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쵸로]쉬잇
2019. 1. 23. 작성 | 공백 미포함 2.595자 | 학생au
#트친_연성_내_스타일로_리메이크하기
이코님 연성 보고 작성
아카츠카 고등학교 60회 문화제날. 평소엔 수업으로 조용해야할 학교가 시끌시끌하다. 교문은 학생들이 몇날며칠 공들여가며 꾸민 아치가 세워져있고, 학교 건물로 향하는 길목에는 각 반에서 만든 입간판이 수두룩하게 세워져 있다.건물 안도 마치 전시관인 것처럼 각 반의 테마에 맞춰 개성있게 꾸며져 있었다. 학생들은 다들 교복을 벗고 편한 옷, 유카타, 귀신 분장, 인형탈 등 다양한 옷을 입고 교내를 활보한다. 그 사이사이로 외부인들이 홍보지를 꼭 쥐고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다. 학교 전체에 활기와 웃음이 넘쳐난다.
"쵸로마츠, 여기 있어?!"
단 한 사람만 빼고. 줄 선 사람들이 대놓고 있는데도 교실문을 벌컥 열어젖힌 오소마츠는 고개를 젖는 친구들을 보며 빽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아까 강당쪽으로 갔다는 말 한 마디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그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잠시 황당한듯 눈을 깜박였지만 이내 축제 분위기로 돌아갔다.
오소마츠는 강당을 향해 달렸다. 달리다 다른 사람에게 부딪히기 3번, 친구 인사 받아준 게 13번, 자기 반 한 번 들렸다가라며 붙잡힌 게 6번. 양손에는 친구라는 녀석들이 반 강제로 팔아넘긴 음식들로 가득했다. 그래, 축제 전에 놀러가겠다고 했었지. 내가 먹을 몫 준비해두라고도. 그치만 같이 먹을 상대가 없단 말이야! 오소마츠는 강당 뒤편에서 다시 한 번 소리를 빽 질렀다. 시간을 지체한 탓일까 이곳에서도 쵸로마츠는 없었다. 찾다 찾다 지쳐 오소마츠는 근처에 있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놓은 봉투에서 맛있는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왔지만 쵸로마츠를 생각하며 군침만 삼켰다.
"축제, 같이 즐기기로 약속했으면서."
오소마츠는 괜히 심통이 나서 봉투를 툭툭 건들였다. 마지막으로 쵸로마츠와 제대로 논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이 되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성실해진 쵸로마츠는 급기야 학생회에 들어가더니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되었고, 꼬박꼬박 기다려서 하교라도 같이 하곤 했는데 축제 준비 기간에는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축제 땐 같이 놀아줄테니까 먼저 가. 쵸로마츠는 항상 그렇게 말하며 오소마츠를 달랬다. 단순히 상황을 넘기기 위해 한 말이라는 건 안다. 그래도 오소마츠는 기대하고 있었다. 쵸로마츠와 함께 축제를 즐기는걸.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게임도 하고, 카라마츠가 나온다는 연극도 같이 보고 싶었는데... 오소마츠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봉투를 챙겨들고 일어났다. 먼저 좋아하는 쪽이 지는 거지, 뭐. 그래도 만나면 한 소리 해야지. 오소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며 다음은 어디로 갈 지 고민했다. 강당에서는 쵸로마츠가 다음에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일이 아니라 드디어 쉬러 간건가?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오소마츠는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음식이 더 식기 전에 빨리 쵸로마츠를 찾아야 했다.
학교 모든 곳이 소란스러웠지만 옥상은 예외였다. 사람이 많이 온 만큼 학교측에서 앉아있을 곳이나 쉬어갈 곳을 많이 만들어둔 덕분에 굳이 옥상까지 올라갈 사람이 없던 것이다. 축제가 끝나기 전까지 부지런히 다니려는 사람들을 헤치며 오소마츠는 꿋꿋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철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조심스레 힘을 주어 문을 열자 햇빛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몰려들어왔다. 눈이 부셔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니 햇빛 아래에 쵸로마츠가 서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쵸로마츠가 뒤를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쵸로마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소마츠?"
"여기 있었어?"
사람들에게 묻고 물으며 다녔을때는 못 만나더니 생각나는 곳으로 가니까 만나다니.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오소마츠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쵸로마츠를 보면 바로 달려가고 싶었는데 오소마츠는 천천히 걸어갔다. 한 발자국 다가갈 때마다 쵸로마츠가 가까워져서 한 소리 하려고 했던 마음과 다르게 자꾸만 웃게 될 것만 같았다. 쵸로마츠, 쵸로마츠, 쵸로마츠. 마음 속으론 이미 그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그래도 오소마츠는 짐짓 볼을 부풀리며 부루퉁한 소리를 냈다.
"내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애들이 갔다는 곳에 가도 없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코빼기도 안 보이고!"
"미안해. 나도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지."
"같이 놀기로 약속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렇게 말하는 거치고는 충분히 즐긴 것 같은데."
쵸로마츠는 무심하게 오소마츠가 들고 있는 봉투를 가리켰다. 조금 식긴 했지만 아직도 맛있는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이건! 그러니까! 친구놈들이! 오소마츠가 횡설수설 떠들어도 쵸로마츠는 그저 알겠다며 적당히 넘겼다. 그 태도에 오소마츠는 자신만 축제를 기대한 것 같아서 울컥 화가 치밀었다. 조금쯤은 화내거나 질투할 만도 하지 않아?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말하니 쵸로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내야 해?"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탓에 오소마츠는 이마를 짚었다. 우리 사귀는 거 맞지? 나 혼자 사귀는 거라고 착각하는 거 아니지? 응? 혹시나 싶어 침착하게 기억을 헤짚자 오늘부터 1일이라며 웃는 쵸로마츠가 떠올랐다. 사귀는 건 맞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이녀석은. 오소마츠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아무것도 모르겠단 표정을 하고 있는 자신의 애인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화가 풀릴 뻔 하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오소마츠의 입꼬리가 자꾸만 실룩거리는 것을 보던 쵸로마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걔네는 그냥 친구고, 난 네 애인이잖아."
뭐? 오소마츠가 뭐라 말하기 전에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목에 팔을 둘렀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밀어내는 것도 마주 안아주는 것도 손에 든 봉투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을 때, 입술에 온기가 닿았다. 쪽. 일부러 낸 것이 분명한 그 작은 소리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예상 못 한 상황에 오소마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금붕어마냥 입을 뻐끔거렸다.
"바, 방금 키..."
"쉬잇."
큰 소리 내지 마. 자기가 하고서도 부끄러운지 쵸로마츠는 얼굴을 붉힌채 주변 눈치를 살폈다. 혹시 옥상에 다른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아래에서 옥상을 올려다본 사람은 없는지.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보며 씩 웃었다. 의기양양한 모습이 얄미우면서도 귀여워서 오소마츠는 들고 있던 봉투를 그냥 떨어뜨리고선 쵸로마츠를 와락 끌어안았다. 쵸로마츠는 작게 웃으며 오소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이걸로 됐지? 화 풀어."
"아, 쵸로마츠! 진짜 치사해!"
"그래서 이제 어디 갈까?"
"그냥 이대로 있는 게 좋습니다..."
"이상한 녀석."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서두르지 않으면 음식도 다 식고, 부스도 많이 못 갈텐데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부둥켜 안고 한참동안 놓아주질 않았다. 생기와 활기가 넘치는 학교 안, 다들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비밀스런 연인들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둘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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