방 정했다. ‘호랑이’.

호랑이가 쪼그려 앉은 내 다리에 몸을 비벼왔다. 기특한 마음에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주자 뒷다리에 힘을 주며 엉덩이를 바짝 들어 올린다. 목소리나 덩치는 아주 상남자인데 애교둥이가 따로 없다.

“여기에 선글라스만 끼면 딱일 텐데. 눈이 이렇게 순해서야. 그치, 호랑이?”

“와아아앙.”

“내 선글라스가 뭐?”

앞과 뒤에서 동시에 대답이 들려왔다. 이상하게도 하나는 사람의 언어였다. 황급히 뒤를 돌자 그곳에는 발라클라바를 턱까지 내리고, 한 손엔 담배를 든 익히 아는 호랑이의 모습이 보였다. 막 피려던 참이었는지 불도 붙이지 않은 온전한 한 개비였다. 선글라스 너머로도 그의 황당해하는 눈빛이 느껴졌다. 이런 썩을.

“네가 여기 왜 있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참나. 담배 한 대 피우려던 참에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와봤더니….”

“우롸아앙.”

두 호랑이가 동시에 나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한 마리는 눈치도 없이 손에다 대고 머리를 비벼왔다. 귀여워. 머리를 누르듯이 거세게 쓰다듬어주자 시동 걸린 오토바이 같은 소리를 냈다.

극락을 즐기는 중인 호랑이(종: 고양이)와 나를 번갈아 보던 호랑이(종: 인간)가 무슨 일인지 파악을 끝낸 모양이었다. 황당함에 입을 떡 벌리더니, 냅다 손가락질했다.

“너, 너, 설마 고양이한테 내 콜싸인을 붙인 거냐?”

“뭐 어때… 진짜 이름도 아니잖아.”

“암만 그래도 고양이한테 호랑이(“와웅.”“조용히 해 인마!”)가 뭐냐, 호랑이가? 기분 이상하니까 당장 이름 바꿔!”

“뭔… 불만이면 네가 바꿔 호랑이!”

“와아옹!”

고양이 호랑이가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고 당당한 울음소리를 냈다. 인간 호랑이는 어이가 털려서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누구도 이름을 바꾸지 않았단 이야기.

2. 쾨니히

놈을 처음 만났을 때는 회색 하늘 아래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녀석은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지 않아 조용한 복도 끝의 문 바깥 차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조용한 장소를 찾아온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를 피해 비를 맞으러 나갈 기세이길래 더는 다가가지 않고 조용히 지켜만 보았다. 우리는 그렇게 애매한 거리와 경계심 속에서 서로를 관찰했다.

제법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디서 얻어맞고 다니는 건지 꼬질꼬질한 털 사이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붉은 상처가 여럿 보였다.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걸까?

같은 고양이도 싫어하고, 사람도 싫어하고, 그런 주제에 푸른 눈이 어찌나 맑게 빛나는지. 결국 신경이 쓰여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챙겨주다 보니 뻗으면 손이 닿는 거리까지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놈을 만질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알아서 아물기야 하겠지만 상처를 봐주고 싶은데, 손길이 닿을라치면 흠칫 놀라며 한걸음 몸을 물리는 탓에 포기했다.

꼬질이가 예민하기까지 해. 그런 태도에 울망한 푸른 눈이 더해지니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누군가 겹쳐 보였다. 녀석의 이름은 그렇게 정해졌다.

“쾨니히.”

“우웅.”

“네 이름인 걸 알아듣긴 한 거야? 빨리 이름값 좀 해. 어디서 얻어맞고 다니지 말고….”

그런데 잘만 간식을 받아먹던 쾨니히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었다. 커진 눈, 분주하게 움직이는 귀. 그것들이 한 방향을 향하더니 갑자기 부리나케 도망가는 것이었다.

경계를 하긴 해도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쾨니히? 나는 급하게 고양이를 불렀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은 뒤쪽에서 들려왔다.

“Ja.”

깜짝 놀라 돌아보자 그가 서있었다. 어떻게 이런 큰 덩치가 다가오는 걸 모르고 있었을까? 나는 주춤거리며 한 발짝 물러섰다. 이제 고양이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상대에게서 간식을 받아먹을 생각을 한 거지?

“불렀어?”

“오, 음, 아니- 그, 그래….”

대체 언제부터 지켜본 걸까? 확실한 건 그가 자신을 부른 것이 아닌 걸 알고 있음에도 질문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한 번 대답을 바꾸었다가,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수년 같은 침묵이 수 초간 흘렀다.

“계속 찾았어. 보이질 않아서.”

아. 요 며칠 고양이에게 시간을 투자하느라 쾨니히와 마주친 횟수가 확연히 줄긴 했다. 그래도 그의 입에서 직접 나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 가끔 눈 마주치면 인사나 하는 사이 아니었니…? 생각에 잠긴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쾨니히가 나를 향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 고양이를 향해 다가간 걸까? 그가 움직이자마자 다리 넷 달린 동물이 빠른 발걸음으로 완전히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좋아해?”

“응….”

“나도 좋아해.”

근데 방금 쫓아냈잖아….

“내가 다가가면 다 도망가 버려.”

하긴. 잠깐 고양이에 이입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그냥 다가오기만 해도 위협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애매한 덩치였다. 오묘한 빛의 푸른 눈과 마주하자 마법처럼 그를 향한 동정심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괜히 과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다가가 보면 괜찮지 않을까?”

“흠.”

“쾨니히가- 아니, 내 말은, 고양이가 간식은 잘 받아먹더라고. 내가 좀 나눠줄게.”

고개를 끄덕인 그가 덧붙였다.

“그래. 내일도 이 시간에 여기로 오면 되는 거지? 또 보러올게.”

얘기가 그렇게 되나?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상대가 고양이인지 애매한 말만 남기고선 먼저 자리를 피해버렸다.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정보. 쾨니히‘들’은… 도망치는 게 빠르다.

3. 크루거

“크루거, 착하지? 이리 와. 우쭈쭈쭈-”

입으로는 온갖 방정을 떨어대며 손으로는 간식이 담긴 통을 흔들었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며 앙큼하게 꼬리만 흔들어대던 녀석이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놈은 기지개를 한번 쭉 켜곤 느릿한 발걸음으로 우아하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럴수록 애가 타는 건 내 쪽이었다. 결국 급한 마음에 검지 손가락을 쭉 뻗자 녀석이 코끝을 대고 냄새를 한번 맡더니, 이내 볼을 비벼왔다. 마음이 사르르 녹으며 광대가 절로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손은 당연하단듯이 뚜껑을 열고, 안의 트릿을 꺼내어 주고 있었다. 크루거는 그것을 받아 야무지게도 씹어먹었다.

간식을 위해 부리는 선택적 애교인 건 알지만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그 누가 이 고양이를 이길 수 있을까? 녀석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윤기가 차르르 나는 털과 잘빠진 몸매를 자랑하며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물러나고, 내가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가오는. 그 얄미운 자태에 크루거란 이름을 붙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찰떡이란 느낌이 들었다.

놈은 자신이 우위에 있는 듯한 행동을 아주 즐겼다. 오늘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날은 운이 좋은 쪽에 속했다. 대부분의 날에는 내가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며 찾는 걸 숨어서 실컷 구경만 했다. 한참 뒤의 내가 그를 발견하고 나면, 그제서야 느릿하게 기지개를 켜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구경거리라는 걸 알아차린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바로 뒤에 있었으면서 대답도 없이, 이게 무슨 요란이냐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그래도 이제는 안다.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건 사실 반가워서라며? 녀석도 속으로는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내가 아니라 간식을 반기는 거겠지만…). 한 번의 간식, 한 번의 쓰다듬. 나는 암묵적인 약속대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크루거 이 자식이 간식을 받아먹기만 하고 멀찍이 거리를 둔 채로 그루밍만 하는 것이었다. 어어?

“쪼쪼쪼, 이리 와! 간식 먹자!”

나는 다시 트릿이 담긴 통을 흔들어 보였다. 크루거는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만 볼 뿐이었다. 얘가 원래 싸가지가 없긴 해도 이렇게 행동하진 않았는데? 나는 잠시 가만히 크루거를 관찰했다. … 녀석이 다가오지 않는 건 내 뒤를 경계하고 있어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제야 있어선 안 될 인기척이 느껴졌다.

베일을 뒤집어쓴 사내가 건물 외벽에 삐딱하게 기댄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씨발. 입 밖으로 주저 없이 소감을 내뱉자 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해.”

“뭐- 아니,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어?”

“네가 ‘우리 귀염둥이 크루거, 착하지? 이리와~’라고 할 때부터.”

거의 처음부터였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말한 적 없다.

“개자식.”

“고양이겠지.”

“음침하게 몰래 지켜보고 있냐?”

“오, 음침? 누가 음침하단 거지? 나? 아니면…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이고 이뻐해 주던 사람?”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크루거는 고양이같이 우아한 걸음으로 느릿하게 다가왔다. 베일 너머로 보이지 않는데도, 비웃는 얼굴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반대로 내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렇게 몰래 예뻐해 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이지.”

“지랄하지 말고 꺼져.”

“부끄러워하기는.”

내 단어 선택이 험악해질수록 크루거는 기뻐했다. 변태 새끼, 마조 새끼, 징그러운 새끼!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의 베일이 코끝을 스쳤다.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

“Meine Süße. 겁을 많이 먹은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검지로 내 턱 끝을 튕긴 그가 유유히 멀어졌다. 그의 그림자마저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참았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4. 닉토

온몸에 가득한 흉터가 상상의 나래를 가득 펼치게 만들었다. 한 구역을 주름잡은 대장이었던 걸까, 아니면 서열 싸움에서 밀려난 외톨이인 걸까. 어쨌든 놈은 대답할 수 없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뭐,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이니까. 나는 닉토의 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몇 번 긁었다. 닉토는 잠시 가만히 있는가 싶더니 귀찮다는 듯 몸을 돌렸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나는 미련 없이 손을 치웠다.

닉토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가 챙겨준 밥을 입에 대는 데에만 해도 며칠이 걸렸다. 아니, 내가 무슨 독이라도 탔냐고. 보는 앞에서 기미라도 봐줘야 하나 싶기까지 했다.

그리고 손이 닿는 거리에 올 때까지 다시 며칠이 걸렸다. 위협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한 태도에 학대를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아니면 그냥 손길 자체를 별로 탄 적이 없다던가. 가까워지고 나서도 녀석은 쓰다듬을 ‘참아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것도 머리나 턱 말고는 얄짤 없었다. 한번은 엉덩이를 만졌다가 솜방망이로 거하게 얻어맞았다. 아니, 고양이들 궁디팡팡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하여튼 괴상한 놈이었다.

그래도 이만큼 가까워진 게 어디인가. 이제는 내가 주는 간식은 의심 없이 받아먹고, 어떤 때에는 쓰다듬을 즐기듯이 가만히 있기도 했다. 그 발전이 나에게는 기꺼웠다. 이런 모습을 ‘진짜’ 닉토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싸늘한 공기가 공간을 감쌌다. 인간 닉토가 눈을 시뻘겋게 뜨고 꿈쩍도 없이 서있었다. 고양이 닉토는 털을 바짝 세운 채로 연신 하악질을 해댔다. 불안한 닉토와, 떨리는 닉토와, 그걸 지켜보는 나… 이건 아마도 전쟁 같은, 앗, 고양이 닉토가 도망갔다….

단 둘이 남게 되자 내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된 건지 실감이 났다. 닉토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왔다.

“이게, 씨발, 무슨 일인지, 설명해.”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지금 그가 본 게 전부였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닉토는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지금 저딴 괭이 새끼한테 우리 이름을 붙여줬다고?”

“뭐어… 세상에 닉토가 너 하나 뿐이야?”

“바꿔. 지금, 당장!”

“아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

와중에 도망간 줄 알았던 고양이 닉토가 멀찍이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에서는 인간 닉토가 식식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환장의 하모니였다.

“그럼… 오레오?”

“….”

“….”

“… 가토?”

“….”

“….”

“… 닉토.”

“마웅.”

“씨발.”

둘 다 자기 이름 알아듣는 능력 하나는 끝내줬다. 그렇게 칭찬하자 닉토는 질린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 멍청이는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다’는 뜻이 담겨있는 느낌을 받았다. 한숨을 쉰 그가 자리를 뜨기로 마음 먹었는지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뒤에 대고 소리쳤다.

“이름 안 바꿔도 된단 뜻이야?”

“알 바야? 알아서 해.”

“고마워 닉토!”

“왜웅.”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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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정교한 아르마딜로

    알게 모르게 오퍼레이터를 닮은 야옹이들도 넘 깜찍한데 또 몰래 걔네 콜사인을 붙여준 드림주도 넘 귀여운....^^💕💕 근데 당사자들한테 들켰어도 아무렇지 않은 캐당당 반응이라 또 웃겨요ㅋㅋㅋ큐ㅠㅠㅠㅠ 다른 연성들 보면서 생각하지만 선생님 크루거 연성 진자 장난 아닌 거 같아요 뻔뻔하고 능청맞고, 얄미운데 또 거역하긴 어려울 정도로 위압있고 캬....😋👍🔥🔥 다들 넘 귀엽고 재밌게 읽었지만 개인적인 MVP는 닉토인 것 같습니다.... 닉토 화내는 건 개웃긴데(ㅋㅋㅋㅋ) 이미 불리던 이름이 익숙해져버려서 다른 이름엔 반응을 안 해버리는 고양이 닉토.... 하 넘 사랑스러워요ㅠ....💗💗 마지막에 이름 불리니까 동시에 반응하는 인간과 고양이 러블리의 화룡정점 넘 즐겁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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