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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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만우절(2)

콜 오브 듀티 드림

게살버거 비법 by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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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52 [ 헤어지자 ]

1. 쾨니히

읽음 표시는 없어졌지만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 내가 잘못 보냈나? 당신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신인을 다시 확인했으나 메세지는 쾨니히에게 보내진 게 맞았다.

이제 와서 메세지를 삭제할 수도 없고. 당신이 어떡하면 좋지, 고민하는 사이 방문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뭔가 부딪히기라도 했나? 하지만 멈추지 않는 굉음에 누군가 거칠게 방문을 두들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떤 미친 새끼야! 깜짝 놀라 가만히 굳어있는 사이 문손잡이가 덜그럭거리는 불길한 소음을 내며 억지로 돌아가고 있는 게 보였다.

당신은 혼자 있을 때면 방문을 잠그는 습관이 있었다. 문 너머의 상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잠금장치를 무식하게 힘으로 어찌해볼 생각임이 분명했다. 이러다 문이 부서지겠다는 생각이 든 당신은 잠금을 풀고 잽싸게 물러났다. 문이 거세게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쾨니히의 모습이었다.

“쾨니히?”

당신이 부르는 말에 대답도 없이 성큼, 위협적으로 다가온 그가 당신을 꼬옥 껴안았다. 계속해서 팔에 힘을 주는 탓에 당신은 절로 몸이 터져버리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이미 제압된 상태에서, 그것도 이런 거구를 상대로 가능할 리가 없었다.

쾨니히가 당신을 안은 상태로 들어 올렸다. 키 차이 때문에 당연하게도 당신의 발은 바닥에서 떨어져 허공에 뜨게 되었다. 점점 숨이 막혀온 당신이 ‘내려놔’라든가, ‘그만해’라는 말을 뱉으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다리를 움직여 쾨니히를 걷어찼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발, 좀, 쾨니히!”

“거짓말이지?”

둘의 대화가 전혀 맞물리지 않았다.

당신이 되묻는 사이 쾨니히가 당신을 거세게 내동댕이쳤다. 등 뒤로 느껴지는 건 침대 매트리스였다. 쾨니히가 위에서 짓누르며 팔다리를 압박해 오는 탓에, 완전히 그의 안에 갇힌 꼴이 되었다. 당황한 당신이 계속해서 바르작거리자 쾨니히가 우악스럽게 당신의 턱을 잡고 강제로 그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얼굴을 덮은 천 너머로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눈에는 핏발이 서있었고, 흥분으로 인해 커진 동공이 깊은 심연을 비추고 있었다. 당신이 늘 예쁘다고 칭찬했던 푸른 눈이 이렇게나 두렵게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 당신이 공포로 인해 굳어있든 말든 쾨니히는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거짓말이잖아, meine Liebe. 거짓말이라고 해. 당장!

생존본능에 따라 빠르게 회전한 당신의 머리가 일이 이렇게 된 원인을 파악해 냈다. 당신은 곧장 입을 열었다. 거짓말 맞아, 장난이었어, 오늘 만우절이잖아….

사실 여부를 가리겠다는 듯 쾨니히는 대답을 듣고도 한참 동안 당신을 제압한 그대로 쳐다보기만 했다. 당신이 작은 목소리로 쾨니히, 나 아파. 라고 말하자 그제야 몸을 비켰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무게가 사라지자 당신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대체 내가 언제부터 숨을 참고 있었지?

당신이 호흡을 되찾는 사이 쾨니히는 다시 멋대로 당신을 잡아들고는 품에 가두었다. 당신은 아까의 상황이 다시 반복되는 줄 알고 온몸의 근육을 바짝 긴장시켰으나, 쾨니히는 당신을 부드럽게 껴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비벼올 뿐이었다. 그 행동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풀린 것을 알아챈 당신이 천천히 팔을 움직여 쾨니히를 도닥였다.

쾨니히는 방금까지 당신을 위협했던 건 거짓말이란 듯이, 어리광 섞인 말투로 당신에게 애원했다.

“제발, 다시는 그런 장난치지 말아줘.”

부탁이야, 제발, 제발…. 덩치만 컸지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당신은 한숨을 쉬고 쾨니히가 안심할 때까지 몇 번이고 대답해 주었다.

약속에 약속을 거듭해서 받아낸 쾨니히는 만족했다는 듯 눈을 곱게 휘며 웃더니, 얼굴을 가린 천을 들어 올렸다. 늘 그래왔듯 당신이 눈을 감자, 뜨거운 숨결과 함께 두툼한 입술이 당신을 집어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정말 헤어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 당신의 마음속에 불안함이 자라났지만 당장은 덮어두기로 했다.

2. 크루거

헤어지자는 문자를 보냈지만 크루거에게선 한참이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야, 재미없는 놈. 당신은 계속해서 쳐다보던 휴대폰 화면을 꺼버리고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었다.

일과를 마친 당신이 개인실로 돌아왔을 때는 몇 시간 전에 있던 일은 이미 까먹은 지 오래였다. 당신이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방안에 들어섰다. 어라? 내가 방 불을 안 켜고 나왔던가?

끼익, 달칵.

생각하는 사이 복도에서 들어오던 한줄기 빛이 사라지고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당신이 반응하는 것보다 상대가 한 호흡 더 빨랐다. 공격을 막아낸 상대가 당신의 양팔을 붙잡아 등 뒤로 교차시킨 뒤 몸을 붙여왔다. 그와 가까워지자 서늘한 비늘 같은 그물이 느껴졌다. 정체를 알아냈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크루거니까. 당신이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이건 또 무슨 새로운 개짓거리야?”

크루거는 당신을 포로처럼 끌고 갔다. 자신의 방인 만큼 눈이 어둠에 완전히 익지 않아도 당신은 스스로가 어디쯤에 위치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당신을 침대 위로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건 스스로에게 물어야지.”

“뭐?”

“우리 강아지. 제법 깜찍한 장난을 쳤던데.”

당신은 그제야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 원인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방에 불도 끄고 잠복해 있는 게 말이 되냐고.

황당해하는 당신을 두고 크루거는 제 할 일을 계속했다. 손목에 거칠고 긴 물체가 둘러지는 게 느껴졌다. 설마 지금…

“미쳤어? 이거 안 풀어?”

크루거는 매듭을 단단히 묶으며 제 할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가 힘주어 밧줄을 당길 때마다 말하는 단어에도 강세가 들어갔다.

“내가, 너를 너무, 사랑으로, 보듬었나 봐.”

그가 웃었다.

“건방지게 선을 넘으면… 어떻게 혼나는 지도 알려줘야지. 그렇지?”

양팔을 완전히 속박당한 상태에서, 차갑고 거친 장갑이 윗옷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척추를 타고 점점 위로 올라왔다. 당신은 눈을 질끈 감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3. 그레이브즈

당신은 전송 버튼을 누른 뒤 침대에 늘어졌다. 그는 일 때문에 바쁠 테니 어쩌면 반응이 오기까지 시간 단위로 걸릴 수도 있었다.

푹신한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던 당신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희미해진 자각과 함께 까무룩 잠이 들었다.

[ 📞부재중 전화 ] 오후 6:01

[ 자기야 ] 오후 6:02

[ 전화 받아. ] 오후 6:02

[ 📞부재중 전화 (6) ] 오후 6:05

대부분의 공포 영화에서,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다….

*

당신의 의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편함과 함께 돌아왔다. 다시 잠에 빠져들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어째서인지 멋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은 채 같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당신은 숨을 들이켜며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려 상대를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필립.”

“잘 잤어?”

태연하게 인사해 오는 그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던 일은 어쩌고 여기서 이러고 있어.

“우리 애들은 내가 잠깐 자릴 비워도 알아서 잘해. 그리고 세상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런 문자를 받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그레이브즈가 당신을 더 가까이 끌어당기더니, 이마, 귀, 볼, 턱 순서대로 내려가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막 쇄골을 지나려는 그의 얼굴을 밀어낸 당신이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잠들기 전 쳤던 장난이 떠올랐다. 한달음에 달려온 그가 기특하면서도, 그렇게 부리나케 와서 발견한 것이 속 편하게 잠이나 자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었을 것을 생각하니 창피해져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다.

“미안.”

“흐음, 왜 사과하는 거지?”

그레이브즈가 능글맞게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올라간 입꼬리를 보아하니 이미 무슨 일인지 다 파악했으나, 기어코 당신의 입으로 듣겠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당신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레이브즈는 무언갈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성격이었다. 절대 그냥 넘어가 줄 리가 없었다.

당신은 진실된 마음을 30%, 적당히 봐달라는 약은 마음을 70% 담아 눈빛으로 쏘아 보내며 툭, 그의 가슴팍 위로 기댔다. 그의 약점을 아주 잘 아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필,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 어디서 이런 못된 행동만 배워왔을까, 응?”

잠시 가만 바라보기만 하던 그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당신의 코를 약하게 꼬집었다. 사랑을 가득 담아 몇 번이고 쪽쪽, 입을 붙여오던 그가 겹쳐있던 몸을 뒤집었다. 순식간에 위아래가 바뀌었다. 그레이브즈가 손을 뻗었다. 당연히 당신을 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목표는 당신의 핸드폰이었던 모양이었다. 당신이 의아함을 표현하는 사이, 그가 엄지로 핸드폰을 몇 번 두드리더니 당신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거기엔 당신과 그의 문자 내용이 나타나 있었다. 푸른색 말풍선 안의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헤어지자.’ 당신이 보낸 문자를 눈앞에서 삭제한 그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이런 대화는 없었던 걸로 하자고. 괜찮지?”

당신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 어리광은 받아줘도 좋을 것 같았다. 옷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길이 당신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며 그와 입술을 부딪쳤다.

잠깐, 그런데 당신이 그에게 휴대폰의 잠금 해제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있던가?

4. 알레한드로

알레한드로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하늘이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이고 나서였다.

액정 너머로 가장 먼저 들려온 그의 거친 숨소리에 보이지 않아도 그의 다급함이 전해졌다. 잠시 호흡을 다듬은 그가 달콤한 인사를 건네왔다.

“Mi vida. 좋은 밤 보내고 있어?”

살짝 갈라진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무척 섹시했으나 당신은 속마음을 숨긴 채 무심하게 답했다. 얼굴을 보고 하는 대화가 아닌 통화라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벌써 거짓말을 들켰을지도 몰랐다.

그리곤 정적. 평소엔 넘치는 애정 표현으로 문장을 가득 채우던 그도 이런 상황에선 어찌할 줄을 모르는 것이 느껴졌다. 덕분에 의외의 귀여운 면모를 알게 되었다. 짧은 침묵 후에 알레한드로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Cariño. 메세지 남긴 거 봤어. 사실 이런 얘긴 직접 보면서 하고 싶지만… 워낙 다급한 사안이라 말이야. 내가 섭섭하게 한 거 있어?”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소크라테스식 화법, 다르게 말하자면 어린아이를 추궁하는 보호자처럼 당신은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알레한드로가 무슨 변명-사실 변명이랄 것도 없다. 그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정말 미안해, mi amor. 요즘 바빠서 얼굴 볼 시간 없었단 거 알아. 내 행동이 당신을 상처입혔다면 사과할게.”

그리고 당신이 알게 된 것은 알레한드로가 생각보다 더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일방적인 통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굽히고 들어오는 것을 택했다.

“이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만나서 제대로 얘기하자. 내가 그쪽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이른 날짜가- caramba, 아니야, 내가 당장 내일-”

“세상에, 알레한드로. 진정해. 오늘 만우절이잖아.”

그의 말이 빨라지며 어렴풋이 종이 팔랑이는 소리가 났기에, 혹여나 당신은 알레한드로가 뭔가 큰 선택을 할까 싶어 그의 말을 끊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그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이내 앓는 소리를 내더니, 긴장이 풀렸는지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Ay!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 querida. 정말 어쩔 수 없는 장난꾸러기라니까. -“Jefe, no te vas-”“¡Cállate, Rodolfo!”- 미안, 로돌포 녀석이 옆에서 뭐라고 그러네.”

잠시 멕시코와의 시차를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는 아직 바쁜 시간인 것 같았다. 장난 한번 쳐보려다 알레한드로의 사랑만 듬뿍 받은 당신은 괜스레 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미안, 알레한드로….”

“됐어. 오늘 은 다음에 배로 갚게 할 거니까.”

그가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레 웃었다. 당신도 남은 하루 잘 마무리해. 인사한 당신이 전화를 끊으려 핸드폰을 귀에서 약간 뗀 순간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Te quiero, cariño”

“응. 어서 가봐.”

“사랑해.”

“…? 알겠다니까?”

“사랑해!”

“아, 나, 나도 사랑해, 알레한드로.”

그제야 만족한 그가 전화를 끊었다. … 아무래도 그가 말한 을 다 갚으려면 꽤나 고생할 것 같았다.

아래로 소프, 고스트, 호랑이 이어집니다.

  •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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