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2차 창작 백업

[오소쵸로]사랑은 달콤하다

2017. 2. 4. 작성 | 공백 미포함 4,872자 | 회사원 오소마츠X파티셰 쵸로마츠au

힘들다. 며칠 내내 말이 안통하는 회사와의 거래를 진행하다 겨우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기쁘기는 커녕 허망하기만 하다. 이래저래 조건을 따지더니만 결국은 처음 조건대로 거래가 이루졌을 때의 기분이란... 이젠 화도 안난다. 빨리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크게 들이키고 침대에 두 팔, 두 발 뻗고 얼른 자고 싶다.

역에서 빠져나와 구두를 질질 끌며 걷고 있는데 돌연 휴대폰이 울렸다. 설마 이제와서 거래 취소는 아니겠지. 아무리 카리스마 레전드인 나라도 이런 일은 더이상 무리다. 영업도 말이 통하는 상대랑 해야지. 땀에 찬 손을 대충 정장에 문지르고 휴대폰 액정을 손가락으로 그었다.

『발신자 : 톳티

제목 : 짜증나!

내용 : 오소마츠형! 오는 길에 케이크 좀 사와!!!』

"...짜증나는 건 나라고!"

홧김에 휴대폰을 내던지려다 아직 남은 약정을 떠올리고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이자식 100% 미팅 망쳤다. 앞뒤 설명도 없이 케이크부터 찾을 때는 열에 아홉은 미팅에서 거하게 깨진 날이다. 오늘 너 여자애들이랑 미팅하는 동안에 이 형아는요. 너 대학비 내주려고 노망난 아저씨들이랑 대화하고 있었어요. 전화라도 걸려는 찰나 또 핸드폰이 부르르 떨린다. 또 토도마츠냐. 확인해봤더니 이치마츠다. 웬만하면 먼저 문자하는 일이 없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미팅이 아니라 진짜 뭔 일 있는 거 아냐? 스쳐지나간 생각에 온 몸에 피가 차갑게 내려앉는다. 나는 다급하게 문자메세지를 열었다.

『발신자 : 이치마츠

제목 : 케이크

내용 : 난 블루베리 들어간 거.』

미안. 너도 내 동생인 걸 형아가 깜박 잊었다.


느린 발걸음으로 주위를 배회한다. 아직 열려있는 가게들이 드문드문 있지만 케이크 가게는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가던 케이크가게는 회사 근처라 돌아가서 사올 수도 없다. 다시 전철타고 가라고? 시간도 돈도 아까워.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도 싶었지만 거래에 동생들에 기운도 다 떨어져서 오히려 내가 케이크를 먹어야할 것 같다. 당 필요해. 그런데 이 근처에 케이크가게가 있었던가. 좀비처럼 어기적거리면서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불빛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고보니 저쪽에 멘션이 있었지?"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벗어나는 곳에 있어서 깜박 잊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사람 사는 쪽엔 가게가 있겠지? 나는 방향을 틀었다. 케이크 가게가 없어도 편의점은 있을 테니 정 없으면 아쉬운 대로 편의점 케이크라도 사야겠다.

멘션 근처 상가들은 내 예상대로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처음 와보는 곳이라 조금 신기해서 주변을 살펴보며 걸었다. 생긴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건물들이 새것마냥 깨끗하다. 이런 데는 얼마정도하려나. 머릿 속으로 계산대를 두드려보다가 생각을 접었다. 대학생 한 명이 낀 사내놈 세명이서 지내기엔 지금 사는 곳으로도 충분하다. 그보다 케이크다. 케이크. 그 순간 귓가를 건드리는 도어벨 소리에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이텔릭체로 'Pin'이라고 적힌 간판 아래 나타난 한 청년이 가게 배너를 막 옮기려 하고 있었다. 배너엔 가지각색의 케이크 사진이 새겨져있었다.

"아."

무심결에 튀어나온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청년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잠깐 숨이 멎었다. 에메랄드과 같이 영롱한 두 눈에 온 정신을 빼앗겨버렸다. 눈동자가 깊고 깨끗했다. 몰래 침을 삼키고서 그를 훑었다. 반듯하게 차려입은 파티셰 복장은 그의 마른 체형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동시에 금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심장이 두근 두근 뛴다.

"손님이신가요?"

"네? 아, 네네!"

"죄송하지만 방금 영업시간이 끝나서..."

"집에서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데 어떻게 좀 안될까요?"

"어..."

그는 동생들이란 말이 걸리는지 입가에 손을 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자세 무자각입니까? 중간중간 내 눈치를 살피는 것까지 내 마음을 뒤흔든다. 아까까지만 해도 밉던 동생들의 존재가 감사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안남았는데 괜찮으세요?"

"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그럼 어서 들어오세요."

그는 배너를 든 채 가게 안쪽으로 나를 안내했다. 겨우 들어가게 된 가게는 규모는 작았지만 외관만큼이나 깔끔하고 정갈했다. 포장 전문인 듯 한데 혹시 모를 손님을 대비해서인지 한쪽에 테이블 두개와 의자가 놓여져있었다. 계산대 옆에 있는 케이크 진열장은 그의 말대로 거의 비어있었지만 아기자기한 케이크들이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들어온 가게지만 이정도면 톳티 마음에도 들 듯하다. 만약 맘에 안들면 내가 뭐라고 할 거다.

"다 고르시면 말씀해주세요."

"저기! 혹시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조금이라도 대화하고 싶은 맘에 그를 붙드니 그는 계산대로 가려다 말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달콤한 향이 잔뜩 풍겨져나왔다. 케이크 냄새인지 그의 체향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음... 복숭아 프로마쥬는 어떠신가요? 오늘 막 신선한 복숭아를 들여왔거든요."

"동생이 복숭아 좋아하는데 마침 잘되었네요. 그럼 그거랑... 블루베리 들어간 것중에는 뭐가 맛있나요? 다른 동생이 블루베리 들어간 걸 사오라고 하지 뭐예요."

"동생이 두명인가봐요?"

"네. 제 말은 잘 안듣지만요."

"좋은 형이시네요."

그가 살포시 웃었다. 버릇인지 축 처진 눈썹, 반달처럼 휜 눈을 보자마자 심장이 찌르르 울린다. 불과 1m 남짓한 거리를 두고 그 미소는 상당히 위험했다.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피해버렸지만 그는 바로 진열장을 살펴보기 시작해서 이쪽을 눈치 못챈 듯하다.

"어디보자... 블루베리는 무스케이크밖에 안남았네요. 이걸로 괜찮은가요?"

"..."

"손님?"

"네? 아, 네. 그걸로 주세요. 마지막으로 제것도 추천해주시겠어요?"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싫어하시는 거 있으세요?"

"아뇨! 뭐든 잘 먹습니다!"

나도 모르게 커진 목소리에 나도 그도 깜짝 놀랐다. 부끄러워져 얼굴이 핫핫하게 달아올랐다. 얼버무리려 입을 열자 그가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곧바로 미안하다 사과하긴 했지만 미소가 남아있는 걸 보아 표정 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인듯했다. 영업부라 가식과 위선으로 치장한 사람들만 만나다보니 이런 타입은 상당히 신선했다. 그는 다시 진열대를 훑어보다 무언가 생각난듯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쫓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의아니게 심장을 무리시켜버렸다. 자신이 양성애 성향을 갖고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이게 그 첫눈에 반한다는 거? 고개를 붕붕 저었다. 좋은 사람이고 못생기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빼어난 외모도 아닌데. 고개를 바로하던 차에 계산대에 놓인 명함을 발견했다. 간판과 똑같이 적힌 가게 이름과 함께 남자 이름과 가게 주소가 새겨져있었다.

「마츠노 쵸로마츠」

나와 비슷한 이름에 저절로 눈이 커졌다.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이런 이상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우리 형제말고 또 있다니. 명함을 빤히 살펴보다 걸음소리가 가까워져 서둘러 주머니에 넣었다. 뭔가 도둑질을 한 기분이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두 손으로 고이 어떤 타르트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토핑이 간단하면서도 귀여운 초록색 타르트는 어쩐지 그와 닮아보였다.

"이거 이번 시험작인 피스타치오 타르트예요. 그냥 드릴 테니 한 번 드셔보세요."

"그냥요? 그럴 순 없죠. 계산할게요. 얼마예요?"

"시험작이라서 가격도 측정 안했어요. 괜찮으니 그냥 드세요. 입맛에 맞을 지도 모르니까."

그는 손사례를 치며 아까 고른 두 케이크와 타르트를 심플한 종이상자에 담았다. 내가 나온 가격보다 돈을 더 내자 그는 극구 말리며 돈을 도로 돌려줬다. 그렇게 안보였는데 의외로 고집도 힘도 센 것 같다. 이 시간, 처음 온 가게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건 아닌 것 같아 결국 도로 돈을 집어넣었다. 그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내게 상자를 내밀었다. 받을 때 손이 살짝 닿았다.

"이야, 영업 시간 지났는데 받아주시고, 케이크 준 것도 정말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네. 동생분들이랑 맛있게 드세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그 사이 톳티로부터 언제오냐는 독촉 메세지가 왔습니다. 네네, 지금 갈거야. 한 손으로 타자를 치고 있는데 뒤쪽에서 말 하나가 날아들었다.

"디저트 전문점 Pin에 또 와주세요!"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가 손을 모은 채 서서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영업용이라 하기엔 미소가 무척이나 순수했다. 문이 닫히면서 도어벨이 울리고, 그의 목소리도 사라져버렸지만 그 미소는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심장이 요동친다. 아, 안되겠다. 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에게 반해버렸다.


"어서오세요. 오소마츠씨."

"하하, 안녕하세요. 쵸로마츠씨."

아싸, 이름 불러줬다! 마음 속에서 주먹을 쥐며 쾌재를 불렀다. 인내로 가득했던 지난 2개월. 이름을 알려줘도 손님이라고 꼬박꼬박 성으로 부르던 쵸로마츠씨가 겨우 이름으로 불러줬다! 가슴 한 쪽이 간지럽다. 본인도 어색한지 홍조를 띈 채 볼을 긁적이는 게 또 귀여워서 괴롭다.

"오늘도 동생분들 심부름?"

"오늘은 개인적으로 먹고 싶어서 왔어요. 거래처가 여간 깐깐해야말이죠. 이번에도 추천 부탁드릴게요."

"후훗, 맡겨만 주세요. 그렇지만 곧 발렌타인데이라서 초코밖에 없네요."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평소대로라면 가지각색의 과일로 채워져있을 진열대가 오늘은 초콜릿빛으로 가득하다. 어쩐지 가게 냄새가 더 달콤한 것 같더라니 이 초콜릿들때문에 그랬나보다.

"쵸로마츠씨 과일 디저트만 만드는 줄 알았더니 초코도 만들 줄 아네요?"

"그야 당연하죠. 발렌타인데이는 이쪽 업계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라구요. 그야 과일쪽이 특기인 건 부정 안할 거지만요."

"쵸로마츠씨 케이크는 다 맛있어요."

"...아부하지 마세요."

쵸로마츠씨는 중얼거리며 등을 돌렸다.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워해. 너무나 사랑스러워 미소가 퍼져나간다.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보고 싶다. 마음 같아선 쵸로마츠씨와 가까이에서 마주 보고, 함께 웃고, 껴안고 싶다. 하지만 나는 계산대에 기댄 채 조리실에 있는 쵸로마츠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밖에 못한다. 그래도 괜찮다. 쵸로마츠씨가 좋으니까.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힘들어도 신중에 신중을 가할 거다.

"오소마츠씨는..."

"네?"

"여자친구, 있으세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손이 미끄러졌다. 들키지 않도록 바로 자세를 갈무리하고 머리를 뱅뱅 돌렸다. 맨날 케이크 얘기만 했지 이런 류의 질문을 받는 건 지금이 처음이다. 이건 기대해도 되는 건가? 표정을 살피려해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숨을 한 번 들이키고 조심히 말을 꺼냈다.

"없어요. 그치만..."

"그치만?"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그...렇군요."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손도 멈췄다. 하여간 거짓말 참 못하는 사람이다. 나는 튀어나오려는 환호를 두 손으로 억눌렀다. 아직은 안된다. 조금만 더.

"사실 이제 고백할까하고요."

"...오소마츠씨는 멋진 분이니까 분명 잘 될 거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요."

"쵸로마츠씨 그 고백말인데요."

"네..."

"첫 눈에 반했어요. 이런 멘트는 진부한가요?"

"...아뇨. 너무 근사한걸요. 그보다 케이크 뭘로 드릴까요?"

"고백하기에 좋은 케이크로 주세요."

"..."

쵸로마츠씨의 어깨가 크게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심호흡이라도 한 걸까. 그는 무표정으로 진열장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고르기 시작했다. 내 쪽으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확신이 선다. 자신이 생긴다. 나는 주체없이 삐죽삐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하려 애썼다. 쵸로마츠씨가 멋지다고 해줬으니까 고백도 멋지게 해내고 싶다. 쵸로마츠씨의 손이 허공을 헤매이다 빨간 딸기로 장신된 하트 모양 케이크를 집었다. 과연. 고백에 딱 맞는 케이크다. 그는 케이크를 포장하고, 계산대로 돌아올 때까지 시선을 바닥을 향해 고정시키고 있었다. 표정은 굳어있는 채다.

쵸로마츠씨와 마주 보고 싶다.

처음 만난 그때처럼 그 눈에 빠져들고 싶다.

저 표정이 정말 나때문에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아무 말없이 케이크상자를 내미는 쵸로마츠씨의 손을 감쌌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제서야 쵸로마츠씨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얼굴엔 놀란 기색이 역력하고 아름다운 눈이 크게 떠졋다. 아아. 이제 더이상 참을 수 없다. 마음이 넘쳐 흘러나온다.

"쵸로마츠씨, 첫 눈에 반했어요."

"네?"

"저랑 사귀어주세요."

쵸로마츠씨는 눈을 여러번 깜박였다. 곧 내 말의 뜻을 알아챈 듯 얼굴이 딸기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당황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던 그는 나를 바라보곤, 눈썹을 떨어뜨리며 웃었다. 마치 우는 것 같은 미소. 그것이 그가 지을 수 있는 최상의 미소라는 걸 보는 순간에 알 수 있었다.

"좋아요."

맞잡은 손에서부터 환희와 행복이 피어나와 온 몸으로 달려나간다. 나는 손을 잡아당겼다. 케이크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내 눈엔 쵸로마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보고 싶은 그의 얼굴을 시야 가득 채우며 그대로 입술에 입술을 맞대었다. 쵸로마츠에게서는 그 어떠한 케이크보다도 달콤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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