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콜옵 드림] 맹목적 사랑에 관하여

콜 오브 듀티 쾨니히 드림

  • 일 인칭 연습 겸 막 씁니다.

  • 의미 불명 주의

  • 사망 소재 있습니다.

  • 선동과 날조의 캐해 주의

  • 아 펜슬... 약간 낯 가리는 중...

  • 가볍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동화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고. 서로가 서로만을 위하고, 서로의 세상에 서로 밖에 없어 의심조차 끼어들 겨를이 없는 완벽한 짝을 원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숨이 턱 막히는 바람이 아닐 수 없었다. 어려서 뭘 몰랐지. 어려서 뭘 몰랐어... 한탄하듯이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허리를 감은 팔에 손을 올렸다.

세상에 서로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시야가 좁다는 뜻이다. 서로가 서로만을 위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서로의 숨을 옥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서로' 중 하나라도 사라질 시,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동화같은 사랑을 원했던 어린 아이는 이제, 맹목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사랑은 얕고 잔잔하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되 나를 던지지 않을 정도로. 헤어지게 된다면 딱 3일만 슬퍼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좋았다. 그런데... 나를 감싸 안고 있는 너의 사랑은 그것과 정반대지.

어깨를 감싼 커다란 손이 연신 목 주위를 더듬거린다. 담백한 손길이다. 단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한 손길. 그저 품에 안고 목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그 이상의 행복이 없다는 듯한 몸짓. 애정을 참지 못하고 머리와 관자놀이에 지긋하게 눌러지는 입술. 충만한 사랑이다. 도대체가, 나의 이 얕은 사랑을 전부 삼켜버리는 깊이에 종종 익사하고 말 것 같아서...

아니, 전부 변명이다. 커다란 손에 깍지를 낀다. 아프지 않게 잡아오는 손길이 단단하다. 이건 전부 내가 겁쟁이인 탓이다. 쾨니히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용병이었고, 나 또한 위험한 곳을 전전하는 직군이었으니까. 이 야트막한 사랑에도 만약 네가 죽는다면 삼 일이 아닌, 삼 주가, 세 달이, 삼 년 동안 아파할 것 같은데 가늠할 수 없이 내게 맹목적인 너는 하물며 어떠하겠는가...

"쾨니히."

"응."

"헤어질까."

그래서, 네게 상처가 될 것을 앎에도 그 말을 입에 담기로 했다. 맹목은 좋을 것이 없다. 맹목은 사람을 말라 죽게 한다. 나는 그것을 눈 앞에서 본 사람이다. 깊은 사랑은 때때로 사람을 지옥으로 이끌어 삶을 잇지 못하게 한다. 나는 네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고... 나 자신이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

어깨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릿하게 아파왔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쾨니히는 언제나 내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했다. 내가 쾨니히가 죽을 것을 두려워 한 것 같이, 내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떠날 것을 두려워했다. 몸을 앞으로 굽혀 나를 압박한 그가 음산하게 입을 열었다.

"왜?"

"......"

"왜? 왜? 내가 이제 싫어져서? 내 행동이 혐오스러워서? 나는 너와 달리..."

사람을 죽이니까?

그 말에 결국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손을 뻗어 얼굴을 더듬거렸다. 불안으로 일렁거리는 눈과 연신 불안한 침을 삼키는 목젖, 밭은 호흡, 허리를 받쳐준 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시키고 다른 손은 발목을 더듬거렸다.

이마를 맞댄다. 서로의 숨이 엉켜들어 서로의 폐를 채웠다. 입을 달싹거려 소리 없이 말을 전달한다.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다만 영원을 믿지 않는 치이기에 순간의 맹목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말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겨우 이 한순간 때문에 영원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느니차라리 지금 깔끔하게...

"그게 아니면 뭔데."

"쾨니히 너 나 말고 아무도 만나지 않잖아."

"그게 어때서."

그게 문제인 거다. 봐라, 너는 너의 삶이 온통 나의 것인 것처럼 살고 있지 않느냐고... 그 누가 타인을 위해 이리 목을 매냐며... 우리가 연인이나 그것이 인간관계의 끝은 아닐 터다. 하지만 너는 휴가만 나오면 항상 나와 붙어있잖아. 하물며 내가 친구들과 잠시 외출이라도 하면 이 횡덩그런 방에 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시체마냥 있잖아. 그게 어디 정상적인 삶이니...

"나는 너만 있으면 돼."

"그러면 안 돼."

"왜?"

그는 도통 이해를 못하는 것만 같았다. 오히려 반문한다. 왜 너는 그렇지 않냐고. 우리가 보는 시간이 이 일 년, 365일 중 얼마나 되냐며, 그 시간마저 네게 온전히 쏟지 못하게 하는 거냐고.

이럴 때마다 우리는 평행선을 걷는다. 여기저기 다니는 쾨니히와 나의 직업 특성 상 휴가가 겹치는 날을 맞추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나를 만나지 못하는 날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아니잖아. 마치 잘 길들여진 개마냥 현관 앞에 앉아 언제 올지도 모르는 나를 기다리잖아.

"언젠가 우리가 헤어진다면."

"그럴 일은 없어."

"...쾨니히. 우리는 죽음과 꽤나 가까운 삶을 살잖아."

밤을 보낼 때마다 늘어나는 네 흉터를 알고 있다. 너 또한 간간히 늘어나는 나의 상처를 알고 있을 것이다. 너도 나도 사선으로 향한다. 마치 죽음이 이렇게 가깝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듯이. 눈 먼 총알에 맞을 뻔하고,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음이 끊임없이 들려도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차라리 몸을 빼서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맞음에도 붕대를 감고, 사람을 부축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거창한 사명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라포(환자와 의사간의 유대관계)가 어느정도가 쌓이면 그걸 외면하지 못해서. 고작 그거 하나 못해서.

너도 마찬가지겠지. 총을 들고 명령을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에 깊은 사고 따위는 없다. 장전하고,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나중에 나오는 그는 항상 피투성이다.

죽는 건 싫은 주제에 우린 죽음에게서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는 어느 순간, 단절될 테다. 가족도 뭣도 아니니 그저 돌아오지 않은 상대를 현관 앞에서 영원히 기다릴 테지. 내일은 오겠지. 내일은 오겠지. 하면서.

"...난 안 죽어."

"쾨니히."

"이해가 안 가.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해?"

나는 죽지 않을 거야. 너도 그럴 거고. 그래도 헤어지겠다면... 나도 장담 못 해.

발목을 쥐는 힘이 강해진다. 그래. 너는 손쉽게 나의 자유를 갈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은 것은 오로지 네가 지금의 상태에 만족하기 때문이겠지. 눈을 내리감고 코 끝을 부볐다. 그럼, 약속해 줄래.

"만약에 내가 죽어도 딱 삼 일만 슬퍼하겠다고."

"Meine Liebe..."

"그럼 헤어지자는 말 안 할게."

쾨니히는 결국 긍정할 것이다. 맹목에 또 다른 목줄을 채운 셈이구나. 미안해. 내뱉을 수 없는 말을 삼켜 손 끝으로 부드럽게 얼굴을 매만졌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말과도 같다. 만약 네가 죽어도 딱 삼일만 슬퍼하자. 단단한 턱과 푸른 눈. 커다란 손과 뜨거운 품을 뼛가루와 함께 흘려보내자고...

"사랑해."

"...나도 사랑해."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의 경험이 알려준 것 같다.

쾨니히.

삼 일만 슬퍼하는 거야. 알겠지? 딱 삼일 만이야.

그 뒤에는 새 사람을 사귀든, 친구를 만나든... 아무튼 간에

행복해야 돼.

아, 네게 건넨 마지막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탕!

정말 다행이야...

*

몇 개월 뒤. 쾨니히는 적막 만이 내려앉은 집에 배달된 누군가의 유골을 보았다. 그 뒤, 삼 일간 그 집에는 짐승과도 같은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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